문학
겨울 해변가에서(시)
과학주의자
2022. 6. 28. 09:16
겨울 해변가에서
서정윤
소리치고 있다.
바다는 그 겨울의 바람으로
소리지르고 있었다.
부서진 찻집의 흩어진 음악만큼
바람으로 불리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했다.
아니, 물보라로 날리길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겨울의 바다
오히려 나의 기억 한장을 지우고 있다
파도처럼 소리지르며 떠나고 있다.
내가 바닷물로 일렁이면
물거품이 생명으로 일어나
나를 가두어두던 나의 창살에서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 바닷가에서 나의 모든 소리는
바위처럼 딱딱하게 얼어 버렸다
옆의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그 겨울의 바람이
나의 모든 것으로부터 떼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