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불티(시)
과학주의자
2022. 5. 24. 19:51
불티
이동순
하루의 일을 끝내고
나는 마당의 가랑잎을 긁어모아
불을 놓았다 바람을 타고
어둠 속에서 점점이 번져가는
불꽃은 아름다웠다
이 신비한 깃털을
우주는 그동안 어디네 감추어 놓고 있었던가
나는 지금 우주의 황홀을
슬쩍 꺼내어 보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밤이 되자
앞마당은 어둠에 잠기고
오직 찬란한 불꽃만이 내 앞에 있었다
도랑물에 삽을 씻고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마지막 불티를
나는 오래오래 보고 서 있었다
불이 꺼지고
우주가 제 고운 깃털을 거두어
황급히 사라진 뒤에도
나는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