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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성격차이에 대한 대안 가설들 모음

과학주의자 2022. 5. 21. 00:38

일반적으로 성격에서 남녀의 성차는 작다. 55개 문화를 조사한 결과에서 남녀는 성격 특성에서 아주 작은(d=.25) 차이만 보였으며, 국가에 따라 0에서 .3까지 다양했다. 이는 남녀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젠더 유사성 가설을 지지한다. 하지만 동시에 성차에 대한 기존 이론을 반박하는 사실 또한 등장하였다. 여러 문화권을 조사한 결과 선진국일수록 성차가 증가했으며,[각주:1] 인간개발지수가 증가할수록 성차가 증가했다. 정확히 보면 선진국일수록 남성의 성격이 다른 집단과 차이를 보였으며, 성차는 호프스테드의 남성성/여성성 척도와는 상관이 없었고 대신 개인주의 척도 및 HDI(인간개발지수)와 정적으로 상관되었다. 이는 남녀의 차이가 문화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사회문화적 관점에 대치되며, 남녀의 차이가 선천적이라는 진화심리학의 주장과 일치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잘 개발되는 선진국일수록 잠재된 성적 특성이 더 잘 발현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현재의 정설은 남녀 사이에 아주 작은 성차가 존재하며, 이것이 진화에 의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한 연구에서는 암묵적 성격과 명시적 성격을 동시에 측정한 결과, 명시적 성격에서 성차가 더 커지는 것을 발견했으며 암묵적 성격에서의 성차는 훨씬 작았다.(d=.15) 이는 남녀의 성격 차이가 문화적으로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래의 가설은 이러한 가능성에 기반하여 선진국일수록 성격의 성차가 증가하는 역설(앞으로 성차 역설이라고 부르겠다)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가설이다. 이 중 정설은 없으며,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도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는 일이 무익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1.개인주의 문화 가설

이 가설은 선진국 시민의 개인주의적 태도가 성차를 과장한다고 주장한다. 다문화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성차가 큰 나라, 정확히는 남성의 남성성(성격 측면에서 정의되는)이 큰 나라는 개인주의 국가이다. 또한 이공계 선호처럼 선진국일수록 성차가 크다고 보고되는 연구들을 보면 북유럽 국가가 예시로 자주 등장하는데, 북유럽은 유럽에서 제일 개인주의가 강한 지역이다. 어쩌면 강한 남성성은 개인주의 문화의 결과일 수 있다.

 

집단주의자들은 세상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네트워크로 보는 반면, 개인주의자들은 세상이 고정된 특성을 지닌 개별적 실체로 구성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집단주의자는 모순적인 관계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반면, 개인주의자는 논리적 모순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며 잘 감지한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주의자는 개인의 특성도 일관되고 변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이들의 정체성은 자신을 객관화하고 탐구하면서 획득된다. 하지만 개인주의 사회건 집단주의 사회건 정체성 형성에는 사회적 맥락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개인의 국적, 가정, 성별, 민족 등 다양한 요인이 자기자신의 정의하는데 관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맥락적으로 파악하는 집단주의자 남성은 자신에게 여성적 특성이 있어도 이를 맥락적으로 이해하여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반면, 개인주의자 남성은 자신에게 여성적 특성과 남성적 특성이 공존하는 것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하나를 억제하게 된다.

 

이런 사고과정이 정체성 형성 중에 작용하면, 결과적으로 집단주의자 남성은 자신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개인주의자 남성은 자신의 여성성은 부정하고 남성성을 과대지각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반면 여성에게는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데, 왜냐하면 6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된 페미니즘 운동으로 인해 고정된 여성성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이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 수많은 개인주의 사회에서 여자답다는 말은 금기시되며, 여성에게는 항상 자신의 잠재력을 표출하라는 메시지가 꾸준하게 전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주의자 여성은 정체성 형성 중에 나타나는 남성적 특성도 충분히 수용할 인지적 지원을 제공받게 된다. 반면에 남성성에 대한 시선은 대개 양성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논의하는게 주된 페미니즘의 흐름이다. 페미니스트들은 놀라우리만큼 남성의 성평등에는 관심이 없으며, 남성성은 악으로, 남자는 악당으로 취급한다. 이로 인해 개인주의자 남성은 여성과 달리 여성적 특성을 수용할 인지적 지원을 제공받지 못한다.

 

이 가설은 몇가지 증거와 일치한다. 먼저 유키의 다문화 연구를 보면, 개인주의자는 집단주의자에 비해 자신과 내집단을 더 강하게 동일시한다. 즉 개인주의자 남성은 다른 남성이 자신과 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이들은 내집단의 특성을 우월한 것으로 간주하며, 비교를 통해 이를 입증하는 행동을 선호한다. 이들이 내집단 특성을 자신의 특성으로 좀 더 쉽게 수용하기 때문에, 개인주의자 남성이 남성성을 자신의 특성으로 과대지각할 확률 또한 높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정체성 형성에만 관여하기 때문에 자기보고되는 명시적 성격에는 영향을 줄 지 몰라도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암묵적 성격에는 큰 영향을 못줄 수 있다. 이는 왜 성차가 암묵적 성격 측정에서 더 작아지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문화적 설명은 남녀가 차이를 보이는 성격 특성이 왜 서로 상관되지 않는지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 남녀간에 차이가 나는 다양한 성격특성과 facet이 있지만, 이들은 하나의 요인으로 모이지 않고 각 요인에 분포해 있다. 이는 생물학적 모델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문화적 모델로는 설명하기 쉽다.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은 규범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가 나타나는 각 요인들이 개인 안에서는 상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결과는 실제로 수많은 다문화 측정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내외집단 구분에 대한 다문화 연구[각주:2]에 따르면 집단주의 문화에서 내외집단 구분은 주로 사회적 위치(position)와 역할(role)과 관련하여 행해졌지만,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주로 개인적 차이와 관련하여 행해졌다. 이를 남녀에 적용해 볼 때 집단주의에서는 성역할 구분이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자기보고된 성격에서의 차이는 약하지만, 개인주의에서는 성역할 구분이 개인적 성향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이것이 자기보고된 성격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방법

이 가설을 증명하는 실험은 2가지를 고안할 수 있다. 첫번째는 직접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비교하는 방법이다. 먼저 인간개발지수가 같은 한 국가를 대상으로 표본을 모집한다. 그리고 이들의 big5 성격과 상호독립적 자기관을 측정한다. big5 성격은 TIPI나 NEO-PI-R로 측정하며, 상호독립적 자기관은 한민과 동료들[각주:3]이 사용한 척도를 사용하거나 안신능이 번안한 척도[각주:4]를 사용할 수 있다. 신뢰도는 두 척도가 비슷하며, 다만 전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번안된 척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남성의 신경성이 상호독립적 자기관과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조사하는데, 가설이 맞다면 남성의 신경성과 상호독립적 자기관은 역상관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관관계는 여성 집단에서는 관찰되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는 정체성 형성에 성역할이 영향을 끼치는지 보는 방법이다. 위와 비슷한 표본을 모집하되, 이번에는 인간개발지수가 큰 영향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표본을 추출해도 상관없다. 피험자가 연구실에 입장하면 이들은 성격검사와 함께 BSRI를 실시한다. BSRI는 대표적인 성역할 측정 도구로, 검사는 개인이 남성/여성의 성역할을 얼마나 체화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이 척도에서 남성성이 높을수록 남성적 성역할을 고수하며, 반대로 여성성이 높다면 여성적 성역할을 고수하는 셈이다. 만약 가설이 맞다면, 개인주의자들은 성역할이 강하게 체화될수록 신경성과 우호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관관계는 집단주의자에게서는 낮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이 성역할을 고수하는 정도와 남성의 신경성, 우호성이 부적으로 상관될 것이며, 상관관계의 크기는 개인주의 집단에서 유의미하게 클 것이다.

 

세번째 가설은 정체성 형성과 개인주의의 관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만약 성정체성이 성격 형성에 기여한다면, 국가나 민족도 성격에 기여할 것이다. 이 실험에서는 인간개발지수가 비슷한 두 문화권에서 표본을 선정하되, 두 나라 모두 다문화 표본을 포함해야 한다. 이들을 모집하면 첫번째 실험에서와 같이 선과 틀 검사를 성격검사와 함께 시행한다. 그리고 집단을 비교해서 성격차이를 분석하는데, 이번에는 남녀가 아니라 본래 국적에 따라 집단을 분류한다. 가설이 맞다면, 성별뿐만 아니라 민족도 성격 형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다면 민족간에 성격차이가 나타날 것이며, 개인주의자에게서 두드러질 것이다.(집단주의자는 아예 부재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민족간에 차이가 나타난 성격 특성을 추출하고,(이들을 합쳐서 극대화할수도 있다) 이들의 차이가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가설이 맞다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더 '민족적'인 성격이 나타날 것이다.

 

2.갈등론적 해석

갈등론적 해석은 사회학의 갈등론 패러다임을 통해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이다. 갈등론자들은 사회의 구조와 장치가 모두 위계질서를 정당화하는데 쓰여진다고 보는데, 이들에 따르면 교육, 정치, 경제 모두가 기득권층의 이득을 보장하고 피지배층을 탄압하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라서, 갈등론자들은 교육이 사람을 개발하여 공평한 기회를 주는 장치가 아니라 사회규범을 주입하여 대중을 기득권의 노예로 만드는 세뇌장치라고 비판한다. 갈등론은 사회학에서 어떤 분야에서는 비주류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주류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높은 인간개발지수는 개인에게 충분한 자아실현의 기회를 줬다기보다는, 개인을 사회에 더 옭아매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높은 인간개발지수는 높은 사회적 억압의 증거일 것이다. 즉 이 가설은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인간개발지수가 높은 사회의 구성원은 오히려 더 성역할에 구속되기 때문에 성격차이가 커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가설은 왜 남성성/여성성 척도가 성차와 상관이 없는지 설명하지 못하며, 선진국에서 배우자선호의 성차가 작아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가설은 세 가설중 가장 설득력이 약한 가설로 보인다.

 

방법

이 가설은 실제로 교육받은 계층에서 성역할을 강하게 고수한다면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개발지수에서 차이가 나는 두 국가의 표본이 필요하다. 먼저 두 나라에서 교육수준이 다른 표본을 선정한다. 그리고 BSRI를 실시한 후 피험자의 교육수준을 조사한다. 가설이 맞다면,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BSRI가 높을 것이며, 교육수준을 통제하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성차 크기가 같아질 것이다.

 

3.역차별 가설

역차별 가설은 성평등 사회에서 일어나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성차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가설이다. 비록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여성이 더 많은 취업기회와 자유를 얻게 되었지만, 남성은 체감상 별로 혜택을 보지 못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성적 고정관념을 주입하려는 시도는 페미니스트를 위시한 각계각층에서 비판당하고 제지되지만(어떤 경우에는 너무 심하다), 남성에게 성적 고정관념을 주입하는 시도는 그러한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사실 바비인형의 몸매를 비판하는 사람은 많아도 터미네이터의 몸매를 비판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여자가 조신해야 한다는 발언은 사회적 지탄을 받지만 남자가 대담해야 한다는 발언은 지탄을 거의 받지 않는다. 성평등 운동을 이끈 페미니스트들은 정작 남성에게는 너무나도 무관심하며 오히려 남성을 악마화하고 까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과정이 반복된 결과, 여성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더 많이 누리게 되었지만 남성은 이전의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여성은 주부를 할지 취직을 할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남성은 사회적 냉대를 감안하기 싫다면 취직을 해야한다. 더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자신을 꾸밀 필요는 증가하기 때문에, 완충지대가 없는 남성에게 자신을 유능한 인재로 꾸며야 할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남성이 자신을 더 유능한 인재로 포장하게 만들 수 있으며, 특히 서구사회에서는 최근까지 낮은 신경성과 낮은 우호성을 사업가의 주요 자질로 보았기 때문에 남성의 신경성과 우호성이 낮게 보고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모두의 외면 속에 남성은 더욱더 늑대가 되야했던 셈이다.

 

방법

이 가설을 실험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회적 바람직성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사회적 바람직성은 자신을 꾸며서 나타내려는 정도이며, MMPI-2에서는 S척도로 나타난다. 먼저 남성과 여성에게 MMPI-2나 NEO-PI-R을 실시한다. 가설이 맞다면, 남성의 S척도와 NEO-PI-R 검사상의 사회작 바람직성 척도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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