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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 개론

과학주의자 2025. 11. 9. 14:28

급식 및 섭식장애(feeding and eating disorder)는 먹는 행동에서 부적응적 모습을 보이는 정신질환들로, 이러한 부적응적 증상이 심리사회적 기능과 신체적 건강을 해쳐야 한다. 보통 통틀어서 섭식장애로 부르지만 실제로는 이름에서 보이듯 급식장애와 섭식장애로 나눌 수 있는데, 급식장애(feeding disorder)는 어린 아동에게 음식을 먹이는 과정과 관련된 정신질환이고 섭식장애(eating disorder)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음식을 먹는 과정과 관련된 정신질환이다.

 

급식장애에는 이식증, 반추장애,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장애가 있고, 섭식장애에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가 있다. 이외에 1)신경성 식욕부진증이지만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는 여성의 경우, 2)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체중이 정상인 경우, 3)폭식증에 해당하지만 폭식과 부적절한 보상행동이 2주에 1회 미만 혹은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 4)정상체중인 사람이 소량의 음식을 먹고 부적절한 보상행동을 정기적으로 보이는 경우, 5)많은 음식을 반복적으로 씹고 뱉는 경우 미분류형 급식 및 섭식장애로 분류한다. 많은 양의 야식을 반복적으로 먹는 야식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도 여기 속한다.

 

이 분야의 주요 저널로는 <International Journal of eating disorders>가 있다.

 
 

이식증

이식증(pica)은 흙이나 종이, 헝겊 등 먹으면 안되는 것들을 먹는 급식장애이다. 이식행동은 그러한 것을 주워먹는 행동을 말하는데, 일부 노인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이식행동을 보이지만 이식증으로 진단되지는 않는다. 이식증으로 진단되려면 1)영양가 없거나 먹어선 안될 물질을 먹는 행동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2)발달수준에 비춰볼때 부적절하며, 3)먹는 행동이 문화적/사회적 관습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2번 범주의 경우, 3세 이후에도 이식행동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환자들은 치아손상, 장폐색, 기생충 감염, 빈혈 등 영양상태 불량으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을 경험한다. 특히 환자의 30%는 납중독에 시달리는데, 납중독은 ADHD나 지적장애, 경련성 질병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많은 이식증 환자들이 지적장애를 동반하고, 지적장애가 심할수록 이식행동의 심각도도 강해진다. 환자의 대부분은 4세 미만의 아이나 일부 임산부도 이식증을 앓는다. 보통 발병하면 몇개월 간 지속되다가 완화된다.

 

이식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적장애가 있다. 장기간 수용된 지적장애 아동의 25%가 이식증을 가진다는 보고가 있다. 비슷하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미각이 필요이상으로 발달한 자폐아동이 이식증을 보일 수 있다. 부모 관련 요인도 이식증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요인에는 부모의 관심부족과 감독소홀, 빈곤, 열악한 가족관계, 무지와 무관심, 가족의 혼란 등이 있다. 또한 부모가 우울증이나 모성박탈, 방임, 학대 등으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은 가정에서 이식증이 다발한다. 이외에 철분결핍도 이식행동을 유발하게 할 수 있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구순기에 덜 충족된 욕구가 이식증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치료는 환자의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는데 초점을 둔다. 특히 원인적인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있으면 이를 제거해야 한다. 부모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부모는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과 돌봄을 제공하고 이식행동의 위험성을 인지하여 아동의 섭식에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적장애 아동이면 이식증의 대상인 물질을 주변에 두면 안되고, 행동치료를 통해 이식증 대상 물질에 혐오학습을 해야 한다. 만약 영양결핍이 원인이라면 철분이나 아연(주로 결핍되는 물질)을 제공하면 되며, 납중독을 경험하는 경우에는 내과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이외에 환경치료, 가족상담을 사용할 수 있다. 

 

반추장애

반추장애(rumination disorder, 되새김 장애)는 음식을 반복적으로 토해 내거나 되씹는 급식장애를 말한다. 반추장애로 진단되려면 1)최소 1개월 이상 반복적인 음식 역류가 있고, 2)이것이 유문협착이나 식도역류와 같은 신체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환자들은 위장에는 이상이 없으며, 대신 증상이 지속되면 먹은 것을 즉시 토하기 때문에 체중 감소와 탈수, 저항력 감소, 영양실조를 경험할 수 있다. 환자들은 등에 힘을 주어 몸을 구부리거나, 머리를 뒤로 졎히거나, 입을 손가락이나 손수건, 옷, 헝겊 등으로 자극하여 구토를 유발하는데 이러한 행동을 자기자극 행동이라고 한다. 

 

반추장애는 매우 드문 질병이며 주로 지적장애 아동에서 보인다. 남자가 더 많이 걸리며, 대개 생후 3-12개월에 발병하여 길게 가면 성인기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일부 유아들은 증상이 지속되며, 환자들은 머리를 돌리거나, 부딫히거나, 몸을 흔들거나, 머리를 뽑는 등의 행동(self-stimulating behavior, 자기자극행동)을 한다. 환자들은 토하는 삽화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함과 배고픔을 느끼고, 반추 중에는 자기자극과 만족을 느낌으로 반추행동은 불편해하지 않는다. 반추장애로 인해 오랜 기간 영양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실제로 사망률이 25%에 달한다는 보고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반추행동이 일어나는 원인의 대다수는 식도역류나 유문협착(pyloric stenosis)과 같은 신체질환이다. 유문협착은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유분부 괄약근이 두꺼워 발생하는 협착으로, 위의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데 지장이 생기면서 구토와 염증이 발생한다. 이를 제외하고 본다면 지적장애도 발병원인으로 뽑을 수 있다.

 

심리적 요인은 주로 부모와 관련된 요인이 많은데, 부모의 무관심이나 심한 스트레스, 정서적 자극의 부재, 부모-자식간 갈등이 그러한 요인들이다. 학습적 요인을 보면 반추행동을 보일때 주어지는 쾌감과 주변의 관심이 강화물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모에게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는 다른 형태의 보상을 찾거나 불만족을 스스로 충족하려 하는 과정에서 반추증상을 보이게 되며,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자극행동이 출현하기도 한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모자관계의 결함이 반추장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들은 어머니가 성격이 미숙하고 부부갈등이 있어 아이에게 충분히 관심을 주지 못하면 아이는 자기 내부에서 만족을 찾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반추증상은 충족되지 않은 떠먹여주는 과정의 반복이다.

 

반추장애는 대개 자연적으로 치료된다. 그러나 치료되지 않는 경우 사망의 위험까지 있기 때문에 증상이 지속되면 신속한 개입이 요구된다. 신체적 문제가 원인인 경우 이를 제거해야 하고, 대개는 행동치료와 부모교육이 처방된다. 행동치료는 반추증상을 혐오학습하고 반추증상이 나타나지 않을때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대개 시행 3-5일 사이에 증상이 많이 사라진다. 반추장애에서는 부모교육이 상당히 중요한데, 부모가 관심과 애정을 보이면 증상은 빠른 시간 내에 사라진다. 부모교육은 아이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 장애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 장애(Avoidant/Restrctive Food Intake Disorder, selective eating disorder, ARFID, 선택적 섭식장애)는 먹는 것에 무관심하고 회피하며, 먹는 음식을 제한하고 혐오적 결과를 두려워하는 급식장애이다.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 장애로 진단되려면 1)잘 먹지 않아서 영양이나 활력에 장애가 오고, 2)증상으로 인해 심각한 체중감소, 심각한 영양결핍, 의료적 영양공급에 의존, 심리사회적 기능의 방해 중 1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하며, 3)음식의 부족이나 문화적 관습으로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환자는 먹는 것에 관심이 없고, 냄새, 재료, 모양, 색, 온도 등 음식의 특성에 따라 음식을 심하게 가린다. 또한 먹는 것의 혐오적 결과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고, 잠을 불규칙적으로 너무 많이 잔다. 음식 역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발달지체를 보이거나 정서적으로 무감각하거나 위축되어 있다. 환자가 후기 아동이나 청소년인 경우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동반된다(food avoidance emotional disorder, 음식 회피 정서장애). 소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은 음식섭취를 거부하다가 사망에 이르는데, 소설의 주인공도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 장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유병률과 원인, 치료법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보통 유아나 초기 아동기에 발병하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심하면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불안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강박장애, ADHD를 앓는 아동이 걸릴 위험이 높으며, 부모의 섭식장애나 아동학대, 방임, 음식에 대한 태도도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의 불안이나 다른 정신적 문제, 공격적/배척적 태도, 아동의 음식거부에 화를 내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 등의 요소도 증상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치료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신체적 문제가 없다면 체계적 둔감화 기법과 노출치료를 중심으로 한 CBT가 주로 사용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 신경성 식욕상실증)은 신체이미지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비만과 체중증가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음식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정신질환이다. 거식증으로 진단되려면 1)음식섭취 제한으로 인해 심각한 저체중이 나타나고, 2)체중증가와 비만에 대해 심각한 두려움을 가지거나 체중증가 행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며, 3)자신의 체중과 체형을 왜곡되어 인식하고 자신의 자기평가에 심하게 반영하거나 자신의 저체중을 부인하고, 4)이것이 심각한 부적응을 야기해야 한다.

 

저체중 여부는 BMI로 판단한다. BMI가 17 즈음이면 경도, 17-16이면 중등도, 16-15면 중증도, 15 이하면 최중증도로 구분한다. 일부는 일정한 시간 동안 자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일반인이 먹을 수 있는 한도보다 더 많이 먹는 폭식행동을 보이는데, 폭식하거나 음식을 섭취한 이후 구토제나 이뇨제, 관장제 등으로 음식을 배출(보상행동)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폭식-하제 사용형(binge eating-purging type)과 그렇지 않은 제한형(restricting type)으로 구분된다. 

 

거식증은 비만에 대한 공포와 몸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핵심증상이다. 환자는 자기 신체지각에 문제가 있고, 자신이 실제보다 몸매가 이상하거나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이들은 체중 증가에 과도한 공포를 느끼며 몸매관리에 집착하고, 체중감소를 위해 병리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거식증의 주요 증상은 정신적 건강 손상과 신체적 건강 손상으로 나눌 수 있다. 정신적 건강 손상은 기력이 없어 쉽게 짜증을 내는 행동, 성욕 상실, 우울이나 불안 및 충동적 행동, 대인관계 위축, 부모와의 갈등, 살을 빼기 위해 공부나 일, 운동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 있고, 폭식-하제 사용형은 폭식 이후 배출행동이 나타난다. 신체적 건강 손상은 보통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기아가 원인이며, 무월경증, 복통, 변비, 추위에 대한 내성 저하, 기면발작, 무력감, 감기에 대한 저항력 손실, 심한 저혈압, 서맥, 저체온, 말초신경 부종, 피부건조, 피부의 황색화, 타액선 비대, 마른 입술, 점상출혈, 적혈구 빈혈, 신장기능 손상, 골다공증, 치아손상(구토로 인한 위산 역류가 원인) 등이 있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건강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지속적으로 음식섭취를 거부한다.

 

거식증 환자의 대다수는 여성이며, 유병률은 0.4%인데[각주:1]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여성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몸매가 남성보다 더 가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각주:2] 그러나 최근 체육선수들을 중심으로 남성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체급조절을 위해 체중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거식증이 발병한다. 환자의 90%는 여자 청소년이거나 젊은 여성인데, 청소년은 환자의 40%를 차지한다. 평균 발병연령은 17세이다.

 

경과는 자연회복에서 사망까지 이르는데, 미국에서 이뤄진 10년 추적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25%는 자연적으로 회복되고 50%는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25%는 증상이 지속되며 이중 7%는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한다. 많은 환자가 불안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사회불안장애 강박장애가 두드러진다. 약물남용이나 알코올 중독도 만연해서 환자중 7-23%가 여기 해당하고, 10만명당 12명은 자살한다.

 

치료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치가 취해진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영양실조와 탈수 관련 합병증으로 입원한다. 환자의 체중이 3개월 동안 정상체중보다 30% 이상 감소한 경우 사망을 막기 위해 입원해야 하며, 우울증이 동반되어 자살위험이 있는 경우도 그러하다. 입원치료에서 호전된 환자의 50% 정도가 1년 이내에 재발하기 때문에 체중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재입원하겠다는 서약을 미리 받아둬야 한다. 약은 식욕자극제와 항우울제, 항불안제가 처방되며,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는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심리치료는 행동치료와 CBT, 가족치료가 사용된다. 심리치료는 환자가 음식섭취를 통해 체중을 늘리고 퇴원 후에도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동치료에서는 체중공포증을 유발하는 학습을 역으로 돌려서 시행하고, 체계적 둔감화와 함께 환자에게 식사전후에 느끼는 감정과 음식섭취를 기록하는 음식일지를 작성하여 스스로를 모니터링하게 한다. CBT에서는 추가적으로 인지적 왜곡의 교정도 실시된다. 치료가 장기적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가족치료가 필수적인데, 환자의 가족은 보통 갈등이 많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환자가 가진 불안과 심리작 갈등, 의사소통을 다룰 수 있도록 가족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치료과정에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 사건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거식증의 원인

거식증은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발병하며 이는 뒤에서 다룰 신경성 폭식증도 마찬가지다.[각주:3] 생물학적 요인으로 세로토닌의 활동 증가와 시상하부 내 섭식중추의 기능손상[각주:4]이 있으며,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는데[각주:5] 이는 섭식장애 유전자가 있다기보다는 불안이나 강박과 관련된 유전자가 거식증 발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섭식중추는 적절한 체중수준에 대해 고정점(set point)을 가지고 있는데, 이 설정점이 저하되면 섭식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자가중독이론(auto-addictive model)은 굶는 과정에서의 엔돌핀 증가로 거식증을 설명한다. 이 이론은 쥐에게 하루에 한번만 먹이를 주면 쥐가 스스로 먹기를 억제하고 과도하게 운동하는 자가기아(self-starvation) 행동을 보인다는 것에서 착안하였다. 거식증 환자들은 굶거나 운동을 하는 동안 엔돌핀이 증가하며, 이때문에 음식거부가 강화된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엔돌핀이나 세로토닌의 증가가 원인이 아닌 결과라고 비판한다. 

 

심리적 요인은 정신분석적 요인과 학습요인, 인지적 요인이 있다. 정신분석이론은 거식증을 성욕에 대한 방어나 임신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율성을 얻기 위한 시도라고도 보는데, 어머니에게서 독립하고 싶은 딸이 보이는 자율적 대처행동이 거식증이라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학습요인은 체중감소에 대한 보상과 체중증가에 대한 공포학습이 있으며, 이를 체중공포증(weight phobia)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학습은 대중매체를 통한 관찰학습으로도 가능하다.

 

행동주의자들은 섭식장애를 접근/회피 갈등으로 설명하는데, 접근/회피 갈등은 음식에 대한 회피행동과 접근행동을 가정한다. 체중공포가 만연할때는 회피행동이 우세하고 과한 절식행동으로 식욕이 체중공포보다 커지면 접근행동이 나타나는데, 회피행동만 지속적으로 등장하면 거식증이고 회피행동과 접근행동이 교대로 나타나면 신경성 폭식증이라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인지주의자들은 왜곡된 신념이 거식증을 부른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신체이미지에 대한 왜곡된 지각과 실제 몸매와 이상적 몸매 사이의 괴리감, 성취실패나 대인관계 실패의 외모 귀인, 좋은 외모가 성공과 애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특히 후자의 믿음은 후술할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점점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사실로(실상이 어떻든) 받아들이고 있다.

 

위에서 나타는 인지적 신념과 체중공포는 일정 부분 사회에 의해 조장된다. 체중에 대한 학습은 실제로 대중매체를 통해 일어나며, 왜곡된 신념 중 일부는 사회적으로 점차 받아들여지면서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고 있다. 대중매체가 신체적 외모를 도구로 활용하면 이것이 사회적 규범의 형태로 대중에게 인식되어 기존에 존재하던 외모지상주의적 규범이 활성화된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면 외모지상주의가 문화적 압력으로 작용하면 사람들(특히 불안과 강박이 강한 사람)이 자신의 외모에 병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이것이 거식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보르도(Susan Bordo)[각주:6]는 거식증과 같은 섭식장애가, 금욕주의가 지배하던 19세기 유럽에서 여성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자신의 순결을 증명하기 위해 금식을 하면서 발생했다고 보고하였다.

 

이외에 아동기 성적 학대나 정서적 학대, 심리적 외상 등의 스트레스도 영향을 끼치지만 주요 원인은 외모지상주의를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기대이며, 이는 섭식장애가 대중매체가 들어서고 서구문화의 영향을 받은 사회에서만 나타난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결국 우리는 대중매체에 제한을 가할지 아니면 잘생긴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이고 못생긴 사람은 게으름뱅이라는 헛소리를 맹신하면서 여성들(남성도 늘어나고 있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지 선택해야 한다.

 

신경성 폭식증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 신경성 식욕항진증)은 폭식행동과 보상행동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섭식장애로, 폭식행동은 일정기간(2시간)동안 일반인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많이 먹는 행동인데 이 과정에서 자제력이 상실된다. 보상행동은 폭식을 통해 먹은 음식을 도로 뱉어내려는 행동으로 거식증 환자에게서 주로 보이는 구토제와 이뇨제 등의 복용을 말한다. 신경성 폭식증으로 진단되려면 1)반복적인 폭식행동이 나타나고, 2)이로 인한 체중증가를 막기 위해 반복적이고 부적절한 보상행동이 나타나며, 3)폭식행동과 보상행동이 3개월 동안 1주일에 1회 이상 발생하고, 4)체형과 체중이 자기평가에 큰 영향을 끼쳐야 한다.

 

신경성 폭식증은 많은 면에서 거식증과 유사하다. 둘 다 왜곡된 신체이미지가 병의 원인이다. 또한 거식증 환자의 40-50%가 폭식행동을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신경성 폭식증으로 진행한다. 반면 신경성 폭식증에서 거식증으로 전환되는 케이스는 없다. 거식증과 신경성 폭식증의 차이를 보면, 신경성 폭식증 환자는 자아강도가 약하고 충동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반면에 거식증 환자는 자아강도가 강하다. 또한 거식증과 달리 영양실조의 위험성은 작으나, 반복적인 구토로 치아손상이 나타날 수 있고 설사제나 이뇨제를 사용하는 경우 전해질 문제로 병이 생길 수 있다. 식도/위장 파열이나 심부정맥이 나타날 수도 있다.

 

1년 유병률은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에서 1-3%이며,[각주:7] 지난 수십년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 기울기가 거식증보다 높다. 환자의 90% 이상은 여성이며, 발병연령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 초기로 이 연령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전체의 90-95%에 달한다. 80%는 다이어트로 인해 발병하고 나머지 20%는 거식증이 심화되어 발병하는데, 모두 절식행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절제위반효과(절식 포기)에 의해 발병한다. 환자의 66%는 하제 사용형에 속한다.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신경성 폭식증이 선행한다.

 

환자들은 거식증과 마찬가지로 왜곡된 신체상을 가지고 있으며, 체중증가와 몸매 손상에 공포를 느낀다. 폭식행동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감추려고 하며 폭식행동은 밤에 혼자 있을때나 아무도 보지 않을때, 우울이나 불안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일어난다. 음식을 숨기려는 과정에서 옷에 감추다 보니 옷에 얼룩이 많은 케이스도 있으며, 폭식 후 체중증가에 두려움과 자책을 보이고 보상행동을 실시한다. 무기력감, 실패감, 자기비하가 나타나고 우울증이 동반되며, 거식증과는 달리 정상체중은 유지되지만 자해나 자살시도가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원인과 치료

거식증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 세부요인도 비슷한데, 신경성 폭식증 환자의 친척(여성)의 발병률은 일반인에 비해 4배나 높으며 쌍생아 연구를 보면 일란성 쌍생아는 8-47%, 이란성 쌍생아는 0-9%를 공유한다. 아동기 비만과 조숙증이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조숙증의 경우 사춘기의 급격한 신체성장이 비만으로 오인되면서 신경성 폭식증으로 발병한다. 사회문화적 요인은 사회문화적 기대가 크게 작용하는데, 외모에 대한 사회문화적 압력으로 절식행동이 나타나는 것 까진 거식증과 동일하나,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정한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폭식행동으로 나타난다.

 

심리적 요인은 체중에 대한 걱정과 낮은 자존감, 우울장애, 사회불안장애, 아동기의 과잉불안, 성적/신체적 학대 등이 있다. 사춘기의 욕구를 적절하게 발산하지 못했거나 자기지각의 불안정성이 높은 경우에도 발병할 수 있으며, 충동조절의 어려움도 영향을 끼친다. 환자들은 증상 시작 6개월 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아동기에 가족갈등과 학대가 심했다고 보고했다. 행동주의와 정신분석이론이 주요 관점인데, 행동주의에서는 접근/회피 갈등으로 신경성 폭식증을 설명하고 정신분석이론에서는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 공격성으로 이를 설명한다. 정신분석가들은 부모에 대한 분노가 음식으로 대치되면서 폭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음식은 잘못된 모자관계의 상징물이고 음식의 섭취와 구토는 어머니에 대한 접근 욕망과 회피 욕망의 갈등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신경성 폭식증은 치료받으면 50% 이상이 회복되며, 이 수치는 거식증보다 높다. 여자 청소년의 경우 75% 이상은 7년 반 이내에 회복된다. 거식증과 달리 사망위험은 적기 때문에 입원치료는 잘 하지 않지만, 폭식행동과 보상행동의 반복이 하루에 1회 이상 나타난다면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 주로 규칙적인 식사습관과 필요한 만큼만 먹는 영양상담을 사용하며, CBT를 통해 인지재구조화와 신체불만족에 대한 체형치료를 한다. 우울이나 불안, 약물남용 등 다른 문제가 있으면 이들도 병행하여 치료하며, 대부분 가족도 역기능적이기 때문에 가족치료도 병행한다.

 

신경성 폭식증은 치료비율이 높지만,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합병증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는 체중이 정상인과 크게 차이나지 않고 폭식행동도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주변인들을 눈여겨보며 여러 단서(옷의 잦은 얼룩 등)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폭식장애

폭식장애는 폭식행동이 자주 나타나서 고통을 느끼지만, 보상행동은 나타나지 않는 섭식장애로 본래 후보진단명이었다가 DSM-5에서 정식 진단명으로 승격되었다. 폭식장애로 진단되려면 1)반복적인 폭식행동이 나타나고, 2)폭식행동에 대해 진단기준에서 언급된 행동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나며, 3)폭식행동이 3개월 이상 1주일에 1회 이상 발생하고, 4)폭식행동에 대해 뚜렷한 고통을 느끼면서, 5)보상행동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폭식행동과 관련된 진단기준은 아래와 같다.

 
  • 정상보다 더 빨리 먹음
  • 불편할 정도로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음
  • 신체적으로 배고프지 않을 때도 많은 음식을 먹음
  • 너무 많은 양을 먹는다는 당혹감으로 인해 혼자 먹음
  • 먹은 후 자신에 대해 혐오감과 우울, 심한 죄책감을 느낌
 

폭식장애는 보상행동은 없고 폭식행동만 나타나는 질환이다. 환자는 너무 많이 먹고, 배가 너무 불러 불편할 정도까지 먹는다. 환자 본인은 폭식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식 후에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나 보상행동은 없고, 왜곡된 신체이미지도 없다. 1년 유병률은 여성이 1.6%, 남성이 0.8%고,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의 8-30%가 여기 해당하며 비만으로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의 30%가 여기에 속한다. 보통 청소년기 후기에서 성인기 초기에 발병한다.

 

폭식장애는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으로 발병한다. 생물학적 요인에는 세로토닌의 기능저하와 위의 과한 저장능력에 의해 느끼지 어려워진 포만감, 특정 호르몬의 불균형(도파민의 과잉분비 등)으로 발생하는 음식중독이 있다. 이외에 굶은 다이어트를 하면서 일어나는 절식 포기가 음식중독으로 이어지면서 발병하기도 한다. 폭식장애 환자와 일반적인 비만인구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군은 세로토닌의 기능이 더 저하되어 있었고 좌측 전두엽과 PFC에 혈류량이 더 많았으며 위의 저장능력이 더 컸다. 한편 음식중독은 폭식장애의 유력한 발병 메커니즘으로, 음식중독이 음식섭취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 먹는 것에 대한 내성, 폭식에 대한 금단증상을 유발하면서 폭식장애로 진행할 수 있다.

 

심리적 요인은 정서적 고통과 지나친 섭식절제가 있다. 불안, 긴장감, 초조함, 수치심, 외로움, 분노 등이 폭식행동을 촉진하며, 부정적 정서가 강한 사람일수로 폭식이 위안을 주고 스트레스로부터 주의전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나친 섭식절제도 앞서 말했듯이 폭식행동을 유발하며, 섭식절제와 폭식행동이 반복되면 환자들이 그토록 피하고 싶어했던 비만이 발생할수도 있다. 부정적 정서와 섭식절제가 상호작요하는 경우 폭식행동은 더욱 촉발된다.

 

폭식장애는 치료 예후가 좋고 반응도 빠르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병행되는데, 약물은 항우울제와 항비만제, 항경련제가 투여되고 심리치료는 CBT와 대인관계 심리치료, 집단치료 등이 사용된다. 항우울제는 SSRI 계열이 사용되며 항경련제는 체중감소와 폭식빈도를 줄이는 용도로 사용된다. CBT는 환자들이 자기관찰, 자극조절 및 문제해결, 인지재구조화 등을 통해 잘못된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하며, 정서적 고통이나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폭식행동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를 훈련한다. 자신의 신체 불만족이 폭식행동의 원인인 경우 신체 불만족의 원인과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 대인관계 심리치료는 폭식과 관련된 대인관계 문제, 즉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갈등 영역을 찾아내고 대인행동을 변화시킨다. 집단치료는 주로 같은 폭식장애 환자들을 모아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며 폭식행동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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