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저장고

향수(시) 본문

문학

향수(시)

과학주의자 2022. 6. 27. 22:58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블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련설(한시)  (0) 2022.06.27
꽃씨(시)  (0) 2022.06.27
저녁 무렵(시)  (0) 2022.06.27
하이쿠 모음(노래)  (0) 2022.06.27
나비에게(시)  (0) 2022.06.2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