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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저장고
백신맞고 죽었다고? 선후관계와 인과관계 구분하기 본문
최근에 흉흉한 소문이 자주 들려옵니다. 2년간 지속되는 코로나를 조금이나마 억제해 보자고 백신패스까지 도입하면서 백신을 맞추고 있는데, 백신을 맞고 큰일이 났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와요. 백신을 맞았는데 바로 다음날 죽었다느니, 백신을 맞고 오니까 백혈병에 걸렸다느니, 백신을 맞았더니 일주일 후에 사지마비가 됐다느니,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전에 잠깐, 한번만 생각해 보아요. 왜 전세계 과학자들이 백신을 맞으라고 얘기할까요? 왜 유럽에서는 시위대에 물대포까지 뿌려가며 국민들에게 백신을 맞추려고 할까요? 유럽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인권을 중시하는 곳이고, 사소한 위험까지 묵과할 수 없다며 유전자 조작 식품도 금지한 곳이잖아요. 과학자들은 그 사람들이 백신으로 죽은게 아니며, 단지 사소한 오해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게 무슨 얘기일까요?
선후관계와 인과관계
백신 얘기를 하기에 앞서서 선후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 구분은 간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어렵고 분간하기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학교에서도 안배우고 문제집에도 나온 적이 없으니 모르는게 당연하죠. 그래서 백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선후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선후관계란 '먼저와 나중의 순서인 관계'입니다. 그리고 인과관계란 '원인과 결과인 관계'입니다. 그래서 선후관계는 서로 관계된 두 대상이 실제로는 별 관련이 없는 반면, 인과관계는 앞에 있는 원인이 뒤에 있는 결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 볼게요.
가령 제가 오늘 쉐보레를 샀다고 합시다. 와! 자차라니 너무 신나요!
드디어 내 명의로 자동차가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신납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차를 가지러 집을 나서다가, 그만 껌을 밟았지 뭐에요.
게다가 차를 타고 너무 신이 나서, 그만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운전하시면 안됩니다.
두 경우를 살펴봅시다. 첫번째 사진에서 저는 A)자동차를 샀고, 그 다음에 B)껌을 밟았어요. 그리고 두번째 사진에서 저는 A)자동차를 샀고, C)접촉사고가 났습니다. 두 사건 모두 시간이 일어난 순서는 같습니다. 두 경우 모두 먼저 제가 자동차를 사는 A 사건이 먼저 일어났고, B 사건과 C 사건이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둘 모두 A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일어났기 때문에, A-B 관계와 A-C 관계는 모두 선후관계입니다.
하지만 제가 자동차를 사지 않았어도 저는 껌을 밟았을 거에요. 왜냐하면 등교도 해야하고 출근도 해야하는데 그러자면 집 앞을 무조건 지나쳐야 하잖아요. 즉 B 사건은 A 사건 다음에 일어나긴 했지만, A가 일어난 결과로 일어난 사건은 아닙니다. 이건 C와는 달라요. 만약 제가 자동차를 사지 않았으면, 차를 운전할 일도 없었을 테니 접촉사고도 나지 않았겠죠. 즉 A는 B의 원인은 아니지만, C의 원인은 맞습니다. 그래서 A-B 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지만, A-C 관계는 인과관계입니다.
이제 감이 잡히셨나요? 분명 B와 C 모두 A가 일어난 다음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하지만 A가 없었다면 C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반대로 B는 그래도 일어났겠지요. A는 B와 별 관련이 없지만, C와는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선후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입니다. 단순히 앞 사건이 일어난 후에 아무 관련없이 다음 사건이 일어난 경우는 선후관계, 그리고 앞 사건이 원인이 되어서 다음 사건이 일어난 경우가 인과관계입니다.
백신 사망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선후관계
앞서 본 내용을 다시 정리해 봅시다. 앞 사건이 일어나고 아무 관련없이 다음 사건이 일어났다면 선후관계, 그리고 앞 사건이 원인이 되어서 다음 사건이 일어났다면 인과관계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만 해서는 이 관계가 선후관계인지 인과관계인지 알 수 없어요. 왜냐하면 B 사건과 C 사건은 모두 A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일어났으니까요. 우리야 접촉사고가 뭔지도 알고 설명문도 잘 보았으니 망정이지, 생판 모르는 아프리카 사람이나 외계인이 본다면 A-B 관계가 과연 선후관계인지, 인과관계인지 헷갈릴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백신 사망 논란과 관련해서 발생한 혼동입니다. 분명 어떤 뉴스에서는 백신을 맞고 죽은 사람은 만명에 달한다고 하고, 큰 부작용을 겪은 사람도 15000명에 달한다고 하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만명은 백신을 맞아서 죽은 사람이 아니라, 백신을 맞은 후에 죽은 사람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뉴스에서 보도된 사망자들은 1)백신을 맞고, 2)사망을 한 사람들입니다. 아까처럼 표현하면 A)백신을 맞고, B)사망을 한 사람들이죠.
분명 1)사건은 2)사건보다 앞서긴 해요. 죽은 만 명은 백신을 맞은 후에 돌아가셨죠. 하지만 누군가가 A 사건이 앞서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새로 샀기 때문에 껌을 밟은거야!'라고 말한다면, 그건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A-B 관계는 단순한 선후관계였으니까요.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1)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2)사건이 일어났으니 백신과 사망은 선후관계에 있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신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선후관계만 확인했지, 인과관계는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정부와 과학자들이 백신과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이유에요. 물론 백신을 맞고 나서 죽은 사람들은 꽤 있죠. 하지만 이 사람들이 정말로 백신이 원인이 되어서 죽은 인과관계의 결과인지, 아니면 단지 백신을 먼저 맞은 후에 사망이 발생한 선후관계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에요. 그리고 밑에서 좀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과학자들이 인과관계를 조사한 후에 내린 결론이 바로 백신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즉 과학적인 조사에 따르면, 선후관계만 있고 인과관계는 없었다는 거지요.
인과관계는 어떻게 알아낼까?
앞에서 우리는 선후관계가 인과관계와 다르다는 점, 그리고 백신에 의한 사망이나 중증 질환으로 보도된 것들은 선후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만 해서는 이게 선후관계인지, 인과관계인지 알기 힘들어요. 과연 어떻게 둘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가령 403명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는데, 1년 동안 103명이 죽었다고 합시다. 2020년 대한민국의 조사망률은 5.9%로, 즉 100명 중 5-6명이 매년 일반적으로 죽는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만약 백신이 사망과 관련이 없다면, 백신을 맞은 403명중 죽는 사람은 23명쯤 되거나 그 언저리여야 해요. 하지만 실제 죽은 사람은 103명이니, 백신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에 몇몇 사람이 중병에 걸렸다고 해봅시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백만명당 4명이었어요. 그리고 이 병의 일반적인 유병률은 0.000075%인데, 즉 다른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백만명당 1명 이하의 사람이 이 병에 걸린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실제로 걸린 사람은 그 4배인 4명이니, 약간 확신이 덜 서긴 하지만 백신이 중병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전자의 사례는 과겅 유명했던 가습기 사망 사건의 데이터를, 후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 사례를 참고했습니다. 둘 모두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걸리는 확률과 가습기(또는 백신)에 노출되었을때 걸리는 확률을 비교했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확률이 이상하게(전문용어를 쓰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으면 이것이 인과관계가 확실하다고 발표했지요. 위의 예시처럼 분석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 그리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험한 부작용 모두 이런 방식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1
그렇다면 과연 백신과 사망은 관련이 있을까요? 현재 백신을 맞은 인구는 대한민국에서 4250만명입니다. 그리고 백신 접종후 사망자는 1123명이니(만 명이 아니었네요), 사망률은 0.003%쯤 되겠네요. 위의 자연사망률을 다시 보자면 5.9%에요. 즉 백신을 맞은 경우 안맞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2000배가 낮아지는 셈이네요. 와우!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안전해 지는군요!
물론 이 방식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사용됩니다. 가령 백신에 포함된 어떤 물질이 피를 굳게 만든다는게 실험실에서 밝혀지면, 굳이 조사를 하지 않아도 백신이 혈전증을 일으켰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에 백혈병이 위험물질에 노출되고 최소 8년은 지나야 발생한다면, 접종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백신은 원인이 아니겠죠.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절차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을 데리고 있고, 실험실까지 갖춰놓아서 백신의 부작용을 조사하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나라 밖에서도 전세계 수만명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명성과 지식 탐구를 위해 백신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조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안심하고 백신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백신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앞서 우리는 선후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를 알아보았습니다. 단순히 순서만 앞뒤면 선후관계, 하나가 원인이고 다른 하나가 결과면 인과관계입니다. 그리고 백신을 맞고 죽었다는 보도는, 사실 선후관계만을 말해주었죠. 일반적인 사망률/유병률과 실제 사망률/유병률을 비교하면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고, 그 결과 코로나 백신은 (적어도 사망에 있어서는)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백신은 안전합니다.
왜 백신이 이렇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는지는 얼추 알 것 같아요. 의사들이야 백신이 익숙하겠지만,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백신을 접할 일이 별로 없죠. 기껏해야 어릴 때 잠깐 맞고 또 나이 드신 부모님들이 맞는 것 뿐이니, 우리가 잘 모르고 두려움을 느끼는 일도 무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뉴스에서는 연일 백신을 맞고 죽었다거나 큰 병에 걸렸다는 보도가 나오니, 백신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백신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신의 위험성이라고 알려졌던 것들은 사실 선후관계였다는 점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우리는 두려움을 느낄 능력도 있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해야할 일을 할 능력도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주변 사람들을 지키고, 노인들을 보호하고, 우리나라 경제를 다시 일으킬 능력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백신을 맞아야 하고(대부분 맞으셨겠지만), 주변 노인분들에게 부스터샷을 권장하면서, 코로나에 걸리셨다면 먹는 치료제도 열심히 드셔야 합니다. 혈전증과 같은 위험이 다소 있지만, 극히 적은 부작용에 비해 우리 모두가 얻는 이득은 명확히 크기 때문이죠.
저는 아직 날짜가 되지 않아서 부스터샷은 맞지 못합니다.(게시글 작성 1달 이후 부스터샷 접종)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저는 이미 중증 예방효과는 갖추었고, 부스터샷은 단지 전파만 막아주겠지요. 솔직히 부스터샷 맞으러 가기 귀찮아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부스터샷을 맞으려 합니다. 백신패스가 안되면 불편한 이유도 있지만, 전파력이 조금이나마 약해지면 더 많은 분들이 안전하실 테니까요.
- 화이자 접종자에게서 혈전증의 유병률을 일반적인 유병률로 대체함. 통계는 나무위키를 참고했으며 링크는
https://namu.wiki/w/AZD1222/%EB%85%BC%EB%9E%80%20%EB%B0%8F%20%EC%82%AC%EA%B1%B4%20%EC%82%AC%EA%B3%A0#s-3.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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