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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역동 치료와 방계들

과학주의자 2022. 8. 1. 16:29

정신역동적 관점은 주로 임상심리학에 공헌하였다. 특히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치료자들의 존재는 정신분석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널리 각인시켰다. 비록 60년대 이후 정신역동 치료의 발전은 거의 멈췄고 지금은 해결중심치료와 이야기치료에 밀리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심리치료에 남아있다. 특히 융이나 아들러처럼 정신역동 치료의 방계들은 현대 심리치료의 정립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융은 서울대를 중심으로 아직도 세를 발휘하고 있다.

 

 

1.정신분석 치료(psychodynamic psychotherapy,정신역동 치료)

정신역동 치료는 정신역동적 관점에 기반한 치료이론으로, 주요 가정과 치료법에서 정신분석학을 따른다. 사실 정신분석학 자체가 환자의 치료를 위해 고안된 치료이론이기 때문에, 사실은 이쪽이 더 근본이다. 정신역동 치료자들은 정신병리가 무의식의 불균형이나 미숙한 자아기능(특히 미숙한 방어기제)에서 온다고 보며, 따라서 무의식의 불균형을 환자에게 직면시켜 통찰하도록 하고 자아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정신역동 치료의 목표이다. 과거의 치료자들은 무의식과 통찰을 중시했지만, 현대의 치료자들은 증상 감소를 더 중시하고 해석 못지않게 환자에 대한 지지나 충고도 제공한다.[각주:1] 현재도 정신역동적 관점의 기본 가정은 많은 임상심리학자들이 부분적으로나마 받아들이고 있으나,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정신역동 치료의 발전은 20세기 이후 정체되어 있다.

 

정신역동 치료는 신경증의 치료에 효과적이며,[각주:2] 이론이 방대하여 현장에서 환자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좋다. 이 치료효과는 가장 탄탄한 근거로 보장받는 CBT에 근접하는 것으로 보인다.[각주:3] 다만 비판자들은 정신분석가의 해석이 실제 무의식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비판한다. 또한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은 여기에서도 가해지는데, 실제로 정신분석에서 심리적 질병으로 여겼던 성 불편증이나 동성애, 뚜렛증후군은 이후에 역동과 1도 관련이 없음이 드러났다.

 

이론적 개념은 차치하더라도 정신역동 치료는 장기적인 치료효과를 잘 발휘하지 못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요구한다. 심리학계에서 '정신분석은 심리학자만 받는다.'는 농담이 퍼진 이유는 그만큼 정신역동 치료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돈도 깨지기 때문이다. CBT와 비교해봐도 정신역동 치료는 같거나 더 작은 치료효과를 위해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소모하며, 해결중심치료나 이야기치료와 비교하면 그 비용차이는 더 커진다. 이러한 단점은 정신역동 치료가 해결중심치료와 이야기치료와 같은 최신 치료에 밀려 사장되어가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기본기법

정신분석가들은 환자들의 무의식을 분석하기 위해 자유연상이나 꿈분석, 말실수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이들에 따르면 무의식은 보통 감춰져 있지만, 꿈이나 말실수(freudian slip)처럼 특정한 계기에 의해 드러날 수도 있다. 아래의 기법들은 무의식을 발견하기 위한 기법으로, 정신분석 학파마다 각 기법의 사용 빈도나 중요도 부여가 다를 수 있다.

 

자유연상(free association)은 정신분석 치료를 개시할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환자가 자유롭게 연상한 정보를 통해 환자의 무의식을 추론하는 것이다. 자유연상을 할때 환자는 아래에 나오는 침대 비스무리한 의자에 누워서 아무런 억제나 판단 없이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치료자는 환자가 주는 언어적/비언어적 정보와, 가끔씩 환자의 말이 막히면서 암시되는 저항의 순간 등을 적절히 포착하여 환자의 무의식을 분석한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에게 최대한 반응해선 안된다.

 

왼쪽의 의자가 카우치이다. 자유연상을 할때 사용되는 의자로, 프로이트가 도입한 이래 매우 유명해졌다.

꿈분석(dream analysis)은 환자의 꿈에서 나타난 이미지들을 통해 무의식을 추론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꿈이 현재몽(manifest dream)과 잠재몽(latent dream)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기억하는 꿈은 현재몽이고 그 이면에는 무의식적 동기를 담은 잠재몽이 항상 존재한다고 정신분석학에서는 주장한다. 꿈의 이미지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은데, 아래의 해석은 프로이트가 제시한 해석으로 실제 현장에서의 해석과는 다를 수 있다.(사실 프로이트는 너무 성적인 측면 만을 강조했다)

 

  • 남성: 집
  • 부모: 저명한 고위층 인사, 여왕이나 황제, 왕 등
  • 아이/형제자매: 작은 동물이나 벌레
  • 탄생: 떨어지거나 흘러나오는 물
  • 죽음: 기차를 탄 여행
  • 남근: 길쭉한 물건이나 무언가를 뚫을 수 있는 물건. 후자에는 총도 포함된다. 또한 샘터, 열쇠, 풍선, 비행기, 파충류와 어류, 뱀, 기계도 포함되는데, 담배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프로이트가 담배를 좋아해서 이에 대한 성적 해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 음핵: 공간을 둘러싼 도구는 모두 여성 성기라고 프로이트는 주장했다. 그러한 예로는 구덩이, 병, 상자, 호주머니, 풍경, 보석함, 꽃망울, 꽃 등이 있다.
  • 자궁: 천장, 난로, 오븐, 방
  • 여성: 교회, 예배실, 달팽이와 홍합
  • 자위: 놀기, 미끄러지기, 글라이딩
  • 거세불안: 이가 빠지거나 뽑히기
  • 섹스: 춤추기, 타거나 오르기, 폭력의 경험, 사다리나 가파른 곳, 계단 오르기
  • 입술, 눈, 유두, 항문: 창문이나 문
 

자유연상과 꿈분석도 중요하지만 둘만으로 치료를 진행하기는 힘들다. 정신분석은 전이분석을 할때 비로소 진전되는데, 전이분석(transference analysis)은 환자의 전이와 치료자의 역전이를 분석하는 기법이다. 여기서 전이(transference)는 환자가 치료자에게 과거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의 모습을 투사하여 그에 대한 정서와 갈등을 치료자에게 보이는 것으로, 반대로 치료자가 환자에게 전이하는 역전이도 존재한다. 전이를 분석하면서 환자의 과거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치료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각주:4] 이는 역전이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과거에는 역전이는 발견 즉시 없애야 한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그보다 실용적인 수준으로만 완화하고 오히려 환자와의 상호 이해에 집중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저항분석(resistance analysis)은 환자의 저항을 통해 무의식을 탐색하는 기법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무의식을 방어하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 이 방어기제는 대개 가장 중요한 과거사 관련 역동을 방어하는데, 따라서 환자가 저항하는 부분을 파고들어가면 환자의 역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환자의 저항은 명시적인 태도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화제 돌리기나 지각, 악몽, 방어기제 사용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때 치료자는 해당 저항을 분석하여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저항이 발생했는지 분석해야 한다.

 

해석은 거의 모든 정신분석 학파에서 다다르는 결론이다. 앞의 기법들을 통해 무의식적 역동이 파악되면 치료자는 환자가 거기에 직면하고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직면은 환자가 자신의 역동을 어렴풋이 파악할때 이뤄져야 하는데, 왜냐하면 환자가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급작스런 직면은 오히려 환자가 자신을 방어하도록 몰아넣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있는 해석은 환자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아니라 환자가 동의하고 수용할만한 해석이다. 

 

해석이 끝나면 치료는 훈습(working-through)으로 이어진다. 훈습은 자신의 역동을 깨달은 환자가 앞으로 역동을 잘 통제하고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훈련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이 훈습은 점진적으로 이뤄지며, 환자는 무의식이 자신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이해하고 적응적인 행동을 발달시키도록 독려받는다.

 

치료의 진행

전통적인 정신분석 치료는 주 4-5회기를 3-6년동안 시행한다. 정신분석 치료에서 가장 선행되는 것은 환자 평가인데, 정신분석 치료는 신경증에는 잘 듣지만 정신증이나 비심리적 문제에는 잘 듣지 않는다. 정신역동 치료는 통찰 후에는 전적으로 자아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아 기능이 약한 환자에게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정신역동 치료를 실시하기 전에 환자는 자아강도(ego strength)가 적절히 강한지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아강도가 적절히 높다면 그때부터 치료 관련 계약을 한다.

 

본격적인 치료는 중기부터 시작된다. 치료자가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면서 환자는 저항과 전이를 나타내는데, 이것은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니 걱정할 것 없다. 환자가 저항을 보일때 치료자는 이를 포착하여 환자에게 저항 자체를 이해시키고 그 뒤에 어떤 무의식적 동기가 숨어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이때 비난조로 말하면 방어기제만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최대한 부드럽고 질책하지 않는 어조로 말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작업들을 통해 환자는 자신의 역동에 대해 통찰을 얻게 되는데, 이 통찰은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지적 통찰과, 과거에 겪었던 경험을 재경험하면서 이를 정서적으로 이해하는 정서적 통찰로 나뉜다. 정서적 통찰이 더 효과가 좋기 때문에 치료자는 환자가 정서적 통찰에 이르는 것을 지향한다.

 

치료 종결기는 환자가 통찰과 훈습을 통해 저항을 극복하고 치료자에 대한 전이를 해소할때 시작된다. 치료자는 이때 환자가 심각한 심적 갈등의 완화/통제, 자아기능 향상,

병리적 방어기제의 감소, 성격구조의 긍정적 변화, 증상의 상당한 호전 내지는 증상을 극복할 능력 형성이 관찰되면 치료를 종결한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가 이후에도 자신의 무의식을 계속 탐색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2.아들러 심리치료(개인심리학)

아들러 치료는 임상심리학자 아들러의 사상과 이론에 바탕한 치료법으로, 아들러에 의해 고안되었다. 아들러는 본래 정신분석가였으나, 이후 정신분석학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이론을 전개하였다. 아들러 치료에서는 개인을 본능에 지배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존재로 보았으며, 개인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보았다. 또한 정신분석학에서 개인을 이드, 자아, 초자아 등의 개별적 존재의 결합으로 본 것과 달리 아들러는 개인이 특정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통합된 존재라고 보았다. 이러한 아들러 치료의 기본가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인간의 모든 행동은 목적성이 있다. 즉 인간은 창조적인 존재로, 스스로 목표와 가치를 만들어 간다.
  2. 인간 행동의 기본적인 목적은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이다.
  3. 무의식보다 의식이 중요하며, 특히 현실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중요하다.
  4.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다.
  5. 인간은 통합된 존재이다.

 

열등감은 아들러 치료의 핵심 개념이다. 아들러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열등감에 먹혀버리진 않는데, 왜냐하면 사람들은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 보다 건설적인 행동을 하면서 자신을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2가지 잘못된 대처방식이 열등감을 악화시킬수 있는데, 열등 컴플렉스는 자신의 열등감을 숨겨서 삶의 도전을 회피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전략이다. 열등 컴플렉스가 발현되는 사람은 적응력이 떨어지며, 자신의 의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와 공격을 드러낸다.(의존공격) 반대로 우월 컴플렉스는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여 열등감을 숨기는 전략인데, 우월 컴플렉스가 발현된 사람들은 자신이 항상 우월하다고 여기고 이상적 자기와 현실적 자기를 혼동하여 자신의 현실 인지와 능력 습득을 방해한다. 이처럼 열등감을 보상하는 전략이 잘못된 경우, 이것이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고 아들러는 주장하였다.

 

가상적 최종목표는 자신의 인생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로, 구체적일수도 포괄적일수도 있으며 인간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선택한 결과이다. 가상적 최종목표는 앞서 말한 열등감을 보상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특성상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은 허구적 이상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가상적 최종목표의 형태는 대개 아동기에 형성되며, 아들러는 이것을 인식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한편 정신분석학에서의 역동구조는 아들러 치료에서는 생활양식으로 대체되는데, 생활양식(lifestyle, 라이프스타일)은 개인이 자신과 타인, 세계에 대해 가진 신념체계이자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정서 및 행동양식이다. 아들러에 따르면 생활양식은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동시에 어떻게 열등감을 보상하고 어떤 목표를 추구해야 할지 결정한다. 역동구조와 마찬가지로 생활양식도 어린 시절 가족과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환자의 장기 목표와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활양식을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정신분석학과 달리 아들러는 생활양식이 의식적으로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러 치료의 핵심 목표는 환자의 사회적 관심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아들러 치료에서 사회적 관심은 공동체감과 공동체 의식을 말하는 것으로, 본능 단계와 타인을 이해하고 협동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 단계를 거쳐 타인을 소중히 하고 사회에 헌신하려는 태도를 향해 3단계에 거쳐 발전한다. 아들러는 사회적 관심이 건강한 사람의 기준이라고 주장했는데, 그가 말한 사회적 관심에는 타인 및 사회와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과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려는 노력의 2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과 성격

아들러는 역시 정신분석학의 후계 답게 가족의 영향력을 많이 강조하였다. 그에 따르면 가족환경, 특히 출생서열이 아동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이는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나 앞서 생활양식에 대한 설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들러는 출생서열의 영향조차도 고정된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출생순서에 따른 아동의 성격 특성이며, 이중 일부는 실제로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 첫째: 책임감이 강하고 전통에 순응하며 위험회피적이다. 가정을 돌보는 일에 몰두하나 반면에 사회적 관계는 소홀히 할 수 있다.
  • 둘째: 첫째에게 일정부분 애정을 양보하며 태어나기 때문에 경쟁적이고 위험추구적인 사람으로 자라난다.(이는 실제로 증명되었다) 또한 부모의 애정을 받기 위해 첫째가 잘 못하는 부분에서 성취와 능력을 보인다.
  • 중간 아이들: 이들은 뛰어난 첫째와 둘째를 보면서 자신에게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낮은 자존감과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 무력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타인에게 의존적일수 있으나, 반대로 사회적 능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 막내: 과잉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런 경우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 경쟁을 상대적으로 덜 겪었기 때문에 태평함을 성격 특성으로 발달시켰을 수 있는데, 여기에 자신이 흥미있는 분야에 대한 강한 흥미가 더해져 일부 분야(특히 예술)에서 두각을 보이기도 한다.
  • 외동: 상대적으로 빨리 성인 수준의 성취를 하려고 하며, 그래서 성취동기가 일찍 발달한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고 사회적 관계는 힘들수 있으며,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민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발달이론을 토대로 아들러는 성격을 타인과의 활동 수준과 사회적 관심을 통해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을 둘다 높으면 사회적 공헌형(socially useful type), 둘다 낮으면 회피형(avoiding type), 사회적 관심은 높은데 활동 수준이 낮으면 의존형(getting type), 사회적 관심은 낮고 활동 수준은 높으면 지배형(ruling type)으로 분류하였다. 지배형은 대인관계에서 자기주장적이고 독선적인 면을 많이 보이며, 막내나 중간 아이들은 의존형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회피형이 아들러 학파에서 나온 개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상행동의 원인

아들러는 정신질환자와 일반인을 나누지 않고 그들이 연속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열등감의 보상기제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누구나 문제점이 있고 누구나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들러는 정신질환자의 부적응적 행동도 어떠한 방식으로 가상적 최종목표를 달성하는데 공헌하며, 그렇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러는 부적응적 행동이 2가지 이유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먼저 내담자가 자신의 생활양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부적응적인 목표나 생활양식을 설정하는 경우 부적응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공동체 의식이 결핍되었거나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능력이 부족하면 부적응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아들러는 이러한 원인이 어린 시절의 가족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론적 바탕에서 아들러는 몇가지 정신질환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먼저 불안장애에 대해 아들러는 타인이나 어려운 과제, 또는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삶의 선택과 결정을 미루는게 불안장애라고 주장하며, 이는 현실의 책임을 회피하고 부모를 통제하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특성은 의존형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비슷하게 강박장애도 삶에서의 의사결정을 미루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데, 여기에 더해 강박행동을 통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려는 적개심도 목적에 포함된다고 아들러는 주장했다.

 

중독의 경우 아들러는 신경증이 있거나 열등/우월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이 물질에 중독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이는 알코올이나 마약 등의 중독물질이 자신의 열등감을 일시적으로 가려주기 때문이다. 아들러에 따르면 중독 환자들은 어린 시절 자신을 나약하고 의존적인 사람으로 기억했고 세상을 적대적이고 위험한 곳으로 보았다. 또한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해서 아들러는 아동이 자신을 무기력하다고 느꼈던 가정환경이 경계선 성격장애를 발병시키며, 이들이 타인을 주로 비난하고 공동체 의식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의 경우 아들러는 너무 높은 목표와 과장된 일상생활의 부담이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아들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은 비현실적이거나 부적응적인 생활양식과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미루어 타인을 비판한다. 또한 자살에 대해서 아들러는 자기중심적 행동에서 비롯된 낮은 공동체감과 의존형 생활방식이 자살로 귀결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실제 과학적 연구들과 별로 일치하지 않는다. 비슷하게 아들러는 조현병이 낮은 자존감에 의해서 발병한다고 주장했으나 역시 과학적 근거는 없다.

 

치료기법

아들러 치료자들은 내담자의 생활양식을 이해하고 부적응적인 목표와 신념을 파악하여, 사회적 관심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더 적응적인 목표와 생활양식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들러 치료자들은 내담자와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를 중시하며, 내담자의 문제보다는 강점에 집중하여 치료를 단기간에 끝낸다. 이러한 치료기법은 다른 치료기법에도 많이 받아들여졌으며, 현재 많은 심리치료자들이 아들러 치료에서 나타난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내담자의 부적응적인 신념에 도전하고 반박하여 다시 삶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을 목표한다. 아들러 치료의 주요 목표는 아래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내담자의 사회적 관심 증가
  • 내담자의 좌절감과 열등감 극복
  • 내담자의 가상적 최종목표와 생활양식의 변화
  • 내담자의 잘못된 동기를 변화
  • 내담자가 자신이 타인과 평등한 존재임을 알도록 조력
  • 내담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협조

 

정신분석학의 후계답게 아들러 치료도 자신에 대한 환자의 통찰을 강조한다. 내담자가 자신의 목표와 생활양식을 깨닫는 것이 변화의 시작점이며, 특히 자신의 목표와 내적 동기를 인식하며 회복이 빠르다고 아들러는 주장했다. 그러나 정신분석과 달리 아들러 치료자들은 내담자의 대인관계 행동의 본질과 긍정적인 변화과정에 더 집중한다. 또한 치료의 핵심은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전자는 직면을 통해, 후자는 격려를 통해 가능한데, 직면은 내담자가 자신의 잘못된 목표와 생활양식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자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직면이든 격려든 적절한 때에 다양한 기법들과 함께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잘못 사용되는 경우 내담자의 치료를 막을 수도 있다. 

 

격려는 아들러 치료에서 자주 나타나는 기법이자 아들러 치료자들에게 요구되는 태도이다. 아들러 치료에서 격려란 타인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과정이며,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이 존중받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하고 고난과 역경을 견디는 능력과 공동체감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다. 아들러 치료에 따르면 많은 내담자들은 비현실적인 목표/기준이나 실수에 초점 맞추기, 타인과의 비교, 비관적 해석, 과도한 책임감 등으로 인해 낙담한다. 격려는 이러한 낙담을 막는 것으로, 격려받은 내담자들은 삶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되고, 자신의 강점과 능력을 자각하여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 방법과 과정을 향해 나아가게 만든다.

 

격려는 칭찬과 다르다. 칭찬이 결과적으로 잘된 일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격려는 강점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며 결과보다는 노력을 칭찬한다. 즉 얼치기 결과론자들은 아들러 치료에서 거부되는 셈이다. 아래는 격려를 할때 지켜져야 하는 지침들로, 아들러 치료 밖에서도 쓸모가 있어 보인다.

 

  • 수행의 정도를 평가하지 말고 그가 무엇을 하였는지에 초점을 두어라.
  •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두어라.
  • 성격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둬라. 성격은 선천적인 면이 강한 반면 행동은 후천적이고 성취적인 면이 강하다.
  • 결과보다는 노력을 강조하라.
  • 외적 동기보단 내적 동기에 초점을 두어라.
  • 몰랐거나 부족한 부분보다는 그를 통해 배운 것에 초점을 두어라.
  •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어라.

 

마치 -인 것처럼 행동하기는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을 실제로 해보게 하는 기법으로, 최근에 여러 심리치료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이 기법을 사용하는 치료자는 환자에게 절대 못할거라고 여기는 무언가를 실제로 해보게 하는데, 이는 환자의 신념과 문제의식을 변화시키고 통찰을 얻을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념을 형성하여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게 한다. 아들러는 환자의 자존감을 향상하고 변화에 대한 용기와 행동 목표의 재정립을 위해 이 기법을 사용하였다.

 

단추 누르기는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이다. 아들러 치료에서는 인간의 성격과 특성이 모두 제어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환자의 부정적 정서도 능히 제어할 수 있다고 여긴다. 단추 누르기를 실시하는 치료자는 환자에게 유쾌하거나 불쾌한 상황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그 이미지에 동반되는 경험을 회상하게 한다. 그리고 어떤 단추를 상상하게 한 후, 단추를 통해 그 상황에 가지고 싶은 정서를 선택하는 것을 상상하게 한다. 이러한 훈련은 환자가 자신이 자신의 정서를 제어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도록 한다.

 

스프에 침뱉기는 부적절한 생각과 행동의 원천을 차단하여 그러한 것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기법이다. 아들러 치료자는 환자가 반복적으로 보이는 자기파괴적인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고, 이것을 환자가 기피하도록 만든다. 치료자는 환자에게 그러한 동기의 실체를 제시해주어 환자가 이를 자각하게 하고, 이를 별로 안좋은 것으로 여기게 만들어 환자가 스스로 그러한 동기와 파생되는 부적절한 행동을 기피하게 만든다.

 

수렁 피하기는 환자의 부적절한 생각과 행동을 다른 무언가로 대체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가령 환자가 우울할때 술을 마시는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한다면, 이를 우울할때 춤을 추는 행동으로 바꾸도록 제안하는 것을 말한다. 수렁 피하기는 행동주의 치료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있으나, 행동주의 치료와 달리 수렁 피하기 기법은 제안의 선에서 머문다. 자신을 포착하기는 문제행동을 예고하는 표시나 징후를 환자가 스스로 알게 하여 이를 막도록 하는 기법인데, 이를 통해 환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생활양식 분석

생활양식을 아는 것은 아들러 치료의 시작점이다. 따라서 아들러 치료자들은 내담자의 생활양식을 분석하는 체계적인 절차를 가지고 있다. 생활양식 분석을 통해 치료자들은 내담자가 가진 목표와 신념, 동기를 확인하고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생활양식과 목표를 이해하게 하여 무의식적인 목표를 의식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보통 생활양식 분석의 결과는 생활양식 보고서로 나타나는데, 아래 6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분석이 이루어진다.

 

  • 가족 구도: 가족 구성원들이 가족 내에서 차지하는 서열적/심리적 위치
  • 가족 분위기: 가족간 정서적 관계
  • 가족 가치: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것
  • 성역할 지침: 이는 부모에 의해 공유되었을 수도 있고, 한쪽 부모의 의견이 지나치게 강조되었을 수도 있다.
  • ​아이의 역할​: 어린 시절 아이들이 가족 내에서 맡았던 역할
  • ​초기 발달 경험​: 어린 시절 친인척과 교사, 친구, 학교, 성생활 등과 관련된 발달 경험

 

생활양식 분석은 10가지 영역에 대한 질문을 통해 평가된다. 구조화된 지침은 이들 모두를 조사하기를 권장하고 있으나, 실제 치료자들은 5개까지만 하는 경우도 많다.

 

  • 형제자매 관계: 이름, 나이, 동기들과의 관계 양상, 내담자에 대한 행동, 현재 관계
  • 신체발달: 건강, 아동기 성장력
  • 학교경험: 교사와의 관계, 학교 태도
  • 삶에 부여된 의미: 종교적 신념, 아동기의 두려움/꿈/야망, 아동기에서 바꾸고 싶었던 부분
  • 성적 발달: 성/자위에 대한 태도, 학대력
  • 사회적 발달: 우정의 깊이와 넓이
  • 부모 영향: 부모와의 관계, 부모의 갈등해결 방식과 애정표현 방식, 편애
  • 아동기 시절 이웃과 지역사회의 영향: SES, 문화 요인, 지역사회에서 가족의 역할
  • 기타 역할 모델: 역할 모델이었던 사람, 아동기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관계
  • 초기 기억 탐색: 10세 이전의 기억

 

과제

과제 부여(homework)는 과제를 부여하여 치료를 촉진하는 기법으로, 거의 모든 심리치료에서 사용한다. 특히 CBT에서 과제 부여는 필수이다. 일반적으로 치료자는 환자에게 어떤 과제를 하도록 하는데, 환자가 여기에 동의해야만 치료가 진행되며 되도록이면 환자가 과제를 고안하도록 권장된다.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환자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진하여 치료에 도움이 되며,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과제에 합의하고 이를 계획, 실행하는 과정 자체가 환자의 역량과 책임을 증진한다. 아들러 치료자들은 과제 자체보다는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격려하고 지원하는데 초점을 둔다.

 

환자가 과제를 잘 수행하려면 환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과제 순응도를 높이려는 치료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과제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치료자는 과제의 난이도와 양, 단계를 환자에게 맞춰야 하고, 왜 과제가 도움이 되는지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과제를 만들고 하는데 있어 환자의 의견과 동의를 구해야 한다. 과제는 회기 내에 반드시 시작해야 하고, 다음 회기에 반드시 과제를 검사해야 한다. 이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과제를 잘 기억할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과제는 성공해도 이득이고 실패해도 이득이기 때문에, 뭘 해도 이득이다. 이를 환자에게 알려라. 하지만 그래도 실패보단 성공이 낫기 때문에, 과제를 방해할 여러 장애물을 예상하여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환자와의 협력을 통해 알수 있으며, 이는 역으로 환자가 과제를 회피하는 것도 방지해준다. 또한 과제의 실패는 자동적 사고를 활성화할수 있기 때문에, 발생가능한 자동적 사고와 역기능적 신념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과제를 방해하는 몇가지 장애물들이 있다. 과제와 관련된 역기능적 신념이나 책임감 부족, 치료동기가 부족한 환자, 과제를 해야할 이유의 망각, 난이도 조절 실패가 그러하다. 부정적 예측이나 과대추정, 완벽주의와 같은 심리적 문제도 과제수행을 방해하고, 주장이나 요구를 잘 못하는 치료자 관련 요인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난이도 조절 실패가 원인인 경우, 치료자는 이를 사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과제가 중요한 만큼, 과제를 검토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특히 환자가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거나, 환자가 배운것과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거나, 이후의 더 중요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을때 그러하다. 너무 적고 시간이 짧게 드는 과제는 중요한 배움이나 기술을 강화하지 못한다. 반면에 너무 힘든 과제는 너무 힘들어서 새로운 문제를 논의할 진을 다 빼놓는다. 어느 경우나 그렇듯이, 여기서도 적당히가 제일 중요하다.

 

직면

직면은 아들러 치료에서 처음 나타난 기법으로, 자신의 역동과 잘못된 목표/신념을 정면으로 지각하게 하는 것이다. 직면은 거의 모든 심리치료와 상담에서 사용되며 어쩌면 가장 유명한 심리치료 기법이다. 겉으로 보면 최면이 가장 유명해 보이지만, 현실을 보게 하고 자기 약점을 알도록 하는 치료기법은 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하게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직면은 환자의 주관적 견해(보통 자기합리화의 귀결이다), 잘못된 신념과 태도, 사적 목표,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 실시된다. 많은 매체에서 직면은 상대를 몰아세우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직면은 그런것과는 거리가 멀다. 직면을 실시할때 치료자는 객관적으로 관찰되는 환자의 행동을 들어 직면을 실시하는데, 보통 치료자는 환자의 행동이나 신념이 서로 모순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환자가 스스로 알게 만든다. 직면의 기초가 되는 자료들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말은 아주 간결해야 한다. 

 

직면은 내담자가 자신의 신념과 감정, 행동을 변화시키는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사실 많은 치료와 상담에서 이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섣부르거나 어설픈 직면은 라포를 파괴하고 치료를 후퇴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면은 신중히 행해져야 한다. 보통 치료 초기에는 잘 실시되지 않으며, 실시되더라도 내담자의 불일치하는 부분을 내담자를 이해하는 재료로 쓰는 선에서 끝난다. 이후에는 내담자에 대한 이해 정도와 내담자가 가지는 치료에 대한 확신, 라포의 강도, 자아강도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실시해야 한다. 직면을 실시할때 치료자들은 대개 아래와 같이 말한다.

 

  • 당신은 스스로 사교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는데 거절하고 있군요.(말과 행동의 불일치)
  • 당신은 당신의 신념을 확신한다고 하지만, 그러면서 손을 떨고 있어요.(언어와 정서의 불일치)
  • 당신은 아까 돈이 최고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씀하시는군요. 서로 다른 얘기 같아요.(진술 내용 간의 불일치)
  • 당신은 사람들이 모두 이기적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그것과 관련해서 말씀해주신 이야기들은 그 근거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근거가 되는 사실과 내담자의 결론 간의 불일치)
  • 당신이 다친 사람을 돕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이기적이라는 당신의 가치관과 다르지 않나요?(가치와 행동간의 불일치)

 

필자는 직면 기법이 비공식적인 논쟁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많은 논쟁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정서적이며, 논자의 역동이 많이 투영된다. 다소 공격적인 직면 기법은(이 시점에서 더이상 치료가 아니지만), 상대의 입을 막고 도망가게 만들 수도 있다.

 

치료의 진행

아들러 치료는 단기치료이다. 이는 정신분석 계열 치료가 60년대 이후 정체되는 와중에도 아들러 치료가 아직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게 하는 동인이기도 하다. 아들러 치료는 4단계에 걸쳐 시행되는데, 먼저 관계형성단계(building a relationship)에서 치료자는 환자와 라포를 형성한다. 치료관계는 평등하고 협력적이어야 하며, 치료자는 환자를 경청하고 그의 주관적인 경험을 따라가면서 환자가 원하는 치료 목표를 명료화한다.

 

탐색단계(investigation)에서 치료자는 본격적으로 환자를 파악한다. 생활양식 분석은 이때 실시되고, 이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여 환자의 생활양식과 삶의 목표를 추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얻어지는 정보들은 그 객관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 해석도 함께 파악되어야 한다. 탐색이 되면 이제 해석단계(interpretation)로 이행하는데, 해석단계에서 치료자는 환자의 무의식적 동기와 목표, 생활양식을 파악하고 환자와 대화하여 이를 다듬는다. 환자는 이때 자신에 대해 통찰한다.

 

이제 자신을 이해한 환자는 재교육 또는 방향 재설정 단계(re-education or re-orientation)에서 이를 구체적인 행동변화로 이끈다. 치료자는 환자가 새로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며, 스프에 침뱉기, 과제 부여, 단추 누르기 등의 기법들이 긍정적인 행동변화를 위해 사용된다.

 

아들러 치료의 평가

아들러 치료는 현대 심리치료에 수많은 공헌을 하였다. 정신분석 치료가 심리치료의 아버지로 여겨지지만, 공헌도만 따지면 아들러 치료야말로 현대 심리치료의 아버지다.(물론 아들러 치료는 정신분석에서 나왔다) CBT, 가족치료, 현실치료, 실존주의 치료 등 많은 심리치료 기법이 아들러 치료의 영향을 받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운동과 아동교육/양육 등 심리치료 이외의 분야에도 영향을 주었다. 또한 다른 치료와 달리 일상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법들이 많으며, 다른 치료들과 달리 교육과 예방을 중시한다. 아들러 치료가 단기치료라는 점도 아들러 치료가 인기있는 이유중 하나이다.

 

그러나 정신분석 계열 치료가 그렇듯이, 아들러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 근거는 부족하다. 많은 아들러 치료자들은 정신분석가들이 그러하듯이 과학에는 관심이 없고 사례분석에만 매달린다. 또한 치료과정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한다. 무엇보다 아들러 치료는 환자의 내적 동기를 너무 강조해서, 자발적 동기가 부족한 내담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아들러 치료는 스스로 변하려는 동기가 충분한 내담자들, 즉 자발적 내담자들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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