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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 개론

과학주의자 2022. 7. 31. 16:29

​APA 회원의 대다수는 임상가이다. 즉 대부분의 심리학자는 인간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기초과학자가 아니라, 인간이 처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일종의 의사집단이다. 대중적으로 활동하는 많은 심리학자도 임상심리학자이며, 국내에서도 임상심리학이 강세이다. 인간소외와 고용불안이 증가하는 지금, 임상심리학의 비중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분야의 주요 학술지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3대 임상심리학 저널로 불린다.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Journal of Consulting & Clinical Psychology>

 

이 분야의 국문 학술지는 다음과 같다.

 

<한국임상심리학회지: 연구와 실제>

<한국심리학회지: 임상심리 연구와 실제>

 

임상심리학의 역사

https://tsi18708.tistory.com/187

근대적인 임상심리학은 19세기에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정신분석학이 우세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행동주의와 인지적 접근, 생물학적 접근 등 다양한 접근법이 정신분석을 밀어냈다. 그동안 임상심리학자들은 활동범위를 정신의학에서 점차 다른 분야까지 넓혀갔다.

 

이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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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심리학은 인간의 이상행동과 정신질환을 다루는 심리학으로, 기초심리학으로 분류되지만 여기서는 임상심리학으로 분류했다. 이상행동은 인지, 정서, 행동 등 개인의 다양한 심리적 측면을 포함하며, 부적응적인 결과, 즉 사회에 적응하거나 현실을 인지하는데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이상심리학은 이러한 이상행동과 이것이 초래하는 정신장애의 특성, 원인, 병리학을 연구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하는 심리학이다.

 

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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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는 이상심리학과 함께 임상심리학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심리치료(psychotherapy)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심리적 문제/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전문적인 활동'이다. 다른 의학과 마찬가지로 심리치료는 공적인 국가보건제도 내에서, 검증된 병리학적 이론과 치료이론에 근거하여 시행되어야 하며, 신뢰로운 진단 하에서 공인된 자격을 갖춘 전문 치료자가 공식화된 치료목표를 두고 시행해야 한다.

 

상담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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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은 상담을 다루는 심리학으로, 상담이란 어떤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상담을 주재하는 상담자와 상담을 받는 내담자는 서로 협력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며, 이를 통해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에는 전문적인 상담자가 도움이 되며, 전문적인 상담지식도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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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심리학은 질병, 건강, 건강관리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 특성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으로, 임상심리학에 속하나 기초과학적인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건강심리학은 질병과 관련된 심리적/행동적/환경적 요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질병의 영향력과 예방을 연구한다. 또한 건강정책의 효과 분석에도 관심을 가진다

 

 

 

1.임상심리학

임상심리학은 심리적 고통과 장애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심리학적 원리와 수단을 활용하여 치료/치유/예방하는 과학이다. 종래의 임상심리학은 정신질환자를 심리학 기반 하에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으나, 최근 긍정심리학 운동이 대두되면서 그러한 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정신장애와 부적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임상심리학은 정신의학이나 사회복지학 등 다른 학문과 비슷하나, 다른 학문과 달리 임상심리학은 개인적 수준에서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심리학의 일부기 때문에 심리학 방법론을 사용하며, 그러나 의학의 일부이기도 한 특성상 역학연구 방법론도 사용한다. 그리고 심리학의 일부로서 강력한 연구윤리의 규제를 받으며, 국내의 모든 임상심리학 연구자는 한국임상심리학회 연구 관련 윤리규정 17개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

 

임상심리학자(임상가, 임상심리사)의 주요 업무는 3-5가지로 정리된다. 이중 연구와 심리평가, 심리치료는 임상심리학자의 핵심적인 임무로 여겨지지만, 나머지 2개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부여되었다.

 

  1. 연구: 임상심리학자들은 연구를 해야 한다. 임상심리학자들의 연구는 심리평가 도구의 개발이나 심리치료 기법의 개발, 정신장애의 원인 규명이 포함된다. 이러한 연구는 여러 학술지에 게재된다.
  2. 심리평가: 실질적으로 임상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다. 임상가들은 환자의 심리를 평가하고, 이를 진단에 활용해야 한다.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해석할수 있는 사람은 임상가가 유일하지만, 한국은 현재 법제도상 일반인도 심리검사를 활용할 수 있게 열어두고 있다.
  3. 심리치료: 임상가들은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과학적이고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사용되어야 한다. 임상가들은 치료를 잘 하는 것은 물론 치료기법을 표준화하고 체계화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 4.교육/예방: 임상가들은 자신의 지식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노력한다. 임상가들은 워크샵이나 세미나 등 각종 학술행사에 참석하며, 대학에서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다. 어떤 임상가는 슈퍼바이저로써 다른 임상가들이 일을 잘 하는지 감독한다. 최근 사회는 임상가들이 자살예방 교육처럼 취약 집단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부모 기술이나 건전한 생각처럼 코칭이 필요한 분야에 전문성을 제공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5. 자문/정책 제안: 임상가는 국가정책이나 기업에 자문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제공을 받는 기관은 군, 기업 인사과, 공기관, 교육체 등 다양하다. 임상가들은 정신건강 컨텐츠를 개발하거나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추진단에 참여하여 이러한 일을 수행한다. 최근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에서 많은 임상가들이 사후처리를 위해 투입되었다.
 

임상가들은 다른 응용심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자-임상가 모델(scientist-clinician model)을 지향한다. 즉 임상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임상심리학적 주제를 연구하는 과학적 소양은 물론 현장에서 환자들의 심리적 문제를 평가하고 치료하는 능력도 보유해야 한다. APA에서는 대학기관은 임상심리학자들이 과학자이면서 실무자로서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며, 따라서 이들이 Ph.D를 취득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최근에는 사회가 변하면서 다른 방식의 임상가 모델을 지향하기도 한다. 어떤 교육기관에서는 임상심리학과 학생에게 심리학 박사 학위(Psy D)를 수여하는데, Psy D를 수여받은 학생들은 논문을 간소화하고 과학 관련 교육내용은 축소한 대신 실무 관련 교육이 더 많다.(심리학 박사 모델) 전문대학원(professional school) 모델은 아예 연구 관련 교육은 배제하고 실무에만 집중하는 형태이며, 반대로 임상과학자(clinical scientist) 모델은 실무 교육은 최소화하고 연구를 늘려 과학자를 지향시킨다. 아직은 과학자-임상가 모델이 제일 우세하지만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임상가를 훈련시킬 수도 있다.

 

어떤 모델에 기반했건, 모든 임상가는 공인된 자격을 갖추고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심리학 기록위원회에서 발간한 <심리학적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가이드>에서는 소비자에게 자격있는 심리학자를 선택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하는데, 여기서 자격있는 심리학자란 교육과 경험이 학계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서 자격증을 취득했고, 범죄 배경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통과한 전문가를 말한다.  

 

최근의 임상심리학에서는 긍정심리학적 접근과 근거중심의학이 각광받고 있다. 90년대에 마틴 셀리그만이 APA 회장이 된 후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긍정적 특성에 주목하였다. 임상심리학자들도 인간의 강점과 덕목, 그리고 이것을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보험적용 대상 확대에 따른 보험사들의 요구와, 70년대부터 시작된 근거중심의학 운동으로 인해 임상심리학에서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외에 자살, 자해, 중독, 외상(트라우마) 등이 임상심리학의 핫한 연구주제이며, 코로나 위기때는 코로나 블루가 주요 연구주제로 떠올랐다.

 

한국의 임상심리학은 국내 심리학계에서 위상이 높은 편으로, 한국심리학회의 제 1분과가 임상심리학이다. 2018년 기준 약 7000명의 회원이 있는데, 이중 임상심리전문가는 1500명이며 2600명은 국가 자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산하에 20개의 연구회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임상심리학회지: 연구와 실제>와 <한국심리학회지: 임상심리 연구와 실제>를 발간하고 있다. 전자는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어 영논문만 투고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한국임상심리학회 산하 연구회는 다음과 같다.

 
  • 정신병리 연구회
  • 한국정신분석 연구회
  • 인지행동치료 연구회
  • 발달정신병리연구회
  • 아동청소년 심리치료 연구회
  • 영유아 임상 연구회
  • 임상명상치료 연구회
  • 게슈탈트 연구회
  • 성 치료 및 수면 연구회
  • 신경심리연구회
  • 부부 문제 및 치료 연구회
  • 트라우마 심리치료 연구회
  • 자살예방 및 위기 상담 연구회
  • 학교진로심리 연구회
  • 행동 의학 연구회
  • 심리부검 연구회
  • 법 심리 평가 및 치료 연구회
  • 멘탈휘트니스 긍정 심리 연구회
  • 지역사회심리자문 연구회
  • 지역연계심리지원 연구회
 

한국의 임상심리학은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임상가들이 피해자들을 지원하는데 투입되었고,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내면서 임상심리학의 입지가 올라갔다. 이후 민간과 정부기관에 많은 심리학자가 공무원으로 채용되고 있고(주로 9급으로), 2017년 서울시에서는 송파구와 도봉구, 양산구에 종합적인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심리지원센터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의협과의 다툼과 조직력 부족으로 인해 심리학계의 견해가 한국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현재 한국의 임상심리 제도는 비전문가가 전문가 타이틀을 달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의협의 알력으로 인해 2018년 보건부는 임상가의 CBT 시행에 급여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병원에서 CBT 시행의 감소와, 전반적인 CBT 비용의 증가를 불러왔다. 2019년에는 심리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업치료사가 정신건강요원에 포함되었다.

 

다른 분야와의 비교

정신질환자들과 관련된 학문은 임상심리학만 있는게 아니다. 정신의학, 사회복지학, 간호학 등도 정신질환을 다루고, 미술치료나 음악치료처럼 어떠한 치료기법들도 임상가 집단 외부에서 활동한다. 상담심리학도 임상심리학과 구분되는 점이 존재한다. 이상적인 것은 이들 전문가가 정신과 의사 아래 협업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간의 알력과 권력다툼이 상당하다. 

 

정신의학자들은 통합적인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이해한다. 이들은 정신질환의 생리적/심리적 측면을 모두 이해하지만, 주로 생물의학적(bio-medical) 모델에 근거하여 정신질환을 바라본다. 그래서 대부분은 심리평가를 수행할 능력이 없어서 임상심리사가 이를 대행한다. 대신 정신질환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받기 때문에 다른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통솔한다. 현재 임상심리사는 정신과 의사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하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러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임상심리사의 지위를 정신과 의사보다 밑에 두고 있고, 임상가들은 이에 항의하여 자신들에 대한 의료인 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정신건강사회복지학은 사회복지학의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바라본다. 이들은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사회환경적 요인에 주목하고 사회환경적 개입을 통해 이를 줄이고자 한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라고 불리며, 주로 병원이나 공적인 정신건강기관에서 근무한다. 정신건강간호사는 간호사 중 정신과에서 일하는 간호사들로, 간호사들은 정신질환의 특성과 정신질환 간호의 특수성을 이해하여야 이 분야에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 이들 중 어떤 경우는 병원이 아니라 지역의 정신건강센터에서 환자들을 돌본다.

 

이외에도 미술치료나 음악치료, 무용치료 등 다양한 치료기법을 통해 정신질환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접근법은 많은 경우에 유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검증체계가 부족하여 전문성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힘들다. 재활치료나 직업치료같은 기법은 정신질환의 치료보다는 치료된 환자들의 재활에 초점을 두는데,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직업치료사는 정신건강요원 중 하나로 인정되었다.

 

한국의 임상심리 제도

한국은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임상가들에게 특별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격을 인정받는 임상심리사 자격증은 총 3가지인데,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가 있다. 임상심리전문가는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부여한다.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 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석사 이상을 취득해야 하며,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고, 모든 자격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시험과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3가지 기준 중 가장 엄격하기 때문에 비록 민간 자격이지만 많은 대학과 의료기관에서 이를 인정한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국가에서 부여하는 자격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며 1급과 2급이 구분된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임상가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에세 정신건강 전문요원의 자격을 부여하는데,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자격증은 이중 임상가를 구별하기 위해 주어진다.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들이 시험을 봐서 취득하는데, 1급은 석사 학위와 3년 이상의 수련 경력, 2급은 학사 학위와 1년 이상의 수련 경력이 요구된다. 보통 임상가들은 1급을 진정한 자격으로 쳐준다.

 

임상심리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부여하는 자격으로, 국가자격기술법에 근거하며 마찬가지로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1급은 석사 학위를 요구하며 2급은 학사 학위를 요구하지만, 어떤 분야의 학위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때문에 전문성이 없는 이들이 따기 쉽고, 국가자격기술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요구하는 능력수준이 매우 낮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거부하며, 다만 공무원 나으리들은 이걸 모르기 때문에 임상심리사를 임상가로 채용하는 병신같은 일도 자주 일어난다.

 

2020년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법 개정안에 의해 작업치료사가 정신건강 전문요원에 포함되었다. 이에 임상가들은 전문성이 의심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들에게 자격이 부여되었다며 국가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윤소하는 WHO에서 정신보건인력에 작업치료사를 포함했기 때문에 이는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래저래 WHO가 문제다.

 

임상심리전문가

임상심리전문가는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부여하는 임상가 자격증이다. 한국심리학회 윤리강령 제 2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해당 조문에서는 학회에서 인정받는 기관에서 임상심리학을 이수하여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은 자 중 3년 이상 임상수련을 받고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자격을 인정받은 자에게 임상심리학에 대한 자격증을 부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임상심리학회에서는 임상심리전문가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자격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 총 수련시간
  1. 석사학위의 경우 3000시간 이상. 다만 관례적으로 1000시간을 1년과 동일시한다.
  2. 박사과정의 경우 2000시간 이상
  3. 박사학위는 1000시간
  • 심리평가: 요구시간의 50%는 신경심리평가나 재활평가도 인정된다.
  1. 석사의 경우 300시간 이상 종합평가 30례 이상 실시
  2. 박사과정은 200시간 이상 20례 이상 실시
  3. 박사학위자는 150시간 이상 15례 이상
  • 심리치료: 모든 사례는 임상가의 감독에 따라서 실시되어야 한다. 요구시간의 교육분석 시간도 인정된다.
  • 학술회의나 사례회의의 참가: 학술대회는 30시간 이상, 사례회의는 1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 심리치료 사례발표: 4시간 동안 2회 이상 실시하여야 하며, 그중 1회는 포스터발표로 대체가능하다. 
  • 연구: 논문 1편 이상을 제 1저자로서 발표해야 한다.
  • 대외협력: 10시간 이상의 관련 봉사경력
  • 윤리 교육 1회 이상 수강
  • 기타 수련 활동 및 대학원 학점

 

1.1.임상면접(평가면접)

평가면접은 임상가가 내담자에게서 정보를 취득하여 심리평가와 진단을 수행하는 면접을 말한다. 제임스 모리슨은 좋은 면접자는 내담자와 양호한 치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진단에 필요한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는 임상가라고 말했다. 임상면접에서 임상가는 내담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라포를 형성하며, 내담자의 문제를 진단한다. 임상면접은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면담에 대한 설명은 상담구조화와 비슷하다. 임상가는 환자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면담 소요시간과 횟수, 목적, 구성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한다. 또한 녹음과 녹화에 대한 동의도 이때 받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면담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한데, 입담이 좋은 사람들은 이걸 잘한다. 당신이 유재석 급으로 입담이 좋지 못하다면, 인적사항 중 2-3가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임상면접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공간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불편하고 긴장되는 공간에서는 내담자가 자기 얘기를 하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내담자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도록 독립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에서 실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화는 무음모드로 돌려놓고 문에는 상담이 진행중이라는 표식을 해두어야 한다. 공간은 깔끔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명패나 전문서적 등으로 임상가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것은 내담자가 임상가를 신뢰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임상가는 내담자에 대해 비밀보장의 의무를 가진다. 즉 치료 장면에서 임상가와 오고간 모든 내용은 철저히 기밀에 부쳐져야 한다. 내담자의 개인정보는 당연히 엄수되어야 하고 일정 기간 보관한 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폐기해야 한다. 또한 내담자가 한 말이나 중간에 있었던 일 모두 절대로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되며, 말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내담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강의중 언급되는 사례들도 동의를 거쳤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다음 4가지 사항에 대해서, 임상가는 불필요한 비밀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일부 정보를 외부에 노출해야 한다.

 

  • 필요한 전문적인 서비슬 제공하기 위한 경우
  • 전문적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
  • 사람들을 상해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이는 아래 tarasoff requirement에 해당한다.
  • 내담자에게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 경우

 

tarasoff requirement는 내담자가 타인에게 해악을 행사할 위험을 상담자가 감지할 시 즉시 사법기관에 이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이다. 이는 70년대에 벌어진 타라소프 살인사건에 의해 제정되었다. 당시 상담사 로렌스 무어는 내담자 프로센짓 포다와 상담을 진행하던 도중 포다가 같은 학교의 여대생 타라소프를 자신을 찼다는 이유로 살해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무어는 비밀보장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이를 묵인했다. 그러자 포다는 실제로 타라소프를 살해했고,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유가족이 무어에게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때 당시 법원에서는 무어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했는데, 이때 함께 명시된게 tarasoff requirement이다. 이후 상담자뿐만 아니라 모든 임상가들은 내담자가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을 발견했을때 이를 사법기관에 알릴 의무가 부과되었으며, 이를 어길시 미국에서는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

 

임상면접에 임하는 임상가는 자신의 전문성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내담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담자를 안심시키고 임상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서적으로 책장을 채우거나, 각종 명패를 벽에 장식하는 것이 고려된다. 또한 임상가는 내담자와의 신체적 접촉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임상가는 내담자와의 신체적 접촉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중요해서 두번 적었다. 그리고 임상가는 다문화 민감성을 갖는게 좋은데, 문화/종교/젠더에 대한 좋은 민감함은 내담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에게 전문성을 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자랑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임상가는 자신이 환자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환자가 호소하는 문제에 숙달되어 있다고 인식시켜야 한다. 말이 많은 환자는 비구조화된 면접이 적절하나, 혼란스러워 하거나 아무 말이 없는 환자는 구조화된 면접이 더 적절하다. CBT 같은 경우 임상가는 후기에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임상가는 환자에게 질병에 대한 관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녹음 및 녹화, 관찰에 대한 동의 

어떤 경우에는 치료 과정을 녹음하거나 녹화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교육적 목적으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임상가를 감독하는 슈퍼바이저를 위한 것으로 슈퍼바이저가 녹음본/녹화본을 보고 임상가에게 피드백하기 위한 용도이다. 이런 경우 아예 슈퍼바이저가 상담실에서 임상가와 내담자를 관찰하기도 하는데, 어느 경우이든 내담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녹음/녹화/관찰 등에 대해 동의를 구할때 내담자는 이를 행하는 이유와 필요성에 대한 정보를 같이 제공받아야 한다. 또한 내담자가 이를 거부할 권리 또한 가지고 있으며, 다만 이런 경우 상담자의 메모 등으로 기록을 대체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녹음/녹화에 대해 동의를 얻으면, 해당 녹음본/녹화본은 해당 기관에서 정해진 원칙에 따라 보관/폐기되어야 하며 이러한 절차가 내담자에게도 공유되어야 한다. 녹음/녹화/관찰에 대해 임상가가 내담자에게 정보를 제공할때, 정보에는 1)임상가가 다른 임상가와 규칙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녹화본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을수도 있다는 점, 2)이러한 기록물을 통해 슈퍼바이저와 대화하는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 3)기록물이 임상가와 내담자의 상호작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등이 포함된다.

 

임상면접의 유형

MSE(정신장애 진단평가)는 환자의 심리적/행동적 기능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주로 환자의 감각 및 인지기능, 지각, 사고, 정서, 행동을 평가한다. 진단면접은 특정 분류체계 내에서 환자의 정신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실시하는 임상면접인데, 보통 DSM에 기초하여 실시되며 매우 구조화되어 있어 타당성이 높고 초보 임상가도 잘 수행한다. DSM-5에 기반한 SCID-5(Structured Clinical Interview for DSM-5) 절차나 자살위험성 선별검사, SITBI(Self-Injurious Thought and Behaviors)가 여기 속한다.

 

위기면접은 위기상황에 놓인 환자를 지원하는데 목적을 둔 임상면접이다. 여기서 위기상황은 자살 시도나 직간접적인 타인의 죽음 경험, 외상 사건 등이 포함된다. 위기면접도 진단면접과 마찬가지로 매우 구조화된 면접 기법이 사용된다.

 

공감

임상심리학에서 공감은 임상가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내담자의 준거 체계를 취해서 내담자의 시각으로 내담자와 세계를 보고, 이를 통해 동질적 이해를 구축하여 의사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동정이나 연민과 달리, 임상가는 내담자의 감정에 함물되지 않으면서 관찰자의 위치를 계속 고수해야 한다. 공감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틀이며 라포를 형성하는 기본 틀이다. 때문에 공감은 심리치료와 상담에서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 상담에서 공감은 공감의 정도에 따라 carkhuff가 제시한 아래의 5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공감의 깊이와 상관없이 임상가는 내담자에게 공감하되 관찰자의 위치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의하라.

 

  1. 내담자의 말에 주의하지 않거나 주제를 돌리는 단계이다. 이거는 공감도 뭣도 아니다.
  2. 임상가가 내담자의 어떤 말은 주의를 기울이지만 다른 말은 그렇지 않은 단계이다. 선택적 경청이 이때 나타나기 쉽다.
  3. 본격적으로 공감이라 부를만한 단계로, 이 단계에서 임상가는 내담자와 감정을 교환할 수 있으며 내담자의 표현된 감정을 내담자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다.
  4. 내담자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져, 이제 내담자가 구태여 말하지 않은 부분도 알아챌 수 있다.
  5. 가장 깊이 공감한 상태로, 이 단계의 임상가는 오히려 내담자보다 내담자의 마음을 더 잘 안다. 5단계 공감에서 임상가는 내담자가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해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내담자에게 자기통찰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공감을 잘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추임새를 넣어줘야 한다. 말을 유창하게 하면 도움이 되는데, '좀'이나 '어허', '있잖아요'같은 표현을 남용하거나 과도하게 치장하고 포장하면 공감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담자가 할 말을 앞서 말하거나 뒤늦게 내담자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하다. 요는 공감에 있어서도 내담자의 속도와 맞춰서 내담자가 느끼는 지금 그대로의 느낌을 임상가도 느낀다고 보여줘야 한다. 또한 자신이 공감하고 있다는 제스처는 되도록 비언어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감의 기본은 경청으로, 경청 자체가 내담자에게 공감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경청을 통해 얻은 소재로 제대로된 반응을 해줄 수 있다. 말을 들어야 이해를 하는게 원래 상식이다.

 

공감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의 일부는 선천적이다. 그러나 임상가는 또한 훈련을 통해 업무에 필요한 만큼은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임상가는 임상 장면에서 필요한 만큼의 공감 능력을 길러야 하며, 모리슨은 환자가 나와 얘기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지 수시로 되새기라고 조언하였다.

 

라포

라포(therapeutic alliance, 치료적 동맹)는 임상가와 환자가 형성하는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로, 심리치료나 상담을 진행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자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심리치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자신을 개방해야 하는데, 환자가 자신의 마음과 숨겨진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임상가와의 굳건한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라포는 환자에게 친밀감, 안전에 대한 신뢰, 임상가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여 환자가 안심하고 자신을 개방하도록 돕는다.

 

친밀감은 말 그대로 환자가 임상가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상태이다. 친밀감을 형성하는데는 첫인상이 큰 영향을 끼치는데, 환자의 특성에 따라 첫인상이 주는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인구학적 특징에 따라 첫인상을 달리 주어야 한다. 이는 부르는 호칭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인 친밀감은 환자가 임상가에게 아래와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 임상가는 매력적인 사람이고 호감이 느껴진다.
  • 임상가는 따뜻하고 편하고 멋있고 좋다.(꽤 드문 경우로, 아주 잘 형성되었다는 증거이다.)
  • 임상가는 나를 좋아하고, 우호적이며, 배려하고 존중해준다.(좋아한다는 말은 연애감정이 아니다)
  • 임상가와 나는 친하다.

 

안전 신뢰는 환자가 임상가와의 관계에서 안전함을 느낀다는 말이다. 임상가와의 관계가 자신에게 안전하면 환자는 자신의 숨겨진 내면을 드러낼 수 있다. 환자가 치료 초기에 드러내는 불편감을 일찍 잡아내어 해소하거나 완화해주면(치료 관련 작업에서 불편감을 느끼면 해소할 수 없다) 안전 신뢰를 보다 빨리 쌓을 수 있다. 이상적인 안전 신뢰 상황에서 환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 임상가는 나에게 선한 동기를 가지고 행동한다.(이는 강한 치료적 동맹과 낮은 방어로 이어진다)
  • 임상가는 진실한 사람이고 나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한다.(상담의 경우, 이는 상담자의 자기개방을 통해 가능하다)
  • 임상가는 내 권리를 보호해주고 내 편이다.(공감적 태도가 이를 촉진)
  • 임상가에게 나의 사적 경험을 노출하거나 부정적 경험을 개방해도 치료자는 나를 수용하고 지지해줄 것이다.(치료자의 무비판적인 태도에 기인한다. 사실 상담의 경우 내담자의 행동을 사적으로 평가하는 일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한 일이며 전문적이지 못한 일이다)
  • 임상가에게 나의 비밀을 이야기해도 비밀이 굳게 유지될 것이다.

 

능력 신뢰는 환자가 임상가의 치료능력을 신뢰한다는 말이다. 이를 증진하기 위해 임상가들은 자신의 약력이나 경력을 적은 명패를 부착하며(이는 의사도 비슷하다), 자신의 성공경험을 얘기해 주기도 한다. 이상적인 능력 신뢰 상황에서 환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 임상가는 성숙한 사람으로, 똑똑하고 지혜롭다.
  • 임상가는 전문가로, 적절한 학력과 자격, 경력을 가지고 있다.
  • 임상가는 나의 문제를 바르게 평가/진단할 수 있고, 대안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임상가는 내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변화하도록 도울 능력이 충분하다.
 
코로나 위기 이후 비대면상담이 확산되면서 임상가들은 기존에 상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탄탄한 라포가 가능한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가령 얼굴을 맞대고 하는게 아니라 전화나 문자로 상담하면 라포가 잘 형성될 수 있는가? 연구에 따르면 세팅이 잘 되었을때 원격상담은 일반상담과 효과의 차이가 없지만, 원격상담의 경우에는 긴급사태 시에 적절한 개입이 어려울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상담자 없이 매뉴얼이나 프로그램에게 상담을 받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것이 효과가 있는지, 매뉴얼이나 프로그램과 라포를 맺는게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라포 형성 요인

라포가 잘 만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요인들은 라포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요인들은 환경 변인, 상담자 변인, 내담자 변인, 상호작용 변인으로 나눌 수 있다.

 

환경 변인에는 상담실 공간이 있다. 치료가 다른 공간과 독립된 상담 전용 공간에서 이뤄지면 라포 형성이 촉진된다. 이는 상담실 공간 자체가 일상에서 일정부분 단절되어 있기 때문인데, 비슷하게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이나 다른 요인에 방해받기 힘든 공간이 라포 형성에 유리하다. 아울러 상담실은 청결하고 안정되어야 한다.

 

상담자 변인에는 임상가의 학력, 자격, 경력, 치료이론에 대한 지식, 역할수행능력, 인격적 성숙, 윤리의식, 대인매력 등이 있다. 특히 인격적으로 성숙된 임상가는 자신의 역동을 적절히 통제하고 오히려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윤리의식이 높은 임상가는 자신의 능력을 쉽게 공개하는데, 이러한 임상가의 자기개방이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된다.

 

내담자 변인은 사실 상담자 변인보다 더 중요하다. 내담자 변인에는 내담자의 연령, 성별, 문제유형, 상담동기와 기대, 상담경험, 상담지식, 성격, 대인관계 방식, SES 등이 있다. 보통 어린 환자가 라포 형성이 쉽고, 여성이 라포의 형성과 강화가 쉽다. 반대로 남성은 문제해결적 대처방식을 취해서 라포 형성이 어려운데, 이는 문화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정서나 성격이 주된 문제인 경우 라포 형성이 쉬우며, 이전 치료경험이 어떻게 끝났는지에 따라 환자가 치료에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상담의 경우 내담자가 상담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경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는데, 내담자가 라포를 형성하려는 상담자의 시도를 탐지하고 여기에 호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겉보기에는 라포가 형성된 것처럼 보여도, 마음의 장벽이 드러나지 않은 채 자리할 수 있다. 한편 SES가 중요한 내담자 변인인 이유는, 사회경제적 위치가 삶의 방식과 관심주제를 일부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들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상호작용 변인에는 임상가와 내담자간의 의사소통, 치료기관에의 접근성, 임상가-내담자간의 유사성, 긍정적 평가와 상호간 자기노출이 있다. 긍정적 평가는 임상가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중요한데, 환자가 비관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향후 치료에도 비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포의 형성

라포는 총 5단계에 걸쳐 형성된다. 여기서 3단계까지는 초기 단계에 완료되어야 하며, 4단계부터는 중기 단계부터 진행된다.

 

  1. 알아차림: 먼저 임상가는 환자와 환자의 행동, 그 맥락을 발견한다. 
  2. 맞추기: 환자를 알아차린 치료자는 이제 자신의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을 환자의 것과 일치시킨다. 여기에는 행동 따라하기는 물론 배려, 반영하기, 타당화가 포함된다. 타당화는 환자의 이야기를 환자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으로, 치료자가 환자에게 맞춰줌으로써 공감의 토대가 쌓인다.
  3. 라포 형성하기: 치료자는 환자에게 계속 맞춰주면서 관계를 강화하고 위에서 언급한 3가지가 실현되도록 한다.
  4. 이끌기: 라포가 형성되면 치료자는 탄탄한 라포에 기반하여 환자에게 본격적으로 개입한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도록 하거나, 환자의 변화를 촉진한다. 라포가 약하면 이끌기로 인해 라포가 사라질 수도 있다.
  5. 저항: 이끌기가 나타나면 환자는 저항하기 시작한다. 이는 의식적/무의식적 방어로 나타나며 방어의 핵심은 맞추기 단계로 돌아가자는 요구이다. 치료자는 저항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이를 치료의 진전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라포 만들기

아래에서 제시되는 사항은 라포를 만들기 위해 임상가가 가져야 하는 태도 및 행동들이다. 핵심적으로 임상가는 환자를 존중해주고 자신을 적절히 개방해야 한다.

 

  • 환자의 걱정거리에 관심갖기. 임상가는 자신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이 있음을 환자가 알도록 해야 한다. 그게 설령 악마의 침공을 두려워하는 조현병 환자라도 마찬가지다.
  • 개인적 반응 보류: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에 저마다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임상가도 마찬가지지만, 치료 도중에는 이를 숨겨야 한다. 임상가는 사이다패스마냥 환자를 지적하고 비판해서는 안되며, 대신 경청하고 존중감을 드러내어 환자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혹 자기 행동에 대해 의견을 묻는 환자가 있는데, 그러면 거기 응하지 말고 오히려 그 질문을 분석의 도구로 써야 한다.(이를 드러내어 물타기를 해야 한다)
  • 환자의 자율성 인정하기. 물론 어떤 치료는 환자의 자율성이 거의 무시된 채 진행되지만, 특히 상담의 경우 내담자에게 상담을 진행하고 종결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자율성을 존중하는 일은 환자의 자존감을 보존하는 좋은 방법이다. 임상가는 자신의 그릇된 신념에 기인하여 환자를 억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 문화적 차이 존중.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문화를 가져오지 않아도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사소한 일이 중요한 일이 될 수 있고, 중요한 일이 사소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임상가가 할 일은 자기 가치관을 내세우며 환자의 고민을 평가절하하는게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중요한 일에 공감해 주는 것이다.
  • 환자의 책임감 존중하기. 상담의 경우 많은 내담자가 자기 일을 책임질 충분한 능력이 있다. 이때 상담자가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독려하면 내담자가 존중감을 느끼면서 자존감도 발달하게 된다.
  • 임상가의 자존감 유지. 환자 기 세워준다고 자기비하 늘어놓는 일은 별로 권장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타인도 존중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가는 자신의 자존감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자기비하같은 그릇된 언행이 환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환자의 영향 인식. 환자의 생각이나 정서 일부는 임상가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그것이 강렬하거나 임상가의 역동과 관련된 경우 그러하다. 임상가는 이를 잘 탐지하고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 자기노출. 임상가의 자기노출은 내담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한다. 다만 과장된 자기비하나 가식적인 자기노출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임상가의 자기노출은 적절한 시기에 목적과 계획을 명확히 한 상태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로저스는 라포를 만들기 위해 임상가들은 항상 다음의 3가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
  • 일치성/진솔성(congruence/genuineness). 초보 임상가가 하기 힘든 부분으로, 임상가는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물어보고 추가 탐색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래의 지침은 역시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제시된 지침이다.
 
  • 면담에 대해 미리 설명한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임상 장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자연스럽게 면담에 들어간다.
  • 정보가 흘러나오도록 촉진한다.
  • 환자의 감정에 연결된다.
  • 전문성을 보인다.

 

라포 평가

치료의 초기 단계에서는 회기를 마치면서 질문을 통해 라포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는지 평가한다. 다른 방법으로도 라포가 잘 형성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만약 환자가 상담자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자기 얘기를 먼저 하면서 자발적으로 반응하거나, 자기주장이나 의견을 표현하며 불쾌감을 드러내면 이는 라포가 형성되었다는 증거이다. 자신을 방어하는 환자들은 '그래도'나 '그러나'와 같은 단어를 자주 쓰는데, 이 단어가 사라졌다면 이도 라포가 잘 형성되었다는 징후이다. 라포가 형성된 환자들은 임상가의 의도를 은연중에 읽을 수 있는데, 가령 임상가가 어떤 과제를 낼 때 이것이 임상가의 선한 의도에서 나왔음을 짐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강한 신뢰의 증거로, 강한 라포의 증거이다. 

 

이끌기 단계에서 잘못하면 라포가 깨질 수도 있으며, 라포가 형성된 이후에도 계속 관리하지 않으면 역시 깨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임상가는 라포를 다시 형성해야 한다. 이는 환자에 대해 지지하기, 공감, 명료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만약 라포가 깨진 이유가 임상가의 실수에 있다면, 임상가가 이를 명확하게 인정해야 라포의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

 

온라인 상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온라인 상담에 시큰둥하던 임상가들도 원격 상담에 보다 더 많은 신경을 들이게 되었다. 온라인 상담의 효과성과 윤리성에 대해서는 코로나 이전에도 아주 다양한 논의가 있었으며,[각주:1] 2020년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임상가가 부정적이었으나 이때에도 이것이 효과적일수 있다는 연구[각주:2]는 있었다.

 

온라인 상담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까지 온라인 상담에서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힘들었으며, 줌을 사용해도 실제 대화보다는 힘든 면이 있다. 또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때 상담자가 개입하는 방법도 매우 어렵다.[각주:3] 그리고 온라인 억제 효과도 고려되어야 하는데, 온라인 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각주:4]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더 깊게 자기노출을 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말한다.

 

 

2.심리평가

심리평가는 개인의 부적응적 문제와 그 밖의 장점, 심리적 자원 등 개인의 다양한 심리적 속성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면서 개인이 가진 문제의 성질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진단하는 절차이다. cronbach는 심리검사를 두 사람 이상의 행동을 비교하는 체계적 과정으로 정의했으며, anastasi는 행동표본을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측정하는 기법이다. 상담센터나 정신과, 심리학 연구실에서 많이 사용되며, 문제의 진단과 치료방침 결정, 치료효과의 판단과 같은 임상적 목적 외에도 개인/집단의 인지적 기능이나 적성/성격 판단, 피해보상을 위한 정신감정, 인사선발을 위한 적성/성격 평가와 같은 목적을 위해 행해지기도 한다. 

 

심리평가를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심리평가(psychological assessment)와 심리검사(psychological testing)의 차이점을 구별하는게 좋다. 심리검사는 위에서 말했듯이 행동을 객관적이고 표준화하여 측정하는 도구이다. 반면 심리평가는 심리검사뿐만 아니라 피검자에 대한 기본정보, 면담, 행동관찰이 전문지식과 결합된 형태로, 한번의 시행을 통해 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객관적, 심층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이다. 여기서 심리평가가 한번의 시행으로 그치는 이유는 여러번의 검사 수행이 연습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며, 한번의 시행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성급한 일반화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풀배터리 검사에 포함된 다양한 검사로 여러 영역을 중첩하여 측정한다. 이러한 심리검사들은 인구집단을 제대로 대표하도록 엄선된 표본으로 대상으로 표준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을 객관적으로 측정, 비교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준다.  

 

심리검사는 면담이나 행동관찰에서 얻은 정보를 통합하고 거기 섞여나오는 왜곡(방어가 심할때 더 심해진다)을 파악하는데 중심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평가에서의 결과는 심리검사 결과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심리검사는 그 특성상 다른 과학적 검사보다도 오류가 날 확률이 높다. 몇가지 방법이 심리검사의 오류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을 줄수 있다. 먼저 심리검사는 최대한 타당도가 높은 것을 써야 한다. 또한 최대한 다양한 검사를 사용하면 하나에 오류가 나도 만회가 쉬우며, 그렇다고 무슨 열몆개씩 검사를 끼얹었다간 내담자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나 자폐아처럼 검사수행이 힘든 경우 다른 지표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심리평가에 대한 실증적 연구[각주:5]는 일반적으로 임상가보다는 잘 정립된 공식을 사용하는게 진단과 예후 파악에서 훨씬 정확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는데, 다만 이 연구가 진단기준과 근거중심의학이 매우 부족했던 90년대 즈음에 수행되었다는 점을 주의하라.

 

심리평가는 평가목적의 명료화에서 시작해서, 검사자가 자료수집 계획을 세우고 자료수집 실시를 하는 수순으로 나아간다. 자료수집은 면접이나 행동관찰, 심리검사를 통해 실시되며 최근에는 신경심리검사 등 생리적 측정치도 사용된다. 이렇게 자료가 수집되면 검사자는 자료를 해석하고 통합해서 평가를 내리며, 이를 바탕으로 임상적 진단을 실시한다.

 

어떤 심리검사는 직접적으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데 사용된다. 이는 WAIS하고는 다르다. 이런 검사들은 신뢰도와 타당도에 더불어 민감도와 특이도도 고려해야 한다. 민감도는 진단하고자 하는 정신질환이 실제로 있을때 이 도구로 이를 진단할 수 있는 정도이고, 특이도는 정신질환이 없을때 이를 알아차릴 정도이다. 이외에 심리평가에 사용되는 심리검사는 관찰자 신뢰도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

 

심리평가의 사회윤리

최근 심리학이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심리평가도 사회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이는 심리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이점도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심리평가가 자주 사용되는 만큼 일반교육자나 학부모, 목사 등 비전문가들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의도치 않게 곡해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한 심리검사가 기업과 결합되면서 결함있는 검사가 마구 쏟아지고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남용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APA와 한국심리학회는 심리학자가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검사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많은 심리검사 출판사에서도 검사의 실시, 채점, 해석이 가능한 개인에게만 판매하도록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령 MMPI 출판사인 마음사랑은 MMPI를 임상심리 자격증 보유자에게만 판매하고, MMPI 워크샵을 15시간 이상 이수하고 정신병리 관련 교육을 받은(심리학과는 이것이 제외된다) 사람에게만 해석툴을 제공한다.

 

심리평가는 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파악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생활 관련 이슈도 심리평가와 관련되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 감정, 공포, 열망 등을 얼마나 드러낼지의 자유를 가지며, 피검자는 검사자에게 검사의 목적과 결과 활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심리평가는 실시 이전에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고, 선택권이 충분히 고지되어야 한다. 이는 특히 기업의 인사선발에서 심리평가를 사용하는 경우 중요한데, 심리학자들은 인사선발에 MMPI-2가 활용되는 경우 실시자는 반드시 피검자에게 검사의 적합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각주:6]

 

이외에 심리평가가 특정 계층에 편향되었다는 지적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MMPI는 제작 초창기에 백인중심적이라는 항의를 받았는데, 이는 검사가 대학을 다닐수 있는 중산층 백인을 대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PCL-R도 백인에게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있으며, CES-D와 GSD에서도 인종 편향이 발견되었다. 이는 심리검사를 만들때 표준화를 주의깊게 해야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심리평가의 현재(2021)

최근의 심리평가는 근거기반평가(Evidence-Based Assessment, EBA)가 강조되고 있다. EBA는 심리평가의 구성개념과 도구, 평가의 전개방식이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EBA를 지지하는 이들은 심리평가가 심리측정학적으로 건전하고 과학적 이론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투사검사는 빠르게 객관적 검사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한편 인터넷 검사가 효용성이 있는지는 아주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현재 심리검사에서 컴퓨터의 역할을 아주 커지고 있는데, 실제로 국내에서 MMPI 채점은 컴퓨터로 이뤄지며 이는 비용을 줄이고 피검자의 주의력과 동기를 높이면서 표준화된 절차대로 시행되기 때문에 이득이 된다. 문제는 CBTIs로, CBTIs(Computer-Based Test Interpretations, 컴퓨터 기반 검사 해석)는 오로지 컴퓨터로만 검사를 실시, 채점,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에 뿌려진 거의 모든 심리검사가 CBTIs이나 이것이 임상적 효용성을 지니는지는 증명된 바 없다. 

 

CBTIs가 기존의 심리검사와 동일하게 심리측정학적으로 건전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런 검사는 검사상황에서 혼입변인을 통제할 수단이 없으며, 피검자 개인에 초점을 둔 해석이 어렵고 사이버환경 특성상 보안이 취약하다. 이렇듯 많은 문제가 있으나 CBTIs는 비용상 이점도 있고 무엇보다 너무 많이 퍼졌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절충안으로 인터넷 검사 여부를 임상가가 결정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심리검사의 측정대상

심리검사는 인간정신의 다양한 면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검사들은 한 기능을 다각도로 측정하거나, 여러 기능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심리평가와 치료에 필요한 다양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정신질환자는 특정 기능만 손상되거나 기능의 손상정도에서 특정한 패턴을 보이는데, 이는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내담자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 인지적 기능(WAIS, 로르샤흐 검사): 인지능력은 '인간의 뼈대'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하다. 많은 사람은 한 개인의 인지적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오해하지만, 개인의 인지적 능력은 그 개인이 가능한 능력 범위를 알려주고, 심각한 정신상태는 인지기능에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인지적 능력의 손상은 정신질환의 존재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의 또다른 오해는 인지적 능력이 아이큐 하나라는 것이다. 주의력, 기억력, 지남력(현재 시공간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인지적 기능이 평가되어야 하며 이것들이 아이큐보다 더 유용하다.
  • 정서경험과 표현(MMPI, 로르샤흐 검사): 인지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정서도 중요하다. 정서의 양과 내용, 방향은 역동에 대한 정보도 줄지 모른다. 행동관찰 시에도 여기에 주의를 두어야 한다.
  • 동기수준과 욕구(MMPI, 로르샤흐 검사, SCT, 인물화 검사, TAT): 치료에 대한 동기와 현재 가지고 있는 욕구는 앞으로 치료를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중요하다. 
  • 성격특성과 역동, 내적 갈등(MMPI, 투사검사): 역동은 특히 정신분석 치료에서 주목하지만 다른 치료에서도 주목하기는 마찬가지다.
  • 주요 방어기제: 많은 임상가들은 방어기제의 중요함을 무시하지 않는다. 현재 인지과학은 방어기제에 별로 주목하지 않지만 인간을 이해하려면 방어기제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필자는 방어기제에 대한 뇌과학적, 성격심리학적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 대인관계 양상과 특징적인 행동양식,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점과 자원.

 

 

정신장애의 진단

​정신장애의 진단(diagnosis)은 '심리적 증상을 가진 사람을 분류체계에 따라 특정 진단기준에 할당하는 작업'을 말한다. 여기서 diagnosis는 구별, 식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환자들이 앓고 있는 이상행동은 서로 매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놀랄 만큼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도의 심리학/정신병리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에 기반하여 적절한 심리평가를 거쳐 환자의 문제를 진단한다.

 

정신장애는 보통 범주적 분류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범주적 분류는 정신장애를 증상의 질적 차이에 따라 불연속적인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가령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거나, 성격을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나누는 것과 같다. 이러한 범주적 분류는 정신장애 진단이 탄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주류로 사용되고 있으나 증상의 특이성과 심각도에 대한 정보를 잘 담지 못한다. 반면 차원적 분류는 정신장애를 양적인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가령 같은 우울증 환자라도 우울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다시 나누는 것이다. 차원적 분류를 사용하는 경우 의사는 환자를 증세의 심각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중증도, 최중증도로 나눈다. 차원적 분류를 취하는 전문가는 근래에 들어 늘어나고 있다.

 

정신장애를 진단하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은 DSM이다. DSM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하는 진단기준으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의 약자이다. 주로 북미와 호주, 동아시아에서 정신장애를 진단하는데 사용되며, 안에는 정신의학자들이 진단하는 모든 정신장애가 20개의 범주로 나열되어 있다. 1952년에 처음 DSM-1이 출판되었으며, 20세기 말 반정신의학 운동이 있은 이후 대대적으로 수정되었고, 21세기 현재는 DSM-5가 출판되었다. DSM-5는 이전판과 달리 환자를 여러 각도에서 평가하는 다축(multi-axis) 체계를 폐지하고 차원적 분류를 범주적 분류와 혼합한 혼합모델을 도입했으며, 9개의 새로운 정신장애와 8개의 추가예정 진단명(아직 존재가 확실시되지 않은 정신장애)을 포함하고 문화고유장애도 포함하였다. 또한 DSM 최초로 로마자 숫자가 아닌 아라비아 숫자로 명명된 DSM이다.

 

ICD는 국제질병분류법(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의 약자로, 질병을 진단하는 가장 공식적인 기준이다. 1900년에 ICD-1이 처음 발간되었고, 이후 WHO가 계속해서 개정판을 발간하고 있다. 모든 질병을 다루기 때문에 정신장애도 ICD에서 다루는데, 1939년 발간된 ICD-5부터 독립된 장으로 정신장애를 넣어 정신장애를 진단기준에 포함시켰다. ICD는 주로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사용되며 국가기관에서 공식적인 통계를 제출할때는 ICD 기준이 사용된다. 최근 2019년 5월 18일 ICD-11이 WHO에서 승인되어 보급되는데, ICD-11에서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을 정신장애로 분류하여 학계 내외에 많은 논쟁이 있다. 

 

진단분류체계도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보되어야 한다. 진단분류체계의 신뢰도는 진단자 간 신뢰도와 체계의 내적 일관성, 시간에 대한 안정성에 의해 결정된다. 진단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시간에 따라 진단이 변하거나, 정보수집에서 오류가 있었거나, 진단자가 편견에 기초하여 진단을 내리면 진단분류체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진단체계의 타당도는 정신장애의 임상적 특성과 원인, 경과, 치료에 대한 반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잘 변별하는 정도인데, 구성타당도와 공존타당도, 예언타당도, 그리고 단일 정신장애에서만 단일 원인이 공유되는 정도인 원인론적 타당도(etiological validity)에 의해 결정된다.

 

진단의 이점과 한계

정신장애 진단은 어떤 정신장애를 정의하면서 학계의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체계적 연구와 원인규명, 치료법 개발을 촉진한다. 이는 과학적 연구와 이론 개발에 기반을 제공하며, 환자간의 유사성과 차이를 인식하게 만들고 정신병리의 진행과 치료효과를 예상하는 것을 돕는다.(진단유용론) 그러나 진단은 환자의 개인적 특성에 대한 정보를 담지 못한다. 또한 진단은 환자에 대한 낙인을 찍어서 편견을 형성하고 자기실현적 예언을 발생시킬수 있는데, 이는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진단무용론) 근래에 들어 진단이 정신장애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단무용론과 진단유용론의 논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진단체계는 한 정신장애가 다른 정신장애가 분명히 구분되는 실재라고 말할 근거가 부족하다. 또한 같은 정신장애를 앓는 사람들 사이에도 상당한 개인차가 존재하며, 진단이 낙인이 되어 치료자에게는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에게는 자기실현적 예언을 촉발할 수도 있다. 진단기준은 충족하지 않더라도 임상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가능하며, 학자들은 현 진단체계가 상황요인을 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고 간편하면서도 각 연령에 가중치를 두어 진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진단시 유의점

정신장애 진단을 실시할때 임상가는 구조화/반구조화된 면접에 기초하여 환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특히 긴급상황에서 진단이 이뤄질때 그러하다. 또한 진단시 임상가는 자신의 진단을 지지하는 증거뿐만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증거에도 주의해야 하며, DSM이나 ICD에 근거해야 한다. 기억은 왜곡되기 쉽기 때문에 진단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기록된 이전 기록에 의거하여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진단은 기저율에 의거하여 실시되는게 바람직하다. 임상가는 환자의 인구통계적 특성과 맥락에 비추어 정신장애의 경과를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판단에 대해 환자나 동료에게 피드백을 구하면 좋다. 무엇보다 임상가는 오류없는 진단을 위해 평가대상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자료를 최대한 공부하고 최신 문헌에 익숙해야 한다. 만약 진단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고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임상가는 진단을 보류해야 한다. 또한 진단은 실제 정신장애와 더불어 진단을 통해 환자가 받을 이점도 고려해야 한다.

 

객관적 검사와 투사적 검사[각주:7]

심리검사는 형태에 따라 객관적 검사와 투사적 검사로 나뉜다. 객관적 검사(self-report, 자기보고 검사)는 명확히 주어진 선택지에 피검자가 응답하는 방식의 검사로, 다른 심리학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방​식이다. 객관적 검사는 실시가 아주 간편하고, 높은 신뢰도 및 타당도를 갖추고 있으며, 실시와 채점, 해석이 아주 객관적이다. 무엇보다 수련기간도 짧고 실시비용도 얼마 안되서 매우 경제적이다. 그러나 문항내용이 탐지하는게 제한적이고 왜곡이 쉽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척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피검자의 반응경향성(반응스타일), 즉 피검자가 긍정이나 부정쪽으로 편향되게 응답하는 경우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 다행히 WAIS와 MMPI는 이를 해결할 방법을 갖추고 있다.

 

투사적 검사(projective technique)는 어떤 모호한 반응을 유도하고 검사자가 이 반응을 해석하는 검사이다. 시중에 유명한 검사는 대개 투사검사이다. 투사검사는 검사하려고 목표한것 이외에도 피검자의 독특하면서도 심층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고, 의도적인 반응왜곡이 힘드며, 자유롭고 풍부한 반응을 얻을수 있다. 그러나 투사검사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부족하고, 검사자의 성별, 나이, 숙련도 등 검사자 특성이 피검자의 반응을 왜곡할 수 있으며, 실시하고 채점, 해석하는데 엄청난 수련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로르샤흐 검사의 경우, 신뢰도와 타당도는 확보되었지만 수련에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때문에 로르샤흐 검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임상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착각 상관과 같은 인간 오류때문에 검사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경향이나 의미를 있다고 믿을수도 있는데, 실제로 이에 대한 연구[각주:8]에서 숙련된 임상가와 학부생은 비슷한 인지적 오류를 범하였다. 최근 많은 병원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투사검사를 객관적 검사로 대체하고 있다.

 

풀배터리 검사

정신과에서 심리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검사는 풀 배터리(full batttery, 종합심리검사)라는 명칭으로 묶여있으며 이중 MMPI, WAIS, 로르샤흐 검사를 중심으로 검사가 시행된다. MMPI(Min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미네소타 다면성 인격 검사)는 성격을 검사하는 도구로, 대상의 성격과 정신병리를 파악한다. MMPI는 WAIS와 함께 잘 구조화되어 있고, 줄 내려찍기나 일부러 맞는 답만 고르기처럼 검사를 왜곡하는 경우도 감지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WAIS(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는 루마니아계 지능연구자 데이비드 웩슬러가 개발한 지능검사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능검사이며 신뢰도와 타당도 또한 높다. 이 검사는 피검자의 다양한 지적 능력을 검사하며, 아동을 위한 버전인 WISC(Wechsler Intelligence Scale for Children)도 존재하고 한국에서는 한국어로 표준화된 K-WAIS-4를 사용한다.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inkblot test)는 투사 검사로, 피검자가 제시된 얼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로 피검자의 정신을 평가한다. 비록 얼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표준화된 채점 체계가 존재하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제대로 실시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며 이것이 동반되지 않을시 정확도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심리적 역동을 알아보는 가장 강력한 검사이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임상가들이 로르샤흐 검사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WAIS는 주로 지능을 측정하는 검사로 많은 지능연구에서 애용된다. 이런 WAIS가 왜 풀배터리 검사에 포함되는지 의아할 수 있다. 실제로 지능검사는 창의성이나 사회적 기술과 같은 다른 적응적인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소수자(진짜 적은 수)에 대한 편향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능검사는 피검자의 학업과 직업적 성취도를 예견하고 지적 능력의 수준을 평가하며 인지적 능력에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게 해준다. 또한 개인의 성격적, 정서적 특성도 일부 WAIS에서 드러나며, 특히 뇌손상의 유무를 파악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고 이미 뇌손상이 있는 경우 손상이 얼마나 인지적 능력을 손상시켰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WAIS는 피검자가 검사를 수행할 능력이 안되는 경우 시행되지 않으며, 정신지체인 경우 대신 보호자에 의해 사회성숙도 검사를 실시한다.

 

MMPI는 개인의 성격과 정신병리를 평가하는 자기보고식 검사로, 최초로 경험적 문항선정 방법으로 제작된 검사이다. MMPI는 정신질환자 집단과 일반인 집단을 구분하는 여러개의 임상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한 피검자가 검사를 제대로 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타당도 척도들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MMPI는 피검자의 반응경향성과 과장의도, 축소의도를 알수 있고, 정신적 상태와 성격, 방어의 정도 등을 알수 있다. 현재는 MMPI-2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 MMPI는 다른 성격검사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특히 성인이 아닌 피검자의 경우 MMPI는 TCI로 대체될 수 있다.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는 cloninger가 제안한 기질 및 성품의 심리생물학적 모델에 기반한 객관식 검사로, 성격을 4개의 기질과 3개의 성격구조가 합쳐진 구조물로 본다. 임상가들은 TCI 원판보다는 리커트 척도를 사용하는 TCI-RS를 주로 사용한다.

 

이외에 TAT도 풀배터리에 포함된다. TAT(주제통각검사, Thematic Apperception Test)는 투사검사로, 개인과 환경의 관계를 알아보는 검사이다. 여기서 '통각'이라는 말은 경험이나 인식을 자기 의식에 통합하는 것을 말하는데, TAT는 여러 장의 그림을 피검자가 해석하게 하여 피검자가 외부에 받는 영향과 피검자의 욕구, 태도, 가치체계가 피검자와 세상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총 28개의 욕구와 24개의 환경압력이 개념화되어 있으며, 아동용 주제통각검사(CAT)도 있다. TAT 검사는 로르샤흐 검사를 보완하기 때문에 로르샤흐 검사와 함께 실시되는 것이 권장된다.

 

로르샤흐 검사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로샤)는 한국 풀배터리 검사에 포함된 메이저한 투사검사로, 무작위한 잉크얼룩에 대한 피검자의 응답을 토대로 피검자의 심리를 추론한다. 이 검사는 무의식적으로 투사되는 피검자의 문제해결방식, 사고방식, 내재된 욕구, 불안, 갈등 등을 탐지할 수 있으며 투사검사이기 때문에 내용을 방어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다. 비록 엑스너 체계가 도입되어 체계적인 채점이 가능하지만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기반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모호하며, 로르샤흐 검사를 실시하고 해석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로르샤흐 검사는 반응이 지각과 해석의 결합이라는 이론에 기반한다. 즉 개인은 자극이 입력되면 이를 지각하여 조직하는데, 동시에 선행 경험도 공상체험을 통해 비슷하게 조직된다. 이렇게 조직된 지각과 선행 경험이 지각된 자극을 해석하는데 같이 관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해석에 무의식이 반영된다는게 로르샤흐 검사의 이론적 배경이다.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흥미로운 검사로 간주되어(솔직히 심리검사하면 이게 먼저 떠오른다) 라포형성에 드는 노력이 적으며 피검자의 자존감이 손상될 우려도 없다. 또한 투사검사의 특성상 반응의 왜곡이 어려우며 언어기능이나 이해력이 제한되는 피검자를 검사하기에 좋다. 그러나 다른 검사에 비해 표준화가 부족하며, 숙련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사자간 신뢰도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로르샤흐를 잘 쓰지 않는다.

 

그림검사

그림검사는 대표적인 투사적 검사의 일종으로, 피검자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 그림을 통해 피검자의 심리적 상태(여기는 지능도 포함된다)를 유추하는 검사이다. 그림검사는 풀배터리 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진 않지만 개인의 정신역동을 파악하는데 좋기 때문에 많은 임상가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림을 그린다는 특성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주 시행되며, 비록 결과를 해석하는 지침이 존재하지만 개개인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림검사를 실시할때는 피검자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며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검사와 병용하여 시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피검자의 동기와 의지가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검사자는 이를 유의해야 하며 충분히 라포가 형성된 상황에서 그림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반사회적 성격장애나 품행장애의 경우에는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졸라맨만 그리고 치우려는 성향이 보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 사람을 그릴 것을 다시 요구해야 한다. 또한 어떤 형태에 기반한 해석은 불안정하고 오염된 경우도 상당함으로, 형태에 너무 치중하면 안된다.

 

실제 임상장면에서 사용되는 검사로는 인물화 검사(Draw-A-Person)와 HTP 검사(House-Tree-Person, 집-나무-사람 검사), 동작성 가족화 검사(Kinetic-Family-Drawing)가 있으며 HTP는 어른에게도 종종 시행된다. 위의 3가지 이외에도 다양한 그림검사가 있으며, 피검자의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그림검사가 추가로 시행될 수 있다. 임상장면에서 쓰이는 그림검사들이 아래에 제시되어 있다.

 

  • Draw-A-Family(가족화 검사)
  • K-HTP(Kinetic HTP, 동작성 집-나무-사람 검사)
  • Kinetic-Political-Drawings(동작성 정치화 검사)
  • Kinetic-Religious-Drawings(동작성 종교화 검사)
  • Kinetic-School-Darwings(동작성 학교화 검사)
  • LMT(풍경구성법)

 

기억과 정신병리

기억의 퇴화는 노화를 비롯한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다른 인지적 능력보다 기억력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는 그 원인중에 질병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극명한기억력 감소가 보이는 경우 다음과 같은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 뇌손상
  • 우울증
  • 치매
  • 알콜 중독을 비롯한 다른 중독
  • 특이한 운동습관/식이습관
  • 의학적 처치의 부작용
 

 

위스콘신 검사

위스콘신 카드분류검사(Wisconsin Card Sorting Test, WCST)는 조현병을 진단하는 도구다. 이 검사는 정확히 환자가 주어진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상황에 맞게 바꾸는 능력이 있는지 측정한다. 이 검사에서 검사자는 피검사자에게 카드묶음을 준다. 이 카드들을 저마다 다르게 생겼는데, 모두 특정한 색(빨강, 초록, 노랑, 파랑)을 가진 특정한 도형(원, 삼각형, 별, 십자)이 몇개씩(1-4개) 그려져 있다. 피검사자는 이미 책상에 놓여져 있는 카드 4개를 보고, 자기의 카드묶음에서 카드를 하나 꺼내 이미 책상에 놓여진 카드 중 하나의 밑에 두어야 한다. 단 아무렇게나 놓으면 안되고, 뽑은 카드와 같은 특성을 가진 카드 밑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특성은 3개나 되고, 그중에서 오직 하나의 특성만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기준이 무엇인지 검사자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피검사자가 카드를 놓을 때마다 검사자가 그것이 틀렸는지 아닌지만 말해주어 피검사자가 스스로 기준을 추론할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 십자가 3개가 그려진 카드를 빨간색 카드나 도형이 3개 있는 카드 밑에 놓았을때는 틀린 반면, 십자가 그려진 카드 밑에 놓았을때 맞췄다면 카드를 놓는 기준이 그려진 도형의 모양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피검사자가 제대로 놓은 카드의 장수가 10개를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검사가 시작된다. 제대로 놓인 카드가 10장이 넘어가면 검사자는 아무도 모르게 기준을 바꾼다. 위의 예에서 모양이 기준이었다면 이제 기준은 색이나 숫자가 된다. 그러면 피검사자는 혼란한 상황에 놓인다. 여기서 정상인은 잠시 혼란스럽더라도 곧 새로운 기준에 적응해서 다시 제대로 카드를 놓지만 조현병자는 기준을 바꾸지 못하고 계속 이전에 사용했던 틀린 기준을 사용한다. 게다가 본인이 그것이 틀린 것임을 알고 있어도 이는 멈추지 않는다. 정상인이라면 기준이 숫자로 바뀌었을때 처음엔 당황하더라도 곧 도형이 3개인 카드 밑에 빨간색 십자가 3개가 그려진 카드를 놓을 것이다. 그러나 조현병자는 기준이 바뀌어도 계속 십자가 그려진 카드 밑에 카드를 놓는다. 심지어 일부는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계속 잘못된 선택을 저지른다. 조현병자는 전두엽이 손상되어 집행기능이 망가졌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3.임상신경심리학

임상신경심리학(신경임상심리학)은 뇌의 기능이 인간의 임상적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하는 응용과학으로, 신경과학과 임상심리학, 정신의학에 걸쳐있는 일종의 통섭 학문이다. 임상 장면에서 사람들이 겪는 어떤 문제는 신체적 문제, 즉 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반면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겪는 어떤 문제는 심리적 측면이 있거나 임상심리학적 숙련이 필요하다. 임상신경심리학은 뇌와 인간행동에 대한 신경과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환자들에게 신경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이에 바탕하여 자문과 교육을 실시한다.

 

임상신경심리학자들은 신경정신과 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심리검사를 실시한다. 신경심리검사는 주의력과 집행기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 기억력을 측정하는데, 이는 신경계의 상태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인지기능 중 하나이다. 임상신경심리학은 인지기능의 손상과 직결되는 신경정신과 질환에 관심을 기울이며, 신경인지장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임상신경심리학은 신경정신의학과 임상심리학의 전문성 모두를 요구하는데, 임상신경심리가 임상심리와 분리되어 있는지 여부는 병원마다 다르다.

 

 

주관적 현실

주관적 현실(내적 현실)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한 현실이다. 보통 현실이라고 하면 우리는 변하지 않는 우리 외부의 사실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지 못한다. 대신 지각과정을 통해 얻은 정보와 인지적 해석, 편견, 가치관 등이 현실을 해석하는데 개입한다. 결국 아침햇살을 보아도 누구는 좋은 하루의 징조를 보고 누구는 날씨가 좋을 징조를 보지만 둘다 실제 현실과는 다르다. 이렇게 객관적인 현실과 달리 개개인이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경험하는 현실을 주관적 현실이라고 한다.

 

주관적 현실은 과학에선 마땅히 배제되야 하지만 임상심리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동과 정신에는 객관적 현실보다 주관적 현실이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는 물이 반쯤 찬 컵일 것이다. 보통 긍정적인 사람은 이를 '반이나 찬 물'로 여기고, 부정적인 사람은 '반밖에 남지 않은 물'로 여긴다. 어느쪽으로 생각하든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사람의 정신, 특히 정신건강에는 반쯤 찬 물의 정확한 양보다는 그에 대한 생각이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CBT나 인간 중심 치료를 비롯한 많은 심리치료가 주관적 현실에 관심을 둔다.

 

 

Mental health disparity

정신건강의 불평등에 관한 문제는 2000년대부터 노인심리학에서 불거진 이슈이다.[각주:9] health disparity는 인종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처럼 특정 계층에 따라 달라지는 의료서비스의 갭(gap)을 이르는 말인데, 직설적으로 말하면 계층에 의해 나타나는 의료서비스에서의 차별이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나타나는 health disparity는 해당 지역 시민의 정신건강에도 중요하며 사회적 차별이나 노인 문제(나이도 계층과 관련된 변수이다)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주제를 다루는 학자들은 특히 인종 변수를 중요시하는데 인종을 앵글로 색슨 백인(non-hispanic white),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과 이누이트 둘다)으로 나눈다. 또한 이 분야에서 다루는 주제는 아래 3가지로 대표된다.

 

  1. Mental Health Care: 정신건강 서비스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특히 영어 사용이 미숙하여 나타나는 언어장벽 문제(Limited English Profiency, LEP)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2. Mental Health Status: 불평등의 양상. 정신건강 서비스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자체와 그 양상에서도 인종은 여러 차이를 보인다.
  3. Measurement Equivalence: 불평등과 관련된 편향. 연구들에 따르면 CES-D와 GSD, K6는 인종에 따른 편향이 존재한다.

 

mental health disparity에 대해 수행된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소수민족은 백인, 정확히는 앵글로 색슨 계열에 비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더 적게 받는다. 이는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필요를 통제해도 나타난다. 이러한 불평등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미국 남부와 동부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각주:10] 북서부에서는 차이가 전무했던 반면, 남부에서는 흑인이, 중서부에서는 히스패닉과 흑인이, 서부 해안지대에서는 히스패닉과 동양인에게서 mental health disparity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불평등은 서비스를 제공할 병원의 부족과 심리치료에 대한 소수민족의 불신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언어장벽도 또하나의 원인일 수 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LEP는 정신질환의 위협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불평등은 단순히 건강한 백인/차별받는 소수민족의 구도로 몰아가기에는 더 복잡한 면이 있다. 이는 특히 실제 정신건강을 살펴볼때 그러하다. 먼저 소수민족의 정신건강이 더 열악하다는 증거는 있다. 그러나 우울에서는 유달리 히스패닉이 취약하고,[각주:11] 반면 스트레스는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가장 심하다.[각주:12] 그리고 주관적 정신건강을 측정하면 백인이 가장 건강하고 흑인-히스패닉-동양인 순으로 낮은데, 주관적 정신건강과 실제 정신건강의 상관관계도 백인이 가장 높다. 또한 동양인은 보통 같은 민족으로 다뤄지지만 실제로 동양인은 출신 국가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스트레스 정도를 기준으로 할때 한국계가 가장 스트레스가 심하며, 일본계가 가장 낮다.[각주:13]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는 김기연(kim)이 있다.

 

 

SNS와 정신건강

SNS가 대중화되자 임상심리학자들은 SNS가 정신질환 발병에 기여하는지 연구하였다. 이는 SNS 사용이 SNS 중독이고, 결과적으로 정신에 안좋다는 편견에 기초하였지만, 실제 결과는 그러한 편견과 다소 다르다. 여러 연구에서 SNS 사용시간은 정신건강(r=-.07)[각주:14]과 우울(-.11),[각주:15] 삶의 질(-.1),[각주:16] 외로움(-.17)[각주:17]과 부적 상관을 보였지만, 그 크기는 하나같이 작았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상관관계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실제로 SNS 사용과 외로움의 관계는 외로운 사람이 SNS를 더 많이 사용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각주:18] 게다가 SNS 사용시간은 사회적 자본과 정적 상관을 가지기 때문에(.26),[각주:19] SNS 사용이 정신건강에 해로운지에 대한 판단과 규제는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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