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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영성에 대한 고찰 - 1단계 본문
이전 글에서 필자는 자신이 거쳐온 과정을 토대로 사고수준을 4단계로 나누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실 1단계는 필자가 가장 먼저 경험한 사고수준은 아니다. 필자가 가장 먼저 경험한 것은 2단계이며, 1단계는 과학 애호가이자 연구자로 훈련되는 과정에서 학습한 사고방식이다.
1단계: 과학적 사고
1단계 사고는 과학적 사고이다. 과학적 사고란 논리적이고 귀납적인 방법을 통해 오로지 사실판단만 수행하는 사고방식으로, 주로 과학연구에서 많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과학연구는 가치중립이 요구되며, 최소한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하게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그런 경우에만 사실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인문학자들은 그동안 과학이 가치편향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거기에는 다분히 과학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과학이 불완전한 부분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과학의 기본적인 성격을 침해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지난 세월동안 과학은 서로 다른 가치판단을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지적 무기를 쥐어줬으며, 같은 과학적 사실이 사람들에 의해 서로 다른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였다. 동성애의 유전은 과거에 원죄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침해될 수 없는 개인의 특성으로 여겨진다. 지난 세월동안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 기반이 되는 과학적 사실만은 건재하였다.
심지어 우리가 가치편향적이라고 부르는 과학도 실상 객관적이다. 가령 공학, 그 중에서도 원자폭탄을 예로 들어보자. 인문학자들은 원자폭탄이 전쟁 목적으로 개발되었음을 지적하며 원자폭탄 제조기술은 가치편향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자는 원자력발전의 장점을 얘기하여 방어하고자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제조자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던 원자폭탄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만든 사람이 부여하는 의미와는 별개로, 원자폭탄의 작동원리는 객관적 사실이다. 원자폭탄이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주관적 현실에 속해있지 않다.
과학은 주관적 현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고방식이다. 왜냐하면 지난 400년간 과학은 철저히 주관적 현실을 배제하기 위한 기술을 닦아왔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재현실험과 이중맹검 실험, 데이터 재분석, 과학자 네트워크, 이상하게 유사과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통해 과학에서 주관적 현실의 영향을 철저히 제거해왔다. 비록 예외도 일정부분 존재할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재 과학적 사실에는 주관적 현실이 털끝만큼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과학적 사고의 장점이기도 하다. 과학적 사고에는 주관적 현실이 없고 따라서 그에 대한 왜곡도 없다. 사람들이 흔히 입에 올리는 '현실'의 진정한 뜻은 바로 과학적 사고를 통해 밝혀지는 세상이다. 거기에는 냉혹함도 없고 따뜻함도 없으며, 성선설과 성악설도 모두 무너져내린다. 왜냐하면 객관적 현실에는 냉혹함이나 (마음의)따뜻함도 없고 선과 악도 없기 때문이다.
1단계 사고의 단점
왜곡이 없다는 점은 과학적 사고의 장점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적 사고의 단점, 그것도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과학적 사고는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세상에 대한 가치평가와 의미의 이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합리적 생각'이 과학적 사고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돈을 절약해야 한다', '자기 몫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법을 어기면 안된다'는 모두 합리적 생각이 아니라 가치판단의 결과이다. 절약의 당위성이나 법치 준수는 모두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에 당위는 없으며, 자연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우리의 삶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지 전혀 얘기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은 전혀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적 사고는 파스타를 먹을지 탕후루를 먹을지, 의대를 갈지 해외유학을 갈지, 빈자를 도와야 하는지, 내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과학적 사고만 하는 사람은 몸 하나도 꼼짝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떠한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는데, 그러한 동기는 가치판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적 사고가 인기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학과 가까운 삶을 살지 않는다. 기껏해야 과학기술의 산물을 가지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대부분의 이해이다. 그것만으로는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2단계, 즉 가치를 부여하고 판단하는 단계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과학적 사고에는 몇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과학적 사고는 과학적 탐구가 필요한 사람에게 매우 요긴하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것은 다분히 가치가 개입된 행위이지만,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원자폭탄의 원리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객관적 현실을 이해해야 이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충족할 수 있다. 또한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1단계적 사고는 4.5단계적 사고와 공통점이 많다. 사물의 분별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 성과 속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 스스로 그러함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1단계적 사고는 4.5단계적 사고의 다른 표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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