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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영성에 관한 고찰 - 의미의 세계와 그 논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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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영성에 관한 고찰 - 의미의 세계와 그 논법

과학주의자 2024. 1. 21. 03:06

심리학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인간이 가치중립에 머무는 일이 상당히 드물다는 것이다. 사실 심리학이 발전하기 이전부터도 우리는 역사학과 과학사를 통해 가치중립을 고수하고 나가는 것이 많이 힘든 일임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세상을 실제 모습과 다르게 지각한다. 이들은 사실을 무시하거나 사실에 관심이 없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실의 세계뿐만 아니라, '의미의 세계'에도 살고 있다.

 

 

주관적 현실

임상심리학자들이 초기에 교육받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주관적 현실이다. 주관적 현실이란,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현실을 말한다. 이는 객관적 현실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상당히 많다. 가령 어떤 사람이 파란 침대와 창문이 있는 빈 방에 있다고 할 때, 객관적 현실은 파란 침대와 창문이 있는 빈 방이다. 혹은 지구의 표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현실은 객관적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그는 살기 좋은 집을 볼 것이다. 혹은 살기 팍팍한 방을 볼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이 방에서 시원한 침대를 보고, 쓸데없이 큰 유리창을 보며, 황량한 방을 본다. 혹은 딱 좋게 빈 방을 보거나, 물의 기운이 가득 찬 방, 혹은 창문을 통해 내려오는 은총을 볼 수도 있다.

 

임상심리학자가 주관적 현실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객관적 현실보다 주관적 현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신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할때 더 고려해야 하는 대상은 주관적 현실이다. 심리치료가 이뤄지거나 정신과 약물이 처방될 때, 실제로 환자 주변의 환경이 바뀌지는 않는다. 바뀌는 것은 환자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나 환자가 느끼는 정서, 즉 주관적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수입이 증가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정신질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반면, 이처럼 주관적 현실을 바꾸는 조치는 나름 소기의 성과를 가져온다. 심지어 최근 우울증의 예방접종으로 평가받는 운동도, 뇌의 각성과 재조직화에 개입하여 주관적 현실을 바꾸는 방식으로 인간을 변화시킨다.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주관적 현실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는 객관적 현실이 아니라 주관적 현실이다. 우리가 어떤 인형은 내려놓고 어떤 인형은 사는 이유는 그것이 더 '예쁘기' 때문이다. 여성의 유방은 탄소 고분자로 쌓인 지방질이지만, 많은 남성들은 더 부드러운 수많은 물질을 제쳐두고 유방이 '푹신하고 부드럽다'고 생각한다. 명품과 기성품은 화학적 조성이나 물리적 특성에서 차이가 매우 작으며, 심지어 실용적 가치에서도 그러한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명품이 더 가치있다고 여기고, 더 품질이 좋다고 믿는다.

 

주관적 현실은 심지어 객관적 현실의 지각을 왜곡하고, 객관적 현실의 영향을 방해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실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좋은가?'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압도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좋다는 이유로 기후변화를 부정한다. 천연비타민과 인공비타민은 아무 차이가 없지만 사람들은 천연비타민이 더 자연스럽고 좋다는 이유로 그것을 더 높게 친다. 심지어 주관적 현실은 인간이 죽음마저도 넘어서게 한다. 과학적으로 내세의 근거는 없고 인간의 죽음은 존재의 끝이지만, 사람들은 내세를 믿고 영생으로 이어지는 죽음을 상정하여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다. 내세와 구원을 향한 죽음은 모두 객관적인 실재가 아니다. 모두 주관적 현실에 존재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곳은 주관적 현실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할때조차, 그 현실은 주관적 현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주관적 현실을 지배하는 것은 대개 '의미'이다.

 

의미의 원리

의미는 정말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또 의미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한번 국어사전을 참고해 보도록 하자. 네이버 사전에서 의미는 다음의 뜻을 가진다.

 

  • 1.말이나 글의 뜻.

    단어의 사전적 의미.

  • 2.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삶의 의미.

  • 3.사물이나 현상의 가치.

    의미 있는 삶을 살다.

위와 같이 사전에서조차 의미는 3가지 이상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3가지의 의미가 실려있다면, 사실 3가지의 의미가 서로 다른 정의가 아니라 하나의 대상이 가진 3가지 측면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미'란 1)그것이 지향하는 대상, 2)그것에 대한 해석, 3)그것의 가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적용하여 신라면의 의미를 한번 이해해 보자. 먼저 신라면이 지향하는 대상은 우리가 매장에서 보는 폴리에틸렌에 둘러쌓인 포도당 복합체이다. 필자에게 그것은 맛있는 것, 하지만 과유불급인 것, 삶의 목적 중 하나, 매운 맛의 시작점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것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필자는 신라면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신라면의 의미'가 가리키는 대상(폴리에틸렌)은 객관적 현실이지만, 그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주관적 현실에 있다. 그리고 신라면에 대한 해석이 신라면에 대한 평가를 결정한다. 혹은 반대로 신라면에 대한 평가가 해석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의미를 이와 같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객관적 의미란 실제 대상에 대한 정보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주관적 현실을 지배하는 의미는 대상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말한다. 우리는 항상 사실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 세상을 해석하고 평가하려고 한다. 그리고 해석과 평가는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해석에는 평가가 개입되어 있고, 이러한 해석이 모여 평가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가는 다시 해석에 영향을 끼친다.

 

의미란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해석과 가치판단을 말한다. 그리고 해석과 가치판단은 실질적으로 하나다.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과 그에 부여하는 가치는 서로 융합되어 우리의 주관적 현실을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는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의미의 탐구

인간에게 의미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종교인과 철학자가 의미를 탐구해 왔다. 현대에는 일반인도 삶의 의미, 세상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은 과학적 탐구보다 배는 어렵다. 왜냐하면 과학적 탐구는 탐구의 대상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의미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의미는 과학적 탐구가 가능하다. 이미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는 전세계나 특정 문화에서 나타나는 주관적 현실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하였고, 그 이전부터 인류학자와 상상력 연구자들이 주관적 현실을 건설하고 의미를 생성하는 신화구조에 대해 연구하였다. 이러한 통찰은 우리가 앞으로 이어갈 탐구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의 '과학'은 될 수 있지만, 의미의 '탐구'는 될 수 없다. 이것은 사실확인이지, 가치판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미의 과학과 의미의 탐구의 차이는 그것의 목표와 대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의미의 과학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의미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추구한다. 가령 '삶의 의미'를 연구한다면, 심리학자들은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공유하는 삶의 의미의 유형과 특성, 다른 변인과의 관계를 연구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그들은 집단주의자들이 공유하는 삶의 의미를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알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의 의미, 혹은 자기 공동체의 삶의 의미이다. 과학자가 '삶의 의미는 어떤 형태인가?'라고 물을 때, 의미 탐구자는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의미의 탐구에는 가치판단이 들어가고, 그래서 과학적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가 요구하는 답은 단순한 사실판단을 넘어선 가치판단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학은 '무엇인가'에는 잘 답할 수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위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고, 때문에 그것을 검증할 수도 없다. 때문에 어떤 논리적 증명이나 과학적 조사도 의미를 탐구하는 것에 있어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의미의 탐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를 탐구해온 수많은 선각자와 현자가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2개의 공통된 도구를 통해 의미를 탐구해 왔다. 그리고 이 도구는 의미를 탐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는 직관이다. 객관적 탐구가 불가능할때 우리에게 남는 전략은 직관밖에 없다. 특히 인간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진화시켜 왔기 때문에 직관이 그나마 가장 탁월한 방법이기도 하다.

 

과학이 근거를 등불삼아 나아간다면, 의미는 확신을 등불삼아 판단해야 한다. 좋은 과학이론은 근거가 많은 이론이라면, 좋은 의미란 강한 확신이 드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강한 확신이 드는 의미일수록 우리가 그것을 더 잘 수용하고, 그것이 주관적 현실에 끼치는 영향도 더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확신이 약한 의미보다는 강하게 확신하는 의미를 더 잘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한 의미일수록 잘 흔들리지 않고, 궁극의 의미로 생각될 것이다.

 

의미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식화된 탐구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직관과 확신을 등불삼아 의미를 탐구해 왔다. 적어도 직관으로 판단하여, 가장 강한 확신이 드는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의미의 탐구방식이다.

 

의미는 왜 중요한가

만약 당신이 사회과학자나 심리학자, 신경과학자가 아니라면 의미의 과학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굳이 세상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떠날 당위조차 없다. 필자는 '행동하는 인간의 윤리학'을 제시하면서 모든 인간이 받아들일 만한 도덕체계를 제시했지만, 거기에는 의미를 찾으라는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다. 사실 당신이 의미를 찾든지 말든지 모두 당신의 자유이다.

 

그럼에도 의미를 찾는 것을 권장하는 이유는 그것이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 연구에서 정서회로가 망가진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상황판단이 느렸고, 일반적인 의사결정도 상당히 더디었다. 세상에 대한 가치판단은 우리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더욱이 삶의 의미는 사람들의 심리적 웰빙을 높이고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삶의 의미는 사람들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강한 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더욱 범위가 크고 안정적인 의미, 소위 '영성'은 사람들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기자신을 온전히 수용하게 만든다. 이것은 정신건강에 좋으며 실제로 정신질환을 일부 예방한다.

 

사실 이러한 점을 떠나도 삶의 의미와 세상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좋다는 것은 쉽게 느낄 수 있다. 삶의 의미를 가진 사람은 매일아침 일어나야 할 이유가 있다. 그들의 삶은 허무한 원자의 움직임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깊은 의미로 차있는 의미깊은 세상이다. 그곳은 때로 즐겁고, 때로는 슬프며, 때로는 활기차고, 때로는 고요한 세상이다. 당신은 의미로 가득찬 세상에서 만족하고 활기차게 생활한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영화를 보고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삶의 의미가 주어져 있는 사람이 더 잘한다.

 

이미 이러한 권장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간다. 모든 사람은 좋고 나쁨의 판단을 하고 살아가며, 삶의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은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아마 당신도 이미 세상의 의미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을 것이다.

 

 

의미에 대한 사고의 4단계

의미를 기준으로 사고방식을 분류한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 만큼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치판단을 하려 들고, 그 중 일부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일부는 세상의 의미를 찾는데까지 나아가는데, 그들은 보통 이를 위해 영적 탐구의 길을 떠나게 된다. 영성이란 궁극적인 초월에 대한 이해와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이해이다. 초월(주관적 현실)과 자신(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는 이미 의미에 대한 탐구이다.

 

이를 보다 세분화하여 필자는 의미에 대한 사고를 4단계로 구분하였다. 여기서 단계구분은 우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그저 필자가 거쳐온 과정을 토대로 숫자를 분류한 것이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필자는 4단계와 1단계를 잇는 4.5단계의 존재에 대해서도 추가로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여정을 위해 이 4단계에 대해 아래에 간단하게 나열한다.

 

  • 1단계: 과학적 사고.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은채 사실만 지각
  • 2단계: 가치적 사고. 좋고 나쁨의 가치를 세상에 부과. 실존 위기 발생.
  • 3단계: 신화적 사고. 모든 가치부여를 신화라는 거대한 의미체계를 통해 실시. 세상을 의미가 충만한 곳이라고 여김.
  • 4단계: 종교적 사고. 의미체계를 관통하는 궁극적인 실제를 지각. 세상과 인간의 궁극적인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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