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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주의 제안 - 서론

과학주의자 2024. 12. 19. 18:38

 

세상이 19세기로 돌아가면서 새로운 사상을 향한 움직임도 싹트고 있다. 국가간 경쟁이 심해지고, 신냉전이 시작되면서, 기존의 좌우파 이데올로기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민주주의와 근대 질서의 위기가 이야기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사상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필자가 참여하는 공이들 또한 그러한 일을 모색하는 단체 중 하나이다.

 

그들의 포부는 웅대하나, 현재 우리의 상태가 얼마나 거기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자신이 새롭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과 퀴어이론, 아나키즘은 식상하다 못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대안우파가 새롭게 떠올랐지만, 차라리 그 사상은 거부하는게 낫다. 신유물론이 각광을 받긴 하지만, 정확히 신유물론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 필자가 참여한 공이들도 2년간 치열한 고민을 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사상을 생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는데 일부 기여하고자, 필자는 새 시대의 사상이 될 만한 후보를 하나 제시하려고 한다. 2년전 공이들에 가입한 필자는 공이들의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춤별혼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한 경험과 함께한 2년은 현대사회에 대한 필자의 이해를 넓히면서도 깊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2년의 기간 동안 필자는 공이들과 춤별혼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새 시대의 사상을 고민했고, 그 결과 중 하나를 필자는 여기에 적고자 한다.

 

필자는 현대사회의 위기가 인간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현대사회의 정치사회적 위기, 즉 저출산과 전체주의의 득세, 자본주의 진영의 약화, 정치적 무관심의 증대와 사회 전반적인 냉소의 팽배,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흥, 그리고 소위 페미pc라고 불려지는 리버럴의 비합리적이고 집단이기주의적이며 이분법적인 행태가, 인간관계와 사회가 본래 제공했어야 할 인간적 따뜻함, 즉 가족이나 친구에게 제공받았어야 할 사랑, 관심, 이해, 공감, 위로, 도움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필자의 주장이다.

 

필자의 주장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확립된 명제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타인에게 위로받고, 공감받고, 같이 교류하며, 서로 의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근대사회는 이를 잘 제공하지 못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겪어야 했다. 비록 근대사회는 사람들에게 인간적 '따뜻함'을 제공하는 나름의 방법을 개발했지만, 복지의 붕괴와 신자유주의의 득세, 핵가족의 약화로 인해 지금의 사회는 다수 대중이 인간적 따뜻함을 제공받는 길에서 멀어졌다. 냉소는 그것의 직접적 결과이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전체주의(그리고 전체주의적인 리버럴의 행태)의 발흥은 인간적 따뜻함을 다시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필자는 현대사회의 대안으로 다수 대중에 대한 인간적 따뜻함의 제공을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은 외롭고, 혼자이다. 이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서로에게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도록 국가제도와 문화적 관념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그러한 해법으로서 필자는 타인과 어울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외로움 담당 부서의 설립, 가족 및 자발적 공동체의 강화, 인간관계 중심적 교육,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기관의 인간관계 서비스 제공을 요청한다. 또한 인간을 선악이나 강자/약자의 이분법이 아닌, 모두 외로운 개인으로 바라보고, 사람 간의 어울림과 사랑, 헌신을 삶의 원천이자 목표로 보는 가치관이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주장은 하나의 글이 아니라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전개될 것이다. 그 글은 인간적 따뜻함의 정의와 필요성/근대사회의 대처와 한계/리버럴과 대안우파의 성공과 실패/대안 제시의 4편으로 구성될 것이다. 이것이 과연 새 시대를 열 사상이 될 지 많은 의문이 있으나, 적어도 우리 사회가 새로운 사상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촉진제가 된다면 필자에게 많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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