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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저장고
고기는 환경에 나쁜가? 본문
우리 사회에서 비건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채식주의를 선언한 사람이 많아지고, 비건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으며, 각종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비건 푸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예전부터 나물과 채소를 먹어오면서 시중에 채소가 풍부하고 어렸을때부터 채소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비건은 더욱 익숙할 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비건들은 자신들이 채식을 실천하는 것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채식을 하라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채식은 건강에도 좋고, 윤리적이며, 환경에도 좋다. 건강은 골고루 먹는 것이 압도적으로 좋고, 윤리성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지만, 채식이 환경에 좋다는 말은 언뜻 듣기에는 맞는 말처럼 보인다. 소의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이 온실가스라는 말도 있고, 가축을 키우는데 곡식을 사용하면 그만큼 더 탄소를 배출할테니 말이다.
그러나 정말로 채식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볼 일이다. 과연 채식이 실제로 환경에 더 이로운지, 우리가 모두 비건이 되면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연구 내외적으로 모두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 문제에 관해 논해보고자 한다.
육식은 환경에 해로운가?
결론만 말하자면, 육식은 환경에 해롭다. 같은 양의 채소나 과일, 곡식에 비해 환경에 해롭다. 특히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농업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는 각자 계산방식과 그 결과도 많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육식이 채식보다 환경에 해롭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생산량으로 보나, 칼로리로 보나, 영양소로 보나, 육식은 채식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훨씬 많다. 게다가 축산환경을 개선해도 여전히 육식은 채식보다 탄소를 더 많이 내뿜는다. 1
최근의 연구에서는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주요 음식으로 반추동물 고기(쇠고기, 양고기 등)와 쌀, 유제품을 골랐다. 이 음식들은 농축산업에 의해 발생하는 탄소배출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의외로 쌀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점에 놀랄 수 있는데, 후술하겠지만 쌀은 생장과정에서 다량의 메탄을 배출해 기후변화를 조장한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과학적 정설은 육식이 채식보다 더 해롭다는 것이다. 2
기존 연구의 문제점
현재까지의 과학적 발견으로 볼때 육식이 채식보다 환경에 더 해롭다는 것은 확립된 사실이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능히 이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과학적 연구는 논리와 경험에 기반하며 새로운 논리와 경험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모든 과학적 사실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무가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과학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과학적 연구를 곧이곧대로 수용하기보다는 그 근거와 논리를 찬찬히 살펴보는 편이 훨씬 지혜로울 방법일 것이다.
육식이 채식보다 더 해롭다는 연구는 기본적으로 탄소발자국 계산에 근거한다. 즉 육식으로 인해 발생한 탄소를 직접 측정하기보다는, 고기의 생산과 유통에서 발생하리라고 예측되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해서 그것을 채식과 비교한다. 이런 연구는 실제 측정을 하는 연구가 아니다보니 정확한 계산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계산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문제가 있다.
1.계산의 비일관성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널리 쓰이는 기준은 ISO 기준이 있고, 환경경영표준화 기술위원회에서도 기준을 제시하며, 미국과 유럽, 한국도 독자적인 계산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거기다가 학자들은 이런 기준을 따르는 대신 자신이 참조한 기준을 활용하여 탄소발자국을 계산한다. 그러다보니 일관된 계산 기준이 없고, 연구자가 계산한 탄소배출량도 연구자나 기관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많은 연구자들이 육식이 채식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정확한 탄소배출량과 전체 탄소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연하다. 모두 다른 방식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단순히 가축의 생장과 고기 운송에서 발생하는 등록된 탄소배출만 계산한다. 반면에 다른 학자는 목장 면적당 심을 수 있는 나무의 탄소흡수량에다가 가축의 호흡에서 발생하는 잠재적인 이산화탄소까지 계산한다. 이렇게 계산방식이 각자 다르다보니 육식이 정확히 얼마나 기후변화에 기여하는지도 알기 힘들다.
2.제한된 영향력
축산업은 분명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 지구의 기후변화에 얼마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는 다른 문제다. 고기를 만들기 위해 배출하는 탄소가 채소보다 많긴 하지만,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는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미 농무부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쇠고기 생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미국의 전체 탄소배출에서 3.7%에 불과하다.(링크) EPA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링크), 축산업에서의 탄소배출은 미국 전체 탄소배출의 3.9%이다. 농업은 9%로, 전체 배출량만 보면 농사가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의 경우 축산업에서의 탄소배출은 전체 탄소배출의 1.5%를 차지한다(링크).
3.토지이용 계산에서의 문제
일부 연구자는 고기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때 사용된 땅의 면적을 반영한다. 목장을 짓기 위해 벌목된 숲의 잠재적인 탄소흡수량을 계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산은 실제로 목장으로 벌목된 숲의 면적을 사용할 때도 있고, 단순히 같은 양의 식량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토지 면적을 사용하기도 한다. 좁은 땅에서 빽빽하게 재배가 가능한 식물과 달리 가축은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방목을 통해 키우기 때문에, 이걸 계산에 반영하면 고기의 탄소배출량이 더 크게 계산된다.
그러나 농업과 축산업의 토지이용 면적을 비교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농업과 축산업에 필요한 땅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비옥한 땅이 필요하고, 특히 열대과일이나 쌀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주 습한 땅이 필요하다. 반면 가축은 잘 자란 풀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스텝과 같이 훨씬 건조한 땅에서도 키울 수 있다. 채소와 가축을 키우는 땅은 다르고, 때문에 가축을 키우는 땅을 만들고자 한다면 숲을 벌목할 필요가 더 적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연구는 농업용 토지와 축산용 토지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고, 그 결과 축산업의 환경파괴는 과대평가된다. 연구자들은 농업용 토지와 축산용 토지가 다름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축산용 토지를 농업용 토지와 동일시한다. 그러고는 축산용 토지를 모두 농업용 토지로 전환했을때 얻을 수 있는 식량의 양이 지금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농업용 토지와 축산용 토지는 다르며, 가축을 기르기 위해 사용되는 많은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축산용 토지를 모두 농업용 토지로 전환한다면 식량은 증가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4.영양분 계산에서의 문제
어떤 연구는 단위생산량 대신,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을 기준으로 육식과 채식을 비교한다. 가령 단백질을 기준으로 해서 같은 단백질을 얻는데 필요한 고기와 콩의 양 및 탄소배출량을 비교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은 여러 문제가 있다. 어떤 영양소는 오로지 고기에서만 얻을 수 있으며, 때문에 이를 식물성 식품과 비교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가령 비타민 B12는 오로지 포유류 고기(쇠고기, 돼지고기 등)에서만 충분히 얻을 수 있으며, 채식을 통해 비타민 B12를 먹기 위해서는 일부 채소를 매일 배터지게 먹거나(하루에 김치 2포기면 충분하다), 유전자조작된 식물을 먹거나, 비타민 B12가 첨가된 음식을 사먹거나, 아예 종합비타민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 중 어느것도 탄소발자국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소화율에 있다. 많은 영양소가 고기로 먹을 때 소화율이 더 좋기 때문이다. 고기는 인간의 체조직과 비슷하기 때문에 흡수가 쉬운 반면, 우리와 생물학적 계부터 다른 식물은 동물에게 쉬이 먹히지 않기 위해 여러 화학적 장치를 구비하고 있다. 때문에 같은 양의 영양소를 먹더라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영양소는 고기에서 더 높다. 그러나 소화율의 차이를 반영하여 계산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
5.가축이 탄소를 흡수할수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많은 연구가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계산하지만, 축산업으로 인한 탄소흡수량은 계산하지 않는다. 사실 가축이 탄소를 흡수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을수도 있지만, 가축을 키우기 위해 조성하는 초지는 1헥타르당 0.5톤씩 탄소를 흡수한다. 게다가 초지 생태계에서 미생물에 의한 탄소포집이나, 분뇨 재활용을 통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하고, 탄소발자국 계산에도 잘 반영되지 않는다.
사실 이 문제는 고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 쌀이 대표적인 탄소배출원으로 지목되자, 국내의 많은 사람들은 논을 통한 탄소흡수가 간과되었다고 비판하였다. 사실 쌀 자체는 생장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하지만, 동시에 논 생태계에서 자라는 생물들이 탄소를 흡수하기도 한다. 때문에 쌀 재배는 탄소저감 효과가 있지만, 탄소발자국 계산에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쌀로 인한 탄소배출은 그래서 실제보다 과장되었을 수 있으며, 이는 고기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과학적 정설은 육식이 채식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이것이 합리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육식의 탄소배출에 대한 현재의 과학적 연구는 계산이 중구난방이고, 축산업이 전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함을 무시하며, 축산업에서 소모하는 땅을 과대평가하고, 육식과 채식을 비교할 때 영양비율과 소화율을 고려하지 않으며, 목축 과정에서의 탄소흡수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육식이 환경에 특히 해롭다는 연구를 접할 때, 이런 한계점을 고려하여 연구를 볼 필요가 있다.
채식을 하면 환경이 좋아질까?
여러 연구를 보면 육식보다 채식이 환경에 더 좋다는 주장은 신뢰할만 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육식을 중단하고 모두 채식주의자로 바뀌면 환경이 더 나아지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요소로 인해, 육식이 모두 채식으로 바뀌면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사실 이것은 최근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이기도 하다.
탄소배출량에 대한 기존 연구는 육식이 모두 채식으로 전환되면 탄소배출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이전 연구들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육식이 채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영양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기를 채소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보충해줄 콩이 이전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최근 연구들은 영양 밸런스와 농업구조 등을 고려해서 육식이 채식으로 전환될 때의 탄소배출량 변화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육식이 채식으로 전환되면 탄소배출량이 더 늘어난다고 분석하였다. 비유(Vieux)와 동료들의 연구 3에서는 육식이 채식으로 전환될 때 탄소배출량 변화를 계산했는데, 이때 육식 식단과 채식 식단의 칼로리가 동일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지금의 육식이 모두 채식 식단으로 대체되면 농업에서의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2.7% 증가하였다. 톰(Tom)과 동료들의 연구 4에서는 더 심하다. 이 연구에서는 영양섭취량을 동일하게 맞추고 분석하였는데, 육식을 채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11% 증가하였다. 미국의 높은 비만율을 고려하여 칼로리 섭취량을 낮춰도 탄소배출량이 현재 대비 6% 증가하였다.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났을까? 그 답은 고기의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실 비유의 연구에서 곡물 위주로 된 식단은 육식 식단보다 탄소배출량이 낮았다. 고기를 통해 얻는 칼로리가 채소나 과일에서 얻는 칼로리보다 높지만, 곡식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일한 칼로리를 먹기 위해서는 곡식에 비해 더 많은 고기를 먹어야 하고, 그것보다도 많은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단백질도 마찬가지다. 채식으로도 단백질을 먹을 수는 있지만, 그 양이 고기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니 단백질 필요량을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채소를 먹어야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채소를 생산해야 하고, 그만큼 탄소가 더 배출되는 것이다.
여기에 육식을 논할 때 간과한 부분이 있다. 고기와 곡식의 공통점은, 둘 모두 고열량 식품이라는 것이다. 곡식은 다른 음식에 비해 압도적으로 칼로리가 높다. 특히 쌀은 밀보다 칼로리가 더 높다. 고기는 다른 음식에 비해 압도적으로 단백질이 많다. 특히 곡식을 먹여 키우는 가축이 단백질량이 더 많다. 그리고 곡식을 먹여 키우는 가축과 쌀은 모두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음식이다. 그렇다면 고기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고기가 그만큼 더 영양분을 많이 제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쌀이 그렇듯이 말이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육식을 채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말 많은 문제를 낳는다. 5 먼저 축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이 실업자가 되고, 탄소배출은 아주 약간만 줄거나 오히려 늘어난다. 가축 배설물로 비료를 만드는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더 많은 비료를 생산해야 하고, 그만큼 탄소배출이 늘고 땅이 파괴된다. 무엇보다 적은 양으로 많은 단백질을 제공하는 고기가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6 고기처럼 많은 단백질을 잘 제공해주는 음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육식이 우리에게 주는 것과, 육식과 사람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영양제 논증: 그냥 영양제만 먹고 살면 안되나?
사실 위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단백질을 포함하여 고기를 통해 섭취하는 모든 영양소는 그냥 영양제를 먹어서 해결할 수 있다. 영양제는 점점 값이 내려가고 있고, 고기로 먹는 단백질을 충족해야 할 정도로 수요가 많아진다면 더 내려갈 것이다. 사실 우리가 먹는 채소도 모두 영양제로 대체한다면,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는 무수한 탄소배출과 환경파괴도 막을 수 있다. 육식과 채식을 가리지 않고 그냥 영양제로 모든 음식을 대체하면 확실히 농축산업에 의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를 '영양제 논증'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 논증의 요지는 가장 친환경적인 식단은 육식도 채식도 아닌 영양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음식을 영양제로 대체하면, 먼저 농축산업에 의해 발생하는 무수한 탄소배출과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 영양제 공장은 밭이나 목장보다 더 작은 땅을 필요로 하며, 동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곳에도 지을 수 있다. 또한 환경문제의 주요 원인중 하나인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사용되는 원료도 풀이나 싼 곡물, 심지어는 광물이기 때문에 필요한 자원도 적다. 무엇보다 영양제는 가볍고 신선하게 보관해야 할 필요가 적다. 후진국에서는 영양제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지만, 이는 축산업도 마찬가지이며 선진국의 지원으로 해소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제는 운송비용도 더 작고, 보관비용도 적으며, 당연히 여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더 적다.
영양제 논증에서 보이듯이, 육식을 비판하는 논리는 그대로 채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사람 중 일부는 채식이 육식에 비해 환경을 덜 파괴한다는 이유로 옹호한다. 그렇다면 영양제도 채식에 비해 환경을 덜 파괴하니 옹호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농지를 모두 영양제 공장으로 바꾼다면(혹은 영양제 제조에 필요한 싸고 친환경적인 작물로 바꾼다면) 숲을 베어낼 필요도 없고 탄소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지금 당장 채식을 영양제로 바꾼다면 광범위한 영양결핍과 탄소배출 증가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과 사회구조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논리는 육식을 비판하고 채식을 옹호하는 바로 그 논리이다.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한다면, 채식주의자들은 왜 환경을 위해 영양제를 먹지 않는가?
채식주의자들이 영양제 논증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비록 영양제가 채식에 비해 친환경적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인간은 채소와 과일을 먹게 진화했고, 지금도 우리의 미뢰와 위장은 영양제보다 채소와 과일을 좋아한다. 영양제는 포만감과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해줄 수 없고, 무엇보다 맛이 없다. 달달함와 상큼함에 대한 갈망은 모든 인구집단에서 발견된다. 채식을 영양제로 모두 교체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불행해질 것이다. 어쩌면 금주법 시대에 그랬듯이 부작용만 낳 실패할 지도 모른다.
이 논리는 육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은 고기를 먹게 진화했고, 지금도 다양한 신체기관이 고기(특히 구운 고기)를 채소만큼이나 선호한다. 고기에 대한 선호는 모든 인구집단에서 발견된다. 육식을 금지한다면 금주법처럼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 육식을 채식으로 모조리 교체한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삶이 상당히 불행해질 것이다. 실상 채식주의자들이 끝없이 두부와 콩고기를 원하는 이유도, 그들 또한 고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는 정말 중요하지만, 우리는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도 잊어선 안된다. 우리가 높은 세금과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그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약해질수록 폭염과 한파도 적어지고, 기후재난으로 죽는 사람도 줄어들고, 생태계가 보존되니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유지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작지 파괴도 줄어드니, 채소와 고기도 적절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환경을 지키는 목적이 바로 우리의 삶,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사람은 고기를 원하고, 고기를 먹을 때 행복하다. 사과와 쇠고기는 모두 우리의 좋은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환경보호는 바로 그것, 환경에 해롭다고 매도되어온 우리의 쇠고기를 지속가능하게 먹기 위해 하는 것이다.
어쩌면 과학자들도 사람일지 몰라
한편 이러한 연구들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White와 Hall은 2017년, <Plos one>에 육식을 완전히 채식으로 전환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연구자는 엄청난 공격에 시달렸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논문에 코멘트를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해당 논문은 출간되자마자 이례적으로 3개의 코멘트가 달렸고, 내용도 하나같이 논문을 비판하였다. 이는 White와 Hall의 연구가 주류 학계의 눈에 안좋게 비쳐졌다는 의미이다. 사실 그들이 논문을 낸 <Plos one>도, 주류 학계에서는 좋아하지 않지만 가치있는 연구를 주로 출판하는 학술지이다.
과학자도 사람이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상당히 객관적이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과학자는 그만큼 객관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는 고학력이고, 환경을 중시하며, 좌파를 지지한다. 때문에 채식주의를 지지하는 과학자도 일반인의 경우보 더 많을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편향이 과학적 연구 그 자체를 왜곡하지는 않더라도, 그 외의 것들에는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가령 채식주의에 부정적인 연구에 이례적으로 코멘트가 달리거나, 채식주의를 지지하는 연구가 그렇지 않은 연구보다 훨씬 많이 인용된다거나, 혹은 똑같은 연구결과임에도 채식주의에 더 호의적인 방향으로 결과가 해석될 수도 있다.
특히 탄소발자국처럼 계산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위에서 보았듯이 학자들이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그 결과도 다양하다. 어떤 계산에서는 육식을 채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은 반면, 다른 계산에서는 오히려 나쁠 수 있다. 이때 전자의 계산결과는 주류 학계의 의견과도 일치하고 의미있는 연구라고 여겨지기도 쉽다. 반면 후자는 주류 학계와 반대되고, 공격받을 소지도 크며, 그래서 잘 게재가 되지 않을수도 있다. 그렇다면 논문을 많이 게재해야 경력이 쌓이고 널리 인정받는 연구자들은, 주류 학계와 일치하는 방식으로만 계산을 수행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육식이 나쁘다고 나오도록 계산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육식이 좋다는 계산이 나오면 계산방식을 수정할 수도 있다.
이것이 모든 과학연구가 편향되었다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연구가 편향되었을 가능성도 또한 존재한다. 사실 이 분야보다 더 엄밀하고 기준이 명확한 분야에서도, 연구자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연구가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7 물론 그것이 학계의 정설이 편향의 결과라는 뜻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육식이 환경에 좋지 않다고 보고했고, 이는 주류 학계로부터 공격받은 연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학자 또한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 과학자들의 개인적 의견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의 위험을 인식하고, 과학 연구에서 내리는 결론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가며
어린 시절부터 주위 어른들은 뭐든 적당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너무 노는 것은 안좋지만, 너무 공부만 하는 것도 안좋다. 무엇을 하든 적당히, 적절한 선까지만 하는게 좋다. 나이가 들면서 적당히 하는게 좋지 않은 다양한 경우를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적당히가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지침이 된다는 점 또한 깨닫게 되었다. 채식과 육식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너무 채소만 먹으면 안되고, 너무 고기만 먹으면 안된다. 결국 여러 음식을 적당히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최근에는 채식이 육식보다 환경에 좋으며, 따라서 채식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육식은 채식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채식이 육식보다 좋다는 연구는 계산방법이 각자 다르고, 연구과 편향되어 발표될 위험이 있으며, 육식에 의한 실제 환경오염을 과장하고, 축산업에 필요한 토지의 과장과 함께, 고기와 목축이 제공하는 영양소와 탄소저감 효과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고기는 적은 양으로 많은 영양분을 제공하기 때문에, 육식을 준비없이 채식으로 교체한다면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채소를 모두 영양제로 대체할 수 없듯이, 고기를 채소로 모두 대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최근의 축산학 연구자들은 축산업에 의해 일어나는 환경오염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고, 오히려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바로 이 길일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에게는 고기가 필요하고, 어쩌면 영원히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육식을 없애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고기와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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