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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여(시)

과학주의자 2022. 6. 28. 09:38

꽃잎이여

 

 

 

서지월

 

한 세상 살아가는 법

그대는 아는가.

물빛, 참회가 이룩한

몇 소절의 바람

옷가지 두고 떠나는 법을

아는가.

 

눈물도 황혼도

홑이불처럼 걷어내고

간난 아기의 손톱같은

아침이 오면

우린 또 만나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꽃이 피는 것과 소유하는 일이

서로 반반씩 즐거움으로 비치고 있는

그 뒤의 일을

우린 통 모르고 지내노니

흉장의 일기장 속

꼭꼭 숨은 줄로만 아는

풀빛, 그리울 때

산 그림자 슬며시 내려와 깔리는 법을

아는가.

 

눈썹 위에 눌린 천장을 보며

아들 낳고 딸 낳고

나머지 옥돌같이 호젓이 앉았다가

눈감는 법을

그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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