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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방석을 깔고 앉아(시)

과학주의자 2022. 6. 28. 09:40

들꽃 방석을 깔고 앉아

 

 

이기철

 

누가 산과 들에 저절로 피는 꽃을 그만 피어라 했느냐

누가 마음과 마음에 피는 시를 그마 피라 하겠느냐

누가 산과 들에 핀 꽃 이름을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부를 수 있겠느냐

누가 시지와 문예지에 실린 시의 이름을 낱낱이 부를 수 있겠느냐

 

누가 산과 들에 핀 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꽃을 만질 수 있겠느냐

누가 문예지와 시지에 실린 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시를 고를 수 있겠느냐

누가 산과 들에 핀 꽃 가운데 가장 향기로운 꽃을 딸 수 있겠느냐

누가 잡지와 시집에 실린 시 가운데 가장 향기로운 시를 택할 수 있겠느냐

 

오늘도 나는 몇 편의 시를 잡지에 보내면서

저 많은 시 가운데 내 시가 어떤 빛깔을 발할 것인가를

저 숱한 시 가운데 내 시가 어떤 향기로 스밀 것인가를

두릅나무와 이팝나무 사이에서 연인의 이름 부르듯 생각한다.

 

산과 들의 저 많은 꽃 가운데서

어느꽃이 가장 향기로운가를 오래오래 생각하는

들곷 방석을 깔고 앉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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