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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와 콜벳 비유의 대안: M4A1과 HK416의 차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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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와 콜벳 비유의 대안: M4A1과 HK416의 차이

과학주의자 2022. 6. 29. 15:12

주류 사회심리학에서 남녀의 심리적 성차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논쟁은 신경과학으로 확산되었고, 2010년대 후반 페미니즘과 백래시 운동이 동시에 강해지면서 민간에서도 관련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자료와 이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상당한 학계의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자신의 선입견을 정당화하는데 주력하는 몇몇 학자들과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병적으로 신봉하는 대다수의 일반인에 의해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볼보와 콜벳 논변은 남녀가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을 옹호할때 흔히 쓰이는 비유이다. 그러나 볼보와 콜벳 논변이 이러한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어왔다. 볼보와 콜벳 비유는 인간의 다양성, 성별 정체감의 비일관성 등을 잘 포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볼보와 콜벳 비유는 어떠한 측면에서는 남녀의 심리학적 차이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선택은, 볼보와 콜벳 비유가 묘사하는 남녀의 심리적 차이에 대한 중요한 부분은 잡아내면서, 동시에 남녀의 차이를 더 잘 묘사하는 다른 비유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볼보와 콜벳 비유를, M4A1과 HK416 비유로 교체하자고 제안한다. 이 두 총은 밀덕들에게는 꽤나 유명하지만, 학자들의 사회경제적 특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는 언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두 총의 차이는 볼보와 콜벳 비유보다 남녀의 심리학적 차이를 묘사하는데 유용해 보인다. 필자는 M4A1과 HK416 비유가 볼보와 콜벳 비유보다 더 적절한 비유이며, 볼보와 콜벳 비유에 대해 3가지 이점을 가진다고 제안한다.

 

 

볼보와 콜벳 비유

볼보와 콜벳 비유는 남녀가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을 옹호하는 비유로, 남녀의 심리학적 차이가 매우 작다는 연구결과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심리학적 연구는 거의 절대다수의 분야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없거나 매우 작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볼보와 콜벳 비유를 주장하는 반대자들은 연구에서 밝혀진 차이가 남녀의 실제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공격한다. 이들에 따르면 볼보와 콜벳은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볼때는 이 차이가 합쳐지기 때문에 실제적인 차이는 매우 크다. 반대자들은 이처럼 남녀의 차이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크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것이 합쳐지기 때문에 남녀의 실제 차이는 생각보다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이 비유가 가지는 한가지 문제는, 콜벳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볼보와 콜벳은 일종의 차량인데, 볼보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으나 콜벳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비유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그러나 이 논변은 가상적인 장미와 튤립으로 대체하여도 불완전하게나마 설명할 수 있다.

 

튤립. 꽃잎이 모아져 있고, 잎의 형태가 세로이며, 꽃대가 연하다.
장미. 꽃잎이 펼쳐져 있고, 잎의 형태가 세로꼴이 아니며, 꽃대가 억세다.

위 사진을 보았을때, 장미와 튤립은 세부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꽃잎에서 벌어진 모양이 차이가 있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잎의 형태도 기본적인 구조는 같다. 또한 꽃대는 사진상으로 거의 차이를 판단하는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전체 사진을 보게 되면 장미와 튤립의 차이는 확연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전체 사진을 보는 경우 꽃잎과 잎, 꽃대의 차이가 한꺼번에 지각되어 작은 차이들이 하나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볼보와 콜벳도 헤드라이트 모양, 차체, 타이어 모양 등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차를 전체적으로 지각하게 되면 이 차이가 하나로 합쳐져 완전히 다른 차로 지각된다. 볼보와 콜벳 논변의 옹호자들은 마찬가지로 남녀의 심리적 차이도 합쳐서 보아야 하며, 남녀의 심리가 볼보나 콜벳이 그러듯이 각기 다른 어떠한 패턴을 그리고 있고 그 패턴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볼보와 콜벳 논변에는 여러 비판이 존재한다. 먼저 볼보와 콜벳에서는 인간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연구할때 항상 중요한 점은 차이가 표준편차보다 작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두 남녀가 다를 가능성은 두 타인이 서로 다를 가능성보다 작다. 그러나 볼보나 콜벳은 공산품이기 때문에 그러한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볼보와 콜벳의 차이는 항상 볼보나 콜벳의 표준편차(품질오차)보다 크다. 또한 볼보나 콜벳은 서로 모자이크(혼재)되지 않는다. 즉 볼보의 헤드라이트가 콜벳에 있거나, 콜벳 차체가 볼보 모양인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만약 당신 차가 그러하다면 바로 환불을 받도록 하자) 반면에 인간의 경우 남녀의 특성이 혼재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사실 절대다수의 남자는 뇌에 여성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여자도 마찬가지로 남성적 특성을 다수 가지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볼보와 콜벳 비유는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보는 좋은 비유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들(백래시 운동 지지자의 다수)이 많기 때문에 이 비유는 아직까지 서구권에서 유통되고 있다. 반면에 총은 상대적으로 더 마이너하기 때문에 총과 관련된 비유는 학계에도 제시된 적이 없고 민간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아래 글을 통해 총을 통한 비유가 남녀의 심리적 성차를 묘사하는데 더 탁월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자 한다.

 
 

M4A1과 HK416 비유

기존 심리학계에서 총의 존재에는 큰 관심이 주어지지 않았다. 범죄심리학이나 법정심리학에서 범죄 및 폭력성과 관련하여 총에 대해 다루기는 했지만, 다른 분야에서 총과 관련된 논의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총은 서로 비슷한 대상을 변별지각하는 연구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 수행된 변별지각 연구는 새나 자동차에 대한 변별을 연구하거나, 아예 그리블과 같은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수행되었다. 그러나 총의 경우에도 같은 종류에 여러 개량형이 존재하며, 이들을 변별하는 데에도 새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주의와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는 본 글의 핵심인 M4A1과 HK416을 구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M4A1과 HK416은 M16 돌격소총의 개량형이다. 미군이 20세기 중반에 M16을 처음 도입한 이래, 많은 군인들이 M16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시가전이나 다른 교전거리가 짧은 전장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하다고 호소해왔다. 이를 감안한 미군은 좀 더 짧고 사용하기 편한 M16을 개발해왔고, 1994년에 콜트 사에서 M4A1을, 2004년에 H&K 사에서 HK416을 개발했다. 

HK416. 일자형 가늠쇠와 옆면 레일, 가스피스톤 방식을 가지고 있다.
M4A1. 삼각형 가늠쇠와 옆면 총열덮개, 가스직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M4A1과 HK416은 같은 M16의 개량형이기 때문에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같은 탄을 사용하고, 2020년 미군에서 사용중이며, 모두 1m보다 짧고, STANAG 탄창을 사용한다. 이외에도 정말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총기 곳곳에 달린 레일을 통해 개조가 수월하다는 점도 포함된다. 그러나 두 총은 또한 여러가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M4A1은 가스직동식으로 작동하고, 가늠쇠가 M16 고유의 삼각형이며, 조준했을때의 모양도 M16과 마찬가지로 둥근 원 가운데에 가늠쇠가 솟아있는 식이다. 또한 배수구멍도 적다. 이로 인해 M4A1은 HK416에 비해 오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HK416은 가스피스톤식으로 작동하고, 가늠쇠가 일자형이며 접을 수 있다. 또한 자사의 다른 총인 MP5의 권총손잡이도 호환된다. 전체적으로 HK416은 M4A1보다 오염에 강하다는 인식이 있고 그래서 특수부대에서 더 많이 사용되지만, M4A1과 달리 M855A1 총알을 사용할 경우 내부에 손상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총기의 수명과 실전상황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M4A1과 HK416의 차이는 볼보와 콜벳의 차이와 많이 유사해보인다. 둘은 서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세부적인 측면에서 볼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차이가 합쳐져서 지각되기 때문에 밀리터리 매니아(속칭 밀덕 혹은 총덕)들은 두 총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세부적인 차이 중 일부는 총의 사용에서 매우 중요한 차이를 낳는데, HK416은 M855A1 탄환을 사용할 경우 손상 우려가 있다. 이러한 소수의 탄환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5.56mm 탄환은 두 총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이 탄환의 경우 5.56mm 탄환이 저지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군에서 도입한 신형 탄환이기 때문에 이 사소한 차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비슷하게 남녀의 심리적 성차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우울증과 자폐증에서의 남녀 발병율 차이를 강조한다. 우울과 사회성에서 남녀는 약한 평균 차이만 보이지만, 이는 그러한 특성이 극단에 이르러 발병하는 정신질환의 경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정 상황(특히 실제적인 상황)에서는 작은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은 M4A1과 HK416의 비유에서도 잘 포착되는 것으로 보인다. 

 
 

M4A1과 HK416 비유의 장점

앞에서 보았듯이 M4A1과 HK416 비유는 볼보와 콜벳의 차이와 유사하다. 또한 남자와 여자의 차이와도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더 나아가서 M4A1과 HK416의 비유가 볼보와 콜벳 비유보다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볼보와 콜벳 비유는 세세한 차이를 합쳐서 봐야한다는 함의를 던져주지만, 남성성/여성성의 다양성이나 모자이크적 양상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 반면에 우리가 M4A1과 HK416 비유를 채택하는 경우, M4A1과 HK416 비유는 남녀의 심리적 차이에서 나타나는 3가지 중요한 특성을 보여준다. 이 3가지 특성은 볼보와 콜벳 비유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1.다양성

위 사진에서 HK416과 M4A1의 모습이 제시되어 있지만, 저 사진만 봐서는 어떤 총이 HK416인지 M4A1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두 총에는 무수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M16이 미군에 채택된 이후 미군은 상황과 용도에 따라 무수한 M16을 만들어냈고, 저 두 총도 역시 무수한 바리에이션이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현대에는 많은 총기에 피카티니 레일이 장착되는데, 피카티니 레일은 총에 다른 조준경이나 총검, 도트사이트 등 다른 장비를 부착하기 위한 공간이다. 피카티니 레일과 현대의 시장환경은 총기에서 무수한 바리에이션을 만들어 냈다.

G95(HK416A7). 독일군이 채택한 HK416의 개량형이다. 전체적인 색이 다르며, 측면 레일이 가려져 있다. 조정간과 기계식 조준기가 원본과 다르고, 탄창도 HK Gen3 폴리머 탄창을 사용한다.
MK.18 CQBR Mod.1. M4A1의 개량형이다. 그러나 겉으로만 보면 HK416과 닮아보인다. 특히 짧은 길이와 접이식 가늠쇠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사실 상당수의 M4카빈(M4A1 계열)은 가늠쇠가 접이식이다.
HK417. 7.62mm 탄을 사용하는 HK416 개량형이다. M4A1과 HK416의 어느 탄창도 사용하지 못한다.
빈 라덴 사살에 쓰인 HK416. 각종 다양한 장비가 장착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두 총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현실에서 총의 색깔은 아주 쉽게 바뀌며, 개량형에 따라 노리쇠 전진기, 권총손잡이, 가늠쇠 등 다양한 부분이 변형되기 때문에 MK.18 CQBR Mod.1에서 보듯이 총이 둘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기 힘들다. 특히 소음기와 개머리판, 탄창은 규격화가 되어 이것으로 총을 나누는게 거의 무의미한 지경이고, 피카티니 레일을 통해 부착되는 장비들까지 고려하면 이 총이 M4A1인지 HK416인지, 아니 애초에 두 총중에 하나이긴 한건지 헷갈리게 된다. 물론 총덕들은 두 총을 구분하는게 가능할 수 있지만, 총의 종류만 알아서는 탄창이 어떨지, 조준기가 어떤 형성일지, 내구성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다. 특히 HK417의 경우 탄 구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HK416의 개량형이라는 정보만 가지고는 총을 운용할 수도 없다. 

 

이러한 다양성은 인간에게서도 발견된다. 남녀의 뇌 차이가 생각보다 작다는 연구를 발표한 다프나 조엘은, 성별 여부가 뇌의 특성을 알아보는데 거의 무용하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연구결과 남녀간 크기의 차이가 나타나는 뇌부위가 여럿 발견되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완전히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인 뇌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가령 여성은 전두엽 피질이 더 두껍고, 남성은 시상하부가 더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은 전두엽 피질이 두껍고 시상하부가 더 크거나, 전두엽 피질이 얇고 시상하부도 작았다.(이는 여성도 비슷했다) 거의 대부분의 여성에서 남성적인 뇌의 특징이 다수 발견되었고 많은 남성들도 여성적인 뇌의 특징을 가졌다. 즉 남녀의 뇌는 혼재되어(모자이크되어) 있었으며, 이 각 부분은 서로 독립적이어서 한 뇌부위가 남성적이라고 다른 뇌부위도 남성적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물론 눈썰미 좋은 총덕들이 그러하듯 이를 종합하면 뇌의 주인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후속연구에서는 각 뇌부위가 남성적인지 여성적인지를 판별하여 96%의 정확도로 뇌 주인의 성별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성별만 가지고는 뇌의 주인이 어떤 행동 특성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뇌의 남성적/여성적 특성이 혼재되어 나타나서 성별 정보만으로는 뇌의 주인이 특정 부위가 어떨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총의 종류만 알아서는 사용하는 탄이나 내구성, 소음성능 등을 알 수 없듯이, 성별만 알아서는 시상하부가 클지(그나마 이쪽은 예상이 더 쉽다), 전두엽 피질이 두꺼울지, 두정엽이 발달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심리학에서는 상황이 더 안좋다. 2020년 핀란드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big5상 성격을 사용했는데, 성격으로 사람의 성별을 76%밖에 맞추지 못했다. 높아보일수도 있지만, 기본확률이 50%고 뇌에서는 적중률이 96%였음을 고려하라. 게다가 성격은 5가지의 서로 다른 요인으로 구성되며, 이 요인들도 서로 약간은 독립적인 6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남녀가 서로 차이를 보이는 성격은 뇌부위와 마찬가지로 서로 독립적이며, 이를 다시 말하면 남녀의 성격도 뇌와 마찬가지로 혼재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성별만 알아서는 그 사람이 성실할지, 화가 많을지, 호기심이 왕성할지 알 수 없다. 표준화된 생산공정을 통해 오차를 체계적으로 조절하는 볼보와 콜벳은 이러한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반면에 M4A1과 HK416 비유는 남녀의 뇌와 행동이 매우 다양하고 혼재된다는 통찰을 던져주며, 성별만 알아서는 개개인을 알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실제 사실과도 부합한다.

 

2.가소성(가변성)

위에서 언급한 피카티니 레일은 21세기 총기를 이전 총기와 구분짓는 독특한 특징이다. 1995년에 미군에 채택된 피카티니 레일은 조준경이나 손잡이처럼 기존 총기에 없던 장비를 새로 달게 해주는 장비로, 장비에 피카티니 레일의 홈과 맞는 돌기만 있으면 어떠한 장비도 총에 달 수 있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은 내부구조나 사용탄종 등 총에 필수적인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다양한 장비로 총을 개조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레일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시기에 탄생한 M4A1과 HK416은 지금도 정말 다양한 장비가 부착되어 운용되며, 사실 아무 장비도 부착되지 않은 기본형을 보는게 매우 힘들다. 이때 총의 외형과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총의 원래 모양보다는(그것도 상당부분 작용하지만) 총기 소유자가 보유한 장비와 경제적 능력, 총을 쏘는 상황 등 환경 요인에 달려 있다.

 

이러한 가변성을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은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가소성은 뇌의 신경구조가 외부 환경에 따라 변하는 현상으로, 뇌의 구조가 외부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실제로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가소성은 많은 부분에서 발견되는데, 가령 기억은 외부의 정보 입력에 따라 시냅스가 변하는 현상으로 뇌가 가소성이 없으면 애초에 기억이 불가능하다. 또한 환상지 증후군도 가소성의 예인데, 환상지 증후군은 모종의 이유로 잘려나간 팔이나 다리에서 감각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환상지는 없어진 팔다리를 담당하던 뉴런이 다른 뉴런과 새롭게 연결되면서 발생하는데, 이것도 가소성의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물론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는 가소성이 발현되지 않고, 뇌의 어떤 부분이 가소성이 높고 어떤 부분이 낮은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뇌가 가소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뇌가 특정 조건이 변경되면 쉽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녀의 차이가 가소성을 가지는지는 잘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에 따라서 남녀의 심리적/행동적 차이가 사라진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가령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더 공격적인데, 만약 신체적인 공격이 아니라 언어적인 공격 상황에서는 차이가 없거나 여성이 더 심하다. 또한 몰개인화 상황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공격성 차이가 사라졌다. 비슷하게 남성은 여성보다 시공간지각능력이 더 좋은데, 여성들에게 FPS 게임을 2주간 실행한 연구에서 여성의 시공간지각능력은 남성과 동일했고 이 차이는 최소 5개월간 지속되었다. 공격성과 시공간지각능력에서의 차이는 남녀의 심리적 차이 중에 꽤 큰 것임을 고려하라. 볼보와 콜벳은 차를 통째로 개조하지 않는 한 차의 특성을 바꾸는게 굉장히 힘들다. 반면에 M4A1과 HK416은 남녀의 심리적/행동적 특성이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이 변화가 차이를 없앨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것도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

 

3.적응성

21세기 초만 하더라도 피카티니 레일이 유행하였다. 총에 맘에 드는 장비를 달 수 있다는 점은 큰 호응을 받았고, 수많은 총이 레일을 달고 나왔다. 또한 수직손잡이가 나와 반동 조절이 수월해 짐으로써 많은 군인들이 수직손잡이를 총에 장착하였다. 그러나 2020년에 와서는 몇가지가 달라졌다. 피카티니 레일을 실전에서 사용해본 사람들이 연속사격시에 레일이 너무 쉽게 과열되어 불편하다고 지적했고, 새로운 총열덮개를 도입하여 안쓰는 레일을 가렸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수직손잡이가 불편했고, 대신 다른 모양의 앵글드 그립(angled grip)을 사용했다. 물론 아직도 레일과 수직손잡이는 잘 쓰이지만, 레일을 가린 총기와 앵글드 그립이 장착된 총기도 이제 많이 보이게 되었다.

레일이 돋보이는 M4A1. 우측 하단에 양각대 손잡이를 달고 있다. 저기서 두 다리를 빼면 수직손잡이이다.
레일을 덮은 HK416. 위 총과 달리 원통형의 핸드가드가 총을 덮고 있다.(원본과도 다르다) 또한 옆으로 약간 누운 손잡이를 달고 있는데, 저것이 앵글드 그립이다.

저런 변화가 좋은지 나쁜지는 총기 사용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중요한 점은 총이 실전에 좀 더 유용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학조준기가 널리 보급되자 M4A1과 HK416 모두 기계식 조준기를 광학조준기로 변경하였고, 총의 반동을 좀 더 잘 조절하기 위해 수직손잡이가 널리 사용되었다. 또한 과열 문제로 인해 핸드가드가 안쓰는 레일을 덮게 되었고, 일부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앵글드 그립을 부착하였다. 이외에 많은 군인들이 새로운 장비가 나올때마다 기회가 되면 총에 부착하며, 총기제조사는 사용편의를 위해 총열을 줄이거나 다른 부품을 개량한 총기 개량형을 지속적으로 내놓는다.(사실 M4A1과 HK416도 그러한 개량의 결과이다) 이는 모두 총의 성능 향상을 위한 것으로, 장비의 교체나 개량, 다른 방식의 총기개량도 모두 실제 상황에서 총을 좀 더 유용하게 쓰기 위한 일종의 적응이다. 

 

상황에 맞게 개량할 수 있다는 점이 현대총기의 장점이지만, 이것은 인간의 장점이기도 하다. 인간의 행동은 상황에 맞게 변형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 다른 동물들에서 본능은 극복하기 힘든 것으로, 가령 돼지가 작고 반짝이는 물건을 구덩이에 파넣지 못하게 교육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본능을 거스르도록 하는 행동을 습득하지 못하거나 습득하더라도 곧 원래 행동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본능표류라고 하는데, 다양한 동물들이 본능표류를 보이는 것과 달리 인간에게서는 본능표류가 잘 관찰되지 않는다. 심지어 인간은 기본적인 생물학적 욕구도 참아내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단식을 하며, 어떤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에 의해 평생동안 성욕을 억제하며 살아간다. 이외에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통제하고 변화하는 모습은 매우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필요에 따라서 자신의 심리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도 있으며, 남녀의 차이도 그렇게 사라지거나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실제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20세기에서 21세기로 올수록 사람들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약간 낮아지는데 반해 두 특성이 융합된 특성인 양성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남성성과 여성성 모두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방의 지위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상승하고 지위가 안정되면서 남성의 재산보다 외모를 보는 여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좋은 일만은 아니다) 또한 서구권에서 남성과 여성은 타인에게 우호적으로 대하는지와 관련된 성격인 우호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사회적인 조화가 강조되는 한국에서는 남녀의 우호성 차이가 매우 작다.(게다가 남성이 더 크다) 볼보와 콜벳의 경우 바퀴에 체인을 달거나 좋은 엔진오일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차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부품은 사람보다 제한적이다. 반면 M4A1과 HK416은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 상황과 목적에 따라 변화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남녀의 심리적 차이가 사라지거나 뒤집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

 
 

콜트에서 온 남자, H&K에서 온 여자

볼보와 콜벳 논변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연구에서 측정된 남녀의 심리적 차이는 작지만, 이 차이들은 각각 떼놓고 보아서는 안되고 모두 합쳐서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합쳐서 보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볼보와 콜벳의 차이만큼 확연하기 때문에, 남녀는 심리적으로 아주 다르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남녀는 볼보와 콜벳이 아니라 M4A1과 HK416으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남녀를 M4A1과 HK416에 비유할 경우 우리는 남녀에게서 나타나는 다양성, 가소성, 적응성을 함께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볼보와 콜벳 비유로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들여다볼게 아니라, M4A1과 HK416의 틀로 남녀의 차이를 보아야 할 것이다.

 

M4A1과 HK416 비유는 남녀의 차이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는가? M4A1과 HK416에서와 같이, 남녀는 세세한 부분에서 작은 차이가 나타난다. 이중 어떤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남녀의 차이는 대부분 혼재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성별만으로 개개인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또한 남녀 모두 환경에 의해 잘 변화되며, 동시에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남녀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을 평가하는데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은 도출할 수 있다. 또한 남녀의 차이라고 규정된 사항도 환경이나 본인의 노력에 따라 사라질 수 있다는 결론도 도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녀는 심리적으로 비슷한 셈이다.

 

이 비유가 학계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 먼저 이 비유는 어느 논문에서 제안된 사항이 아니라 단순한 인터넷 글이다. 게다가 한글로 쓰였기 때문에 제도권 연구자들이 이를 보고 해석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또한 다른 이유로 이 비유가 연구자에 의해서 제안되거나 수용될 가능성은 낮은데, 왜냐하면 진화심리학자나 주류 심리학자 모두 총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진화심리학까지)은 좌파적으로 비칠 수 있는 가치를 옹호하고, 많은 생물학자/심리학자들은 총과 같은 폭력적인 매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총에 관심도 없는 학자들이 M4니 HK416이니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일리 만무하다. 이는 개인적으로 애석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비유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학자들에게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거의 모든 심리학자들이 성별의 차이가 절대적이지 않으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한 측면에서는 남성적인 여자거나 여성적인 남자라는데 동의한다. 또한 인간의 행동이 변할 여지가 크다는 점도 널리 인정받고 있고, 사람들이 자신을 변화시켜 세상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이 바로 임상심리학자들의 일이다. 남녀가 다르기보다는 같다는 젠더유사성 가설은 심지어 대다수의 진화심리학자들도 동의하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사실상 남자와 여자가 볼보와 콜벳이기보다는 M4A1과 HK416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남자는 화성에서 오지 않았고, 여자도 금성에서 오지 않았다. 대신 남자와 여자는 한블록 정도 떨어진 콜트 공장과 H&K 공장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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