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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인지신경과학 정리

과학주의자 2023. 1. 18. 15:16

기억연구는 심리학과 생물학의 합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억연구는 대개 심리학에 속하나, 기억연구가 본격적으로 촉발된 계기는 뇌손상 환자 HM에게서 다양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지금도 많은 생물학자들이 기억연구에 관여하고 있으며, 물론 많은 심리학자들도 기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기억은 신경과학과 주류 심리학이 잘 조화된 분야 중 하나이다.

 

 

1.개요

외현기억은 일반적으로 전전두피질(PFC)과 해마[각주:1]의 상호작용이다. 해마는 주변기관과 협력해서 기억을 만든다. 대부분의 암묵기억은 해마를 거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해마와 주변기관은 외현기억 전체와 암묵기억 일부에도 영향을 주는 주요 기억장치이다. 해마는 변연계 내부에 위치해 있으며 앞에는 편도체가 위치하고 주변을 medial temporal lobe가 감싸고 있다. 해마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해마의 구조 도식도

DG라 표시된 영역은 dentate gyrus로 해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CA는 Cornus Ammonis의 준말인데 CA 영역은 dentate gyrus를 감사는 형태로 해마를 감싸고 있으며 다시 4개 영역으로 나뉜다. 이러한 영역들이 medial temporal lobe(MTL)와 연결되어 뇌의 각 지역과 상호작용한다. 기억은 해마와 medial temporal lobe의 협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기억상실증 환자 NA를 통해 알수 있었다. NA는 미니어처로 만든 펜싱 검에 실수로 오른쪽 콧구멍을 찔렸는데, 장난감이 dorsomedial thalamus를 타고 들어가 medial temporal lobe와 간뇌를 찔렀다. 기적적으로 NA는 살아났고 인지능력도 정상이었지만 사고 이후 HM처럼 진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더불어 근 2년간의 기억이 싹 날아갔다. 이 사고는 medial temporal lobe가 해마와 마찬가지로 기억에 중요한 영향을 줌을 증명한다. 한편 해마가 손상된 일부 환자는 의미기억은 정상적으로 학습하는데,[각주:2] 이는 의미기억이 해마가 아니라 MTL에 의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각주:3] medial temporal lobe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해마 주변의 피질. HC는 해마이고 PHG는 perirhinal cortex, ERc는 entorhinal cortex, PRc는 PPA를 가리킨다.

해마가 뇌 각지와 상호작용하는 경로는 두가지가 있다. 내후각피질(entorihnal cortex)는 회백질(gray matter)로 구성되어 있으며 PPA와 함께 피질 영역에서 오는 회로를 중개하여 해마로 보낸다. 이 경로를 perforant pathway 또는 input 경로라 부른다. 한편 뇌궁(fornix)은 시상과 CA1,2,3 영역을 서로 연결한다. 해마에서 처리된 기억 정보는 뇌궁을 통해 시상과 시상하부로 전달된다. 이 경로를 output 경로라 한다. 이 두 회로는 전체적인 해마의 정보순환을 구성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는 해마로 들어온다. 그럼 해마는 정보를 처리하여 뇌궁을 통해 시상과 시상하부로 정보를 보내고, 시상은 정보를 가공하여 대뇌 각지로 전송한다. 전송된 정보는 장기기억의 형태로 대뇌에서 처리되고, 대뇌는 다시 내후각피질을 거쳐(PPA가 이 과정에 관여한다) 해마를 통제한다.

 

PFC는 얼굴이나 단어, 풍경, 물체를 저장하는데, PFC 중에서도 left inferior PFC가 기억에 관여한다. fMRI 연구에 따르면 얼굴을 기억할때 left inferior PFC와 left PPA가 작동해야 기억이 잘 일어났다. PFC도 기능에 따라 여러 부위로 나뉜다. 복내측 PFC(Ventral Lateral PFC, VLPFC)는 해마를 통해 들어온 기억을 처음 저장하는데, 의식적인(intentional) 기억과 직관적인(incidental) 기억 모두 담당한다. 배외측 PFC(Dorsal Lateral PFC, DLPFC)는 전략적이고 정교하게 조직된 기억을 담당하며, 주로 기억을 심도있게 저장하는 기능을(deep encoding) 한다. 한편 PFC는 기억의 인출에도 영향을 주는데, 실제로 사람이 기억을 인출할때 MTL과 PFC가 활성화된다.[각주:4] 이는 PFC가 기억을 인출한다기보다는, 기억을 잘 인출하기 위해 다른 영역을 억제하는 일종의 정신적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각주:5]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PFC가 좋은 기억 인출을 위해 다른 기억을 능동적으로 억제함을 보여준다.[각주:6]

 

한편 자서전적 기억에 대한 연구를 보면, 자서전적 기억은 의미기억과 일화기억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뇌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시각능력의 손상은 자서전적 기억의 어려움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는데,[각주:7] 이는 사건의 감각적 측면과 시공간적 위치, 정서적 정보를 결합해야 하는 일화기억의 특성이 자서전적 기억에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구글이미지를 비교했는데, 자서전적 기억이 mPFC와 해마를 활성화하였다. 이는 자서전적 기억이 정말로 개인의 중요한 측면과 관련되었음을 보여준다.

 

외현기억은 PFC와 해마가 관장하지만 외현기억만큼이나 암묵기억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그리고 암묵기억에 관여하는 뇌부위는 외현기억과 많이 다르다.[각주:8] 암묵기억의 학습은 피질하부의 영향을 받으며 주로 기저핵이 담당한다. 실제로 파킨슨병이나 헌팅턴 무도병처럼 기저핵이 손상된 병을 앓는 환자들은 암묵기억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일반인이나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rotary pursuit 과제나 mirror reading task를 잘 해내지만 기저핵, 특히 기저핵의 striatum이 손상된 환자들은 잘 해내지 못한다. 그리고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자판을 누르는 serial reaction time task에서도 기저핵이 손상된 환자들은 일반인이나 기억상실증 환자에 비해 수행 속도가 느렸다. 반면 이들의 외현기억 능력은 정상이었다.

 

비판자들은 위 과제가 운동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과제에서의 부진은 기저핵의 운동 기능이 손상된 결과지 기억 손상이 아니라고 비판했지만, 주어진 카드의 배열을 통해 실험자가 확률적으로 조정한 날씨를 추론하게 하는 weather prediction task에서도 기저핵이 손상된 환자들은 수행이 저조했다. 절차기억은 아마 기저핵 내부의 striatum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fMRI 연구결과 사람이 mirror reading task를 할때 striatum과 PFC가 활성화되었다. 

 

한편 다른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암묵학습을 할때 우측 시각피질이 활성화되었다.[각주:9] 이는 시각피질이 암묵학습을 담당한다기 보다는, 학습하는 정보의 특징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컴퓨터 화면상에 나타나는 일련의 점들을 자극으로 사용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는 자극으로 인공문법 과제를 사용했는데,[각주:10] 이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브로카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비슷하게 브로카 영역을 자극하면 인공문법 과제 수행이 향상되었다.[각주:11] 한편 implicit sequence 학습에서는 1차 운동피질이 관여하였다.[각주:12]

 

Multiple Trace Theory(MTT, consolidation, 기억공고화)

외현기억이 암묵기억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학자들은 외현기억도 서술기억과 일화기억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서술기억과 일화기억이 모종의 관계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역행성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대부분 최근의 기억을 잃어버렸으며,(이를 temporal gradient라 한다) 또한 일화기억을 많이 잃어버린다는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관찰에 기초해 몇몇 학자들이 고안한 이론이 consolidation 이론이다. 

 

기억은 신경과학적으로 뇌의 각 부분에 따로 저장된 여러 자극들 간의 신경회로 연결인데, consolidation 이론은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도 초기에는 매우 약하며, 그래서 저장된 지 얼마 안되는 기간동안 해마가 중간에 끼어들어 서로 떨어진 기억의 파편들을 연결해 주어야 한다. 이 약한 기억은 후에 지속적으로 해마가 뇌의 각 부분에 저장된 기억 파편들을 연결해 주어 대뇌에 서서히 저장된다는게 consolidation 이론의 주장이다. 이 이론에서는 consolidation도 단일 뉴런 수준에서 일어나는 synaptic consolidation과 뉴런간 연결 수준에서 일어나는 systems consolidation으로 나눈다. synaptic consolidation은 시냅스 수준에서, systems consolidation은 신경회로 수준에서 공고화가 일어나는데, LTP가 synaptic consolidation에 속한다.

 

consolidation 이론에 따르면 외상으로 인해 해마가 손상되면 최근 기억들이 강화를 받지 못하여 인출되지 못한다. 또한 단기적으로 볼때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진다. 실제로 장기기억은 처리된 자극에 따라 뇌의 각 부분에 따로 저장되며,[각주:13](이를 엔그렘이라 한다) 그래서 한 사건을 기억할때도 그때 들은 소리는 청각피질에, 본 장면은 후두엽에,[각주:14] 같이 있던 사람의 얼굴은 FFA에 저장된다. 심지어 암묵기억인 프라이밍도 관련된 자극을 처리하는 뇌부위가 망가지면 사라진다. 또한 실험결과 기억은 외운 시점에서 약간의 시간차이가 있을때 더 잘 외워졌다.[각주:15] 기억상실증 대부분이 해마 손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이론은 여러 반론을 받았다. 한 학자는 역행성 기억상실증이 일화기억만 상실시키는 병이며, 따라서 최근 기억이나 오래된 기억(remote memory)에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자들은 이 이론이 암묵기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가장 중요한 반론은 Nadal과 Moscovitch가 제시했는데, 이들은 역행성 기억상실증이 기억 종류마다 다르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술기억은 저장된 시간과 상관없이 역행성 기억상실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Moscovitch는 이후 consolidation 이론을 수정하여 MTT(Multiple Trace Theory) 이론을 제안하였다.[각주:16] MTT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갈때 해마가 단기기억에 포함된 여러 정보들을 묶는 memory trace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memory trace로 연결된 정보들은 평소에는 뇌 각지에 퍼져있지만 한 정보가 우연히 재생되면, 해마의 중재를 받아 신호가 memory trace를 따라 흘러 다른 정보들도 모두 머리속에 재생되도록 만든다.(이를 pattern completion이라 한다) memory trace는 이후 저장된 기억이 인출될때마다 해마와 상호작용하여 다른 trace를 추가하는데 이게 반복되어 memory trace가 많아지면 해마 손상과 같은 뇌손상이 와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남아있게 된다. MTT에선 consolidation 이론에서 가정하는 최근 기억의 저장시간이라는 개념이 약하며, 대신 일화기억은 항상 해마와 상호작용해야 한다. 한편 해마에 의해 형성된 이후 해마 주변부와 신피질(neocortex)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신피질에만 저장되는 기억도 있는데 이를 서술기억이라 한다. 서술기억은 해마 없이도 안전히 대뇌에 보존된다. 

 

왜 서술기억이 일화기억보다 안전할까? 서술기억은 피질에 이미 존재하는 지식과 통합되어 저장되며 이를 기억 공고화 과정이라 한다. 기억 공고화는 따라서 해마의 기능인 관계없는 요소의 통합이나, 사건이 일어난 배경인 시공간적 요소들(source memory)과의 결합이 불필요하다. 그래서 해마 없이도 보존, 인출될 수 있다. 사실 일화기억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semanticization은 오래된 일화기억이 서술기억과 비슷하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뇌에 오래 머물면서 수많은 memory trace를 형성한 일화기억은 서서히 시공간적 디테일에 관한 정보와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 신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결국은 디테일한 상황에 대한 정보는 사라지고 거의 서술기억과 다름이 없어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어릴 적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는 어릴 적 기억이 시간이 지나 semanticization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한 일화기억은 상대적으로 해마 손상에 안전하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노인은 젊은이에 비해 일화기억이 서술기억의 형태를 가졌으며, 사건이 일어나던 상황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할때도 서술기억의 형태로 제시했다. 이러한 일화기억의 semanticization을 통해 MTT는 temporal gradient를 설명할 수 있다. 또한 MTT는 저장된 STM이 기존의 서술기억과 잘 연결될수록 더 잘 기억된다는 예측을 내놓는데, 이는 기억의 부호화에 대한 알려진 사실과 일치한다.

 

MTT와 consolidation 이론 중 어느 이론이 정확한가? 한 실험에서는 MTT와 consolidation 이론을 비교검증하였다. 이 실험에선 최근 일화기억과 오래된 일화기억, 그리고 서술기억을 비교하였다. 연구자들은 이 기억들이 인출될때 해마 활동의 차이를 분석했다. consolidation 이론에 따른다면 오래된 일화기억이 서술기억과 함께 해마 활동이 없어야 하고, MTT에 따르면 모든 일화기억이 해마를 활동시켜야 한다. 이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오래된 일화기억도 해마를 활성화시켰으며 따라서 MTT가 검증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속 연구결과는 비일관적이고[각주:17] 방법론을 약간 다르게 할때마다 결과가 달랐다. MTT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상대측의 방법론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각주:18]

 

방법론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일화기억의 질을 측정하는 기존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이다. 기존에 학계에서 일화기억을 측정하는 방법은 3점으로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피험자가 일화기억을 회상할때 배경정보에 대해서 말을 못하면 1점, 시공간적 배경을 자세히 말하지 못하면 2점, 사건이 일어난 때와 장소를 정확히 말하면 3점인 식이다. Moscovitch는 이 방법이 잘 된 일화기억과 희미한 일화기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시간과 장소만 기억하는 사람과 시간과 장소는 물론이고 그때의 느낌, 생각, 상대방의 얼굴, 그때 나에게 불어오던 바람의 촉감 등을 같이 보고하는 사람의 기억이 같을리는 없지만 둘 다 3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Moscovitch는 counted the number of details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피험자에게 떠오르는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게 하고 묘사(detail)의 개수를 세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자 기억상실증 환자와 일반인의 차이가 기존의 15-20%에서 50%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 차이는 최근 기억이나 오래된 기억이나 별 차이가 없었고 서술기억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오래된 일화기억의 디테일한 묘사가 감소하는 것도 발견하여 오래된 일화기억에 semanticization이 일어난다는 기존 개념도 재확인하였다. 

 

혹시 말이 많은 사람이 연구결과를 해칠 경우를 대비해 피험자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말해달라고 동기부여를 하고, 75개 단서를 제공하여 피험자 모두 특정 기억을 잘 떠올릴 수 있게 만들고 측정한 결과, 기억상실자는 일화기억에서 묘사한 디테일이 더 적었고, 디테일의 수가 일반인의 서술기억, 기억상실증 환자의 서술기억과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에서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의 오래된 일화기억이 최근의 일화기억보다 더 안정적으로 남아 consolidation 이론을 지지하는듯 보이나, 앞서 말했듯이 오래된 기억은 semanticization되어 서술기억과 비슷해졌기 때문에 MTT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각주:19] 현재 주류 이론은 MTT이다.

 

한편 재고정(reconsolidation)은 기억의 공고화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기억 공고화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이후 학자들은 공고화가 한번 일어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환경의 입력에 따라 지속적으로 다시 일어나는 과정임을 밝혔다.[각주:20] 그렇기 때문에 한번 저장된 기억도 나중에 새로운 형태로 다시 변경될 수 있으며, 나중에 입력된 정보가 형성된 memory trace에 개입하면서 기존 정보가 오염될 수도 있다. 이러한 발견은 적절한 외부개입(주로 약)을 통해 기억을 왜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특히 고통스러운 PTSD 관련 기억에 사용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각주:21]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는 Moscovitch와 Nadal이 있다. Moscovitch와 Nadal은 MTT 이론을 처음 학계에 제안했다. 

 

subsequent memory effect

sugsequent memory effect는 기억에 관여하는 뇌부위가 강하게 활동할수록 기억이 잘 되는 효과이다.  ERP 연구에 따르면 기억과 관련된 특정 뇌부위의 활동수준은 기억의 정확성과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얼굴 기억으로 실험한 fMRI 연구에서 얼굴을 기억하게 하자 피험자의 left inferior PFC와 좌측 PPA가 활성화되었는데, 이 부위가 강하게 활성화될수록 기억이 좋았다.

 

2.해마

단기기억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은 해마(hippocampus)이다. 해마의 활성화 여부는 인출 여부의 성공과도 직결된다.[각주:22] HM도 해마 손상이 기억상실의 원인이다. 많은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해마에 손상을 입었는데, 이들이 보이는 증세를 통해 해마의 기능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 해마가 손상된 기억상실증 환자의 첫번째 주요 증세는 진행성 기억상실이다. 이 환자들은 모두 진행성 기억상실을 앓고 있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할 수 없다.[각주:23] 이 환자들은 digit span 과제는 잘 해내지만, extended digit span 과제는 잘 하지 못한다. extended digit span 과제는 제시받은 7개의 수열을 외운 후 충분한 시간간격을 두며 숫자를 하나씩 추가하여 외우는 과제인데, 일반인은 이전 수열이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충분한 확장이 가능하지만 환자들은 이전 수열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의 숫자도 추가하지 못한다. 이 결과는 해마가 손상된 원숭이에게 delayed non-match to sample test를 시킨 연구에서 재현되었다. 

 

환자들의 두번째 주요 증세는 암묵기억과 외현기억의 구분이다. 환자들은 장기기억이 불가능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이들은 비록 이전의 연습은 기억하지 못해도 mirror-drawing task나 rotary pursuit(원형으로 움직이는 점을 눈으로 쫓기) 과제를 연습시키면 시킬수록 더 잘하게 된다. 이는 환자들이 암묵기억은 손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데, 환자들은 암묵기억을 보존함은 물론이고 새로 습득하고 일반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거꾸로 된 단어를 읽게 하는 mirror-reading task를 환자들에게 학습시킨 결과, 하루에 한번씩만 과제를 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이 지나자 mirror-reading task를 더 잘 수행했다. 어떤 연구자들은 환자들이 단순한 절차기억만 습득가능한지, 아니면 복잡한 암묵기억도 기억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하나의 실험을 고안했다. 이들이 고안한 artificial grammer task는 어떤 규칙에 따라 알파벳을 배열해야 하는데, 연구자들은 규칙을 알려주진 않고 다만 여러 개의 가능한 배열만 알려주어 피험자가 스스로 학습하게 했다. 실험 결과 환자들도 일반인 못지않게 규칙에 맞는 배열과 그렇지 않은 배열을 구분할 수 있었다. 

 

절차기억이 보존되기 때문에 점화기억이 보존되리란 기대는 매우 당연할지도 모른다. 실제 현상도 여기에 가깝다. 환자들에게 특정 자극을 반복적으로 프라이밍하면(repetition priming) 환자들이 프라이밍의 영향을 받았다. 이를 알기 위해 다음의 사진을 보자.

연구에서 사용된 도구

위 사진에서 1은 그냥 의미없는 점의 집합이다. 환자나 일반인이나 차이는 없고 아마 조현병 환자나 뭔가 환시를 볼것이다. 그러나 점점 점들을 채워나가면 어느순간 이것이 코끼리 사진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1을 보여주면, 이미 사람들은 완성된 그림에 점화되었기 때문에 1에서도 코끼리 모양을 감지한다. 연구결과 환자들도 프라이밍 된 후 1에서 코끼리를 감지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몇가지 과제를 사용하여 환자들과 일반인의 점화기억에 차이가 있는지 연구하였다. 이들은 cued recall과 word-stem completion task를 사용했는데, cued recall은 공란이 하나 있는 단어를 완성하는(장X희나 김흥X, 이명X가 이와 비슷하다) 과제이고 word-stem completion task는 공란이 하나있는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단어를 말하는 과제이다. 연구자들은 환자들과 일반인을 모아 단어리스트를 주고 cued recall에선 리스트에 있던 단어로 공란을 완성하고, word-stem completion task에선 단어리스트와 상관없이 과제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두 집단의 과제점수를 비교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연구결과

연구결과 환자들은 cued recall에서 일반인보다 못했지만 word-stem completion task에선 두 집단간의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았다. word-stem completion task에서 환자가 단어리스트의 단어를 제시한 횟수는 일반인과 같았다. 또한 일반인과 달리 환자는 두 과제에서의 수행에 차이가 없었다. cued recall은 서술기억을, word stem completion task는 프라이밍을 알아보는 과제이다. 그래서 이를 통해 환자들이 외현기억인 서술기억은 손상되었지만 암묵기억인 점화기억은 손상되지 않았음을 관찰할 수 있다.

 

해마의 기능

위의 문단에서 행한 실험을 통해 해마의 기능을 유추할 수 있다. 해마는 input 회로와 output 회로를 통해 대뇌와 상호작용한다. 해마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기능을 하며, 암묵기억이 아닌 외현기억의 저장에 관여한다.[각주:24] 어떠한 방식인지는 논쟁(MTT 이론이 우세)이 있지만, 해마가 기억이 저장된 여러 부위를 연결해준다는 사실은 이제 확실하다.[각주:25] 그러나 환자가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한쪽에서 HM이 해마의 기능을 밝히는 연구자들에 둘러쌓여있는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해마 주변의 PPA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PPA는 지각심리학에서도 다뤄지지만 인간의 장소지각을 담당하는 영역인데 해마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착안하여 어떤 학자들은 해마가 장소기억에 특화된 기관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가설은 실제로 쥐의 해마에서 특정 장소에 반응하는 장소 수용장을 가진 장소세포(place cell)가 발견되면서 활기를 얻었다.

쥐의 움직임과 place cell의 반응. 정확히 칸막이 안의 쥐의 위치를 반영한다.

이미 시각심리학에서 망막 내 자극들의 상대적 위치가 연결대응되어 후두엽까지 반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같은 일이 place cell에도 일어난다. 장소세포의 활성화는 쥐가 칸막이 안에서 가지는 위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해마의 장소세포는 이렇게 칸막이의 일부 지역을 각각 할당받아 전체적인 지도를 쥐의 해마에 그린다. 그리고 쥐가 장소를 옮기면 장소세포들은 새로운 지역을 다시 할당받는다.(이를 remapping이라 한다) 칸막이 실험의 경우 쥐의 해마에 칸막이의 전체 지도가 그려지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후각피질과 비슷하게 장소세포도 경계선에 특화된 border cell이 따로 존재한다. entorhinal grid cell도 특정 기능에 특화된 장소세포인데, 내후각피질에 위치한 entorhinal grid cell은 장소세포의 활성화 패턴에 특화되어 있다. 포유류가 특정 장소에 머물러 있으면 장소세포는 각 지점을 할당받아 반응하지만, 이 격자세포(grid cell)은 장소세포가 활성화되는 패턴을 감지하여 포유류 개체의 위치를 계산하고, 포유류가 움직일때마다 다른 활성화 패턴으로 대응하며 움직이는 방향, 위치변화를 계산한다. 격자세포는 서로 떨어져 같이 반응하는데 떨어진 모양이 육각형을 형성하기 때문에 grid라는 명칭이 붙었다. 포유류가 어떤 장소에 떨어져도 격자세포가 반응하는 몇몇 장소세포를 통해 감지된 패턴을 계산하여 어느 장소인지를 기억해내고 감지된 패턴에 따라 필요한 장소세포를 활성화시킨다. 그리고 만약 낯선 장소에 떨어진다면 장소세포들을 remapping시키고 이 패턴을 또한 기억한다. 그래서 격자세포는 뇌속의 GPS라 불린다. 

 

격자세포의 특징은 격자세포의 처리방식이 population coding이라는 점이다. 격자세포는 항상 같이 움직이며, 이들의 활성화 패턴이 정보처리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들이 처리하는 정보도 장소세포들의 상대적 위치같은 일종의 패턴이다. 여기에 착안한 어떤 연구자들은 해마가 장소뿐만 아니라 관계적인(relational) 정보처리에 관여한다고 제안하였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 쥐는 좌측 모서리에 별을 달아놓은 칸막이에 들어갔는데, 별과 가까운 좌측 모서리에 반응하는 장소세포가 별을 떼다가 우측 모서리에 붙이자 우측 모서리에 반응하였다. 불을 끈 후에도 반응 패턴이 같았기 때문에 장소세포가 시각적 단서를 따라갔다고 보긴 힘들다. 비슷하게 다른 학자들은 수조에 물을 채우고 분유를 풀어 흐릿하게 만든 후 거기에 쥐를 담갔다. 쥐는 물속에서 숨을 못쉬기 때문에 살기 위해선 수조 어딘가에 설치된 수중 발판에 올라가야 한다. 한번 발판에 올라가 주변 경관을 본 쥐들은 다음에 물에 빠졌을때는 발판을 수월하게 찾아갔으며 발판을 제거해도 원래 발판이 있던 부분을 헤맸다. 반면 해마가 손상된 쥐는 보든말든 계속 헤매기만 했다. 이는 쥐의 해마가 시각적 단서와 지리적 위치의 관계를 기억함을 암시한다. 후에 해마에서 시간을 지각하는 time cell도 발견되었는데 time cell의 작동방식도 장소세포와 비슷했다.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증거를 통해 장소세포가 절대적인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체 공간 안의 상대적인 어떤 위치에 반응하며, 즉 장소세포가 저장하는 장소기억이 정확히는 상대적인 관계에 대한 기억이고, 더 나아가 해마가 장소기억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기억에 특화되었다고 제안하였다.

 

해마가 relational learning system이라는 이론은 몇가지 증거의 지지를 받는다. 먼저 장소세포는 공간의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쥐가 있는 칸막이를 비례적으로 크기만 키워놓으면 장소세포는 remapping하지 않는다. 또한 쥐에게 특정 위치가 냄새를 내뿜는다는 정보를 학습시키면 장소세포는 특정 위치에서 특정 냄새가 날때만 활성화된다. 이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해마가, 마치 격자세포가 장소세포들을 관계적 틀 안에 배열하듯이, 단기기억으로 들어온 정보들을 관계적 틀 안에 집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제안한다. 아마 이런 과정은 작화증과 큰 차이가 없을 듯 싶다. 없는 기억이나 인과관계를 꾸며대는 작화증은 정신질환의 일종이지만 사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화기억을 예로 들면, 인간은 어떻게 우연한 시간의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일어난 우연한 일을 의식적 노력없이 하나의 기억으로 만들까? 이들간에 인과관계는 없다.(불교는 잠시 조용하도록 하자) 이런 현상은 서로 관계없는 여러 장소들을 관계적 틀을 만들고 하나로 묶어 전체 지도로 만드는 격자세포의 일과 비슷하다. 아마 해마는 인과관계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 여러 정보들을 인위적으로 묶어 하나의 관계를 만드는 기관이고, 장기기억은 해마를 통해 묶인 청크로 보인다. 

 

relational learning system 이론은 해마 손상 환자들에 대한 연구에서도 지지받는다. 환자들이 암묵기억은 손상되지 않았음을 기억하라. 그러나 이론의 지지자들은 암묵기억 중에서도 관계에 대한 기억은 해마와 함께 손상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그림을 사용하였다.[각주:26]

 

연구에서 사용된 그림. 후자의 그림에서 모자의 위치가 달라져 있다.

위 실험에서 제시된 두 그림은 하나 말고는 차이가 없다. 하나뿐인 차이는 모자가 이동했다는 점이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모자는 다른 사물에 비해 눈길을 끌게 된다. 연구자들은 전 그림을 보여주고 시간이 지난 후 모자가 이동한 나중 그림을 보여주었다. 모자가 이동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선을 왼쪽 의자에게 오른쪽 의자로 돌리게 되지만 이전의 모자 위치가 암묵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초점이 아주 잠깐 왼쪽 의자에 머물렀다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해마 손상 환자들은 암묵기억은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안구운동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해마가 손상된 환자들이 관계에 대한 암묵기억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relational learning이 기억의 기본 요소라 생각한다. 진화적으로 동물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관계되는 여러 자극들을 찾아 환경을 재빨리 학습해야 하고, 그래서 패턴을 찾는 경향과 여러 조건화가 진화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필자는 기억이란 원인과 결과의 연결을 뉴런간 연결로 치환하여 뇌에 저장한 상태이며, 특히 외현기억은 보상이나 반복노출 없이도 사회적 사건이나 조상에게 전수받은 인과관계에 대한 정보를 저정하는 기제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사건의 기억이나 자기 경험에 대한 상세한 기억(일화기억)은 조건화를 넘어서 공감을 통해 사회적 유대를 촉진하거나,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무의식적 수준보다 더 자세히 이해하고 응용하여 환경을 개선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조상에게 인과관계에 대한 일반적 정보(서술기억)를 전달받는다면 문화의 힘을 통해 환경에 더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이점이 외현기억을 진화시켰을 것이라 예측한다. 결국 외현기억의 뿌리는 가장 고등한 기제를 갖춘 조작적 조건화가 아니라 비연합학습에 있다는게 필자의 주장이다. 

 
3.장기상승작용(Long-Term Potential, LTP)

LTP는 뉴런이 상호작용하는 방식 중 하나로 현재까지 장기기억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이론이다. LTP는 서로 신호를 전달하는 뉴런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NMDA 수용기가 이 과정을 매개한다.[각주:27] 정보를 전달하는 전 시냅스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면 신경전달물질이 후 시냅스를 자극하는데, 신경전달물질에 글루탐산이 끼어있으면 글루탐산이 NMDA 수용기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보통 마그네슘 이온(Mg2+)에 의해 막혀있는 NMDA 채널은 글루탐산의 결합만으로는 열리지 않고, 충분한 압력을 통해 다른 이온통로가 작동하여 뉴런이 흥분되어야 개방되는데 또다른 글루탐산 수용기인 AMPA 수용기의 작동이 가장 도움이 된다. 뉴런이 충분한 압력으로 흥분되면 글루탐산이 NMDA 수용기의 마그네슘 이온을 교체하고, 그럼으로써 입구가 열려 NMDA 채널이 개방된다.

 

NMDA 채널은 주로 나트륨 이온(Na+)과 칼슘 이온(Ca2+)의 출입을 통제하는데, NMDA 채널이 개방되면서 칼슘 이온이 체내에 유입되면 칼슘 이온이 체내의 AMPA 수용체 단백질과 반응하여 AMPA 수용체 단백질을 세포막으로 이동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 시냅스는 AMDA 수용체가 늘어나게 되고, 그럼으로서 기존에 비해 연결된 시냅스의 활동에 더 민감해진다. 또한 후 시냅스에서 작용한 칼슘 이온은 후에 전 시냅스로 재흡수되어 전 시냅스도 민감하게 만든다. 

 

LTP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장기기억이 해마에 의해 매개되어 대뇌의 뉴런간에 일어난 LTP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학자들은 해마를 전기로 여러번 급작스럽게 자극한 후 해마에서 최장 10시간동안 LTP 현상을 관측한 바 있다.[각주:28] 전기자극은 초당 50-100번 정도 가해졌는데 실제 뉴런도 이정도의 빈도로 서로를 자극한다. 또한 전극으로 일부러 뉴런을 흥분시킨 실험에서도 후에 뉴런의 EPSP가 자주 나타났다. 그리고 LTP를 약물로 억제하면 쥐의 기억력이 크게 손상된다.[각주:29]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LTP는 해마의 CA1에서 담당하는데,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각주:30]

 

LTP와 비슷하게 작은 단위를 통해 기억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은 neurogenesis(신경발생)가 있다. neurogenesis는 새로운 뉴런이 생겨나는 현상으로, 해마에서도 neurogenesis가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footnote]Kempermann, G. (2008). The neurogenic reserve hypothesis: what is adult hippocampal neurogenesis good for?. Trends in neurosciences, 31(4), 163-169.[/footnote] 이것이 반드시 기억이 neurogenesis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kempermann은 neurogenesis가 기억, 특히 복잡한 상황의 학습과 기억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기억 인출의 생리적 측면

기억을 인출할때 전두엽은 각자 다른 일을 맡아 인출한다. 서술기억을 인출하려고 하면 anterior VLPFC는 머릿속을 뒤져 꺼내려는 서술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러면 posterior VLPFC가 적절한 단어와 결합하여 서술기억을 밖을 보낸다. 좌측 PFC는 기억을 회상할때, 우측 PFC는 기억을 재인할때 일한다. 이들의 정교한 협동을 통해 PFC는 기억을 조직하고, 선택하고, 평가하여서 다시 저장하거나 의식으로 보낸다. 작업기억 중에서도 집행기억장치가 PFC에 있는건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두정엽이 기억 인출에 관여한다는 주장도 있다. 확실한 사실은 좌측 두정엽에 손상을 입으면 기억 인출에 문제가 생긴다. 좌측 두정엽이 손상된 사람들은 일화기억의 디테일이 더 떨어지고, 반대로 왜곡된 기억이 아닌 실제 기억을 인출하면 좌측 두정엽이 크게 활동한다. 아마 좌측 두정엽이 어떤 기억이든지 외현기억의 인출에 무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좌측 두정엽도 위치에 따라 위쪽에 있는 Dorsal Parietal Cortex(DPC)와 Ventral Parietal Cortex(VPC)로 나눌 수 있는데, DPC는 재인을, VPC는 회상을 담당하고, DPC가 더 확신하는(high confidence) 기억을 담당한다. 

 

신기한 사실은 재인과 회상을 담당하는 기관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억검사의 중요한 두가지 방법을 앞에서 보았을 것이다. 보통 회상보다 재인이 쉽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는 회상과 재인이 생물학적으로도 다를 수 있다고 한다. 재인은 보통 이 기억이 내가 알던 친숙한 기억인지,(familiarity) 회상은 내가 실제로 이 기억을 특정 시간대에 습득했는지(remembering)에 대한 검사이다. 보통 사람들은 회상을 더 어려워하는데 사실 컴퓨터공학적으로 보면 이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기억을 source memory까지 인출하는 일은 알고리듬만 잘 짜면 쉽게 할 수 있다. 재인도 알고리듬을 잘 짜면 되겠지만 그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컴퓨터가 어떤 지식을 '안다고 판단하기'는 2019년까지 실현되지 못한 인공지능 연구의 난제이다.

 

 

편도체와 기억

HM이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을 분리하는데 끼친 공로는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HM은 기억상실증만 걸린게 아니었다. 수술 중에 HM은 해마와 함께 편도체도 잘려나갔고, 이후에 기억상실증과 함께 정서지각의 어려움도 겪었다. HM은 아픔을 잘 느끼지 못했고 밥을 먹으나 마나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마치 감정이 사라진 듯한 HM의 행동은 기억연구자들이 감정에도 주목하게 하였다.

 

이전에도 편도체가 공포학습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각주:31] 편도체가 손상된 쥐는 고양이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같이 놀거나 공격하기도 한다. 또한 911 테러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몇년이 지난 다음에도 테러 당시에 대한 세세한 기억을 유지했다.[각주:32] 이러한 사실들과 HM의 사례를 본 Cahill은 편도체가 장기기억에도 영향을 준다는 주장했다. 그는 동료 연구자 Mcgaugh와 함께 실험을 했는데, 두 집단에게 같은 연속되는 그림들을 보여주고, 한쪽에는 정상적인 이야기를, 다른 쪽에는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령 마지막 그림은 소년이 서있고 소년의 엄마가 집으로 가는 그림이었는데, 통제집단에는 소년이 곧 올 아빠를 기다리고 있고 엄마는 볼일이 있어 집에 간다고 설명한 반면 처치집단에는 소년이 대규모 수술을 앞던 아빠를 기다리고 있고 엄마는 바쁜 일이 있어 집에 갔다온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주 뒤에 피험자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말해달라고 했는데,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집단이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기억했다.

 

이처럼 큰 정서적 반응은 장기기억을 강하게 만든다. 아마 편도체가 이 과정에 관여할 것이고 실제로 편도체가 활성화될때 해마가 자극되어 인출이 잘 되며[각주:33] 장기기억 형성도 수월하다. 그래서 편도체는 보통 정서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각주:34] 앨버트 실험을 통해 이러한 정서기억 형성의 메커니즘을 보면, 아이가 쥐를 만질때 큰소리를 내면 소리는 고막에서, 쥐를 만지는 촉감은 촉각 수용기를 통해 신경신호로 전환되어 시상으로 향한다. 그리고 시상을 거쳐 대뇌로 향하는데, 대뇌로 가는 신경섬유에서 몇 가닥이 빠져나와 편도체의 Lateral nucleus(LA)로 연결된다. LA는 받은 정보를 즉각적으로 해석하고 해석결과에 따라 밑에 위치한 CEntral nucleus(CE)를 자극하는데, CE는 LA의 명령에 따라 자율신경계를 통제하고 호르몬 분비를 명령한다. 제임스 랑게 이론에서 예견하듯 이 자율신경계 반응은 다시 대뇌로 전달되어 감정을 형성한다. 이런 과정은 공포학습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인간경험이 거친다.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는 phelp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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