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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저장고
따뜻함주의 제안 - 힐러리와 트럼프의 성공과 실패 본문
토인비는 문명의 끝이 세계종교라고 말한 바 있다. 성공한 문명은 자신을 통합하고 유지하기 위해 일관되고 매력적인 가치체계를 필요로 하고, 그 노력이 세계종교의 형태로 무르익어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명도 안정적인 문명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세계종교를 창출해낼 것이다. 특히 현대문명에 만연한 불확실성을 경감하고 따뜻함을 제공하는 역할을 우리의 세계종교가 해줄 것이다.
이미 우리 문명은 세계종교의 후보를 배출해냈다. 좌우파 양쪽에서 출현한 리버럴과 대안우파는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으며, 그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대안우파는 하류층의 지지에 힘입어 급속도로 강해지고 있고, 리버럴은 밀리는 모양새지만 좌파와 엘리트, 지식인, 사회운동권에 단단한 기반을 구축하였다. 이들은 나름의 시대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대안은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리버럴과 대안우파에 대해 논하고, 이들이 따뜻함을 제공하는 방식과 장단점을 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리버럴과 대안우파를 소개하고, 이들의 주장을 따뜻함의 시각에서(가능하면 불확실성 감소까지 포함해서) 조망한 후, 근대의 보존과 따뜻함의 충족에서 이들의 장단점을 평가한다. 이후 이 둘이 공유하는 진영논리에 대해 논한다.
리버럴
필자가 리버럴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리버럴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여서기도 하고, 다른 유용한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버럴(liberal)이란 현대 주류 좌파 사상 중 하나로, 사회적 약자의 권리 증진을 추구하며 다양성, 공정, 포용의 3대 가치를 핵심으로 한다. 실질적으로 리버럴은 미국 민주당의 주류 사상이고, 좌파 중산층의 지지를 받으며 신좌파 사상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리버럴이 내세우는 3대 가치(DEI)를 통해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 다양성(Diversity): 리버럴은 인구학적 다양성을 추구한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성별, 인종, 성적 취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 리버럴은 거의 모든 조직이 이러한 다양성을 최대한으로 키우기를 바란다.
- 공정(Equity):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능력에 따라 대우받아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차별받는 집단은 특혜를 받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승진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많은 돈을 받아야 하는지는 그 사람의 능력과 약자성에 의해 결정된다.
- 포용(Inclusion): 리버럴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에 관심이 많고, 약자의 지위를 신장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사회적/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
리버럴은 많은 부분에서 좌파 일반과 비슷하다. 리버럴은 사회를 강자 집단과 약자 집단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인식한다. 강자 집단은 항상 우선권을 갖고, 약자 집단은 항상 억압당하며, 모든 제도와 문화는 강자의 착취를 돕고 정당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리버럴은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 집단을 처벌하고, 약자 집단이 받은 피해를 보상할 만큼 최대한의 특혜를 제공해야 한다.
리버럴이 근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들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능력주의를 지지한다. 그러나 약자 문제가 개입되는 경우 리버럴의 입장이 달라진다. 리버럴의 시각에서 이 사회는 약자를 억압하는 장이기 때문에, 약자가 억압당하지 않고 오히려 지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강자로 규정된 사람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약자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항상 관철되도록 제도를 수정해야 하며, 인재의 선발과 보상 기준에 능력과 함께 개개인의 약자 여부도 포함되어야 한다. 문화 또한 기존의 강자중심 문화에서 약자중심 문화로 변하도록 철저히 검열되고 개조되어야 한다.
리버럴이 실제 벌이는 캠페인은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수많은 특혜, 가령 여성상담소와 여성취업지원, 여성창업지원, 성폭력지원기관에서 남성의 배제, 무수한 여성할당제는 여성이 약자이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남성보다 우선권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리버럴의 이념에 기반한다. 마찬가지로 유색인종은 주류인종에,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에 항상 우선되어야 한다. 리버럴은 성중립 화장실을 지지하는데, 이는 리버럴이 퀴어를 남녀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리버럴은 연대를 강조한다. 리버럴이 본 사회에서 약자는 언제나 강자에 의해 핍박받는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약자가 서로 연대하여 강자를 몰아내야 한다. 이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리버럴은 자신들이 약자로 규정한 여성, 유색인종, 비이성애자, 퀴어, 노동자, 빈민(빈민은 가장 맨 마지막에 강조된다)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구성원들에게 적잖은 관심을 기울인다.
연대에 대한 강조는 리버럴뿐만 아니라 다른 좌파도 가지고 있는 특성인데, 그 뿌리는 공상적 사회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 보수주의와 연관된 일부 좌파는 사회의 해악이 자본주의에서 왔다고 보고, 그 대안으로 소규모 공동체를 주장했다. 이들은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마을에서 좌파적 신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는 실제로 그러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였다. 비록 그들의 시도는 많은 경우 실패했지만, 연대와 동지애, 상호간 사랑을 강조하는 전통은 리버럴에도 일부 잔존하였다.
리버럴의 장점
리버럴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엘리트 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리버럴은 근대문명에 친화적이다. 대부분의 리버럴은 민주주의와 시장, 과학에 호의적이다. 물론 그들의 사상과 제도가 충돌하는 부분에서 그들은 사상의 편을 들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와 시장,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는 나타나지 않는다. 근대의 파괴를 공언하고 다니는 대안우파와 비교할 때, 이 부분은 리버럴의 확연한 장점이다.
연대에 대한 강조도 리버럴의 장점이다. 사실 리버럴은, 적어도 약자 계층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히 박애를 강조하고 있다. 리버럴은 공공연하게 약자 집단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구어적으로 자주 표현되고, 공식 담론에서도 자주 나타나며, 조직문화가 드러나는 여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약자에 대한 연민은 행동으로도 표출된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 때 리버럴은 어느 누구보다 빠르게 현상을 조사하고, 약자 집단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표현한다. 또한 약자 집단을 편애하는 많은 정책이 리버럴에 의해 제안되었다.
약자 집단에 대한 리버럴의 편애는 적어도 일부 부분에서 성공하고 있다. 리버럴은 약자 집단에 대한 존중을 언어적, 행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약자 집단으로 하여금 리버럴이 자신을 위한 사상이고, 리버럴이 자신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하고 있으며, 그들이 자신에게 따뜻함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게 할 수 있다. 이는 리버럴 사회복지사들과 사회운동가, 상담가를 만나 도움을 받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는 리버럴이 아직도 약자 집단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리버럴의 한계
리버럴은 약자 집단에게 따뜻함을 제공하는데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리버럴의 한계 또한 보여준다. 리버럴의 가장 심각한 한계는 그들이 약자 집단을 편애한다는 점에 있다. 리버럴은 따뜻함이 담긴 무수한 언어적, 행동적 러브레터를 약자 집단에 보내지만, 그것은 전체 인구의 일부 집단에만 도달한다. 리버럴이 따뜻하게 대하는 인간은 여성, 유색인종(흑인), 비이성애자, 퀴어, 노동자뿐이다. 반면 남성, 백인, 이성애자, 남녀, 기업가들에게 이들은 러브레터 대신 멸시와 무시, 공격, 협박을 보낸다. 이들에 의해 강자로 규정된 사람들은 리버럴의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하며, 무슨 사안이 생길 때마다 모든 해악의 근원으로 지목되어 인간적 적대감에 노출된다.
리버럴이 보여주는 따뜻함은 내외집단의 구분을 철저하게 따른다. 그들에 의해 약자로 규정된 집단은 어떠한 경우에도 관심과 이해, 공감, 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그들에게 강자로 규정되었거나, 리버럴 이데올로기를 따르지 않는 경우 무시와 적대, 협박, 공격의 대상이 된다. 이슬람 흑인 레즈비언 퀴어 생물학적 여성은 무조건적으로 발언권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리버럴에 동조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은 법에 의해 보장된 어떠한 표현의 자유도 박탈되어야 한다. 실제로 리버럴에 비판적이었던 많은 지식인이 리버럴의 공격을 당했으며, 더러는 직장을 잃어야 했다. 1
내외집단의 구분은 그들이 규정한 약자 집단 내에도 적용된다. 그들이 규정한 약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약자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자신과 갈등하는 상대가 더한 약자로 규정되거나, 자신이 리버럴 이데올로기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그 즉시 공격의 대상이 된다. 바로 그런 이유로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여성들이 '명예자지'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혔고, 가자전쟁이 일어나자 자신을 더 한 약자로 규정한 리버럴 사이에서 강한 비방전이 이어졌다. 최근 트럼프 대선에서 트럼프를 선택한 약자 집단(흑인/히스패닉 '남성')도 젠더의 맥락에서는 강자로 규정되는 사람들이었다.
명확한 내외집단의 구분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우선한다. 이것이 리버럴이 근대질서의 파괴에 공공연하게 동참하는 이유이다. 리버럴은 내외집단의 구분을 근대질서에 적용해서, 자신에 유리한 경우 정당화하고, 불리한 경우 압제자의 차별이라고 비난해 왔다. 과학이 진화심리학을 소개할때 그들은 과학을 여성차별이라고 비난했으나, 과학이 기후변화를 지지하자 과학이 사실이라고 홍보하였다. 여성이 기업과의 소송에서 패할때 그들은 자본가를 비난했으나, 자본가가 지원해준 슈퍼팩에는 침묵하였다. 혐오발언 규제법은 온당한 검열이라고 지지하면서도, 파시스트들이 행하는 학교 도서 검열은 부당한 검열이라고 비판하였다.
리버럴이 보이는 이중잣대는 과거 집단주의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실 리버럴과 집단주의는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둘 모두 집단의 가치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을 요구한다. 집단의 가치에 부합하고 순종하는 이는 따뜻함을 제공받지만, 순종하지 않는 이는 배척의 대상이 된다. 개인의 권리보다 내집단이 우선시되고, 공정한 법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개인주의가 강한 사람일수록 역차별 정책을 반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 리버럴의 행동 특성은 많은 부분 집단주의가 강했던 전근대의 마을 공동체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근대사회와 맞지 않다.
대안우파
대안우파는 아직 리버럴에 비해 세력이 미약하지만, 근 14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정치 세력이다. 독일에서 연이은 네오나치의 승리와 트럼프의 두 번에 걸친 당선은 대안우파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준다. 대안우파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안우파(alt-right)란 21세기 서구에서 발흥하고 있는 우파 사상 중 하나로, 자본주의와 근대이성을 비판하고 남성성, 혈통적/도덕적 순수함, 신앙 등 전근대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다. 이러한 사상은 서구의 젊은 우파와 노동자에게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대안우파의 핵심은 전근대적 가치와 권위에 대한 추종과 순종이다. 그러한 이유로 일부 대안우파는 좌파적 통제경제를 추구하는데, 이는 그것이 지도자에게 많은 권력을 실어주고 기독교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안우파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가 타락했고, 그 결과 여러 사회적 병폐가 생겨났다고 믿는다. 이는 사람들이 근대 물질문명과 허울뿐인 근대적 가치(자유, 평등 등)에 찌들어 도덕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으로, 전근대의 덕목을 다시 세워 도덕적 타락을 뿌리뽑는 것이 이러한 병폐를 치유하고 사회를 원상복구하는 길이라고 이들은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기본적으로 근대에 부정적이며, 일부는 중세로의 회귀를 추구한다.
대안우파에 대한 연구가 많지는 않지만, 심리학자들은 대안우파와 깊게 연계된 2가지 태도를 찾아냈다. 사회지배성향(SDO) 3은 세상을 무한경쟁의 장으로 보는 태도로, 사회지배성향이 강한 사람은 세상이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로 되어 있으며 자신의 집단이 다른 집단을 지배하는 것을 추구한다. 우익권위주의(RWA)는 기존 사회의 권위를 추종하는 태도로, 우익권위주의가 강한 사람은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보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아버지, 국가, 기득권 등의 권위에 충성하며, 권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극도로 폭력적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나 사회적 연결처럼 관계성 욕구가 잘 충족되지 않는 경우 우익권위주의가 증가한다.
대안우파의 기본 정서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안우파의 전신격이었던 티파티도 공유했던 특성이다. 티파티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연구에서 사회학자는 티파티의 동력이 '아름답고 따뜻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고대 그리스나 중세를 이상화하고 그리워했던 낭만주의에서도 발견된다. 아름다웠던 과거와 현대의 타락이라는 개념은 대안우파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름다웠던 과거에 대한 적극적이고 폭력적인 추종이 대안우파의 핵심으로 보인다. 4
대안우파의 장점
대안우파의 사상적 지향점을 고려한다면 대안우파의 장점도 이해할 수 있다. 대안우파의 장점은 간접적인 따뜻함 추구에서 찾을 수 있다. 비록 대안우파가 명시적으로 따뜻함을 추구하진 않지만(오히려 반대이다), 여러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따뜻함을 옹호한다. 대안우파는 따뜻했던 과거를 이상화하고, 차가운 현대와 대비되는 따뜻한 과거를 이상향으로 설정하며, 따뜻함을 제공할 안락한 가정을 추구한다. 그리고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라포를 형성한다. 이것이 외로움에 고통받는 사람이 우익권위주의를 더 지지하는 이유일 수 있다.
대안우파가 기성 종교나 전통에 의지한다는 점도 이들의 강점이다. 물론 전통은 많은 부분에서 현대사회에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전통문화와 규범은 지난 수천년간 발생가능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규합해온 노하우가 있다. 거기에는 따뜻함 또한 있을 것이다. 특히 대안우파가 추종하는 기독교는 인간 개개인에 대한 신의 사랑을 강조하여, 따뜻함을 문화적으로 충족해줄 수 있다. 다른 전통적 규범도 자유의 억압을 담보로 공동체를 결속해서 가정을 형성하고 서로 인간적으로 결합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전통 추구와 강한 규범의 제시는 따뜻함뿐만 아니라 불확실성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이들의 대안은 아주 간단하게도 과거로의 회귀이다. 만약 우리가 단순하고 안정적인 과거로 돌아간다면, 적어도 삶의 안정성은 지금에 비해 매우 견고해질 것이다. 물론 거기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상상 이상이겠지만, 적어도 외로움과 불안함에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이러한 대안은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대안우파의 한계
대안우파는 외로운 사람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들어주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바로 그 해결책 때문에 우리는 대안우파를 받아들일 수 없다. 대안우파는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반근대를 표방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정파상 이유로 서구 대안우파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있지만, 비서구권(과 러시아)에서 보이듯 이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 적대적이다. 많은 대안우파는 이성과 합의 대신 권위와 폭력을 추종하고, 개인의 자유보다 강력한 권위를 옹호하며, 과학을 부정하고 종교와 음모론을 신봉한다. 이들이 추종하는 이상향이 전근대라는 점에서, 이들은 본질적으로 근대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대안우파가 따뜻함을 충족하는 방법도 불완전하다. 실질적으로 대안우파는 지지자의 따뜻함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이 아무리 따뜻한 가정과 마을을 이상으로 제시하더라도, 동시에 세상은 원래 혼자이고, 남자답게 강인하게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설파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지지자로 하여금 따뜻함을 충족하는데 필요한 인간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을 약하게 만든다. 실질적으로 대안우파의 지지자는 대안우파의 남성성 강요와 사회적 배척 속에서 오히려 외로움이 가중된다.
대안우파의 이러한 불완전함은 결과적으로 대안우파를 키우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대안우파는 따뜻한 과거를 이상향으로 내세우며 사람들을 모은다. 그렇게 모인 외로운 사람들은 대안우파의 남성성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비난 속에 더욱 더 외로워진다. 그러한 외로움의 증가는 대안우파에 대한 더 큰 지지로 이어지고, 더 강한 대안우파의 영향력은 더 큰 외로움과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대안우파는 외로움을 감소시키기보다 증폭하고 있다.
근대에 부합하지도 않고, 외로움도 줄여주지 못하는 이들은 너무 폭력적이라는 점 또한 문제이다. 대안우파는 자신들이 관용적이라고 선전하지만, 실상 이들 또한 리버럴 못지않게 배타적이다. 이들 또한 자신의 반대파를 비난하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대안우파는 과도한 폭력성으로 인해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대안우파는 총기소지나 증오범죄, 시위대 폭력, 가정폭력 합법화, 폭동 등 수많은 사안에서 폭력을 옹호하거나 실제로 행사한다. 이들은 외집단을 상대로 거리낌없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고, 대안우파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혹은 '타락'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이들에 의해 사회적 생존뿐만 아니라 물리적 생존마저 위협받는다. 5
힐러리와 트럼프의 공통점
본 글에서는 리버럴과 대안우파를 서로 대립되는 두 사상으로 이야기했고 이는 현실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두 사상이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 또한 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근대에 부정적이고, 일반인에 대한 강렬한 적대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따뜻함을 제공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이들 두 사상이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두 사상이 상정하는 적과 아군은 큰 차이가 있지만, 둘 모두 강한 진영논리를 보인다는 점은 비슷하다. 리버럴에게 있어 세상은 리버럴을 지지하는 선과 리버럴을 지지하지 않는 악만이 존재한다. 그러한 논리로 리버럴은 자신에 동조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혐오종자로 비하하면서, 리버럴을 지지하지 않는 대중을 배척한다. 대안우파 또한 세상을 강건한 자신과 타락한 pc충으로 나눈다. 그러한 논리로 이들은 대안우파의 기준에서 비전통적이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을 공격하고 비하하면서, 현대문명을 사랑하는 대중을 배척한다. 둘 모두 상대 진영에 강한 적대감을 보이고, 대중이 자신의 편에 속하는지 끊임없이 판단한다. 그리고 적으로 규정된 대중에 대한 공격을 일삼는다.
이러한 진영논리는 근대의 거부로 이어진다. 리버럴은 근대문명이 혐오적이라고 부르짖으면서, 근대사회를 약자중심의 차별사회로 바꾸려고 시도한다. 대안우파는 근대에 대한 부정이 핵심이며, 여러 근대적 가치(인권, 과학 등)를 부정한다. 이들은 현대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여러 시도, 표현의 자유 검열, 집단린치, 폭동, 살인 등을 적극적으로 행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리버럴과 대안우파는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들이 보이는 진영논리와 전근대성이 이례적으로 광기에 차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이러한 태도는 전근대 마을 공동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이다. 전근대 마을 공동체는 외부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이었으며, 외지인이 마을에 정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그들의 완고한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은 배제당했고, 멍석말이나 돌팔매처럼 강한 폭력이 제재로 가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판단의 기준은 법이 아니었고, 마을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법과 인권, 합리성이 아니라 규범과 여론이었다.
두 사상이 전근대 마을 공동체와 같은 특성을 보이는 것은 그것이 따뜻함의 제공에 좋기 때문일 수 있다. 내외집단의 강한 구분은, 내집단에 대한 강한 편애와도 관련된다. 이들은 내집단에 대해서만큼은 강한 관심과 이해, 공감, 위로, 도움을 제공하고, 같은 활동을 공유하는 것은 내집단에 대한 몰입을 강화할 수 있다. 게다가 외집단에 대한 배척도 내집단 편애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 특정인에 대한 강한 공감은 특정인의 적에 대한 강한 적대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6
내집단 구성원에 대한 그러한 관심은 법과 원칙으로 실현되기에 상당히 힘들다. 전술했듯이 법과 원칙에 기반한 도움은 우리가 느끼기에 비인간적이고 차갑다. 내집단 구성원에게 따뜻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실업급여 지급과 국선변호인, 권리 옹호보다는 개인적으로 고기 사주기, 곁에서 고민들어주고 같이 욕해주기, 갈등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편들어주기가 더 효율적이다. 이러한 반응적인 관심과 지원은 개인으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외부적으로는 근대 질서에 위배되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은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따뜻함의 제공에 실패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 사람들에게 제한적인 따뜻함은 제공하고 있으나, 리버럴은 한정된 인구집단에게만 그것을 제공하고, 대안우파도 그마저도 잘 제공하지 못한다. 이들의 진영논리는 따뜻함이 한정된 사람들(내집단)에게만 주어지도록 만들고, 이들의 비이성은 그러한 편향이 교정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이 이들은 우리의 대안도, 목표도 될 수 없다.
심리적 근원
리버럴과 대안우파는 일부 기득권(지식 엘리트나 전통적 권위자)에 의한 통치를 선호하고, 자기 진영의 가치를 맹신하며, 상대 진영에 극심한 적대감과 폭력성을 보이고, 기득권의 권위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과도한 거부나 과도한 추종)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특성으로 인해 두 진영의 지지자는 일반인들에게 꺼려진다. 사실 심리학에는 두 사상 모두와 관련된 개념이 존재한다. 좌파 권위주의와 우익권위주의다.
좌파 권위주의(LWA)는 기존 사회의 권위를 극렬히 반대하는 태도이다. 좌파 권위주의가 강한 사람은 기득권에 적대적이고, 자기 진영의 가치가 권위적으로 강요되는 것을 선호하며, 권위에 찬성하는 사람에게 극도로 폭력적이다. 우익권위주의(RWA)는 기존 사회의 권위를 추종하는 태도이다. 우익권위주의가 강한 사람은 전통적 기득권과 권위를 추종하고, 그러한 권위가 권위적으로 강요되는 것을 선호하며, 권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극도로 폭력적이다. 두 사상은 좌파 권위주의가 좌파를, 우익권위주의가 우파를 추종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맹신과 하향적 의사결정의 선호, 폭력성에서 비슷하다.
좌파 권위주의와 우익권위주의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둘 모두 위험한 세상 시각(dangerous worldview)과 관련되어 있다. 좌파 권위주의나 우익권위주의가 강한 사람은 세상이 불확실하고, 위험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맹신하고, 복잡한 토론과 합의 대신 그러한 가치를 강요해서 사회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세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자신의 반대파에게 극도로 폭력적인데, 이는 그들이 내심 두렵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좌파 권위주의와 우익권위주의 모두, 이 세상이 불확실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위험한 세상 관념을 중심으로 보면, 왜 이들이 20세기 후반부터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복지가 붕괴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가하였다.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사람들이 세상을 불확실한 곳으로 느끼도록 만들기 충분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해줄 만한 탄탄한 인간관계도 약화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파급력은 더 컸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버럴과 대안우파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세상에 놓여진 외로운 사람들의 발명품이었고,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반응성을 주변인은 물론 전체 사회에 강요하면서 진영논리와 반근대성이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리버럴과 대안우파는 자신들이 새로운 사상이라고 자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확실히 리버럴과 대안우파는 현대사회가 당면한 욕구, 불확실성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해소와 따뜻함의 복구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새 시대의 사상이라고 할 만하다. 본 글에서 보았듯이, 리버럴과 대안우파는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현대사회를 진단하고, 일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제공하거나 그러한 것을 얻을 길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보이는 진영논리와 반근대성으로 인해 그들은 실패하였으며, 그러한 단점은 세상을 불확실하고 위험한 곳으로 보는 그들의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버럴과 대안우파가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낳았던 문제,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기는 우리에게 더 큰 중요성을 가지고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고안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경제구조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안은 전근대로의 회귀이며, 리버럴과 대안우파 또한 그것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가장 선택해선 안될 선택지다. 우리의 모든 문명의 이기와 안락함, 풍요, 자유를 포기하고 좁은 마을에서 기아에 시달리며 인민재판이나 당하는 삶을 대체 몇명이나 바랄 것인가?
문제의 직접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간접적인 해결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행복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친밀한 인간관계를 통한 관계성 욕구의 충족이다. 안정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통해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제공하는 방안이, 근대질서를 보호하고 그 틀 안에서 이뤄지면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하는 방안과 함께 시행된다면,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안에 대한 소개가 다음 글에서 다뤄질 것이다.
- Frisby, C. L., Redding, R. E., O’Donohue, W. T., & Lilienfeld, S. O. (2023). Ideological and Political Bias in Psychology.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AG.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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