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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반기독교적 발언

과학주의자 2025. 11. 13. 19:46

소로는 정치적, 문학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종교적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사람이다. 그는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저작 <월든>에서는 빈번하게 힌두교를 인용한다. 그러면서도 힌두교의 계율이나 교리를 따르지는 않고,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의 상징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전반적으로 그가 무신론보다는 범신론자에 가까움은 확실해 보이나, 그의 더 확실한 종교적 배경은 알기 힘들다.

 

이 글은 소로의 저작 <A Week on the Concord and Merrimack Rivers(소로우의 강, 윤규상 역, 2012)>를 읽던 중 발견한 기독교 관련 발언을 기록한 글이다. 이 책은 소로가 동료 시인 에머슨과 함께 2주간 강을 따라 여행한 일을 기록한 여행기인데, 후에 월든에서 나타나는 사상의 편린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당연히 종교에 대한 언급도 여기에 있다.

 

이 구절이 소로가 반기독교인이라는 증거는 아니다. 소로는 같은 책의 다른 페이지(93-95)에서는 신약성서가 얼마나 위대한 진리를 담고 있는지 찬양하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신앙 외에 가진 게 없었던 시골 사람들이 어떻게 신앙으로 자신의 교구를 마련했는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찬양하면서 비판하는 모습은 단일한 종교적 배경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소로의 초월주의적 시각에서 본다면 두 구절 모두 물질문명과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정신적 가치와 진실한 삶을 추구한 소로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p85

나는 내 나라의 하느님이 아니라 그리스의 자유로운 신들에 기대려 한다. 우리는 야훼에게 새로운 특성을 덧붙이기는 했으나, 야훼는 맞서거나 가까이하려 할 때 주피터보다 어려울 뿐이지, 더 거룩한 편은 아니다. 그는 신들 가운데 신사라고 할 수 없고, 그다지 우아하고 너그러운 편도 아니며, 그리스의 신들처럼 자연을 다정하고 친근하게 대하지도 않는다. 나에게는 야훼와 나 사이를 화해시켜줄 주노도, 아폴로도, 비너스도, 미네르바도 없기에, 이제껏 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남성적이기만 한 그 전능한 인간의 끝없는 권세와 용서치 않는 정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p92

그(그리스도)는 모든 신앙 형식을 섬켜버리지 못했다. 그는 순전한 주장들만을 설교했다. 지금 내게는 아브라함, 야곱, 이삭만이 새벽하늘을 흐리지 않을, 상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미묘한 본바탕이다.

 

p99

나라가 온통 이러한 미신으로 그득해서 어느 마을이건 들어가면 실제로만이 아니라 연상에 의해서라도 마을에서 가장 흉측하게 여겨지는 건물이 교회당으로, 그 안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가장 낮게 몸을 굽히고 가장 업신여김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원들은 이런 흉측한 모습을 이미 오래전에 그만 보여야 했다. 당신이 안식일에 낯선 마을의 큰 길을 걸어갈 때면 어떤 설교자가 폭풍을 만난 배의 갑판장처럼 외쳐대면서 그날의 조용한 분위기를 거칠게 욕보이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 역겹고 낙담스런 일도 드물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험한 일을 급히 해치우려 할때 그러하듯, 그 또한 웃통을 벗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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