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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분리수거를 그만하련다 본문
아무리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아마 필자뿐만이 아니라,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해당하리라고 본다. 바로 분리수거다. 아무리 배우려고 해도, 해마다 규정이 바뀌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지금 분리수거의 복잡함은 법의 복잡함에 필적한다. 과거의 일반쓰레기/종이/플라스틱/금속/음식물쓰레기 분류는 잊으라. 지금은 그것만 알아서는 분리수거를 할 수 없다. 모든 쓰레기는 버릴 때 라벨을 제거해야 하고, 종이도 재질에 따라 다 나누어 배출해야 한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은 나누어 버려야 한다. 옛날에 화학책에서 봤던 용어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게다가 페트병은 안을 꼼꼼히 세척해서 버려야 하고, 음식물이나 양념이 한 점이라도 묻어 있어서는 안된다. 이는 비닐과 라벨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더 제품은 재활용이 안되기 때문에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문단이 너무 길다고 필자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 그만큼 분리수거 규정이 복잡한걸 어찌하나.
분리수거 규정은 매해 변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해마다 새로운 분리수거 규정이 나오고, 기존에 잘만 분리수거를 하던 5000만 국민은 한순간에 분리수거를 잘못 하는 몰상식한 시민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분리수거 규정은 지자체마다, 아파트마다 다르다. 어느 지역에서는 분리배출해야 하는 쓰레기가 어느 지역에서는 함께 버려야 한다. 이사할 때 마다 이사한 곳의 경비에게 분리수거로 핀잔을 듣는 일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다.
이러한 지침은 항상 혼자 오지 않는다. 분리수거 규정은 늘 눈물어린 호소와 협박을 동반한다. 분리수거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녹아버린 빙하 위의 북극곰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당신이 색이 있는 페트병을 플라스틱 수거함에 버리는 순간, 모든 돌고래와 바다거북이 죽고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전역을 덮치고 지구기온이 100도로 오를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말로만 하지 않는다. 모든 분리수거 규정은 처벌을 동반한다. 경비는 당신을 혼내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지자체는 과태료 통지서를 보낸다.
이 모든 행태는 노동비용의 외부화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에도 세세한 분리수거는 필요했다(오히려 더 필요했다). 그러나 과거에는 시민에게 이를 강요하는 대신, 재활용업체에서 이를 담당하였다. 재활용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영리업체는 전문적인 분리수거도 도맡았고, 거기서 일자리도 창출되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이들은 인건비를 아끼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분리수거를 시민의 몫으로 떠넘겨야 했고, 이는 규범의 과잉화를 지향하는 환경운동과, 기업과 결탁한 정부의 이해관계에 부합하였다. 그 결과 어느 시민도 원하지 않았지만, 기업의 부담이 시민에게 떠넘겨졌다.
이제는 질문할 때가 되었다. 물론 분리수거는 장점이 많다. 그런데 왜 모두 우리가 해야하는가? 왜 재활용업체에서 하던 일을 우리가 해야하는가? 과연 그러한 결정에 시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었나? 시민에게 노동을 떠넘긴 재활용업체는 그 대신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 환경단체는 왜 기업이 아닌 시민에게만 그런 의무를 지우려 하는가? 우리에게 어떠한 이득도 동의도 없이, 미덕이라는 이름 하에 처벌로 모든 분리수거를 강요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우리에게 분리수거는 시민의 미덕인가, 아니면 호구의 미숙인가?
나는 분리수거를 안하기로 했다. 시민을 착취하여 기업의 이득을 올리는 행태에 더는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모든 분리수거를 그만두진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5분류 체계는 계속 지킬 것이고, 벌금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지키는 시늉은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은 하지 않으련다.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을 구분하고, 강박적으로 라벨을 분리하고, 쓰레기를 말끔히 설거지하는 일은 더이상 내 일이 아니다. 법의 허점을 최대한 악용하고, 경비의 핀잔에는 갑질로 응수하겠다. 무엇보다 나는 분리수거가 시민의 의무라는 믿음을 버리겠다. 시민이 동의하지 않은 일이 시민의 의무가 될 수는 없다.
차라리 몰상식한 놈이 될지언정 호구로 살지는 않겠다. 지구의 바다거북이 모두 죽더라도 호구짓은 그만하련다. 호구를 등쳐먹는 도덕은 나의 도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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