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저장고

신화학 총론 본문

지식사전/사회과학

신화학 총론

과학주의자 2026. 2. 5. 19:14

신화는 인류의 가장 풍부한 상상력의 보고 중 하나이다. 많은 문화예술이 신화에서 영감을 얻고, 어떤 신화는 새로운 인문학적 발성이나 과학적 발견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사실 상상력 연구자들은 문화예술과 문화적 세계관도 신화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뛰게 하고, 인간에 대한 통찰을 돕는다.

 

영웅신화

https://tsi18708.tistory.com/160

영웅은 뛰어난 능력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는 존재로, 거의 모든 문화에서 영웅에 대해 다루고 묘사하였다. 현대 영웅에 대한 연구는 주로 신화학과 문학에서 행해지는데, 전자는 사회과학적, 인류학적 분석에 집중하는 반면 후자는 보다 인문학적이고 정치적인 면에 치중한다.

 

뒤랑의 상상계 이론

https://tsi18708.tistory.com/377

뒤랑은 신화학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이다. 프랑스 철학의 적통을 이은 뒤랑은 바슐라르의 학통을 이어받아 방대한 신화학 체계를 완성하였다. 그러나 이 이론은 아직 비주류에 머물고 있으며, 영미권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천손 강림 신화

하늘에서 신성한 존재가 내려와 자신의 민족이나 국가를 건설했다는 신화는 곳곳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 온 신성한 존재가 직접 강림하거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지상에 태어나 공동체를 건립했다는 믿음은 특히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아시아와 시베리아에서 더 자주 나타난다. 또한 이러한 신화에서 우리 공동체는 신적 존재의 후손이기 때문에, 신과 인간을 철저히 대비시켜서 인간의 복종을 강조하는 유대교와 달리 자기 공동체에도 신성을 부여한다.

 

동아시아의 천손 강림 신화는 신적 존재가 직접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천강 신화나, 하늘에서 내려온 햇빛에 의해 신적 존재가 잉태되어 태어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내려왔다는 감응 신화의 두 종류가 있다. 둘 다 하늘을 신성시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감응 신화는 코리약(koryak) 족이나 길리약(gilyak) 족, 그리고 웅녀 신앙을 포함하는 고아시아족(paleo-asiatics)에게서 나타나는 신화인 반면[각주:1] 천강 신화는 보다 후대에 나타난 유목민 문화에서 나타난다.

 

천강 신화

천강 신화란 신성한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나 신적 존재가 자신의 부락이나 민족, 국가를 건립했다는 신화를 말한다. 단군 신화가 대표적인 천강 신화이며, 해모수 신화와 같은 다른 한국 신화는 물론이고 고차족 신화와 부랴트족 신화, 그리고 일본의 아마테라스 강림까지 아시아 전반에 퍼져 있다. 이러한 천강 신화는 일반적으로 북아시아의 유목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유목민 세력 일부가 한국과 일본으로 이주하여 지배층으로 자리하면서 이러한 신화 또한 해당 지역의 신화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각주:2]

 

 

견조 신화

견조 신화란 자신의 공동체가 개를 조상으로 두고 있다는 신화이다. 한반도는 웅조 신화나 난생 신화가 대다수이지만 견조 신화도 존재하는데, 특이한 것은 견조 신화의 주인공이 한민족이 아니라 만주족이라는 점이다. 한국인 사이에서 전래되었던 신화에서 만주족은 개의 후손이며, 개가 낳은 자식이 사람으로 탈바꿈하려는 찰나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완전한 인간은 되지 못했다. 이에 따르면 만주족의 장발은 개의 털가족이 남은 흔적이다.[각주:3]

 

 

마르두크

마르두크(Marduk,마르둑)는 바빌로니아 신화의 신으로 주신의 위치를 담당하고 있다. 본래 마르두크는 바빌론에 거주하던 아모리족의 주신이었는데, 함무라비 시기에 바빌론이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하면서 바빌로니아 신화의 주신이 되었고, 수메르 신화의 주신인 벨 엔릴과 합쳐져 벨 마르두크라 불리며 ‘신들의 왕’으로 오랫동안 숭배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르두크에게 인간과 세상의 창조주이자 혼돈과 대립하여 질서를 수립한 영웅의 속성이 부여되었다. 마르두크 신앙은 신바빌로니아가 멸망한 후에도 지속되어 헬레니즘 시대까지 이어졌다.

 

바빌로니아 왕국 시기에 수정된 신화에서 마르두크는 악신 티아마트(tiamat)를 쓰러트린 영웅으로 묘사된다. 수메르 신화에서 티아마트는 소금물을 담당하는 용신으로, 신선한 물의 신인 압수(apsu)와 결혼하여 많은 신들을 낳는데, 신들이 활기차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좋지 않게 본 압수가 신들을 없애버리려고 하자 잔잔한 파도와 지혜의 신 에아(ea)가 압수를 살해한다. 압수의 사망에 분노한 티아마트는 괴물을 만들어 신들을 공격하는데, 이때 신들의 대표자로 나타난 마르두크가 괴물들을 처치하고 종국에는 티아마트를 처치한다.

 

마르두크는 티아마트를 처치하면서 티아마트의 시체를 두쪽으로 나눠 하나로는 하늘의 궁창을, 다른 하나로는 땅의 궁창을 만든다. 이로써 세상이 창조되고, 이후 마르두크는 에아의 도움으로 티아마트의 2번째 남편인 킹수(kingsu)의 피와 흙을 섞어 신들에게 봉사할 인간을 만들어낸다.[각주:4] 수메르 신화에서 마르두크는 우주를 창조하고, 신들의 거처를 지어주고, 병을 치료하는 등 여러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여 50개의 칭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의 아내는 사르파니투, 아들은 문장의 신 나부이다.

 

 

엔릴과 엔키[각주:5]

엔릴과 엔키는 수메르 신화의 신으로, 수메르 신화에서 최고신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신이다. 수메르 신화에 따르면 최고의 신은 하늘의 신인 안이지만, 실질적인 통치권은 안의 자손인 엔릴과 엔키가 행사한다. 엔릴은 안과 대지의 신 키, 엔키는 안과 태초 바다의 신 남무 사이에서 태어났는데,[각주:6] 이 중 엔릴은 엔키와의 투쟁에서 승리하면서 지상의 왕이자 땅의 신이 되었으며, 투쟁에서 패배한 엔키는 지하와 지하수의 신이 되었다. 그러나 인간을 창조한 신은 엔키이고 가장 지혜로운 신도 엔키이기 때문에 수메르인은 엔릴 못지않게 엔키에게도 기도했다.

 

후에 바빌로니아가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하면서, 바빌로니아 신들도 수메르 신화에 흡수되었다. 이로 인해 아모리족의 주신이었던 마르두크가 엔릴의 자손이 되었다. 한편 수메르 신화가 인근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다른 지역의 신화에도 이들의 흔적이 반영되었는데, 엔키는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의 원형이 되었다. 또한 바빌론 유수 당시 수메르 신화를 접한 유대인들은 후에 야훼를 유일신으로 승격하면서 엔릴과 엔키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차용하였다.

 

필자는 선신 엔키가 엔릴에게 져서 저승의 통치자가 되는 서사가 한국의 창세설화와 대별왕/소별왕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이 3가지 이야기 모두에서 인간을 창조한 선신은 다른 신과의 투쟁에서 패해 저승으로 물러났고, 이리하여 공정한 판단은 저승의 몫으로 미뤄졌다. 대별왕/소별왕 이야기와 한국의 창세설화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설명해 준다고 여겨지는데, 필자는 엔릴과 엔키의 투쟁도 이를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이집트 신화[각주:7]

세계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는 여러 고대 이집트 기록 사이에 서로 다른 설화가 존재하지만 가장 주류인 설화는 혼돈의 물 속에서 육지가 솟아올랐다는 설이다. 다른 버전에서는 이를 원시 물길위로 연이 떠오르고 동시에 해가 떠올랐다고 묘사한다. 가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혼란의 물길인 눈(Nun)에서 육지가 솟아났고, 그 육지에서 아툼(Atum, 후에는 태양신 라에 동화된다)이 태어난 후 그에게서 대기의 신 슈와 습기의 여신 테프누트(Tefnut)가 나와 둘이서 세상의 순환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세상이 물에서 생겨났다는 신화는 마야를 비롯한 다른 문화에서도 나타나며, 이는 물이 상징하는 창조 속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시 널리 알려진 다른 설화에 따르면 세상은 멤피스의 창조신 프타(Ptah)가 생각을 말로 내뱉자 창조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신화에서의 nun이 다른 신화의 가이아와 동일한 존재가 아닌지 생각한다. 파괴와 창조를 주관하는 물과, 파괴와 창조를 반복하는 자연은 서로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고 필자는 본다. 그리고 말을 통해 세상을 창조한 프타가 이후 유대교 발달에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예상한다.

 

누트 여신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 https://namu.wiki/w/%EB%88%84%ED%8A%B8 필자는 하늘의 신이 여성으로 비정된 것이 설문대할망과 같은 거녀신의 흔적이라고 추정하며, 아마 상이집트의 잊혀진 신이라고 추측한다.

 

태양신 라는 누트의 아들로, 밤이 되면 어머니에게 잡아먹히고 아침이 오면 다시 태어난다. 한편 이집트는 달도 밤의 태양이라 여겼으며 누트의 왼쪽 눈을 '호루스의 눈'이라 부르며 달과 동일시했다. 이집트 신화의 달은 달의 여신 콘스(Kons)의 머리에 올려진 초승달과 보름달 한쌍으로 묘사된다. 

 

아피스 황소(Apis bull)는 다산의 신으로 창조의 신, 원시의 물, 나일 강의 범람 등과 결합한다. 이집트에서 황소는 생명 탄생의 상징이었으며, 많은 이집트 신왕국의 왕은 스스로를 '전능한 황소'나 '호루스의 황소'로 묘사했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종교서적 '사자의 서'에서는 아피스를 다음과 같이 축복한다.

 

"빛을 내려주시는 지평선에서 일어난 살아 있는 영혼이시여, 그대에게 경배를.(중략) 빵과 맥주와 영혼의 이로움을 가져다주신 일곱 황소의 이름을 아느니."[각주:8]

 

테프누트는 생명을 불어넣는 이슬의 여신이다. 태초에 세상이 창조된 후 아툼에게서 태어났는데 후에 아툼은 태양신과 동일시된다. 대기의 신 슈와 함께 세계의 이원성과 순환을 담당하고 있다. 대체로 양의 머리를 하고 있으나 사자의 머리로 기록된 경우도 있으며 이집트 제 19왕조 파피루스를 보면 앙크(Ankh)와 함께 나타나 저승의 심판자로 묘사되고 있다.

  1. 김화경. 한국 신화의 원류. 지식산업사, 2006,pp186-188 [본문으로]
  2. 이상 김화경. 한국 신화의 원류. 지식산업사, 2006,pp157-180 [본문으로]
  3. 이상 김화경. 한국 신화의 원류. 지식산업사, 2006,pp216-221 [본문으로]
  4. 여기까지 이길용,'에바 오디세이: 에바와 함께 떠나는 종교 문화 여행',책밭,2014 [본문으로]
  5. 김산해 역.'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2005 [본문으로]
  6. 주현성.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가로읽기). 더좋은책.2014,p59 [본문으로]
  7. 로버트 앳킨슨,'신성한 상징',공민희 역,시그마북스,2015,pp22-31 [본문으로]
  8. '사자의 서' 148장 [본문으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