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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시)

과학주의자 2022. 5. 24. 19:46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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