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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저장고
ACT(수용전념치료)의 이해 본문
많은 심리치료는 인간의 심리적 고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궁극적으로 제거되어야할 대상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의 심리치료는 개입적이고, 환자를 분석한 다음 잘 기능하는 이상적인 상태로 변형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지금 이 상태가 곧 깨달음이라는 동아시아 선불교의 가르침과 반대된다. 이러한 동양 사상이 20세기 중반 서구에 유입된 이후, 심리치료자들은 동양적 아이디어를 ACT라는, 독특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기법으로 재탄생시켰다.
1.수용전념치료란?
수용전념치료는 인도와 동양에서 발달한 명상 수련을 심리치료로 체계화한 치료기법으로, 무언가를 조작하는 대신 받아들이고 관조하게 하여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기존에 서구적 전통에 기반한 CBT와는 달리,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심리적 고통이 제거될 수 없는 인간 삶의 기본 특성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들을 배척하기 보다는 이들을 수용함으로써 고통을 완화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용전념치료는 대상을 조작하기보단 수용하고 마음챙김 명상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동양적인 심리치료라 할 수 있으며, 대안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한 성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심리학적 면모도 가지고 있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적응적인 인지구조와 부적응적인 인지구조를 크게 나누지 않는다. 왜냐하면 적응적인 인지구조도 파괴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휴리스틱은 수많은 오류를 낳지만, 휴리스틱은 매우 정상적이고 건강한 일반인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보편적인 심리기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일반인들도 충분히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2차 대전기에 유대인 학살을 계획하고 타지에서 전쟁범죄를 자행했던 이들은 대부분 정상인이었다. 이는 적응적인 인지구조와 부적응적인 인지구조의 구분이 불명확할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용전념치료는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CBT 중 하나이다. 특히 수용전념치료의 일부 내용은 CBT와 합쳐져 DBT로 발전했다. 그러나 수용전념치료는 명상을 하기 힘든 환자에게는 좀 더 까다로운 방법으로 실시되어야 하고, 정서발달이 덜된 환자에게도 시행하기 어렵다.
관계구성틀 이론
수용전념치료에서는 관계구성틀 이론(Relational Frame Theory, RFT)을 가정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고등한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이는 고등한 언어능력을 통해 드러난다. 인간은 뛰어난 언어능력을 통해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와 과거도 얘기할 수 있고, 현존하지 않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동시에 인간이 현존하지 않은 무언가에 의해 고통을 받도록 만든다.
관계구성틀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언어능력을 통해 지각된 사물들로 일종의 상호관계망(관계구성틀)을 구성하며, 이 상호관계망에 따라 인간의 행동이 결정된다. 관계구성틀은 수많은 관계틀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유사한 사물들을 잇는 대등 관계틀, 선후관계나 인과관계로 엮여 있는 시간/인과틀, 양적 차이가 있는 대상을 잇는 비교/평가틀, '나'나 '여기'처럼 지표어로 표현되는 대상들을 말하는 대상지시틀, 공간적 관계로 얽힌 사물들을 잇는 공간적 틀이 있다.
또한 관계구성틀 이론은 모든 사물이 상호적 함의와 조합적 함의라는 속성들 중 하나를 가진다고 주장하는데, 상호적 함의는 두 사물이 =의 관계라는 의미이고 조합적 함의는 두 사물의 관계에서 이행성이 성립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관계구성틀 내의 각 사물에는 관계구성틀에 기초하여 의미가 부여되는데, 이 의미는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자극기능의 전환) 가령 어제까지 신뢰의 상징이었던 사물이, 오늘은 불신의 상징으로 변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리적 문제의 기원
수용전념치료는 정신질환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들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모두 자신의 언어적 사고에 너무 깊게 매몰되는 바람에 사고가 경직되어 생기는 일이며, 정확히는 아래의 6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경험회피(experiental avoidance)는 직접적인 경험과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자신의 내적 경험의 형태나 빈도, 상황적 민감성을 통제하거나 바꾸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경향은 문화에 의해 강화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긍정적인 것이 좋다는 사회적 관념 아래서 암환자들에게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라는 사회적 압력이 내려온다. 그러나 백곰 효과와 같이 자신의 내적 경험에 대한 억제는 오히려 그것을 키울수 있으며, 억누르는 자체에서 오는 고통과 이에 대한 자기비하, 분노 등 2차 고통이 추가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고통의 총량이 더 커진다. 또한 긍정적인 경험만 받아들이려는 태도는 부정적인 경험을 억누르는데 에너지를 쏟게 만들어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인지적 융합(cognitive fusion)은 자신의 사고방식에 푹 빠져서 그대로 매몰되는 경우를 말한다. 수용전념치료에 따르면 외부현상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를 통해 이를 특정한 방식으로 이해한다. 문제는 이 특정한 방식에만 너무 매몰되는 경우로,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실제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민트초코를 싫어한다고 하자. 민트초코 자체로는 좋고 싫음이 없으며, 다만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너무 경직되면 이러한 구분을 못하게 되고, 민트초코 자체가 싫음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경직된 주의(inflexible attention)는 위에서는 집착이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현재를 벗어난 특정 시점에 주의가 너무 집중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수용전념치료에 따르면 경험회피와 인지적 융합은 사람을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로 주의를 돌리게 하는 경향이 있으며, 외상이나 우울은 주로 과거로 주의를 돌리고 불안은 미래로 주위를 돌린다. 이러한 경직된 주의가 지속되면 사람들의 유연한 인식(알아차림)이 감소하고 현재 경험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이러한 3가지 요소가 정신질환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 self as content, 내용적 자기)는 위의 3가지에 의한 결과로(아래의 2가지도 위의 3가지의 결과이다), 특정 패턴으로 정형화된 자기개념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라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배워가며, 이는 청소년기 이후부터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수용전념치료에서는 개념화된 자기가 자신의 특정 측면에만 경직된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자기초점적인 이야기에 인지적 융합을 일으킨다고 비판한다. 이들에 따르면 정체성은 개인을 융퉁성없는 특정한 개인 안에 가둔다.
가치 명료화/접촉의 결여(가치의 부재/모호)는 위의 원인들로 인해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수용전념치료에서 가치란 자신이 선택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말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따르기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고 무언가를 창조해 낸다. 그러나 경직된 주의로 인해 개념화된 자기가 형성된 사람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힘들고, 따라서 가치가 부재한채 살아가게 된다.
무활동/충동성/회피지속(행동부족/충동성지속의 회피)은 위의 5가지 요소로 인해 나타나는 총체적인 결과를 의미한다. 위의 5가지를 충족하는 사람들은 개념화된 자기에 매몰되고, 인지적 융합을 통해 경험을 회피하며,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게 된다. 수용전념치료에 따르면 이러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장기목표를 지향하여 유연하게 행동하는 대신, 기분좋은 일이나 옳다고 여겨지는 일, 혹은 개념화된 자기를 방어하는 일 등을 단기목표로 설정하고 충동적이면서 경직된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에 따르면 이러한 사람들은 삶에서 좀 더 큰 의미나 활력을 추구하는 결과 목표보다는, 불안과 우울에서 자신을 방어하고 자존감을 지키는 과정 목표에 더 치중하게 된다.
치료목표: 심리적 유연성의 획득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위의 6개 요소를 적응적이고 유연한 6개 요소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요소들을 합쳐서 심리적 유연성(psychological flexibility)이라 부르는데, 각 요소가 무엇인지는 이미 위의 사진에서 제시하였다. 수용과 탈융합, 맥락적 자기는 심리적 유연성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마음챙김과 수용의 과정, mindfulness and accpetance process)이고, 나머지는 심리적 유연성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전념과 행동변화 과정들, commitment and behavior change process)이다.
수용(accpetance)은 자신의 내적 경험을 조작하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불안하거나 우울할때, 이를 무시하거나 기분전환을 하려하지 말고 그대로 느끼는 것이 수용이다. 그래서 마음챙김 명상을 할때,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억누르지 말고 그대로 지켜보라고 지시받는다. 이는 부정적 정서를 완화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은 자신의 생각 그 자체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 다른 CBT와 수용전념치료의 가장 큰 차이점인데,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사고를 애써 바꾸려 하면 잘 안바뀌거니와 오히려 그 생각이 더 커질수도 있고, 어떻게든 제거한다손 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전략을 바꾸어, 생각 자체를 바꾸는 대신 그것을 관찰되는 대상의 위치에 올려놓아 맥락을 바꾸는 전략을 택하였다. 이렇게 되면 생각은 그대로 두면서도, 이를 보는 맥락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고에 매몰되는 대신 사고를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다.
현재 순간에 대한 유연한 주의(flexible attention to the present moment, 현재에 존재하기)는 현재 일어나는 내적 경험과 외부사건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보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현재 순간의 알아차림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유연한 주의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here now) 일어나는 사건들 모두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 넓은 주의를 기울이면 경직된 주의를 기울일 때와 비교하여 더 직접적이고, 덜 개념화되어 있으며, 덜 융합적으로 사건들을 지각할 수 있다. 굳이 현재를 봐야하는 이유는, 과거와 미래는 현재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이미 융합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환자들은 어떤 존재로서의 자기가 아니라 무언가를 직감하고 있는 존재인 과정적 자기(self as process)를 갖출 것이 요구된다.
맥락적 자기(self as context,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자기개념을 특정한 요소로 정의하기보다는, 여러 요소가 포함된 일종의 장(field)으로 이해하는 자기개념이다. 가령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자기개념으로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개념화된 자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을 한국인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한국적이지 않은 경험(햄버거를 먹고싶어함, 일본여행을 감)은 부정하고 억누르려고 한다. 그러나 맥락적 자기를 가진 사람은 그러한 경험도 자신의 경험으로 인정하고, 자기라는 장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맥락적 자기에서 자기자신은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경험과 느낌의 장을 관찰하는 무언가이다.
가치(value)는 내가 진정으로 살고 싶어하는 삶의 방향으로, 대중적으로는 나의 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언어적인(사고방식에 기초한) 과정을 경시한 다른 요소와 달리 여기서는 언어의 역할이 강조된다. 개인의 가치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형으로 서술되며, 자기자신에 의해 선택되고 삶의 기준이 되어 건설적인 행동을 촉진한다. 또한 가치는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주의를 두며,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수용전념치료에서 사고방식은 그것이 가치를 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로 평가되며, 앞의 과정들은 가치를 정립하기 위한 수단의 역할을 한다.
전념 행동(committed action)은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패턴으로, 몰입이 대표적인 전념행동이다. 전념 행동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자 행동목표이며, 어떠한 가치에 기반하여 전념 행동을 하는 개인이 수용전념치료에서 목표하는 인간상이다. 전념행동을 학습한 사람은 주의의 초점을 현재에 두며, 지금 여기서 나의 가치를 위해 할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탐색하여 실천한다. 전념 행동의 교육은 행동주의 기법에 의거하여 시행되며, 치료자는 중/장/단기 목표들을 끊임없이 과제롤 제시하여 이를 교육시킨다.
실제 치료: 수용의 개발
수용을 개발하는 기법은 기꺼이 경험하기(willingness)로 불린다. 인간의 경험회피는 본능으로, 이것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마치 생각을 바꾸는 것처럼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정도는 완화시킬수 있다. 치료자가 환자의 수용을 개발한다는 말은 치료자가 1)환자가 내적 경험에 대한 통제를 내려놓고, 2)그냥 받아들이기를 통제의 대안으로 여기며, 3)기꺼이 경험하기를 희망사항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접하고, 4)이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기꺼이 경험하기는 보다 상위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전체 경험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다. 이는 괴로운 상황을 그냥 참고 견디는 감내와는 다르며, 체념이나 무언가를 원하여 참는 것과도 다르다. 기꺼이 경험하기는 자신의 삶 전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고통이 그 자체로 살이 되어 자신의 가치를 찾는데 기여하리라는 믿음 하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다. 치료자는 환자가 좋은 경험을 느끼기 보다는, 경험 자체를 생생하고 잘 느끼도록 촉진하며 수용전념치료에 대해 상세히 교육해서 이를 돕는다. 사실 수용전념치료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도 인터넷을 떠돌아다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예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환자는 기꺼이 경험하기를 자주 연습하고, 개발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치료자는 '무엇 때문에 힘드십니까?'나 '무엇 때문에 치료에 오셨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환자가 어떤 감정이나 기억, 자기평가를 통제하려 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처방법을 탐색한 후, 그것들의 효용성을 검증해보게 한다. 만약 그것이 삶 전체를 낭비하는 의미없는 과정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면, 치료자가 환자가 창조적 무망감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창조적 무망감(creative hoplessness)은 자신의 시도들이 무의미했다는 깨달음으로, 자신의 경험을 통제하려고 했던 무의미한 노력들을 그만두고 대안을 찾도록 만든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수용 연습을 실시하는데, 마음챙김이 많이 시도되지만 환자가 스스로 선택한 과제로 수용을 연습할때 효과가 가장 좋다.
필자는 수용 개념이 니체의 철학과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지적 융합의 약화
인지적 융합을 약화시키는 한 방법은 자신의 생각을 따로 떨어진 무언가로 보게 하는 방법이다. 당신의 생각이 당신의 생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무슨 스크린에 나오는 이미지의 연속이나 고장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라고 생각해보라. 혹은 당신이 보는 어항속 물고기의 움직임일수도 있고, 아니면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친구들이 당신들 머리속에서 지들끼리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러한 생각은 자신의 생각을 그 생각을 통해 보게 하지 않고, 마치 저기 동떨어져 있는 사물을 관찰하듯이 거리를 두어 보게 한다. 이는 사고과정을 객관적으로 보고 효용성 측면에서 평가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유, 우유, 우유 연습은 대중들 사이에서 유명한 게슈탈트 괴담#의 응용판이라 할 수 있다. 한번 '우유'를 계속해서 말해보라.(큰 소리로 30초 이상 빠르게 말하는 것이 권장된다) 아마 계속 하다보면, 분명히 우유를 말하고 있지만 이것이 우유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고, 뭔가 다른 미지의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나무위키에서는 흥미위주로 작성되었지만,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인지적 융합을 약화시키는데 사용한다. 실제로 앞의 사례에서 단어 '우유'와 실제 우유 사이에 괴리가 나타난 것을 보라. 같은 방식으로 불안이나 우울, 혹은 자신이 계속 고통받고 있는 무언가의 키워드를 계속해서 발음하면 비슷하게 그 단어와, 거기에 융합된 인지적 의미를 일시적으로 괴리시킬수 있다.
인지적 탈융합을 가르치는 치료자들은 환자에게 인간의 이성에 한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물론 그들의 방법론을 검증하는건 이성의 역할이지만, 적어도 어떤 부분은 이성적으로 다가가면 상당히 피곤해진다.(일일이 발의 위치를 계산하며 걸어간다고 상상해보라) 그래서 치료자들은 언어적 사고와 특히 언어적 평가를 배제하라고 가르치는데, 공포나 불안과 같은 감정도 실체는 그냥 그 감정일 뿐이고 그것이 있던 말던 당신 자신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고(반응하지 않는다면) 말한다. 위의 비유는 이를 이해시키는 방법인데, 한번만 하는게 아니고 매 회기에서 인지적 탈융합을 시도할 때마다 말해야 한다.
인지적 융합을 약화시키는 방법은 다양한 비유의 사용과 퍼레이드 명상, 시냇물 명상이 있다. 퍼레이드 명상은 자신의 생각의 흐름을 퍼레이드 행진처럼 보게 하는 명상이고, 시냇물 명상은 역시 자신의 생각 속에 나타난 고통스러운 요소를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으로 보게 하는 명상이다. 또한 환자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할때 '-하다'가 아니라 '현재 -한 경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게 하거나, '그러나'를 '그리고'로 바꾸어 말하게 하는 방법도 자주 쓰인다.
현재와 만나기(being present)
현재와 만나기는 삶이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고, 주의를 과거나 미래에서 현재로 돌려서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는 저축도 역사도 버리고 무책임한 극성 욜로족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앞으로 잘 살려면 필요에 따라 과거도 고려하고 미래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살아가는 것은 현재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나 미래를 고려하는 것도 지금 여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주의를 현재에 둠으로서, 우리는 자기자신과 자신의 반응, 행동, 행동의 조절에 대해 배울수 있게 된다. 이는 치료자도 일부 사용할 수 있는데, 치료자가 치료중에 산만해지거나 졸리거나 집중이 어려운 경우 이것을 일으키는 특정한 내담자 요인을 탐색할 수도 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와중에 이러한 현재 감각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사람들은 자신을 무언가를 하고 있는(doing) 존재가 아니라 지금 여기 존재하는(being) 존재로 느낀다. 바로 이것이 현재에 주의를 둔다는 말이다.
현재와 만나기를 촉진하는 다양한 기법이 있다. 석양 보기(sunset mode)는 마치 석양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들을 서서히 보고 느끼는 연습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때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명상은 치료 시간에 실시된다. 순간 속에서 관계맺기는 현재와 만나면서 동시에 사회기술을 증진하는 훈련으로, 치료자는 환자에게 현재 환자와 치료자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세세하게 느껴보라고 질문한다. 이 기법은 환자의 저항이 심해질때 사용되며, 이때 환자는 자신의 저항을 직감하고 이를 통찰할 기회가 주어진다.
맥락적 자기 개발
맥락적 자기는 메타인지가 발달했을수록 잘 개발된다. 맥락적 자기를 개발하는 목적은 환자의 정체성을 흔들어서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자아를 만드는게 아니다. 그 대신 환자가 일관적이고 변치 않는 자기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자기감을 다른 경험과 분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이 여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보자. 그가 수용전념치료를 받아도, 그녀가 그 자신이라는 느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스러움은 그와 반드시 엮일 필요는 없는, 별개의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맥락적 자기를 받아들인 개인은 개념화된 자기를 받아들인 사람에 비해 자신을 좀 더 초월적인 개념으로 파악하고, 관찰자로 자신을 표상하며, 마음의 주인이라고 느낀다. 이는 자기자신에 대한 집착을 감소시키고, 유연성을 길러주면서, 수용과 탈융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만큼만 특정 맥락에서 자신을 정의할수 있게 한다. 맥락적 자기를 만드는 데에는 비유를 통한 이해가 많이 사용된다.
가치탐색
수용전념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의 가치를 찾고 이에 연결되는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는 것이다. 기존의 역기능적인 신념은 그것이 가치추구에 해만 안끼칠 정도로 약화만 시켜놓으면 된다. 가치를 찾은 환자는 치료 이후에도 자신의 가치에 비추어 삶의 결정을 내린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인간 중심 치료와 마찬가지로 내면에서 바라는 가치야말로 인간의 진정한 목표라고 주장한다. 가치를 찾기 위해 환자에게 묻는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만약 당신의 삶이 어떻게 되도록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1
사람의 가치는 동사형으로 기술되거나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가령 '정의를 실현한다'는 동사형이므로 충분히 가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판사'나 '검사'는 목표이지 가치가 아니다. 목표는 완료되고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이기 때문에, 그것이 성취된 이후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또한 가치는 긍정적으로 서술되는 것으로, '-하지 않는다'나 '-를 삼간다'는 회피나 도피이지 가치가 아니다. 가치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건설적인 행동을 일으켜야 한다. 가치는 일종의 방향으로, 평생에 걸쳐 달성될 수 없는 것이며 그러나 동시에 매순간 달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정의가 실현될 리는 없겠지만, 내 행동 하나하나가 작은 정의는 실현하지 않겠는가?
어떤 환자는 자신의 가치를 찾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들은 먹고 살면 그만이지 꿈꿀 시간이 어딨냐고 주장한다. 맞는 말일수도 있지만, 환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배경에는 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가치를 찾지 못해 고통을 받는건 환자이다. 가치를 찾는 방법으로는 장례식 명상과 묘비명 쓰기가 있는데, 둘 모두 자기 생의 유한성을 깨닫고 죽음을 넘어서 자신이 추구하는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한편 치료자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도 모델링 효과를 통해 환자의 가치탐색을 촉진할 수 있다.
전념행동 학습
자신의 가치를 찾았다면 이제는 전념행동을 만들 차례다. 전념행동은 환자에게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일으키고 가치에 기반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일조한다. 수용전념치료의 마지막은 전념행동을 만드는 것으로, 이때 전념행동은 치료자의 강요로 만들어져선 안되고 환자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행동분석 기법이 여기에 주로 사용되며, 보통 4단계를 거쳐 전념행동의 학습이 이루어진다.
- 가치가 선택되면, 기능평가와 수집가능한 증거들을 고려하여 행동변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 환자가 가치와 연결된 행동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가 각 행동을 더 큰 전념행동 패턴의 일부로 인식할수 있도록 과제를 낸다.
- 수용, 탈융합, 마음챙김 등을 통해 행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에 주의하고 극복한다.
- 하나의 행동이 학습되면 다시 1단계로 돌아가 다른 행동을 학습한다. 이는 다른 영역으로 일반화될때가지 실행하며, 환자가 치료자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전념행동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시도된다.
-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해야 한다.
- 목표는 실질적이고 환자가 달성가능해야 한다. 만약 환자에게 목표달성을 위한 기술이 없다면, 가르쳐야 한다.
- '죽은 사람의 목표'는 피해야 한다. 죽음 사람의 목표는 부정문으로 묘사되는 목표로, '-하지 않기'가 대표적이다.
- 환자의 지인에게 계획을 공개하고 나중에 점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하게 한다.
- 모든 목표와 행동은 환자의 가치과 연결되어야 한다. 생동감과 자유로운 느낌, 유연한 느낌이 든다면 잘 되가고 있는 것이다.
- 목표는 기능평가에 기초해야 한다.
치료 이후
모든 치료는 완벽할 수 없다. 치료 이후에도 정신질환이 재발할 수 있으며, 어떤 정신질환은 그러한 빈도가 높다. 수용전념치료에서 재발은 환자가 과거의 행동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일을 겪어서 다시 오게 되더라도 치료자는 환자에게 그것이 자연스럽고 어쩌면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치료 이후 심리적 위기가 닥쳐왔을때, 환자들에게 아래의 약어를 떠올리라고 교육하고 있다.
- 수용하라.(Accept)
- 선택해라.(Choose)
- 뭔가 해라.(Take action)
- Wilson, K. G., & Murrell, A. R. (2004). Values work in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Mindfulness and acceptance: Expanding the cognitive-behavioral tradition, 120-1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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