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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장애 개론

과학주의자 2022. 8. 14. 23:47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는 우울증을 주요 증상으로 가지는 정신질환들로, 양극성 장애와 함께 전형적인 기분장애(mood disorder)이다. 우울증(depression)이란 우울감을 주로 특징으로 하는 증상으로, 우울하고 슬프고 의욕이 없으며, 공허감과 무가치감, 죄책감을 경험하고, 짜증스러움이 포함된 복합적 감정을 하루에서 매일동안 항시 느끼며, 이로 인해 일상에서의 모든 흥미와 즐거움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이는 끔찍한 사건을 경험했을때 으레 오는 애도나 슬픔과는 다르다.[각주:1] 우울증은 다양한 인지/신체/정서적 변화를 일으키며, 이러한 변화 중에는 우울장애도 포함되어 있다. 아래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들이다.

 

  • 가족력: 노인의 경우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 질병: 노인에게 우울증이 발병하는 큰 원인이다.
  • 스트레스
  • 알코올 중독
  • 만성질환(고혈압, 관절염 등)
  • 심각한 생애 사건(은퇴, 사별 등)
 
 

파괴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

파괴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자신의 불쾌한 정서를 조절하지 못하고 강한 분노를 반복적으로 폭발시키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파괴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로 진단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6-18세
  • 언어나 행동으로 강한 분노를 자주 표출(주당 3회 이상, 12개월 이상 지속)
  • 증상이 없는 기간이 3개월 이하
  • 분노가 가정, 학교, 동료와 어울리는 상황 중 2개 이상에서 발생
  • 10세 이전 발병

 

파괴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의 주 원인은 청소년의 미성숙이다. 청소년 이하의 아동들은 아직 정서표현이 미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좌절과 우울감을 분노로 표현하기 쉽다. 그것은 파괴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가 우울장애로 분류된 이유이며, 한때 이 장애가 우울감이 표면화되지 않는 우울증인 가면 우울증(masked depression)의 일부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부정적 정서를 제어하는 뇌의 화학기제 이상도 기여하며, 주의 능력이나 정보처리 능력이 결함이 있어 상황파악을 잘 못하는 경우에도 이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부모도 파괴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를 예측하는 주요 원인이다. 부모가 물질중독을 앓고 있거나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다면 자녀가 이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며, 어린 시절 부모의 방임과 무시를 경험하거나, 일관성 없는 부모에게서 가혹한 처벌을 받으며 자라면 역시 파괴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의 발병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외에 부모의 이혼이나 갈등, 애정결핍이 이 장애의 발병에 기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애를 치료할때는 먼저 분노를 일으키는 심리적 좌절요인을 먼저 탐색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치료를 통해 이를 다뤄나가야 하며, 항불안제와 항우울제, 항정신병제를 처방한다.

 

주요우울장애(MDD)

MDD는 흔히 마음의 감기라 불릴 정도로 흔한 정신질환으로, 의욕 저하와 우울증 등으로 인해 다양한 인지 및 정신/신체적 변화가 일어나 일상적 기능수행이 저해되는 정신질환이다. MDD 환자는 공허감과 슬픔을 느끼고 삶의 무가치함과 죄책감을 가진다고 보고하며 일상에서 느끼던 기쁨이나 무언가에 대한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또한 오랜시간 잠을 자고 몸무게의 급격한 변동이 MDD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는 환자들의 집중력과 다른 인지기능도 저해하며 자살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 노인의 경우 60대 이후에 찾아오는 우울증(late-onset depression)은 특정한 사건에 대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인지기능 저하, 만성 통증, 기억장애 등을 일으킨다. 주로 보호시설에 사는 노인에게서 자주 발병하며 실제 MDD로 진단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약한 정도의 증상(depressive symptomatology)은 노인들이 자주 경험한다. 환자는 2배 정도 여성이 더 많다.[각주:2]

 

MDD 환자들이 겪는 증상은 정서, 인지, 동기 및 행동, 신체생리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서적 측면에서 MDD의 주요 특징은 우울증으로, 이는 무가치감과 절망감, 슬픔, 짜증을 의미한다. 분노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우울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미성숙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일종의 가면우울증이다. 인지적 측면에서 MDD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고와 자살사고로 특징되며, 동기 및 행동적 측면에서는 활력과 흥미의 감소, 위축, 회피, 그리고 자살시도가 MDD의 주요 특징이다. MDD는 신체생리적 측면에서 체중과 식욕의 이상증감, 수면장애, 성적 동기 감소를 일으킨다. 

 

MDD의 진단

MDD로 진단되려면 일단 환자가 우울증을 앓아야 한다. MDD는 아래 9가지 정의를 통해 정의된다. 아래 증상 중 5개 이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부적응과 심적 고통을 야기하면 MDD로 진단된다.

 

  1. 하루의 대부분이나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감이 환자의 주관적 보고나 주변인의 관찰에서 표현
  2.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거의 매일 뚜렷하게 저하
  3. 체중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체중의 이상증가/감소(5%를 기준으로 하며, 보통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및 식욕의 이상증가/감소
  4. 불면이나 과다수면
  5. 정신운동성 초조/지체
  6. 피로감과 활력상실
  7. 무가치감과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
  8. 사고력/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9.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과 특정한 계획 없이 시행되는 자살생각, 자살기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MDD의 진단에는 다음과 같은 척도들을 사용할 수 있다. 임상에서는 BDI가 주로 사용되며, 노인심리학에서는 CES-D와 GDS가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이 둘이 문화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증거가 있다.

 

  1. 자기보고식 검사
  • 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Depression(CES-D)
  • Geriatric Depression Scale(GDS)
  • Beck Depression Index(BDI, 벡 우울척도)
  • Jung Depression Scale
  • Patient Health Questionnaire(PHQ)
  1. 진단식 검사(의사가 수행)
  • Composite International Diagnostic Interview(CIDI)
  • Diagnostic Interview Schedule(DIS)
  • Structured Clinical Interview for DSM-5(SCID)

 

MDD의 원인과 치료

MDD는 상당히 자세히 연구된 정신질환으로, 정신질환 중에서 가장 이해도가 높은 정신질환 중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MDD의 발병은 생물심리사회 모델을 따른다. 즉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MDD를 유발한다. MDD와 관련된 생리적 요인은 신경전달물질 이상, 뇌 기능이상, 호르몬 이상,[각주:3] 유전자[각주:4][각주:5]가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경우 노르에피네프린[각주:6] 등의 카테콜아민 계열의 신경전달물질이나 세로토닌의 불균형[각주:7]이 MDD를 초래할 수 있고, 좌측 VLPFC의 활성 저하(와 우측 VLPFC의 활성 증가)[각주:8]나 시상하부의 기능이상도 MDD와 연관되어 있으나 확실한 뇌의 역할을 아직 오리무중이다.[각주:9] 코르티졸의 과잉분비도 MDD와 관련되어 있으며, 계절성 우울증은 계절성 기분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의 일종으로서 겨울만 되면 발생하는 MDD를 말하는데,[각주:10] 겨울이 긴 나라에서 잘 발생하는 이 질병은 생체리듬도 MDD에 연관을 끼침을 입증한다. 

 

MDD와 관련된 심리적 요인은 신경성과 낮은 자존감, 사회적 기술의 부족, 삶의 통제감 상실, 이상적 자아와 현실작 자아의 괴리, 긍정적 강화의 상실과 결핍, 강화 유발행동의 감소, 우울행동의 강화 등이 있다. 그리고 관련된 환경적 요인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생활 사건이 있으며, 헤슬도 MDD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우울증은 12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하며,[각주:11] 그러나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80% 이상이 재발한다.[각주:12]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할때 가장 효과가 좋다. 약물은 당연히 항우울제를 사용하는데, 항우울제에는 모노아민 산화요소 억제제와 삼환계 항우울제, SSRI가 있다. 심리치료는 인지행동치료 아니면 인지치료나 행동치료를 하는데, 행동치료를 하는 경우 대인관계 회복을 위해 사회적 기술 훈련을 하고 인지치료의 경우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며, 인지행동치료의 경우 사회적 기술 훈련과 희망치료를 병행한다. 한 연구[각주:13]에서 MCBT는 기존 CBT에 비해 재발가능성을 반으로 낮추었다.

 

증세가 심한 우울증의 경우 전기충격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 ECT)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ECT는 효과가 즉시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기억상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입원치료는 환자의 신체적 움직임을 조장하여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며, 환자 주변인의 정서적 지지는 우울증 완화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MDD의 심리적 원인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요인들이 우울증의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상심리학자들은 심리적 요인들이 우울증에 영향을 끼치는 틀을 제안해왔다.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애정대상이 상실되면 분노가 발생하는데, 이 분노가 자기에게로 향하는 분노의 내사화가 발생하면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한편 귀인이론(helplessness theory, 학습적 절망감/ 무망감 이론, 무기력 이론)[각주:14]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실패를 내적이고 안정적이며 전반적인 것으로 귀인하고 성공을 외적이고 불안정하며 특정적인 것으로 귀인할때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울증의 절망감 이론에서는 이런 우울-유발적 귀인양식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강해지며, 이것이 절망감을 낳아 우울증 발병으로 이어진다. 

 

우울증의 인지 이론에서는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우울증의 인지삼제를 제안한다. 우울증의 인지3제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3가지 인지양식으로, 부정적인 자기지각. 부정적인 미래지각. 현재 경험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을 말한다. 여기에 다른 자동적 사고들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울증의 인지 이론에서는 부정적 생활사건과 그로 인해 증가한 스트레스로 인해 억제되지 못한[각주:15] 부정적 인지도식이 인지3제를 포함하는 인지적 왜곡과 역기능적 신념, 대인관계/자기자신 집착을 낳고, 이것들이 인지적 오류와 결합하여 자동사고를 산출함으로써 우울증으로 발전한다고 본다. 이때 부정적 사고는 그 사고를 억제하면 할수록 더 악화되어 양의 피드백을 형성한다.[각주:16] 

 

지속성 우울장애

지속성 우울장애는 우울증이 MDD보단 더 약하게, 그러나 더 길게 지속되는 정신질환이다. 지속성 우울장애로 진단되려면 하루 대부분 우울한 기분으로 보내고 우울한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으며, 이는 주관적 보고나 타인의 관찰에서 나타나야 한다. 또한 우울할 때 다음의 증상 중 2개 이상이 나타나야 한다.

 

  • 식욕부진/과식
  • 불면/수면과다
  • 활력의 저하/피로
  • 자존감 저하
  • 집중력 감소/의사결정 곤란
  • 절망감

 

일반적으로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를 조합하여 치료한다.

 

월경전 불쾌장애

월경전 불쾌장애는 월경을 경험한 여성이 월경 주기나 월경이 시작되기 전 주에 겪는 심리적 불편감 증상을 말한다. 이것이 DSM-5에 포함되는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보통 이를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도벽이 생겨 정신과에 내원한다. 월경전 불쾌장애로 진단되려면 다음에 나열하는 증상 중 5가지가 나타나야 하며, 각 기준에서 1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기준2는 다음과 같다.

 

  • 뚜렷한 정서적 불안정
  • 뚜렷한 과민성이나 분노, 인간관계 갈등 증가
  • 뚜렷한 우울, 무망감, 자기비하적 사고
  • 뚜렷한 불안, 긴장, 또는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

 

진단기준3은 다음과 같다.

 

  • 일상생활의 흥미 감소
  • 주의집중의 곤란
  • 무기력감, 쉽게 피곤해짐, 뚜렷한 에너지 부족
  • 식욕의 뚜렷한 변화(과식 도는 특정 음식에 대한 갈망)
  • 과다수면/불면
  • 압도되거나 통제력을 상실할 것 같은 느낌
  • 신체증상(유방 압통이나 팽만감, 관절통, 근육통, 더부룩한 느낌, 체중증가)

 

월경전 불쾌장애는 생리적 원인으로 발병한다. 주로 호르몬 분비의 변화나 세로토닌 감소, 가바의 증가, 자궁근종이나 난소 이상. 미네랄(마그네슘)이나 비타민 B6, E의 부족이 원인이다. 월경전 불쾌장애로 병원을 찾은 경우 증상이 다른 의학적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생식기에 대한 의학적 검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항우울제와 호르몬 조절약이 주로 처방된다. 잘 쓰이는 심리치료는 인지행동치료로, 치료자는 환자가 병을 수용하고 인정하다록 촉진하며 이를 위해 환자가 가진 생리적 증후와 관련된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고 증상의 부정적 평가나 잘못된 귀인, 신념, 기대 등을 수정한다. 술이나 담배, 카페인은 아주 좋지 않기 때문에 금지되고, 영양보충과 적당한 휴식, 운동이 권장된다.

 

자살행동장애(자살, suicide)

자살예방협회에서 자살과 관련하여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자살행동장애(suicide behavior disorder)는 DSM-5의 예비 진단명으로, 공식적으로 DSM에 포함되진 않았다. 자살행동장애는 말 그대로 자살을 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자살행동장애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이를 우울장애의 하위범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자살의 50%는 우울 삽화에서 회복되는 환자에게서 발생한다.[각주:17]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더 많이 자살을 시도하지만, 남성들이 보다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자살률은 남성이 3-4배 더 높다.[각주:18] 자살행동장애로 진단되려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 지난 2년간 자살시도가 있어야 한다.
  • 자살의도가 없는 자해가 아니어야 한다.
  • 자살사고 및 자살준비 외에 명백한 자살시도가 있어야 한다.
  • 정신적 혼돈으로 인해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
  • 정치적/종교적 목적이 없어야 한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살하기 전에 몇가지 징후를 보인다. 아래 징조#가 주변인에게 보이는 경우 해당 사람은 자살할 가능성이 높으며, 빠르게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닌 경우 한국에서 일반인이 자살에 개입하고 방지하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 자살에 대해 말한다. 자살자의 90%는 자살의도를 표현한다.
  • 오랫동안 우울했다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 헤어짐이나 사별, 혹은 이루지 못한 사랑
  •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스트레스 사건
  •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
  • 학교나 직장에서 이유없이 일을 못한다.
  • 친구나 가족, 그밖의 일상적인 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 탈출구가 없고 갇혀있다고 호소한다.
  • 자신의 가치있는 소장품을 나눠주려 한다.
  • 술이나 약물을 사용한다. 25-50%의 자살자가 이러한 약물을 사용했으며 특히 청소년이 그러했다.[각주:19]

 

자살을 설명하는 주된 이론은 2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바우마이스터가 주장한 자살 모델로, 자살 모델에서는 촉발요인이 자살의 억제요인과 위험요인의 영향을 받아 자살로 발전한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부정적 생활사건이 자살을 촉발할 경우, 개인이 가진 위험요인과 억제요인들이 이것이 절망감과 희망 상실로 이어질지 아닐지 결정한다. 만약 위험요인과 촉발요인이 더 강해서 부정적 생활사건이 절망감으로 이어지는 경우 이는 자살을 낳게 된다.

 

한편 IPTS(Interpersonal Psychological Theory of Suicide)에서는 자살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라고 본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소속감이 좌절되거나(thwarted belongingness), 타인에게 짐이 된다는 느낌(perceived burdensomeness)이 들때 일어나는데 특히 동양에서는 후자가 더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IPTS는 자살의 습득된 잠재력(the acquired capability for suicide)이 크면 이들이 자살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자살의 습득된 잠재력은 고통에 둔감한 정도를 말한다. 사회에 폭력이 만연하거나 학대, 격한 훈련을 자주 겪은 개인의 경우 고통을 당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둔감한데, 이는 자살에 따른 고통 인식도 둔감하게 만들어 개인이 자살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이때문에 고통에 둔감한 사람은 자살할 가능성이 더 높다. IPTS는 자살을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소외를 줄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자살의 기본적인 원인은 절망, 희망 상실, 신변의 비관이다. 모종의 이유로 사람이 극한의 절망에 이르면 사람은 자살을 한다. 그러나 절망에 이르기까지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자살요인은 대개 아래와 같이 분류된다. 만약 자살의 원인을 평가하는 경우에는 내담자의 자살 억제요인은 보호요인(protective factor)도 알아두어야 한다. 

 
  • 촉발요인: 부정적 생활사건, 혐오적 환경, 심각한 질병
  • 심리적 장애: 기분/사고의 변화, MDD조현병, 충동조절장애, 약물사용장애, 자살시도
  • 신경생물학적 요인: 유전적 취약성/가족력, 낮은 세로토닌 수치, 세로토닌 유전자(OR=.88)[각주:20]
  • 사회문화적 요인: 언론의 자살 보도, 사회적 고립, 불황 등
  • 성격: 충동성, 비관주의
 
자살을 억제하는 보호요인은 다음과 같다.
 
  • 강한 적응유연성(회복탄력성)
  • 인지적 융퉁성
  • 강력한 사회적 지지
  • 안정된 경제능력/직장
  • 자녀
  • 지지적인 배우자
  • 희망적 사고

 

자살행동장애가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많은 임상가들이 자살시도자에게 붙어서 자살을 하지 않도록 심리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자살예방과 자살과 관련된 의학적 치료의 2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의학적 치료는 내담자로 하여금 생존을 유지하고, 심리적 고통을 감소시키며, 희망을 주고, 스트레스 대처 기술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인지행동치료, 집단치료, 가족치료, 정신역동치료, 약물치료 등 매우 다양한 치료가 가용한데 인지행동치료가 제일 효과가 좋다.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하는 경우 치료자는 내담자의 고통스러운 생각과 부정적 태도, 절망감, 이분법적 사고, 잘못된 행동적 특성을 수정하고 문제해결능력과 대처기술을 향상시킨다. 특히 자살시도자는 자살만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는 경직된 인지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풀어주어야 한다. 우울증이 원인인 경우 항우울제가 투여되고 망상장애가 있다면 항정신병 약물이 투여되며, 밀착된 추적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서 외래치료가 허용된다.[각주:21]

 

한편 자살위험을 평가하는 일은 자살예방의 지름길이기 때문에 임상가들은 여기에도 관심이 있다. 자살위험은 과거의 자살기도 여부, 현재 심리상태, 주변 환경, 사회적 지지 여부, 스트레스 수준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평가되는데, 특히 자살시도는 자살의 가장 강력한 예측요인이다. 자살자의 7-80%는 우울증 병력이 있기 때문에 우울증만 치료해도 자살 위험성은 상당히 낮아진다. 자살위험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입원시켜 자살을 막아야 한다.[각주:22]

 

한국의 경우 자살율이 특히 높아서 한국 임상가들은 자살 문제에 관심이 많다. 한국의 사망률 1위는 암이지만(서양에서 심혈관 문제가 주류인 것과 대조적),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자살율이 높다. 특히 노인 자살율이 높은데, 이는 노인이 자살을 시도할 경우 치명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IMF와 2008 금융위기, 2018 청년실업 대란 등 경제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자살율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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