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저장고

자기연구 총론 본문

지식사전/사회심리학

자기연구 총론

과학주의자 2023. 1. 18. 16:26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자신을 알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해석한다. 이는 자기가 그만큼 인간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기(self)는 한 개인의 경험, 정체성, 존재를 의미하는 말로, 한 개인이 전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자기에 대한 개념, 즉 자기개념(self concept)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게 아니라 서서히 자라면서 발달시켜 나가는 것인데, 자기를 정립하기 위한 정보는 의식적 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자기 관련 경험, 자신의 행동에서 얻어진다. 개인은 단일한 상황이 아니라 여러 맥락이 얽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는 독특한 자기개념을 발달시켰다. 그러나 본인은 자신의 단일한 자기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자기개념이 행동을 서로 일관되도록 통제하기도 한다.[각주:1]

 

 

1.자기의 발달

자기개념의 발달은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자기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가장 큰 정보의 출처는 반영평가이기 때문이다. 반영평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평가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항상 타인을 평가하고 동시에 자신의 지위도 평가하는데, 상징적 상호작용이론[각주:2]에 따르면 자신을 보는 타인의 태도(일반화된 타자, generalized other)에 대한 이러한 평가과정을 통해 자기개념이 형성된다. 즉 사람은 타인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보는지에 따라서 자신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학창시절 왕따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라고 느끼는데, 이는 학창시절 자신에 대한 타인의 부정적 평가를 토대로 자기개념을 정립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영평가가 자기개념의 정립에 큰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말이 오롯이 개인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타인의 평가는 '자신'의 인지적 틀을 거쳐 해석되기 때문에 타인의 실제 평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타인부터가 자신의 평가를 숨길수 있다. 회사원들은 자신들의 상사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표현할수 없는데, 왜냐하면 솔직한 표현이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고 이것이 자신의 월급을 상하게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평가가 정확하더라도 개인이 이를 왜곡되거나 편향되게 해석할 수도 있는데, 초기아동은 자신에 대한 피드백중 긍정적인 피드백을 더 잘 기억하는 긍정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타인의 평가를 수용하는 것도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에 대한 해석은 모두 일정부분 자기중심적 편향을 포함한다. 즉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할때 '내가 저사람이면 어떨까'와 같은 질문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비추어 평가하는데, 자신의 내면이 타인의 내면과 동일하다고는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평가는 결과를 자기중심적으로 왜곡할 여지가 있다.

 

한편 자기개념을 만드는 정보의 상당수는 사회적 관계에서 오지만, 전부 그렇지는 않다. 자기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어떤 정보는 자기자신의 행동에서 오기도 한다. 데릴 뱀(Bem)은 자기지각 이론을 제안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자기개념은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해석한 결과에 기초하여 정립된다. 즉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먼저 여러 환경요인에 의해 먼저 행동하고, 이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기개념을 정립해 나간다. 실제로 긍정적으로 자신을 평가하도록 한 자기관리 프로그램을 이수한 피험자는 평범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피험자보다 더 긍정적으로 자신을 인식했다. 이는 자기개념의 성립이 일정부분 자신에 대한 자신의 관찰에 의지함을 보여준다. 

 

자기개념은 정리된 교과서보다는 이야기의 형식으로 저장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설화(self-narrative)는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야기로, 자기개념의 일부를 이루면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인생의 여러 순간을 이야기로 묶어서 자기개념에 통합한다.[각주:3]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몇가지 특성으로 자신을 정의하면서[각주:4] 설명적인 자기개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둘은 자기개념의 중요한 두 축을 이루고 있지만, 내용이 일관되지는 않다.[각주:5]

 

사회비교이론

타인의 평가에 대한 해석도 자기개념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눈에 보이는 비교도 자기개념에 영향을 준다. 페스팅거의 사회비교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의견과 능력을 평가한다. 이러한 비교를 행하게 하기 위해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의견을 평가하려는 동기를 타고나며, 비교를 위한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은 경우 타인의 의견이나 능력을 잣대로 하여 자신을 평가한다.[각주:6]

 

사회비교는 단순히 옆에 있는 사람과의 비교가 아니라 다양한 전략적 판단을 수반한다. 상향비교는 일부러 자신보다 능력이 좋은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인데,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기 능력의 현주소를 알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행해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상향비교는 자기개념을 좀 더 긍정적으로 이끄는 동화효과를 일으키지만, 능력차가 너무 큰 경우 반대로 좌절하는 대비효과를 낳기도 한다. 하향비교는 반대로 자신보다 능력이 낮은 사람과 비교하는 것인데,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행해진다. 그러나 비교를 통해 얻으려는 정보를 적게 얻고 자신의 능력을 과장할 위험이 있다. 페스팅거가 가장 좋다고 한 비교는 비슷한 사람들과 행하는 유사비교로, 사회비교의 본질에 가장 가까움과 동시에 비슷한 사람에게서 위안과 유대감을 얻을 수 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과 같이 있으려하고[각주:7] 위로와 유대감을 얻은 환자들의 사례[각주:8]가 이를 보여준다. 

 

이처럼 사회비교는 여러가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진다. locke는 이러한 비교들이 자기과시전략에 따라 나타난다고 했는데, 자기과시전략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을 평가하거나 때로는 자기과시를 비롯한 여러 이득을 위해 다양한 사회비교를 사용한다. 그러한 전략사용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고능력자는 상향비교나 하향비교를 주로 하는 반면 저능력자는 유사비교를 주로 한다. 왜냐하면 고능력자는 비슷한 사람과의 비교가 정보취득에 별 의미가 없는 단계에 올랐기 때문에 정보에서도, 자기과시에서도 효용이 없는 유사비교를 멀리하는 반면, 저능력자는 상향비교에서는 열등감을 느끼고 하향비교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사비교를 통한 동질감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자기과시전략 이론에 따르면 가장 자기과시에 적합한 비교는 하향비교로, 하향비교는 단기적인 만족감과 고양감을 줄 수 있다.

 

어느 사회비교가 우세해 지는지는 전반적으로 어떤 동기가 높냐에 따라 결정된다.[각주:9] 가령 자신을 향상시키려는 자기향상(self-improvment) 동기가 강하면 상향비교를, 자신을 잘 지각하려는 자기평가(self-evaluation) 동기가 강하면 유사비교를, 그리고 자신의 자존감을 보호하려는 자기방어(self-enhancement) 동기가 강하면 하향비교를 더 추구하게 된다. 사회비교의 자기조절 과정이론[각주:10]에 따르면 이러한 동기의 강약은 개인이 선택한 목표와 상황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2.자기의 분류

앞서 말했듯이 자기는 여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자기가 있다. 개인의 통합된 자기를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각각의 자기를 이해하는 일도 인간을 이해함에 있어 중요하다. 특히 일부 급진적인 뇌과학자들은 통합된 자기는 좌뇌가 만들어낸 허구이며, 각 분야와 관련된 개별적 자기가 실제 존재하는 자기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여러 자아에 대해 연구했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에 의해서도 일찍이 제기된 바 있다.

 

자기를 분류하는 방법은 이론마다 다양한 기준이 있다. 초기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기를 주체적 자기와 객체적 자기로 나누고, 외부에서 관찰가능한 객체적 자기를 다시 3개로 나누었다. 물질적 자기(material self)는 자신이 가진 소유물을 통해 이해하는 자기로, 자신의 돈, 자신의 집, 입고있는 옷으로 정의하는 자기를 말한다. 물질적 자기도 중요한 자기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물질적 자기를 증진하기 위해 명품(이거나 짝퉁)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사회적 자기(social self)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해하는 자기인데, 다른 사람, 특히 자신과 관련된 집단의 구성원들이 하는 자신에 대한 평가로 자신을 이해하는 자기이다. 반영평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며 사회적 자기가 긍정적으로 나타날때는 자기실현 경험을 하지만 타인의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 자기의심을 유발한다. 확실히 자신이 실패자라는 자기개념을  받은 사람은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신적 자기(spiritual self)는 성격, 신념, 가치관, 기억 등 개인 내면의 여러 정신적 가치들과 관련된 자기로, 다른 자기보다 매우 지속적이며 안정되어 있다. 제임스는 정신적 자기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정신적 이해로 진보할 수 있으며, 다른 두 자기가 채우지 못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줄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다른 학자는 이상과 현실을 나누는 현실자기/이상자기 구분법을 제안하였다. 마커스와 nurius[각주:11]는 자기를 현실자기와 가능자기로 나눴는데, 현실자기는 과거의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 현재의 자기자신인 반면, 가능자기는 자신이 원하는 되고싶은 바램이 담긴 미래의 자기모습이다. 가능자기는 자신이 되고싶은 미래의 모습을 표상할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이 될지 모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표상할 수도 있는데, 후자는 위험을 피하는 행동을 유발하고 전자는 목표추구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구분은 자기불일치 이론에 의해 더 정교화되었는데 이 이론은 자기를 현실자기, 이상자기, 당위자기로 나눈다. 이상자기와 당위자기는 긍정적인 가능자기에 해당하지만 이상자기는 개인이 가진 소망을 투영한 반면 당위자기는 사회가 원하고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미래를 상상한다. 그래서 이상자기는 주로 개인주의 문화에서 강하게 발달한 반면 당위자기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발달했다. 자기불일치 이론의 요점은 이상자기/당위자기가 현실자기와 불일치할때 부정적 정서가 발생한다는 것인데,[각주:12] 이상자기가 현실자기와 동떨어진 경우 이를 자기 스스로 평가할때는 실망, 좌절, 우울 등을 경험하지만 타인이 이를 지적할 경우 수치심, 당혹감, 의기소침함을 경험한다. 반면에 당위자기가 현실과 괴리된 경우 자신이 이를 깨달을 때에는 죄책감, 자기비하, 불편함이 나타나지만 타인이 이를 지적할 경우 두려움, 공포, 위협감을 나타난다. 자기불일치 이론은 이상자기/당위자기에 더 큰 관심을 쏟아 이러한 부정적 정서를 완화할수 있다고 보며, 최근에는 마음챙김이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brewer와 gardner[각주:13]는 사회와의 관계에 따라 자기를 3가지로 나누었다. 개인적 자기는 말그대로 개인과 관련된 자기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의 특성과 관련된 자기이다. 외향적인 나, 잘생긴 나, 키가 작은 나가 대표적인 개인적 자기이다. 개인적인 자기이지만 나의 특성을 제대로 알려면 비교를 해야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비교도 개인적 자기에 중요하며 동시에 최근의 자신에 대한 정보는 기억에서 오기 때문에 최근의 기억일수록 개인적 자기와도 관련되어 있다. 반면 관계적 자기는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조화와 관련되어 있는데,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역할과 관련된 자기이다. 부모로서의 나, 학생으로서의 나가 관계적 자기의 예이고, 그 특성상 반영평가가 굉장히 중요하며 동시에 타인을 보살피고 도와주려는 이타적 동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3번째 자기는 집단적 자기인데, 거대한 사회 속에서 내집단의 일부로서의 나에 대한 자기이다. 그러한 자기는 한국인으로서의 나, 남자로서의 나 등 집단과 관련된 요소를 포함한다. 집단은 보통 일상생활을 규정하는 규범을 생산하기 때문에 자기개념을 형성하는데에도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집단적 자기는 곧 자신을 다른 집단이 아닌 자신의 내집단과 동일시하는 주된 근거로서 개인의 사회정체성을 구성하며, 다른 집단에서 자신을 구분하기 때문에 내집단에 대한 애정에는 기여할수 있지만 타집단에 대한 편견, 멸시, 증오를 조장할 수 있다. 이러한 3가지 자기는 모두 서로 상호작용하며, 상황에 따라 3가지의 영향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3.자기의 개인차

자기개념은 특정 측면에서 개인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각 개인이 구성하는 자기개념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양적 비교는 힘들수 있지만, 몇가지 차원에서는 양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자의식, 자기검색, 자기복잡성의 측면에서 자기개념의 개인차를 측정한다.

 

자의식(자기의식, self awareness)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과 지식으로,자기 내면의 사고, 감정, 이미지와 같은 내용들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말한다. 자의식은 사고, 욕망, 정서 등의 측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자기자신에 대해 주의집중하는 태도도 내포하고 있으며 타인이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다는 생각과도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 높은 자의식은 좋은 것으로 여겨지나, 너무 높은 자의식은 심리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자의식은 주의집중이 향해지는 방향에 따라 나뉠 수 있는데, 자신의 내면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적 자기의식과 자신에 대한 평가에 관심을 가지는 공적 자기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

 

공적 자기의식과 비슷하게, 자기검색은 자신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적절한 것으로 평가받기 위해 시행하는 자기 행동에 대한 의식적 관리전략이다. 즉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사거나 머리를 자르는 일이 자기검색에 해당한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좋은 인상을 주고자 노력하는데 synder는 이러한 측면을 자기검색으로 정의하였다. 자기검색은 각 상황에 맞게 행동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각 상황에서 자신의 일관성을 어느정도로 유지할 것인가도 결정하기 때문에 행동에서의 자기통제와 함께 자신이 되고싶은 사람에 대한 개념도 자기검색의 구성요소이다. 그 특성때문에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이 자기검색의 두 하위요소중 하나이며, 연구에 따르면 수줍음과 반대관계를 가지고 있다.[각주:14]

 

자기검색이 높은 사람은 여러 방면에서, 특히 타인지향형 사회에서 성공에 유리하다. 높은 자기검색은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기술과 연결되며 사회적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으려는 동기를 유발한다. 반면에 자기검색이 낮은 사람은 사적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처럼 개인의 신념을 기준으로 행동을 결정하는데, 이는 미흡한 대처와 비효율적인 자기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자기검색 수준이 너무 높은 사람은 자기표현을 도구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타인의 긍정적 기대에 대한 과도한 추구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를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자기검색 수준은 역으로 자의식 수준을 낮추는데, 이는 장기적인 목표설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기복잡성은 개인이 가진 자기개념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즉 한 개인이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기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대인은 복잡한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는데, 사회적 분업이 고도화되어 이러한 역할을 통합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러한 서로 다른 역할이 하나의 자아 내에서 잘 조화되는지 아니면 서로 다른 측면이 계속해서 자기개념 안에 남아있는지에 대한 정도가 자기복잡성이다. 자기복잡성은 2가지 척도로 평가되는데, 자기측면의 개수와 중첩의 정도로 평가된다. 자기측면의 개수는 말그대로 자기개념 속의 여러 측면의 개수로, 부모로서의 자기나 국민으로서의 자기, 말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자기 등 다양한 측면이 얼마나 존재하는가에 대한 척도이다. 그리고 중첩은 이러한 자기개념들이 서로 얼마나 연결되는지에 대한 정도인데, 어떤 사람은 자신이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 있든 행동이 비슷한데 반해 어떤 사람은 자신이 부모일때와 친구일때의 행동이 매우 달리 나타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 자기개념이 서로 연관성이 적을수록 자기복잡성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복잡성은 외부 사건의 충격에 다르게 반응하게 만드는데, 자기복잡성이 높은 경우 한 자기개념에 가해진 충격이 다른 자기개념으로 잘 전파되지 못해 충격력이 제한된다. 마키아벨리는 한번 나라를 점령해도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영주들이 남기 때문에 중앙집권적인 국가에 비해 봉건제 국가를 정복하는 게 더 어렵다고 했는데 같은 비유가 자기복잡성에도 적용된다.

 

자의식[각주:15]

자의식(자기의식, self awareness)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자의식은 제임스의 정신적 자기와 비슷한데, 정신적 자기와 마찬가지로 남들이 알기 어려운 개인 내면의 사고, 감정, 이미지와 같은 내용들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자의식이라 한다. 자의식은 사고, 욕망, 정서 등의 측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자기자신에 대해 주의집중하는 태도도 내포하고 있으며 타인이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다는 생각과도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 높은 자의식은 좋은 것으로 여겨지며 정신분석학에서는 자의식의 증진을 치료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임상가들은 너무 높은 자의식이 심리적 장애를 낳을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duval과 wicklund[각주:16]에 따르면 자의식은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내관적 관찰에서 얻어지는 주관적 자의식과, 자기자신을 외부에 드러나는 행동을 사회적 기준과 비교하여 얻어지는 객관적 자의식으로 나뉠 수 있다.  

 

자의식은 자신에 대한 주의집중이 어느방향으로 향해지는가에 따라 개인차가 나타난다. 일부 개인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기자신의 내면상태에 더 관심을 가지는데 이를 사적자기의식이 높다고 이른다. 사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내적, 정신적 측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의 신념에서 동기를 찾는다. 이는 사회적 상황이 촉진하는 동기를 약화시켜 사람의 행동이 더 일관되게 나타나도록 만든다. 사적자기의식이 높은 사람은 자기자신에 대한 평가도 자신의 신념 하에 이뤄지는데 이는 자존감 보호경향과도 연결된다. 반면 공적자기의식은 자기자신의 내면보다는 이에대한 타인의 평가에 더 관심을 가지는데, 공적자기의식이 높은 이들은 외모, 행동 등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를 더 중시하며 타인의 기준으로 이를 평가한다. 그래서 역으로 이들은 행동이 사회적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자의식을 평가하는 방법은 거울을 보여주고 자신을 인식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아기에게 립스틱을 칠하고 거울을 보여주는 식이다. 만약 아기가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자신임을 알고 있다면 립스틱을 지울 것이며, 이런 행동이 가능하려면 거울속 모습이 자신임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자신에 대해 주의집중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기들은 생후 18개월 이후부터 자의식이 형성된다.[각주:17] 한편 동물이 초보적인 자의식을 가지는지에 대한 연구도 수행되었는데, 어떤 동물들이 적어도 초보적인 자의식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래는 자의식을 가진 동물들의 목록이며, 아쉽게도 개, 고양이, 조류 일반, 원숭이, 고릴라는 자의식을 가지지 못했다.

더보기

까치: Prior, H., Schwarz, A., & Güntürkün, O. (2008). Mirror-induced behavior in the magpie (Pica pica): evidence of self-recognition. PLoS biology6(8), e202.

돌고래: Reiss, D., & Marino, L. (2001). Mirror self-recognition in the bottlenose dolphin: A case of cognitive convergen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98(10), 5937-5942.

오랑우탄: Gallup, G. G. (1977). Self recognition in primates: A comparative approach to the bidirectional properties of consciousness. American psychologist32(5), 329.

침팬지: Gallup, G. G. (1977). Self recognition in primates: A comparative approach to the bidirectional properties of consciousness. American psychologist32(5), 329.

코끼리: Plotnik, J. M., De Waal, F. B., & Reiss, D. (2006). Self-recognition in an Asian elephan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103(45), 17053-17057.

 

인상관리이론

인상관리이론은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이 제시한 이론인데 사람이 자신의 인상을 좋게 보이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조절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인간이 사회적 상황에서 보이는 자기제시를 모두 타인이 갖는 인상을 조절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이는 행동으로 여기며, 이러한 기제를 원할히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자기검색 과정이 필수적이다. 좋은 인상관리는 자신이 목표하는 되고싶은 모습과 이를 위한 행동의 의식적 조절을 요구하는데, 둘 다 자기검색의 구성요소이다. 아부나 위협, 간청, 과장, 심지어는 자기노출까지 이러한 인상관리 행동의 일부인데,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행동이 '기만적'이라고 평가한다.

 

 

4.자기와 동기

위에서 보듯이 자기개념은 어떤 기술을 습득하거나 행동을 하도록 동기유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는 동기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특히 자기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자기조절은 동기를 발생, 유지하고 행동을 통제하여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며, 자기조절의 구성요소인 자기효능감은 특히 동기에 중요하다.

 

자기조절(self regulation,자기통제)

자기조절은 환경의 요구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의 강도, 빈도와 지속성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지난 20세기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성공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자존감을 뽑았지만, 수많은 연구끝에 이 자존감 만능주의는 허황된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대안으로 21세기부터 부상하기 시작한게 자기조절인데, 자기조절을 잘하는 사람은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원할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며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고 만족스런 삶을 산다.[각주:18] 이는 학자들이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다고 끊임없이 찾아 해맸지만 아무런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영역이다. 비슷하게 자존감 부족이 원인인줄 알았던 도박, 약물, 섭식장애, 중독, 충동적 소비도 자기조절의 부족과 관련되었다. 특히 자기조절이 중요한 시기는 성인기 이전으로, 자기조절을 잘하는 아이들은 자기효능감이 높고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형성하는 반면 낮은 자기조절을 가진 아이들은 성적이 낮고 사회적, 정서적으로 부적응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크다.

 

자기조절은 지속적인 자기검색과 획득한 정보를 통한 자기평가, 적절한 자기 행동에 대해 스스로 주는 자기강화로 작동한다. 짐머만은 이를 좀더 쳬계화해서 자기조절이 일어나는 과정을 3단계로 정리했는데, 행동을 하기 전에 준비하는 목표설정, 결과기대자기효능감과 같은 사전사고 단계, 행동을 하면서 자기 행동을 통제하고 자기검색을 수행하는 수행 단계, 행동이 끝난 후 자신을 평가하고 때에 따라 자기만족을 유발하는 자기반영 단계가 그것이다. 자기반영 단계에서 충분히 피드백을 생성하면 사람은 이를 다시 사전사고 단계에 반영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조절 사이클을 끊임없이 순환한다.

 

그렇다면 자기조절은 어떻게 개인의 성공에 기여할까? 먼저 자기조절이 적용되는 대상에는 정서도 들어가는데, 정서에 대한 통제는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상사가 헛소리를 할때마다 화낸다면 아마 회사에 오래 남기 어려울 것이다. 부정적 정서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은 사회생활에 필수이며, 인간은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항상 가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자기조절은 현대사회에 더 필요한 능력이다.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일들은 즉각적이고 간단한 일이 아니라 오래 걸리고, 복잡한 일이 되었다. 취업은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긴 시간 준비해야 하는 일인데, 모두 즉각과 간단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런 일이 많아지고 중요해지면서 미래의 어떤 결과를 위해 자신의 현재 욕구를 억제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은 현대사회에서 일을 해나가기에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그리고 자기조절이 그러한 능력에 해당한다.

 

자기조절적 행동(self regulated behavior)에 관여하는 요인은 3가지가 있다. 내면화된 수행수준은 행동이 얼마만큼의 결과를 산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이다. 사람은 행동이나 지식을 학습하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얼마만큼 잘해야 잘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운전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시험을 몇번째에 붙어야 잘하는 건지, 필기를 바로 통과하는게 잘하는 건지 설정한다. 이렇게 설정된 수행수준을 중심으로 해서, 개인의 행동이 수행수준보다 나으면 행동이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수행수준보다 못하면 행동이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만약 자신의 행동이 수행수준보다 높으면 이 결과는 보상이 되고, 이러한 자기보상적 행동은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

 

자기효능감(self efficacy)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 할수 있는가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 생각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실제로 잘하는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여러가지 일을 잘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감이 넘치고 자존감이 높으며, 자기와 관련되어 동기부여된 자기조절적 행동을 많이 한다. 반면에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이 대부분의 일을 잘 못한다고 여겨 자존감이 낮고 소극적이며, 동기가 부족하여 자기조절적 행동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비해 더 많이 도전하고 노력하며, 끈기가 있어 일을 오래 한다. 하지만 자기효능감은 분야마다, 상황마다 다르며 보통 현실과 비슷한 정도의 자기효능감이 정신건강과 업무에 좋다. 자기효능감이 실제 능력보다 낮으면 자신의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하지만, 자기효능감이 실제 능력보다 높으면 좌절과 포기를 일으킬 수 있다. 보통 특정 분야에서의 개인적 경험((성공담 및 실패담), 언어적 설득, 관찰학습된 타인의 사례, 생리적 지표가 자기효능감을 결정한다.

 

도덕적 사고는 예상외로 자기조절적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도덕과 관련된 스키마는 보통 자기개념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행동을 의도적으로 유발하거나 통제하는 데에는 도덕적 사고도 영향을 준다. 자아는 행동을 할때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평가하고,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면 행동을 억제한다. 그러나 이중처리과정 이론에서도 말하듯이 의식적인 억제는 종종 실패한다. 도덕적 사고가 자기조절적 행동을 일으키는데 실패했을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난하는 자기경멸을 가한다. 반두라에 따르면 자기경멸은 종종 외적 처벌보다 강한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사소한 잘못에까지 자기경멸을 한다는 생각은 너무 비약적이다. 실제 연구는 사람들이 자기조절적 행동의 실패를 해석할때 자기면죄적 기제를 사용하여 자기경멸을 피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기면죄적 기제는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을 합리화하여 죄책감을 감소시키는 기제이다. 자기면죄적 기제는 개인의 정신건강을 보호하지만 범죄자에게서 나타나는 자기면죄적 기제는 강간 신화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낳기도 한다. 자기면죄적 기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도덕적 정당화: 어떤 부도덕한 행동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도덕발달 이론에서 유명한 하인츠의 딜레마를 보자. 도둑질은 나쁘지만 이를 정당화할 방법은 무수히 많다. 사실 우리는 무엇이 절대적인 선인지 모르기 때문에 정당화라는 표현은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 완곡어법: 부도덕한 행동을 완곡어법을 써서 약하게 표현한다. 한나 아렌트의 고전은 유대인 학살을 '최종해결책'이라고 명시한 나치가 어떻게 완곡어법을 사용했는지 보여주었다.
  • 유리한 비교: 누구나 살면서 한번은 나쁜 짓을 한다. 유리한 비교는 이를 통해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나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형적인 피장파장의 오류이다.
  • 책임의 대치: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단순히 명령을 받았거나 강압받았기 때문에 잘못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의 가장 극단적인 예시는 '평범한 악'인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 책임의 확산: 누군가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주위에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 말고도 도울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굳이 도울 필요도 없고, 잘못되면 그를 도와주지 않은 타인의 책임이라고 몰아세울 수 있다. 책임의 확산은 책임 분산과 관련되어 있다.
  • 결과무시 & 왜곡: 이 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예 결과를 무시해버린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은 행동을 하기만 했을 뿐이고 결과는 몰랐다고 항변한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재판에서 자기가 설계한 열차망이 유대인 학살을 위한 줄 몰랐다고 끊임없이 거짓말했다.
  • 비인간화: 도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에 무생물에는 도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피해자를 물건으로 만들어 죄책감을 줄인다. 살인마 중 일부는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거나 훼손하여 인간이 아니게 보이도록 만듦으로써 죄책감을 줄인다.
  • 비난의 귀인: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개소리는 비난의 귀인에 기인한다. 이 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피해자의 어떤 요소가 부도덕한 행동을 일으키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여자가 야하게 입고 돌아다니면 강간을 당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비난의 귀인이다. 애석하게도 일반인은 물론 일부 과학자까지 여기 속아넘어가는 실정이다.

 

자기유지 동기

자기개념은 자존감이 위기에 처했을때 동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즉 자기개념은 자신이 소중하다는 믿음이 침해당하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각종 행동을 일으킨다. 그 행동의 일부를 자기가치 확인 이론이 제공하는데, 자기가치 확인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존감에 위협을 당할 경우 위협과 상관없는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끌어들여 이를 방어하고자 한다. 알랭 드 보통[각주:19]에 따르면 중세유럽에서 평민들이 권력자에 대비해 너무나도 추한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면, 소위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로 대표되는 가난과 소박을 찬양하는 종교적 교리가 그러한 위협을 방어하였다고 한다. 즉 이처럼 어떤 위협이 내가 소중하다는 믿음을 위협하면 사람들은 그것과 관련없는 자신의 측면을 가져온 후 이것봐, 난 그래도 좋은 사람이야.'라고 답하며 방어한다는게 자기가치 확인 이론의 핵심이다. 이러한 방어를 위해 쓰이는 자기가치는 특정 상황에서만 발휘되는 측면보다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자주 느끼는 자기가치가 사용되며, 한번의 위기 뿐만 아니라 여러 번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된다.

 

자기가치 확인 이론이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준다면 자기확증이론은 인간의 어리석은 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자기확증 이론(self verification theory)[각주:20]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자존감에 위협이 되거나 자기개념에 모순되는 정보가 올때,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인다. 즉 자신이 소중하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존감에 대한 위협을 입구부터 잘라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에 맞는 정보를 진정성있고 더 논리적, 분별력 있는 평가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존감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결과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들은 자기 기대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지만, 동시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기대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칭찬보다는 비판이 더 객관적인 정보라고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을 형성한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을 저해하는 평가를 수용한다.

 

 

자아존중감(자존감, self-esteem)[각주:21]

자존감은 자신이 전반적으로 좋고 훌륭하고 바람직한 사람이라는 주관적 인식이며,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가치있게 여기면서 수용하는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rosenberg self-esteem scale로 측정하지만,[각주:22] 많은 연구자들이 간단하고 다소 타당도가 떨어지는 방법으로 자존감을 측정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비해 낮은 사람은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기 쉽다. 개인의 자존감 수준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데, 사회비교의 결과나 타인의 시선,[각주:23] 혹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에서의 자기 능력[각주:24]이 자존감에 영향을 끼친다.

 

왜 자존감이라는 기제가 진화했는가? 학자들은 자존감이 사회적 지위, 소속감, 안전감과 관련하여 나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본다. 먼저 sociometer theory에 따르면 자존감은 대개 사회적 지위와 관련되는데, 즉 자존감은 지각된 사회적 지위로서 일종의 사회적 지위 감지기 역할을 한다.[각주:25] 동시에 자존감은 자신이 사회에서 수용되는지 여부를 반영하며, 사실 이쪽이 더 주된 기능이다.[각주:26]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삶의 만족도도 높고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며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비록 이것이 자존감의 결과가 아니라 거꾸로 그러한 만족도와 건강, 대인관계가 높은 자존감을 낳았다는 증거도 많지만,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자존감도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때 자존감을 회복하는게 중요한데, 자존감은 내집단에 대한 평가를 올리거나 사회비교를 통해 증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다.[각주:27]

 

자존감은 정신건강과 행복, 삶의 만족도를 증진한다. 그래서 지난 세기 많은 심리학자들은 자존감을 인간정신의 금자탑으로 여겼으며, 사회적 성공이나 이타심, 배려, 학업성취 등 모든 좋은 것들이 자존감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광풍이 잦아들면서 우리를 가리던 안개는 점차 옅어졌고, 학자들은 그러한 기대가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우리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더 과장되게 해석해서, 더 많은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밝혀내었다.[각주:28] 더구나 학자들은 자존감이 높더라도 자존감이 불안정하면 좋지 않음을 발견했는데, self-esteem instability는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민감함, 정신적 외상에 대한 더 큰 상처와 연관되었다.

 

 

자기중심 편향(자기고양 편향)

자기중심 편향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각주:29]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휴리스틱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의 운전 실력을 스스로 평가하게 하고, 이후 실제로 운전실력을 평가했다. 그러자 운전실력은 매우 고르게 분포했지만, 스스로 평가한 운전실력은 모두 실제 자기능력보다 약간 위에 있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실제 자신보다 자신을 좀 더 낫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자기중심 편향은 귀인에서의 편향으로도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기가 겪은 좋은 일은 내적으로 귀인하는 반면 나쁜 일은 외적으로 귀인한다.(자기봉사적 편향, self-serving bias)[각주:30] 잘되면 내탓이고 안되면 니탓인 이유는 그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며 자기중심 편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향은 잘못하면 실제 자신의 일을 미리 망쳐서 일이 잘못되었을 때의 자존감 하락을 미리 회피하는 자기불구화 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자기중심 편향은 사람의 정신건강을 보전하는 역할을 하며,[각주:31]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은 자기중심 편향을 보이지 않는다.[각주:32] 예외는 동양인인데, 대부분의 집단주의자들은 자기중심 편향이 유달리 약하거나 없다. 이것이 정신의학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낳는지에 대한 조사는 없다.

 

성명-글자 효과(name letter effect)는 자기 이름의 첫글자를 선호하는 현상으로,[각주:33] 모든 음소를 옆을 나열해서 쓰는 언어권(서양,일본 등)에서 두드러진다. 가령 미국인은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의 주로 자주 이사간다는 연구가 있는데,[각주:34] 이는 부적절한 데이터해석의 결과일 수도 있다.[각주:35] 어느쪽이 옳던 성명-글자 효과는 우리에게 잘 인식되지 않으며, 때문에 암묵적 자기중심주의(implicit egotism)의 일종이라고 불린다.[각주:36]

 

태도

태도(attitude)는 특정한 대상에 대해 호의/비호의의 정도를 표현하는 심리적 경향성이다.[각주:37] 즉 어떠한 대상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가지는 평가로 호의적/비호의적 정서의 강약으로 주로 표현된다. 태도는 보통 학습의 산물이고 매우 길게 지속되며 일관되어 작동한다. 그리고 대상과 관련된 모든 상황에서 개인이 반응하는데 역동적이고 지시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katz에 따르면 태도는 아래와 같은 4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 가치표현 기능(value-expression): 태도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보여준다.
  • 도구적, 적응적 또는 공리적 기능: 태도는 개인이 강화인에 접근하고 처벌인을 회피하도록 한다.
  • 지식 기능(knowledge): 태도는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개인이 세상을 이해하도록(그리고 지식욕구를 충족하도록) 한다.
  • 자아방어 기능(ego-defensive): 태도는 개인이 자신의 자아를 보호하는 것에 접근하고 자아를 위협하는 것을 회피하도록 한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천 자극조건 변화
도구 보상의 극대화와 처벌의 최소화 욕구 활성화, 유인 출현 새로운 학습, 욕구 감소, 학습을 통해 더 효율적인 방법 발견
자아방어 내적 갈등으로부터 자아 방어 위협, 증오감이나 억제된 충동, 좌절감 증가, 권위주의적 제안의 사용 위협의 제거, 자아기능 강화
가치표현 자아정체성 유지, 긍정적 자기이미지 고양, 자기표현 및 자기결정 가치와 관련된 자극 출현, 자아개념을 위협하는 애매모호함 자신에 대한 불만족이나 새로운 태도에 대한 적합성 인지, , 기존 가치를 위협하는 환경요인 통제
지식 인지적 불균형 해소 인지적 불균형 환경의 변화에 의한 인지적 불균형, 더 나은 정보 출현

 

태도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계획된 행동 이론(theory of planned behavior, theory of reasoned action, fishbein-ajzen model)이다. 계획된 행동 이론은 아래와 같이 2개의 변수가 태도를 결정하고, 다시 태도는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 통제와 함께 행위 의도를 구성한뒤, 이 행위 의도가 지각된 행동 통제와 같이 작용하여 행동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주관적 규범은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내면화된 규범을 의미하고 지각된 행동 통제는 자신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정도이다.

계획된 행동 이론

태도를 형성하는 한 요인은 반복노출이다. 이는 단순노출효과(mere-exposure effect)와 관련되어 있는데, 단순노출효과는 처음보는 자극일 경우 단순히 오래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작용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식역하 노출로도 가능하다.[각주:38] 비슷한 이론으로 단순생각이론도 있는데, 이 이론은 사람이 무언가에 대해 단순히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태도가 형성되거나 변화할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도가 형성되지 않은 주제에 대한 생각이 그 주제에 대한 태도의 모태가 되며, 이러한 태도는 극단적으로 치우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행동학습을 통한 학습도 태도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인지부조화로 유발된 긴장도 태도를 바꾸는 동력원이 될 수 있다.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는 Ajzen, Albarracin이 있다.

  1. Lecky, P. (1945). Self-consistency; a theory of personality. [본문으로]
  2. Mead, G. H. (1934). Mind, self and society (Vol. 111).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본문으로]
  3. McAdams, D. P. (1993). The stories we live by: Personal myths and the making of the self. Guilford Press;McLean, K. C. (2008). The emergence of narrative identity.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2(4), 1685-1702. [본문으로]
  4. Markus, H. (1977). Self-schemata and processing information about the self.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5(2), 63. [본문으로]
  5. Kihlstrom, J. F., Beer, J. S., & Klein, S. B. (2003). Self and identity as memory [본문으로]
  6. Medvec, V. H., Madey, S. F., & Gilovich, T. (1995). When less is more: counterfactual thinking and satisfaction among Olympic medalis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4), 603;Baldwin, M. W., Carrell, S. E., & Lopez, D. F. (1990). Priming relationship schemas: My advisor and the Pope are watching me from the back of my mind.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26(5), 435-454. [본문으로]
  7. Kulik, J. A., & Mahler, H. I. (1989). Social support and recovery from surgery. Health Psychology, 8(2), 221 [본문으로]
  8. Helgeson, V. S., & Taylor, S. E. (1993). Social Comparisons and Adjustment Among Cardiac Patients 1.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23(15), 1171-1195. [본문으로]
  9. 한덕웅 & 장은영. 한국인의 사회비교심리. 박영사, 2007 [본문으로]
  10. 한덕웅. (1998). 사회 비교의 목표와 성공/실패 경험에 그림 비교상 대상의 선택.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1998(1), 447-460. [본문으로]
  11. Markus, H., & Nurius, P. (1986). Possible selves. American psychologist, 41(9), 954. [본문으로]
  12. Higgins, E. T. (1987). Self-discrepancy: a theory relating self and affect. Psychological review, 94(3), 319. [본문으로]
  13. Brewer, M. B., & Gardner, W. (1996). Who is this" We"? Levels of collective identity and self representatio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1(1), 83. [본문으로]
  14. 김근영, & 윤진. (1995). 수줍음과 대인관계 변인간의 상호관련성. 소아청소년정신의학, 6(1), 90-99 [본문으로]
  15. Schacter 외 2인,'심리학 입문(2)',민경환 외 8인 역,시그마프레스,p149 [본문으로]
  16. Duval, S., & Wicklund, R. A. (1973). Effects of objective self-awareness on attribution of causality.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9(1), 17-31 [본문으로]
  17. Lewis, M., & Brooks‐Gunn, J. (1979). Toward a theory of social cognition: The development of self. New directions for child and adolescent development, 1979(4), 1-20. [본문으로]
  18. Tangney, J. P., Boone, A. L., & Baumeister, R. F. (2018). High self-control predicts good adjustment, less pathology, better grades, and interpersonal success. In Self-regulation and self-control (pp. 181-220). Routledge. [본문으로]
  19. Alain de Botton,'불안',정영목 역,은행나무,2011 [본문으로]
  20. Swann Jr, W. B. (2011). Self-verification theory. Handbook of theories of social psychology, 2, 23-42. [본문으로]
  21. Schacter 외 2인,'심리학 입문(2)',민경환 외 8인 역,시그마프레스,p403 [본문으로]
  22. Rosenberg, M. (1965). Rosenberg self-esteem scale (RSE).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Measures package, 61(52), 18. [본문으로]
  23. Baldwin, M. W., Carrell, S. E., & Lopez, D. F. (1990). Priming relationship schemas: My advisor and the Pope are watching me from the back of my mind.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26(5), 435-454. [본문으로]
  24. Crocker, J., & Wolfe, C. T. (2001). Contingencies of self-worth. Psychological review, 108(3), 593;Pelham, B. W. (1995). Self-investment and self-esteem: Evidence for a Jamesian model of self-worth.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6), 1141. [본문으로]
  25. Maslow, A. H. (1937). Dominance-feeling, behavior, and status. Psychological Review, 44(5), 404. [본문으로]
  26. Leary, M. R., & Baumeister, R. F. (2000). The nature and function of self-esteem: Sociometer theory. I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32, pp. 1-62). Academic Press. [본문으로]
  27. Wickman, S. A., & Campbell, C. (2003). An analysis of how Carl Rogers enacted client‐centered conversation with Gloria. Journal of Counseling & Development, 81(2), 178-184. [본문으로]
  28. Baumeister, R. F., Smart, L., & Boden, J. M. (1996). Relation of threatened egotism to violence and aggression: the dark side of high self-esteem. Psychological review, 103(1), 5. [본문으로]
  29. Kwan, V. S., John, O. P., Robins, R. W., & Kuang, L. L. (2008). Conceptualizing and assessing self-enhancement bias: a componential approach.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4(6), 1062;Sedikides, C., & Gregg, A. P. (2008). Self-enhancement: Food for thought.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3(2), 102-116. [본문으로]
  30. Schacter 외 2인,'심리학 입문(2)',민경환 외 8인 역,시그마프레스,p403 [본문으로]
  31. Taylor, S. E. (1989). Positive illusions: Creative self-deception and the healthy mind. Basic Books. [본문으로]
  32. Taylor, S. E., & Brown, J. D. (1988). Illusion and well-being: a social psychological perspective on mental health. Psychological bulletin, 103(2), 193. [본문으로]
  33. Nuttin Jr, J. M. (1985). Narcissism beyond Gestalt and awareness: The name letter effect.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5(3), 353-361. [본문으로]
  34. Jones, J. T., Pelham, B. W., Mirenberg, M. C., & Hetts, J. J. (2002). Name letter preferences are not merely mere exposure: Implicit egotism as self-regul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8(2), 170-177. [본문으로]
  35. Gallucci, M. (2003). I sell seashells by the seashore and my name is Jack: comment on Pelham, Mirenberg, and Jones (2002). [본문으로]
  36. Pelham, B. W., Carvallo, M., & Jones, J. T. (2005). Implicit egotism.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4(2), 106-110. [본문으로]
  37. Eagly, A. H., & Chaiken, S. (1993). The psychology of attitudes. Harcourt brace Jovanovich college publishers [본문으로]
  38. Monahan, J. L., Murphy, S. T., & Zajonc, R. B. (2000). Subliminal mere exposure: Specific, general, and diffuse effects. Psychological Science, 11(6), 462-466 [본문으로]

'지식사전 > 사회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심리학 개론  (0) 2023.02.28
사회심리학 개론  (0) 2023.02.15
사회인지와 관련 연구들  (1) 2022.12.17
문화심리학 총론  (2) 2022.06.30
집단심리학 총론  (0) 2022.06.0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