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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저장고
행동하는 인간의 윤리학 - 사회적 합의와 결과 본문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과, 운명에 저항하여 스스로의 삶의 법칙을 창조하는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둘 다 가지고 있다. 그리고 행동하는 인간(human doing)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피하기 위해 서로의 활동을 조율하고 통제할 규칙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규칙은 어떠한 개인적 도덕보다 우선할 것이기 때문에 최고의 도덕법칙으로 규정될 수 있으나, 이 규칙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출되는지는 아직 다루지 않았다.
이 글은 human doing들이 사회계약을 통해 도덕규칙을 도출한다고 논증하고, 사회계약을 실시하기 이전에 human doing의 특성에 대해 몇가지 가정을 도입한다. 그리고 사회계약을 통해 인권과 롤스의 차등원칙, 공리주의가 도출되며, 앞에 위치한 순으로 우선시된다고 논증할 것이다. 이전 글에서 human being은 도덕의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었기 때문에, 이 글에서 '인간'이나 '사람'은 모두 human doing을 지칭한다.
사회계약의 조건과 형태
인간이 서로의 행동을 조율하고 규제할 규칙을 정하는 일은 가상적인 무정부상태에서 여러 개인들이 헌법을 제정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또한 서로를 규제할 윤리규칙을 제정하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전자는 뷰캐넌이 <국민합의의 분석>에서 제시한 상황이고, 후자는 롤스가 <정의론>에서 제시한 상황이다. 두 학자의 규칙 제정조건과 도출된 규칙은 다르지만, 둘 모두 사회계약을 통해 규칙을 도출한다는 점은 같다. 사실 우리가 도출할 도덕규칙은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이러한 도덕규칙은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계약을 통해 도출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참여가 배제된 인간에게는 규칙을 준수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뷰캐넌과 롤스가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은 무지의 베일에 대한 가정이다. 롤스는 사회계약에 참여한 개인들이 무지의 베일에 덮여있어서, 자신의 가치관이나 성향, 성격, 지위, 재산 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한다. 뷰캐넌은 이러한 개념에는 명백하게 동의하지 않지만, 헌법을 제정하는 상황이 무지의 베일과 근사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왜냐하면 헌법은 모든 시간대와 공간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현재 나의 지위나 능력은 이러한 시공간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두 학자의 선례를 본받아, 모두에게 적용될 윤리규칙은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사회계약에 따라 도출되며, 이는 서로의 지위에 무지의 베일을 가정한 상태에서 실시되어야 한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이때 무지의 베일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게 될 능력과 성격, 지위를 모른다는 전제이다. 롤스는 가치관도 무지의 베일로 가려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뷰캐넌의 반대와 함께 모든 가치관의 사람들이 사회계약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치관은 고수하는 것으로 설정하고자 한다.
사회계약을 맺을때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는, 그것을 제정하는 규칙이다. 위에서 내린 결론에 따르면, 윤리규칙은 모든 이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human doing은 주어진 인간 본성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인간은 현재 호모 사피엔스가 가지지 않으리라고 여겨지는 모든 심리적 특성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어느 도덕규칙을 제정하던 거기에 반대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1명 이상 존재하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며, 그렇다면 어떠한 도덕규칙도 사회계약으로부터 도출될 수 없다.
우리가 사회계약과 무지의 베일이라는 아이디어를 기존의 이론에서 가져왔듯이, 해결책도 기존의 이론에서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른다. 뷰캐넌은 헌법 제정 이후에, 로그롤링을 통해 만장일치 제도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논증했다. 로그롤링은 어떤 법을 제정할때 그 법에 반대하거나 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에게 피해만큼의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로그롤링이 시행되는 사회에서는 어떤 법이 제정되던 반대파들은 피해만큼의 보상을 지급받기 때문에, 반대파들도 법에 반대할 유인이 없다.
또한 우리는 어떤 유형의 사람에 대해서는, 이 사람을 도덕에서 배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가령 타인의 자유를 해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 a를 가정해보자. 사회계약은 앞서 보았듯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되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 제정되던 타인의 자유를 해치는 것을 규제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 a는 어떠한 사회계약이 제정되건 그것을 반대할 것이고, 아예 사회계약 상황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로그롤링과 사회계약에의 배제를 고려하면, 만장일치 제도가 가져오는 부작용은 일정부분 완화될 수 있다. 먼저 사회계약 자체를 거부하거나 어떠한 도덕규칙에도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은 사회계약 상황에서 배제된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 중, 제정되는 도덕규칙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로그롤링을 통해 그에 맞는 보상을 받는다. 이처럼 로그롤링과 배제 규칙을 통해 사회계약의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무지의 베일을 가정한 사회계약은 여전히 도덕규칙을 도출할 합당한 방법으로 남는다.
인간에 대한 기초가정
앞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사회계약을 통해 도덕규칙을 제정하며, 이때 사람들은 무지의 베일을 쓴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규칙만으로는 사회계약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두 사항 외에 우리는 인간(human doing)이 가지는 속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이들이 어떤 도덕규칙을 도출할 지도 결론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human doing을 가정하면서 주어진 인간 본성도 넘어설 수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밝혀진 인간 본성을 통해 그러한 속성을 추론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우리의 사회계약이 어떤 도덕규칙을 도출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이 상황에 공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는 인간이 어떠어떠한 성질을 갖는다고 가정해야, 그 성질을 통해 인간들이 어떤 도덕규칙을 도출할지 논리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다. 물론 공리는 임의로 설정되어서는 안되며, 인간이 어떤 성질을 갖는다고 볼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원리에 근거하여, 사회계약을 형성하는 인간이 가질법한 성질의 목록을 몇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인간은 자유를 추구한다. 여기서 자유는 자연의 섭리와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무언가를 하는 능력을 이르는 말로, 자유를 가진 개인은 기존의 자연법칙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되지 않거나 일부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앞서 우리는 human doing이 운명을 개척하는 인간이고, 기존의 자연법칙에 더해 새로운 자연법칙(사회과학법칙)을 창조하는 존재라는 점을 보았다. 역으로 말해서 자유는 human doing의 필요조건이며, 자유를 포기한 인간은 human doing이 아니고 도덕의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인간이 자유를 추구한다고 하는 가정은 합당하다.
또한 인간은 이득을 추구한다. 여기서 이득은 도파민이 분비되는 특수한 상황을 넘어,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목표로 정의된다. 어떤 사람은 쾌락을 추구할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본인의 고통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특정 도덕률을 충족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사람이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며, 심지어 어떤 상태를 피하려고 하는 경향도 일종의 목표(상태회피)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계약에 참여하는 인간들은 모두 무정부적인 투쟁 상태를 피하려는 목적을 가지기 때문에, 적어도 사회계약에 참여하는 모든 인간은 어떠한 목표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목표가 현실세상에서는 주로 이득추구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필자는 이를 이득으로 지칭하고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합리적이다. 현실에서 인간(human)이 벌이는 갖은 비합리적인 행태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범위를 human doing으로 한정하여 보면, 합리성은 인간의 필요조건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냥꾼과 사자는 모두 어떤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 사냥꾼의 성공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인간이 특유의 지성을 발휘해서 사냥감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조작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human doing적 특성은 인간의 합리적 지성에 의해 가능하며, 따라서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공리로 도입하면, 우리는 사회계약에 임하는 인간이 위험회피적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사회계약이 단 한번 제정되며, 반면에 사람이 살아갈 자연적 조건이 변화무쌍하고, 계약이 잘못 제정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살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가 자살을 하면, 나중에 자살을 되돌릴 기회는 물론 다른 최적화를 선택할 기회들도 모두 상실한다. 따라서 자살은 자살하지 않음에 비해 기회비용이 너무 크고, 그래서 자살은 비효율적이다.
이에 대한 엄밀한 증명에 대해 필자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생물학적 발견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결론이 합리적이라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험회피적인데,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이는 인류의 본성이 진화하던 시기의 상황에 의한 것이다. 인류의 본성이 무르익던 시절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급격히 반복되고 있었고, 또한 당시 인간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정말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자연조건에서는 위험회피적인 인간이 더 유리했고, 결국 위험회피적인 유전자가 살아남아 주류가 되었다.
사회계약의 결과: 인권, 차등원칙, 공리주의
인간이 자유를 추구하고, 이득을 추구하며, 합리적이고, 그래서 위험회피적으로 계약에 임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이제 여기서 정리를 도출할 수 있다. 이제 사회계약에서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 하에서, 자신의 자유와 이득을 최대화하고, 가급적 위험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롤스와 뷰캐넌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권을 도출해 내었고, 롤스는 추가적으로 차등원칙을 도출했다. 필자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사회계약이 인권과 차등원칙, 그리고 공리주의 원칙을 도출한다고 추론한다.
인권과 차등원칙, 공리주의 원칙은 직접적인 규범이라기 보다는 도덕규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인간이 살아갈 삶의 조건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사회에 통용되는 세부적인 법률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우리는 사회에 통용될 도덕규칙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어, 어떤 사회를 통제할 도덕규칙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무엇을 보장해야 하는지 규정할 수 있다. 즉 인권과 차등원칙, 공리주의 원칙은, 법률이라기보다는 법률과 규범이 기반해야 하는 헌법의 역할을 한다.
인권
위와 같은 조건에서 사회계약이 행해진다면, 맨 먼저 인권이 도출될 것이다. 사회계약에 임하는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위험회피적이기 때문에, 먼저 최악의 사태는 면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 기본적인 무언가가 주어져야 하고, 기본적으로 자유와 이득을 추구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는 헌법이 기본권을 도출하리라고 본 뷰캐넌과, 윤리규칙이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본 롤스도 동일하게 도출하였다.
어떤 인권이 인정되어야 하는가? 최악의 사태를 면하려는 개인들은 생명권,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 그리고 참정권을 최소한의 요건으로 도출할 것이다. 이 권리들은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도출되었다.
생명권은 모든 사람의 생명이 보전될 권리이다. 생명권을 가진 개인들은 국가에 의해 사형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사회계약에 임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도덕규칙이 자신을 죽여서 자신이 무한에 가까운 기회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먼저 자신의 생명이 보전될 것을 요구할 것이며, 생명권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우선적으로 도출될 것이다.
자유권은 개인이 자신이 원하고 추구하는 것을 위해 행동할 권리이다. 자유권을 가진 개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마음대로 말할 권리를 가진다. 우리가 맺는 사회계약은 자유를 행사하는 사람들을 조율하는 규칙이기 때문에, 이 계약은 기본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자유를 행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유권은 개인이 하는 모든 행동을 보호하고, 오직 그 행동이 타인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할 때만 규제한다. 여기서 무언가를 할 자유는 소극적 자유에 속하기 때문에, 자유권은 소극적 자유만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다.
평등권은 개인이 사회체제와 도덕규칙에서 모두 동등하게 대접받을 권리이다. 평등권을 가진 개인은 자신의 인종이나 성별, 외모로 채용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사회계약에 임하는 개인들은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려 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유와 행동을 타인보다 제한하는 도덕규칙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차별은 오직 그러한 차별이 여러 좋은 결과를 가져와서, 차별을 받는 이를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도 이득이 되거나 동의받을 수 있는 경우에만 용인될 것이다.
사회권은 개인이 삶의 기본적 조건을 갖출 권리이다. 사회권을 가진 개인은 기본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사회권은 일종의 적극적 자유권으로 볼 수 있는데, 왜냐하면 기본적인 삶과 능력이 보장되어야 개인은 비로소 자유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자유권은 아주 기초적인 권리만을 인정하며, 따라서 실제 사회에 필요한 자유를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계약에 임하는 개인들은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기 때문에, 도덕규칙이 자유를 행사할 조건뿐만 아니라 자유를 행사할 능력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참정권은 개인이 사회의 운영에 참여할 권리이다. 참정권을 가진 개인은 정부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시위할 권리를 가진다. 위와 같은 권리를 지키기로 합의한 개인들은, 이를 잘 감시하고 집행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도덕규칙에 기반하여 형성될 사회조직이 이러한 권리를 잘 지키는지 감시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의 운영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개인에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사유재산권은 비록 많은 윤리 이론에서 기본적인 권리로 간주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음을 주의하라. 사실 사유재산의 보장은 최악의 상황을 면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많은 SF 작품에서는 사유재산이 무의미해진 후기결핍사회를 그리고 있고, 사유재산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흐루쇼프 집권기의 소련은 사유재산이 인정된 현대 중국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혜택을 보장해 주었다. 사유재산의 보장은 오직 시장경제가 의미를 가지는 현대 인간사회에서만 기본권으로서의 의의를 가지며, 사유재산권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자유권(재산의 축적과 사용을 타인에게서 보호받을 권리)과 사회권(자신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인정받을 권리)에서 유도된 권리이다.
우리는 총 5가지의 권리를 도출했다. 이 권리는 뒤에서 다룰 다른 어떠한 도덕규칙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인권은 여러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먼저 위에서 제시된 규칙들은 자유권이나 평등이 정확히 무엇을 보장해야 할지 말하지 못한다. 타인의 재산을 도둑질할 자유는 자유권의 보호대상인가? 지주의 토지를 빼앗아 농민들에게 평등하게 분배하는 것은 평등권의 실현이 아닌가? 위의 규칙들은 어떤 자유가 자유권에 해당하지 않는지, 무조건적인 평등이 어떤 경우에 제한되어야 하는지 말하지 못한다.
또한 위급한 경우, 우리는 기초적인 권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사실 이 위급한 경우는 바로 우리 현실사회를 말하는데, 여러 국가로 나뉘어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현실사회에서 각 국가는 일정한 돈을 받고 자신의 생명권을 포기한 군대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은 부당하게도 국민들의 재산을 세금이라는 명목 하에 강탈하고 있다. 이처럼 필연적으로 인권이 침해되어야 하는 상황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실시되어야 하는지 인권은 얘기하지 못한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도덕규칙도 제정해야 한다.
차등원칙
인권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는 필수적인 인권의 세부사항을 정하고, 인권을 부득이하게 침해해야 할 때 그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하는 도덕규칙이 필요하다. 이러한 규칙으로 필자는 공리주의 원칙과 차등원칙을 제안한다. 차등원칙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롤스인데, 차등원칙이란 어떤 법이나 규칙이 정당화되려면, 그 규칙이 다른 규칙에 비해 최소수혜자들에게 최대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차등원칙은 분배와 효율 문제를 잘 조율하면서, 시장경제의 강력한 옹호자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차등원칙은 사회계약에 위험회피적으로 임하는 개인들에 의해 도출된다. 앞서 말했듯이 개인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몫을 보장받으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인권의 제정뿐만 아니라 인권의 범위를 정하는 데에도 적용되는데, 이때 사람들이 최적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라. 인권의 정도를 정하는 개인들은 인권으로 보장되는 몫이 최대화되도록 도덕규칙을 제정할 것이다. 그리고 인권은 최소한으로 보장되는 조건이기 때문에, 결국 최대화된 인권은 최소수혜자들에 대한 최대보상이 된다.
또한 개인들은 사회계약에서 평등권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는데, 평등권에서도 차등원칙이 도출될 수 있다. 평등권을 준수하는 도덕규칙은 차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직 차별이 동의될 수 있을 때에만 인정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때 최소수혜자에게 최대한의 보상을 제공하는 규칙은 다른 규칙에 비해 동의되기 더 쉽다. 왜냐하면 어떤 규칙 하의 최소수혜자는 그 규칙에서 가장 이득을 적게 보기 때문에, 동시에 그 규칙의 최대 반대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설득하는 방법은 로그롤링이며, 차등원칙은 최소수혜자들에게 최대의 보상을 지급하는 훌륭한 로그롤링 전략 중 하나이다. 따라서 최소수혜자(인 동시에 최대 반대자)들은 오직 차등원칙을 통한 로그롤링이 작동하는 경우에만 도덕규칙과 거기서 비롯되는 차별을 용인할 것이다.
차등원칙을 자유권과 평등에 적용해보자. 경제학적 연구에 따르면 시장경제는 사회 전체의 부를 증가시키고, 모든 최소수혜자들에게 생활수당을 지급할 정도로 부를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일은 중요하며, 이를 침해할 자유는 규제되어야 한다. 비슷하게 기회의 평등과 능력주의는 그 자리에서 최적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자리에 위치시키기 때문에, 역시 사회의 부를 증대시키고 최소수혜자들에게 좋은 서비스와 이득이 지급되도록 만든다. 따라서 사유재산에서의 차별과 기회의 평등은, 모두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 동의할 만한 차별로 수용된다.
이처럼 차등원칙을 인권에 적용할 경우 우리는 자유권과 평등, 사회권을 재정의하게 된다. 차등원칙 하에서 자유권은 제한된 자유권으로, 차등원칙 하에서 정당하게 제한되는 행동을 제외한 모든 행동만을 보장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전체 국가의 존속이나 소득재분배는 최소수혜자들에게 최대의 보상을 지급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징집과 징세는 자유권의 침해가 아니다. 평등권 역시도 제한된 평등권으로, 차등원칙 하에서 용인되는 차별 이외의 차별만 금지한다. 그리고 사회권은 최대의 몫, 최소수혜자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최대한의 몫을 보장할 규칙으로 재정의된다.
한편 차등원칙은 인권의 세부사항을 정하는 뿐만 아니라, 다른 재화나 권리를 분배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적극적 자유의 모호한 성질에 기인하는데, 왜냐하면 어느 사회에서 충분히 자유를 누릴만한 능력은 다소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이 능력이 크면 클수록 행사할 수 있는 자유도 커진다고 추론할 수 있다. 부가적인 재화나 권리를 분배하는 일도 일종의 적극적 자유를 보장하는 일환이기 때문에, 차등원칙은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공리주의 원칙
공리주의 원칙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보장하는 규칙이 정당하다는 원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사회계약에 임하는 개인들은 모두 최적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평균적으로 주어지는 몫이 최대가 되도록 도덕규칙을 제정할 것이다. 공리주의 원칙은 사회 전체의 이득을 증대시켜서 개인에게 돌아가는 평균이득을 높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계약에 받아질 것이다.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은, 차등원칙이 공리주의 원칙보다 우선되는 이유이다. 왜 최소수혜자의 이득이 평균인의 이득보다 우선하는가? 이는 부분적으로 기대값의 증가가 실제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사회 전체의 부가 100인 사회 a와 50인 사회 b를 상상해보자. 두 사회는 모두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a에서는 1명이 100을 갖고 나머지는 한푼도 없는 반면, b에서는 모두가 5씩 가지고 있다. 기대값만 비교해보면 a의 기대값이 b의 기대값보다 높기 때문에(10>5), a를 택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a를 택했을때, a에서 1원 이상을 받을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반면 b에서 그 확률은 100%에 달한다. 2원에서도 마찬가지고, 5원에 이를때가지 우리가 0원 이상을 받을 확률은 항상 b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처럼 우리가 사회에서 최적화를 달성하려면 효율만큼 분배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계약에 임하는 개인들은 효율과 함께 분배의 문제도 중요하게 고려하게 되고, 분배와 효율을 적절히 고려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때 롤스의 정의론이 분배와 효율을 잘 조화하는 이론으로 평가됨을 기억하라. 차등원칙은 최소수혜자에게 최대한을 보상하는 한편 그 방편으로 효율의 극대화를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배와 효율을 동시에 고려하는 차등원칙은 효율만을 고려하는 공리주의 원칙에 우선한다.
인권과 차등원칙, 공리주의
앞에서 우리는 롤스와 뷰캐넌의 통찰을 참고하여, 무지의 베일에 덮인 인간이 사회계약을 통해 도출한 규칙이 도덕규칙이 된다고 추론하였다. 이때 사회계약에 임하는 개인들은 자유와 이득을 추구하고, 합리적이며, 그래서 위험추구적이다. 이러한 개인들은 생명, 자유권, 평등, 사회권, 참정권으로 대표되는 인권을 보장하는데 합의하고, 이를 세부적으로 정하는 동시에 남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차등원칙과 공리주의를 도입하였다. 인권과 차등원칙, 공리주의가 사회계약의 결과이다.
인권과 차등원칙, 공리주의는 모두 존중되는 동시에 위계가 있다. 어떤 법체계와 도덕규범도 자유와 평등, 그리고 다른 권리를 보호하고 우선시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차별은 용인되어선 안되며, 사회는 국민의 사회권과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자유가 자유권으로 보장되고 어떠한 차별이 평등권과 대립하지 않는지는 차등원칙과 공리주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며, 사유재산권과 같은 세부적인 자유권 항목은 이 원칙들을 통해 규정되고 정당화된다. 또한 국가의 의사결정도 이러한 원칙에 따르되, 차등원칙이 공리주의 원칙보다 우선해야 한다. 후에 우리는 3가지 도덕규칙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사례를 통해 보게 될 것이다.
행동하는 인간의 윤리학이 인권과 차등원칙, 공리주의를 도출했다는 점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필자의 윤리이론이 인권과 차등원칙, 공리주의를 도출했다는 점은, 다르게 말하면 필자의 윤리이론이 다른 윤리이론에 비해 별다른 특이점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필자의 윤리이론에 주목하거나 받아들여야 할 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필자의 윤리이론이 인권과 차등원칙, 그리고 공리주의를 도출했다는 점은 그만큼 이 3가지 윤리이론의 기반이 튼튼하다는 점을 보증할 수 있다. 이 3가지 이론은 지금까지 윤리학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아왔으며, 이 글에서 제시된 논증은 위 3가지 윤리이론을 받아들여야 할 충분한 이유를 또 한번 제공해 준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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