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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해설 - 밤의 형태를 한 상징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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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해설 - 밤의 형태를 한 상징들

과학주의자 2022. 7. 7. 15:28

독일의 시인 티크(tieck)는 우리에게 동물이나 어두움, 소음에 대해 잘 얘기하고 있다. '나는 내 방이 나와 함께 거대하고, 검고, 두려움을 주는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인상을 받았고, 나의 모든 생각은 서로 충돌했다.... 높은 장벽이 큰 소리를 내면서 무녀졌다. 그러자 내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건조한 평원이 놓여 있었다. 고삐가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고, 말들이 미친 듯한 속도로 마차를 끌고 나갔다. 나는 말들이 내 머리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고, 소리를 지르면서 내 방으로 도망쳤다.' 우리가 앞서 보았던 상징들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아주 좋은 악몽의 표본이다.

 

'검은 충격'은 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로르샤흐 검사 중 검은색을 본 피검자들이 충격을 받고 짓눌리는 인상을 받는 현상이다. 피검자들은 짓눌린 느낌을 받고, 자극을 침울하게 해석한다. 봄[각주:1]에 따르면 검은색은 회한과 죄의식을 동반한, 자연적 위험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의 상징이다. 모르[각주:2]도 검은색을 죄악, 번민, 반항, 심판 등과 연결한다. 백일몽 경험에서도 밤의 풍경들은 의기소침한 상태를 나타낸다. 드조유의 연구[각주:3]에서 검은색은 진정한 어두운 대척점을 형성하고 신경증에 이를 수 있는 감정적 충격을 유발한다. 바슐라르도 말했듯이 단 하나의 검은색도 우리를 어둠에 빠트리기에 충분하다.

 

밤은 언제나 이러한 두려움을 유발한다. 밤을 묘사하는 루크레티우스의 시구[각주:4]나 탈무드에서 두려움에 질린 채 밤이 지평선을 덮는 것을 보는 아담과 이브를 보라. 이러한 의기소침은 다른 문명은 물론 동물들도 경험한다.[각주:5] 민속학에서 해질 무렵의 시간은 불길한 시간을 의미하고, 두려움을 의미하는 수많은 흔적들을 남긴다. 황혼은 해로운 동물들과 지옥의 괴물들이 육체와 영혼을 습격하는 시간이다.[각주:6] 밤의 어두움은 최초의 시간의 상징이고, 실제로 아리아인 중 인도유럽어족과 셈족은 시간을 낮이 아니라 밤의 수로 센다.[각주:7] 성 요한 축제[각주:8]나 크리스마스, 부활절도 다 야간 축제임을 기억하라.[각주:9] 인도에서도 시간을 칼라(kala)라 부르는데, 칼리와 어원이 가까우면서 둘다 검정과 어둠을 의미한다. 엘리아데[각주:10]는 시간은 비합리적이고 잔혹하기에 검은색이라고 했고, 고대 그리스의 닉스(nyx)[각주:11]와 스칸디나비아의 노트(nott)는 모두 어둠의 준마들이 끄는 수레이다.

 

밤은 자신의 불길한 실체 속에 모든 부정적 속성을 모은다. 어둠은 언제나 혼돈이고, 이 가는 소리이고, 악령들의 무질서한 동요이다.[각주:12] 성 베르나르는 혼돈을 지옥의 어둠에 비유하고,[각주:13] 시인 조에 부스케(Joe Bousquet)는 밤을 '살아있고 게걸스러운' 것이라고 단정한다. 프랑스에서는 해질 무렵을 '개와 늑대 사이'라고 한다. 어둠은 울부짖음과 비명, 어둠의 입과 동의어이고, 실제로 어둠은 소리를 증폭시키기 때문에[각주:14] 귀도 밤의 상징이다. 어둠은 활동 그 자체이며, 운동의 무한성은 어둠의 무제한성과 동일하다.

 

어두움은 검정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가치는 검정에도 투사된다. 앙주 지방의 거인 모리(maury)는 멘(maine)으로 가는 선단을 통째로 삼켜버리기 위해 앙제 근처의 바위에 숨어있는데,[각주:15] 모리는 오그르와 마찬가지로 검은 털과 짙은 수염이 나 있다. 또한 밤바라 족에서 선신인 파로(faro)는 '하연 여자의 머리'를 가진 반면, 악신 무소 코로니(mouso koroni)는 어두움과 밤, 마법 등 빛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상징한다.[각주:16] 메피스토펠레스와 타르튀프, 바실리오, 바르톨로, 알케스티스처럼 신에게 버림받은 인물들은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검은 옷을 입은 이방인들'의 혈통이다.

 

어두움은 우리의 시각을 앗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맹인은 어두움에 잠식된 인간과 같으며, 그래서 맹인은 어둠과 연결된다. 기독교에서 묘사하는 맹목적인 유대교도들은 노트르담 사원의 전면 부조나 프라도 박물관에 소장된 루벤스의 <교회의 승리>에서처럼 붕대로 눈을 감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에서도 눈이 절단되거나 눈이 머는 사건이 자주 나타난다.[각주:17] 위고의 시 <신>에 나타나는 다음 구절들을 보자. ""눈도 없이, 발도 없이, 목소리도 없이, 물어뜯고 찢긴..." <바다의 일꾼들>에서는 재판소인 자크레사르드(jacressarde)를 묘사하면서 '애꾸눈'이라는 형용사가 '옴 붙은', 주'름살투성이의'와 같은 형용사와 결합한다. 전설에서도 무의식의 상징은 항상 어둡고, 사팔뜨기고, 눈이 먼 채로 나타난다.[각주:18] 오이디푸스는 물론이고 모든 나라의 민담에 등장하는 늙은 왕들은 다 눈이 먼 채로 나타난다.

 

늙은 왕들은 너무 늙어서 역시 시력이 떨어져 버렸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어둠과 함께 나타난다. 유명한 늙은 왕 드리타라슈트라(dhritarashtra)는 명석하고 통찰력있는 이야기꾼인 동시에 명확하고 기민한 아르주나의 전투를 상기시키는 무의식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런 왕은 많지 않다. 대다수의 늙은 왕은 노쇠하고, 앞을 못 보고, 무의미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광기이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리어 왕처럼 퇴색해 버렸다. '사팔뜨기의', '미친', '쇠락한', '불쌍한', '유령의'와 같은 사르트르의 용어들도 이러한 왕들을 묘사한다.

 

그러나 늙은 왕들은 한결같이 젊은 빛의 영웅과 결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영웅은 늙은 왕의 딸과 결혼하는 매력적인 왕자이다. 맹인의 속성은 가끔씩 반전되어 나타나곤 한다. 오딘은 전능한 권력을 가졌을때 애꾸눈이었다. 이러한 어둠이 모순되는 특성은 후에 우리가 밤의 체제를 다루면서 얘기하게 될 것이다.

 

어둠은 투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거울과도 연결된다. 프시케의 도구인 이 거울은 오비디우스에서 와일드[각주:19]나 콕토,[각주:20] 판 에이크, 피카소에서도 모두 나타난다. 멕시코의 어둠의 신 테스카틀리포카(tezcatlipoca)의 이름은 연기를 내는(popoca)+거울(tezcatl)인데, 즉 테스카틀리포카는 화산의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거울로서 세상의 운명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는 다리와 발이 모두 하나뿐으로 다른 쪽은 대지에 의해 잡아먹혔다.(이 신의 꼬리는 1년에 일정 기간 땅 밑으로 꺼지는 큰곰과 비슷하다) 그리고 투명한 물도 거울처럼 반투명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물도 어둠과 비슷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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