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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해설 - 동물의 모습을 한 상징들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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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해설 - 동물의 모습을 한 상징들4

과학주의자 2022. 6. 30. 20:20

우글거림과 함께 동물의 다른 특징은 물어뜯기이다.[각주:1] 무질서한 우글거림은 공격성과 이빨에 의한 공격으로 변형된다. 사실 어린이들의 꿈이나 몽상 속에서 이빨을 드러내는 강한 포식자들은 심판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동물은 변화의 상징에서 공격성과 야만의 상징으로 바뀌어 간다. 연금술에서 사용하는 상징에는 공격적인 이미지가 마법적 결합을 의미하는 친화적인 이미지와 공존하고 있다.[각주:2]

 

물어뜯기의 대표적인 상징은 아가리이다. 아가리는 날카로운 이빨로 무장하고, 씹고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다.(삼키고 빠는 입은 나중에 다룰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무섭고 가학적이면서 상대를 유린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시인은 '시간의 물어뜯음'이라는 표현을 통해 괴물 크로노스의 모습을 묘사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줄의 입술들을 한 시간이여, 연속적인 얼굴들로, 너는 날이 서고, 너는 열병에 걸리는구나."[각주:3]

 

아가리는 동물의 울음소리로도 표현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토템을 숭배하는 부족들이 동물의 울부짖음을 모방하는 것이 콘서트의 소리와 매우 근접해 있다면서, 음악의 기원이 동물의 울음소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스티드는 마르시아스(Marsyas),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오시리스 등 모든 음악가 영웅들이 흔히 야수의 이빨에 찢겨 죽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트라 교의 입문의식 중에도 울부짖음의 의식이 있는데, 이 의식은 희생물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각주:4] 바슐라르[각주:5]는 이러한 동물의 울음소리가 어떻게 동굴의 입과 대지의 '어둠의 입', 이중 모음을 발음할 수 없는 동굴의 목소리에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으르렁대는 소리와 음산한 울부짖음, 공격적인 잡아먹기, 마음의 동요는 아가리라는 하나의 상징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성이 두드러진 동물이 다른 동물들보다 신화에 자주 나타난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 가령 셈 족의 악마인 베노스 야나(benoth Ya'anah)는 아랍인들에게 위가 튼튼하다고 소문이 난 타조이다. 같은 악마들의 명단에는 세이렌과 함께 임(Iyym)이 등장하는데, 임의 어원은 '울부짖다'이고 자칼을 뜻하는 타님(tannim)과 자주 결합된다.[각주:6]

 

서구에서 가장 사납다고 하는 동물 중 하나는 늑대이다. 고대와 중세를 통틀어 늑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제보당의 괴수라는 형태로도 나타났다. 현대에도 늑대는 여전히 공포스러운 두려움, 위험, 처벌의 상징이다. '커다란 못된 늑대'는 무서운 이센그린(ysengrin)으로 연결되고, 늑대 이미지는 죽음의 신과 지옥의 악령들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예시 중 하나가 모르몰리케로, 모르몰리케(mormolike)는 그리스 신화의 여자 악마인데 못된 아이들을 물어버리고 절름발이로 만들어 버린다.[각주:7] 모르몰리케는 아케론의 유모이기도 하며, 하데스가 입은 늑대 가죽옷이 모르몰리케의 잔재이다.[각주:8] 이 가죽은 악마 테메스(temes)나, 로마의 디스 파테르(dis pater)와 동일시된 갈리아의 지옥신이 입는 늑대가죽옷과 같다. 에트루리아에서도 죽음의 신은 늑대의 귀를 가지고 있다. 

 

늑대는 마르스 그라디누스(mar gradinus)나 운행중인 '동요하는 화성', 루드라(rudra)의 동료들인 마루트들과 마찬가지로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아레스(혹은 화성)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북유럽에서 늑대는 천체들을 뜯어먹으며 우주의 죽음을 상징한다. <에다(eddas)>에 따르면 그 늑대는 여자 거인의 아들인 두 마리의 늑대 스쾰과 할리이고, 태양과 달을 추격하는 늑대는 펜리르이다. 펜리르는 세상이 종말할 때 태양을 뜯어먹고, 또다른 늑대인 마나감르는 달을 먹는다. 북아시아에서도 야쿠트 족은 달의 차고 기우는 것을 늑대나 곰이 뜯어먹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프랑스 시골에서는 월령을 개가 '달을 보고 짖는다' 내지 '죽음을 보고 짖는다'라고 표현한다.

 

위에서 늑대 대신 개가 나왔음을 주목하자. 사실 개도 늑대와 마찬가지로 죽음의 상징이다. 피라미드 벽화는 망자를 인도하는 개들로 가득하고[각주:9] 영혼을 지옥으로 인도하는 중남미의 졸로틀(xolotl)도 개이다.[각주:10] 망령을 인도하는 이집트의 위대한 신 아누비스는 임푸(impou)라고 불리는데 이는 '야생 개의 모습을 한 자'라는 뜻이다. 아누비스 자신도 개의 얼굴을 하고 있고 키노폴리스에서 지옥의 신이다. 리코폴리스에서 지옥의 신은 자칼인 우푸아우트(oupouahout)이다. 묘지의 수호신인 켄타멘티우(kenthamenthiou)도 야생 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케르베로스도 개이다. 개는 또한 헤카테를 상징하는데,[각주:11] 이때 헤카테는 검은 달이자 뜯어먹힌 달, 마리가 셋인 개로 표현된다. 정신분석학자[각주:12]도 개는 죽음과 지옥, 지진, 그리고 바다나 피 속에 떨어지는 구도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개도 시간과 죽음의 상징이나, 다만 개로 표현된 시간은 천체를 공격하여 인간의 시간 자체를 공격한다.

 

개 대신 호랑이나 재규어, 사자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각주:13] leo의 어원은 찢는다는 뜻의 슬레이(slei)이고, 옛 독일어에서 쪼갠다는 뜻의 슬리잠(slizam)과도 비슷하다.[각주:14] 그리고 황도대의 사자는 불타는 태양 및 죽음과 연결되어 작은 것들을 잡아먹고, 두르가(durga)가 타고 다니는 짐승이다. 스핑크스도 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사자는 비슈누의 공포스럽고 전능한 힘과 연결되고, 그래서 공포자이자 전능자인 비슈누는 '끔찍한 사자인간'으로 표현된다.[각주:15] 참고로 비슈누는 아바타들의 신이고 황도는 비슈누의 원판이었는데,[각주:16] 이는 비슈누가 태양과 시간의 측정자라는 의미이다. 이외에도 사자인간 우파니샤드를 뜻하는 시나(sinha)와 음이 동일한 시나는 말로, 뛰어난 시계이자 달력의 달을 의미하는 신(sin)과 연관된다.

 

이렇듯 사자는 파괴자와 함께 크로노스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혼스 족(hons)이나 보시만 족(boschimans)의 전설에서도 사자의 형태를 한 태양이 달을 잡아먹는다.[각주:17] 반면 멕시코에서는 태양이 먹히는 쪽이고, 원시의 물을 헤엄치는 악어 시파틀리(cipatli)를 타고 다니는 턱을 크게 벌린 괴물스러운 지구 틀랄테쿠틀리(tlaltecutli)에 의해 잡아먹힌다. 크로아티아의 성 엘리(St. Elie)는 펜리르와 마찬가지로 달을 먹어치운다. 누가 어느 쪽을 잡아먹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월식과 마찬가지로 일식도 태양이나 달을 물어뜯는 파괴행위이다. 고대 멕시코인들은 일식과 월식을 토나티우 쿠알로(tonatiuh qualo)와 메츠틀리 쿠알로(metztli qualo)라고 표현했는데, 모두 태양이나 달을 뜯어먹는다는 뜻이다. 카리브 해나 고대 모리타니아에도 비슷한 믿음이 있다. 투피(tupi) 인디언들에게 이 뜯어먹는 동물은 재규어이고 중국에서는 전혀 다르게 두꺼비, 개, 용이다. 아삼 지역의 나가스 족(nagas)에서는 호랑이이고, 페르시아에서는 악마가 직접 나선다.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일식은 태양인 사자가 동시에 사자에게 뜯어먹히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사자가 죽음의 이미지를 갖고 있듯이, 태양도 죽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태양은 시간을 의미하는 말의 이미지와, 죽음을 의미하는 사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리그베다 속 태양의 신인 사비트리(savitri)는 어둠의 상징이고, 중국의 검은 태양인 호(ho)는 어둠, 여성, 축축함을 가지고 있으며 음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각주:18] 이러한 어두운 태양은 리그베다와 <브리하트 아란야카 우파니샤드>에서 파사비타-니베사나(pasavita-nivecanah)로서, 거대한 변화이자 시간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태양과 말, 사자는 시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뜯어먹는 자로서의 태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보자. 크로노스는 파괴자로서의 시간이 가진 불안정성을 상징하고, 사자의 머리에 뱀의 꼬리를 하고 있으면서 유럽의 모든 괴물들의 원형이다. 마크로비우스(macrobe)[각주:19]는 크로노스가 사자머리를 한 신(deus leontocephalus)이라고 말한다. 인디언이나 고대 펠리시테 등의 켈트인 국가에서는 지옥의 태양을 신으로 여기는 풍습이 존재한다.[각주:20] 동탕빌의 분석[각주:21]에 따르면 코르시카의 오르코(orco)나 세벤의 우르공(ourgon), '범선의 돛대만큼 키가 크고 입은 바위로 된 턱으로 무장한' 그림 형제의 오케를로(okkerlo), 모르비한의 오르콘(orcon), 타라스콩을 마주하는 옛 보케르 지방의 우즈르농(ougernon) 등의 괴물이 크로노스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원형은 지옥의 오르쿠스(orcus)나 해를 삼키는 서쪽 지방으로 여겨진다.[각주:22]

 

베다의 살비트리나 중국의 호, 가르강(gargan) 혹은 가르강튀아(gargantua), 켈트 족의 태양 등에서 보이듯이 괴물은 모두 '검다'는 부정적인 가치를 가진다. 암흑은 삼키는 것 및 먹는 것과 동일하고, 서부 고르가드(gorgade)의 모든 고르곤의 원형일 것이다.[각주:23] 칼리 여신도 종종 이러한 괴물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는 제물의 창자를 게걸스럽게 삼키거나 사람을 잡아먹기도 하고 두개골의 피를 마시기도 한다.[각주:24] 그의 이빨은 흉측한 갈고리이다. 중세 유럽의 이콘 중에도 지옥에 떨어진 자들을 삼키는 '지옥의 아가리'를 묘사한 것이 많다. 엘 그레코의 <펠리페 2세의 꿈>이나 로트레아몽의 시[각주:25]에서 특히 이러한 이미지가 잘 드러난다. 위고의 작품에서도 잡아먹는 악의 이미지는 주로 토르케마다에 의해 구현된 야만적인 모티프들로 나타난다.[각주:26] 보두앵 등의 분석가들이 지적한 심연과 아가리, 하수도 등의 주제에서 보이는 위고의 절단 컴플렉스를 주목하라. 토르케마다는 하수구를 찢어발기는 아가리로 묘사된다.

 

변화와 뜯어먹기에서 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 이것이 동물이 의미하는 것이다. 콩에르 실뱅[각주:27]도 이와 비슷한 발견을 했는데, 그가 인간과 초자연적 존재의 불길한 결혼을 주제로 하는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의 250개 가량의 민담과 신화들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경우 초자연적 존재는 동물이거나 괴물이었다. 다만 새의 경우 13개 이야기에서 축복을 알리는 전령이었고, 5개 이야기에서만 해로운 동물이었다. 이와 대조되게 21개 이야기에서 악마는 코브라, 파이손, 쿠레브르 뱀, 보아 등의 파충류였고, 28개 이야기에서는 오그르(ogre)로 불리는 오그르, 늑대인간, 무덤을 파헤치는 귀신, 마녀, 물고기 꼬리를 한 여자 등이었다. 다른 45개 이야기에서 악마는 사자나 하이에나, 황소 등 야수로 나타났고, 말은 17개 이야기에서 수레로서의 역할만 담당했다. 종합적으로 괴물은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고, 이들이 관계된 초자연적 이야기는 죽음과 관련된 모험을 그리고 있다. 동물은 우글거리고, 달아나며, 잡아먹고, 포효한다. 그것이 기사 뒤러에게는 죽음과 연결되고, 고야에서는 식당의 벽에서 자식들을 잡아먹는 잔인한 사투르누스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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