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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저장고
커뮤니케이션심리학 총론 본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보통 인간이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과 세상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해석하는 프로세스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communis, commincare에서 왔는데 공통, 공유라는 뜻이다. 다른 학자들의 정의는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큰 범위에서 다르지 않다. 여기서 프로세스라는 말은 커뮤니케이션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로,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의 정보처리과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커뮤니케이션은 보통 6대 구성요소로 되어있는데, weaver 모델이 이를 잘 묘사한다.
1.커뮤니케이션이론의 기초
커뮤니케이션은 먼저 sender와 수용자(receiver)가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서로 메시지를 교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보내는 sender와 메시지를 받는 receiver가 있어야 한다. 이 두 사람이 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sender가 보낸 메시지를 receiver가 제대로 이해할때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한다. 여기서 sender와 receiver의 위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바뀔수 있으며, 특히 정보사회에서 두드러진 양방향 통신은 sender와 receiver를 구분하기 힘들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둘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학자는 sender와 receiver를 뭉뚱그려 개체라고 칭한다.
두 사람이 있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메시지(message)이다. 메시지는 sender가 상대방을 이해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든 신호로, 몸짓, 어조, 상징 등 비언어적 수단도 포함한다. 다시 말하지만 상징이나 이미지도 메시지의 하나인데, 이들의 단점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sender와 receiver가 자라온 문화적 배경이 다르거나 사고방식, 가치관에서 차이가 있을 경우 메시지가 원할하게 전달되지 않을수 있다.
Channel은 메시지가 드나드는 통로를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은 channel을 매개로 하여 두 사람 사이에 전달된다. 그래서 매체를 뜻하는 미디어도 channel과 같은 의미이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고 주장했는데, 그의 주장의 검증 여부와 관계없이 미디어는 메시지의 해석과 커뮤니케이션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부조를 낼때 사용하는 봉투는 부조금을 경건하게 해석하도록 만든다. 만약 누군가 카드를 태그해서 부조금을 내겠다고 한다면 이 상황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정보사회가 들어서고 뉴미디어가 급격히 부상하면서 뉴미디어가 channel로서 가지는 효과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피드백(feedback)은 좀 더 특수한 종류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다. 피드백은 메시지를 받은 receiver가 보이는 반응을 말한다. 구어 상황에서 듣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치거나, 혹은 그건 아니라며 응수하는 행위가 피드백에 해당한다. 적절한 피드백은 sender로 하여금 receiver가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인식하게 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한다.
메시지가 항상 제대로 전달되면 좋겠지만 channel이나 피드백, 혹은 개인의 영향으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수도 있다. noise는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예기치 못하게 튀어나와 메시지의 해독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noise는 형태에 따라 3가지로 나누는데, physical noise는 실제 물리적 환경이 만들어내는 noise로 소음이 곧 physical noise다. 반면 pyschological noise는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는데, 이 noise는 사람 마음속에서 메시지의 내용을 왜곡하고 듣지 않게 만드는 왜곡된 사고과정, 편견, 허기나 갈증, 역동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semantic noise는 사회적인 noise로, 메시지가 receiver에게 생소한 표현이거나 외국어인 경우, 혹은 증오 표현이나 터부처럼 문화적 배경이 다른 receiver가 해석하기 힘들거나 해석을 거부하게 하는 noise를 말한다.
위에서 말한 모든 것들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판을 벌려야 할 것이다. setting은 위에서 말한 모든 것들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전쟁이 전장의 영향을 받듯이 커뮤니케이션도 setting의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대기업 수장간의 만찬이 고급 식당에서 진행되는 이유이며, 데이트를 김밥천국으로 가지 않는 이유이다. setting은 이러한 물리적 환경 외에도 심리적 환경이나 다른 맥락도 반영한다.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는 故hovland가 있다.
이론적 조망
커뮤니케이션을 보는 대표적인 관점은 3가지가 있다. 이 3가지는 각각 커뮤니케이션의 3가지 측면을 반영하며,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평가하는데 쓰인다. 먼저 첫번째 관점은 structual view로, 이 관점은 커뮤니케이션을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으로 본다. 이 관점의 학자들은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뤄지고, 경로가 속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한다. 다른 관점에 비해 이들은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를 중시하는 형식적인 면이 있으며, 다른 관점으로부터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은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fiunctional view는 커뮤니케이션을 의미의 전달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언어학자들이 주로 가진다. 이 관점은 커뮤니케이션을 두 사람이 의미를 주고받는 과정으로 보고,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특히 receiver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중점적으로 바라본다. 일반 의미론 학자들도 이 관점을 가지며, 인간의 기호 사용과 해독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기호학과도 관련있어 보인다. weaver도 이 관점의 학자이다.
intentional view는 다른 두 관점이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가지는데 비해, 커뮤니케이션이 낳는 결과에 관심을 보인다. 주로 사회심리학자들이 이러한 관점을 지지하는데, 이들은 커뮤니케이션 자체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receiver가 의도한 결과를 낳았는지 평가한다. 이 관점의 학자인 hovland와 colleague는 커뮤니케이션을 한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해 사용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커뮤니케이션학 교육을 받는 실무자들도 이 관점을 지지한다.
대표적인 모델
커뮤니케이션심리학에서 고전적인 모델은 laswell model이 있다. laswell model은 커뮤니케이션을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으로 보고, 메시지가 sender에서 출발하여 receiver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sender->메시지->channel->receiver->effect로 세분한다. 이 과정의 앞글자만을 따서 SMCRE 모델이라고도 한다. 한편 Berlo model은 laswell model과 달리 메시지의 해석 여부를 중시한다. 이 모델을 제시한 데이비드 벨로(David Berlo)는 '의미는 단어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고 하며 개체를 커뮤니케이션 스킬, 태도, 지식, 문화, social system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channel도 5감을 따라 5개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이 모델은 메시지가 개체가 사용하는 언어/비언어적 표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두 모델을 통합한 게 커뮤니케이션 모델(commnication model)이다. 이 모델은 lasswell model의 과정과 berlo model의 해독 과정을 다 포함하고 거기에 피드백과 noise까지 포함하였다. 이 모델에 따르면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sender의 경험영역과 receiver의 경험영역이 겹치는 공유영역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학자들은 이 모델이 뉴미디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잘 포착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한 비판으로 인해 나타난게 퍼베이시브 커뮤니케이션 환경 모델(pervasive communication enviroment model)로, 이 모델은 커뮤니케이션 모델과 달리 sender와 receiver의 구분이 모호하고 메시지의 전파속도와 파급력이 매우 크며 매체간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퍼베이시브 커뮤니케이션 환경 모델이 적용되는 커뮤니케이션은 대개 정보전달보다는 친목도모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2.설득의 심리학
설득(persuation)은 '상대방이 이쪽 편을 따르도록 여러가지로 깨우쳐 말함'으로 정의되는데, 다른 개념이 그렇듯 설득에도 다양한 정의가 있으며 1많은 커뮤니케이션심리학자들은 설득과 영향(influence)을 동일시한다. 일찍이 hovland는 설득을 '언어적 자극을 통해 설득원이 바라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수용자의 의도된 행동을 유발하는 역동적 과정'으로 정의했으며 O'keefe는 일정한 자유를 지닌 피설득자를 대상으로 설득자의 관념/생각이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을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가 설득을 너무 sender 중심으로 본다는 비판이 있은 후 gass와 seiter는 '1명 이상의 사람이 주어진 커뮤니케이션 상황 속에서 기존의 신념이나 태도, 의도, 동기, 행동을 변화(창출, 보강, 조정, 제거 등)하는데 참여하는 활동이자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2
설득에 대한 연구는 심리 그 자체에 대한 연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소피스트들에 의해 탄생한 수사학(rhetoric)은 변론술, 웅변술과 같은 화술을 통해 대중을 설득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수사학은 소크라테스 이전부터도 있었고, 소크라테스의 손제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기초적인 토대가 잡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이 3요소에 의해 이뤄진다고 주장했는데,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가 그것이다. 에토스(ethos)는 화자로, 설득하는 사람의 외모, 인격, 평판, , 열정 등 설득하는 사람 본인이 가진 특성이다. 그에 반해 파토스(pathos)는 청중으로, 정확히는 청중의 정서를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청중의 감정, 특히 청중의 증오나 공포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청중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실제로 검증되었다. 마지막 로고스(logos)는 말의 내용으로, 로고스는 청중의 지식 능력을 대상으로 하며 기존의 수사학이 다루던 것이 이것이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모델은 후에 설득 연구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로 빛났던 찬란한 수사학이 로마멸망과 함께 암흑에 파묻힌 후, 서구사회에서 설득은 대개 선전(propaganda)의 형태를 띠었다. propaganda는 본래 널리 퍼트린다는 뜻의 카톨릭 단어였으나 propaganda가 설득보다는 선전의 형태를 띠면서 propaganda는 선전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선전의 역사는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더 정교해졌고, 먼 훗날 세계대전기가 되자 심리학자를 동원하여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며 발전하였다. 전후 이 분야의 연구자였던 hovland는 선전을 연구할때 사용되던 정훈활동을 심리학적 틀로 분석하여 설득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laswell도 군대에서 개발한 선전 모형에 기초해 laswell model을 만들었다.
설득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초창기에 학자들은 설득을 설득자가 피설득자를 의도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이후에 다른 학자들이 설득이 receiver가 영향을 받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receiver 중심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또한 전후 사회에서는 설득자와 피설득자가 바뀌는 일도 있었고 설득자가 의도하지 않은 비의도적, 무의식적 행동이 설득을 성사시키는 경우도 많이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기존의 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리하여 gass와 seiter는 이러한 점을 통합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설득을 면대면 설득과 공공 설득, 대중매체 설득으로 나누고 이것이 발생하는데 정보원 규모, 동시적/비동시적, 언어/비언어 비율, 매체, 참여자, 기타 사회적 요인 등의 상황이 작용한다고 한다. 이 모델은 기존에 의도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던 설득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수단을 사용하거나 효과가 시원찮거나 자기자신에 대한 정당화까지 설득에 포함했다.
설득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2가지로 나뉘는데, 학자들은 이를 그리스어 알파벳에서 따와 알파 전략과 오메가 전략으로 나누었다. 알파(α) 전략은 상대방이 나의 매력이나 정교한 메시지에 의해 나의 메시지를 수용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즉 뛰어난 화술이나 외모, 보상 등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전략이 알파 전략이다. 알파 전략은 상대방을 최대한 공략해서 설득을 얻고자 한다. 반대로 오메가(ω) 전략은 상대방이 나에게 가진 저항을 무너뜨려 나의 메시지를 수용하게 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무언가를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 그것에 대한 반발심을 다양한 크기로 가지게 되는데, 이 반발심을 낮춰 자신의 메시지를 수용하게 하는게 오메가 전략이다. 오메가 전략은 상대방의 방어벽을 낮춰 설득을 받아들이게 하고자 한다.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는 gass와 seiter가 있다.
선전
선전과 설득은 다르지만 선전도 설득의 일부이다. 선전(propaganda)은 사실과 상관없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충동적인 메시지를 통해 대중의 감정(주로 증오)을 부당하게 고양하는 행위인데, 정치적/군사적 목적으로 대중을 향해 행해져 왔으며 사람들의 비판적 사고기능을 막고 충동과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도록 부추긴다. 이에 엘륄은 선전을 심리학적 조작으로 칭하였으며 pratkanis와 애런슨(aronson)은 상징조작과 개인의 심리를 이용해 대중을 설득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현대에 선전은 주로 정치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는 행위를 말하며, 마음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이 군대가 많은 심리학자를 데려와 선전기술을 발전시켜왔다. 3
선전은 선전의 주체와 출처가 잘 드러나는지에 따라서 잘 드러나지 않으면 흑색선전(black propaganda), 선전의 주체와 출처가 뚜렷하게 공개되어 있으면 백색선전(white propaganda), 그 둘의 중간 어딘가에 있으면 회색선전(gray propaganda)라고 부른다. 일찍이 군대에서 선전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선전을 잘하는 6가지 원칙을 발견했는데 이는 아래와 같다.
- 단순화의 원리: 메시지는 최대한 단순하게 대중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 확대/왜곡의 원리: 선전에서 유리한 면은 확대하고, 불리한 면은 축소하거나 왜곡해야 한다.
- 반복/공명의 원리: 선전의 핵심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 다양한 매체로 시행해야 좋으며 같은 말을 여러번 들으면 사람들이 설득당하기 쉽다.
- 이입의 원리: 사람들의 기존 태도나 근거에 선전이 부합해야 한다.
- 감염의 원리: 전체적인 분위기가 타인에게, 그리고 모든 전체에게 옮아가야 한다.
- 동일시: 청중이 자신이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고 느끼게 해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그들과 함께 행동하고 싶어해야 한다.
2.1.태도와 설득
과거에는 태도가 설득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간주되었다. 이전의 커뮤니케이션심리학자들은 태도를 이해함으로써 행동에 대한 심층적 이해는 물론 행동예측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태도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행동을 수정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태도에 대한 이해는 설득에도 효과적일수 있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빅데이터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주장은 사장되었다. 태도가 설득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실제 빅데이터 연구결과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줬고, 무엇보다 행동패턴만 연구해도 행동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에 굳이 태도를 연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태도를 설명하는 초창기 이론이었던 다속성 모델은 대상이 여러 속성을 가지고 있고, 이 속성들에 대한 평가의 합이 태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태도는 해당 속성에 대해서 그 대상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신념과, 그 속성이 중요한지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기능한다. 다속성 모델의 제안자들은 이런 맥락에서 설득을 위한 3가지 전략을 제안했는데, 강점인 속성의 중요도를 키우고 약점인 속성의 중요도를 낮추거나, 신념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좋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새로운 속성을 추가로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경제학의 합리적 기대 이론처럼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만 간주했기 때문에 실제로 영향을 끼치는 다른 요인을 간과하였고, 결국 행동에 대한 예측이 실패했다.
한편 다른 학자들은 인지적 접근으로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킬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들은 인지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동기가 그러한 변화는 낳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1946년에 제안된 균형 이론(balance theory)이 그러한 접근의 하나로, 이 이론은 인간이 어떤 대상과 그 대상과 연결된 다른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하면, 이것이 심리적 긴장감을 낳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태도가 변할수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러한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은 3가지가 있는데, 인지적 일관성을 위해 대상에 대한 평가를 바꾸거나, , 여러 생각을 통해 자신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연결된 두 대상 사이의 지각된 연결을 약화시키는 차별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긴장의 감소를 설득으로 이끄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가치했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위와 비슷하게 인간이 자신의 행동과 생각 사이에 모순을 느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둘 중 하나를 바꾼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도 긴장이 3가지 방법으로 해소된다고 했는데, 행동을 변화시키거나, 자기합리화를 통해 생각을 바꾸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탐색해 생각과 행동간의 불일치를 줄이려고 하는게 그것이다. 비록 이론은 행동이 이미 일어난 다음에는 생각의 변화사 일어나기 쉽다는 시사점을 찾았지만, 아직 실제 현장에서 인지부조화가 발생했을때 이것이 설득(생각의 변화)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전 이론과 달리, 인지부조화 이론은 설득에 좋은 몇가지 전략을 아래와 같이 제안하였다.
- 반태도적 지지: 자발적으로 자신의 행동과 반대되게 행동하도록 만들라. 좌파면 군부대에 봉사하도록 하고 우파면 자원봉사단체에서 일하도록 하라. 스스로 한 행동은 친구의 권유든 뭐든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돌아와 영향을 끼치게 된다.
- 개입 전략: 상대방을 결정에 참여시켜라. 고객에게 우리의 사업에 관여하도록 만들자. 자기자신이 깊숙히 들여놓은 것일수록, 반대는 커녕 발을 빼기도 힘들다.
- 노력의 정당화: 노력은 결실은 맺는다. 왜냐하면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내 사업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라. 해병대에게 가혹행위를 가하고 명문대생에게 무작정 술을 퍼먹여라. 들인 노력이 많을수록 나중에 발을 빼기도 힘들 것이다.
- 사전 개입(pre-commitment): 먼저 약속하게 하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앞으로 할 것을 말하라. 한번 이렇게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으면 오히려 생각이 행동을 붙들어 맬수도 있다.
- 위선 유도(hyposity induction): 상대방을 죄인으로 만들어라. 상대방이 설득은 되었지만 몸이 따라오지 못할때, 이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라. 자신의 행동이 생각과 괴리되었다는 인식을 충분히 주면 행동을 끌어올 만큼의 인지부조화가 활성화될지도 모른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foot-in-the-door)은 인지부조화 이론과 비슷하게 인간의 일관성 추구 동기를 사용하는 기법으로, 작은 요구를 먼저 하고 나중에 큰 요구(본 요구)를 하는 기법이다. 4예컨대 커다란 도로 표지판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 표지판을 설치하려고 하는 지역의 사람들에게 먼저 안전운전과 관련된 탄원서에 서명해 달라고 요구한 이후 표지판 설치를 부탁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탁하면 처음의 작은 요구(서명)를 들어준 사람들은 자기 행동의 일관성(안전운전 지지)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집 마당에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5
설득심리학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는 과연 이성과 감성 중 어느것이 더 설득에 효과적이냐는 물음이다. 이성적 설득(systematic persuasion, 체계적 설득)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메시지로 대상의 이성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다른 것과 비교하여 자신이나 자신이 제시하는 무언가의 우월성을 주장하거나 자신의 주장이 맞음을 논증하는 형식으로 행해진다. 이성적 설득은 한번 먹혀들면 효과가 상당히 오래가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약하다. 또한 논리에 하자가 있음이 드러나면 효과는 완전히 사라진다. 반면 감성적 설득(heuristic persuation, 편법적 설득)은 대상의 호감이나 자신의 이미지처럼 감성적인 면을 통해 대상의 감성적 측면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감성적 설득의 효용성은 일찍이 증명되어 왔으며, 실제로 한국에 대선광고가 출현한 이후 당선인 진영이 시행한 대선광고는 모두 감성적 설득 전략을 택하고 있었다.
이성적 설득은 설득의 기본이다. 즉 어떤 설득이든 이성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설득은 결국 'a가 b하다.'와 같은 메시지가 맞는 말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성적 설득은 receiver로 하여금 상당한 심리적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데, 그래서 한번 설득이 먹혀들면 사람들은 자신이 들인 심리적 노력만큼 수정된 생각을 유지한다. 역으로 receiver가 처음부터 상당한 심리적 노력을 가지고 sender에게 임하는 경우에도 이성적 설득은 효과를 본다. 또한 사람들은 사실이 어떻든 자신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무 근거가 없으면 특정 의견을 쉽사리 믿거나 거부하지 못한다. 7
그러나 이러한 이성적 설득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의 범주 내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설득이 작용하는 이성이 오직 제한된 방식으로만 작동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최대한 정신적 자원을 아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생각을 안하려고 한다. 논리적 사고는 특히 자원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인지적 자원과 욕구가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사람은 논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귀찮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향성은 과도한 정보와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시달리는 정보사회에서는 더 크게 작용한다. 반면에 감성은 자동적이고 즉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보통 감성이 설득에서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 실제로 인간의 판단은 대개 이성적으로 보았을때 예상되는 것보다는 감정적인 판단을 따라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성적 설득도 장기적 효과의 측면에서는 좋겠지만, 결과적으로 감성적 설득에 비해 낫다고 보긴 힘들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듯이 마음에 호소하는 것이 머리에 호소하는 것보다 나은 법이다.
ELM(Elaborative Likelihood Model, 정교화 가능성 모델)은 이성적 설득과 감성적 설득을 조화시키는 이론으로, dual process 모델 중 하나인 이 이론에서는 설득이 central route와 peripheral route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central route에서는 메시지가 이성적이고 통제적으로 처리되는 반면, peripheral route에서는 메시지가 감성적이고 휴리스틱을 통해 정보를 처리한다. ELM에서는 메시지가 자신에게 중요할 때 메시지가 central route에서 처리되고, 반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면 peripheral route에서 처리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는 여러 연구가 이를 부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론이 제안되었던 90년대와 달리 정보사회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의 설득 방식과 메시지 수용 방식도 달라졌기 때문일 수 있다. 8 9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에 따라 두 설득 전략을 적절히 배합하는 일이다.
감성적 설득
감정은 온갖 이성과 논리를 끌고와도 하지 못하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도 한다. CSS에 기반한 처리는 대부분 정서와 결부되기 때문에 결국 효과가 큰 설득은 감성적 설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감정일치 가설에 따르면 심지어 메시지를 이성적으로 수용하는데에도 receiver의 당시 정서상태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이성적 설득도 부분적으로 감성적 설득에 의지하는 셈이다. 이러한 정서를 이용한 감성적 설득은 정서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접근 정서와 부정적인 회피 정서로 이루어진 만큼, 긍정적인 정서를 키우고 부정적인 정서를 줄이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receiver 개인의 감성이 목표이기 때문에 철저히 receiver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감성적 설득에서 자주 보이는 대표적인 유형은 즐거움을 통한 유머 소구(humorous appeals)이다. 유머 소구는 유머를 통해 즐거움, 기쁨, 웃음과 같은 정서를 일으켜 설득을 일으키는 전략이다. 유머는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호감은 늘리는 한편 부정적인 정서는 줄이기 때문에 3가지 면에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유머로 인해 발생한 긍정적 정서가 고전적 조건화를 통해 제품이나 설득하는 주제와 이어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유머가 너무 강조되면 오히려 제품으로 가야 할 주의가 분산되어 실제 설득 효과는 없을수도 있다. 또한 다른 행동학습에서도 그렇지만 반복노출은 자극에 대한 민감성을 감소시켜 반응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유머 소구를 사용할대는 receiver의 유머코드를 이해해야 하고, 주의가 너무 유머에만 쏠리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반복노출시키는 것을 피하고 상황의 적절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유머를 이용하는 유머 소구만큼 따뜻한 감정을 이용하는 온정 소구(warmth appeals)도 자주 보인다. 온정 소구는 향수, 이타심, 효(한국에서)와 같이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로 receiver를 설득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소재는 가족애, 우정, 애국심 등 대체적으로 사회에서 좋게 평가되는 것들이며 특히 부정적 정서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온정 소구도 고전적 조건화를 이용한 전략인데, 유머 소구와 비슷하게 너무 힐링 이야기에만 주의가 집중되면 설득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온정 소구를 사용하더라도 sender의 이미지와 너무 괴리되면 온정 소구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신천지나 대순진리회가 자기들도 사회봉사도 한다면서 이를 광고하면 어떻겠는가? 오히려 위선적이라며 더 욕을 먹을 것이다. 그래서 온정 소구를 사용할때는 이것이 충분히 공감될 만한 것이어야 하고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위선으로 느껴지지 않고 진심이 담긴 것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긍정적 정서를 일으켜 설득하는 방법도 있지만, 부정적 정서를 일으켜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 공포 소구(fear appeals)는 공포를 일으켜 receiver를 설득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먼저 공포를 일으켜 receiver를 긴장하게 만든 후 공포를 벗어날 대안으로 자신이 설득하고자 하는 바를 제안하여 설득하는 기법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추동 이론에 기반하고 있으며, 추동 이론 외에도 공포에 대한 반응이 위협에 대처하는 인지적 반응과 위협을 부인하고 최소화하려 하는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평행반응모델(parallel response model)이나 위협의 심각성, 개연성, 자기효능감에 따라 대처가 달라진다는 보호동기모델(protection motivation model)도 공포 소구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러나 공포가 너무 적으면 큰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너무 크면 오히려 사람들이 공포를 피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회피해 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공포를 일으켜야 한다. 또한 공포를 부르는 원인이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며, 자신의 행동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지각된 효능감도 키워주어야 한다.
죄책감 소구도 비슷하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고 대안을 제시하여 설득을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죄책감도 공포와 마찬가지로 중간 수준이 적당하며, 자존감이 너무 낮으면 죄책감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receiver의 자존감과 공감 능력을 고려하여 사용해야 한다. 이외에 동질감을 일으키는 동질감 소구나,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추억 소구도 있다.
2.3.정보원의 중요성
설득심리학이 최근 초점을 receiver로 옮겨갔지만, 설득을 행하는 정보원(communicator, source)도 만만찮게 설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믿고 따르는 신뢰의 아이콘이지만 어떤 사람은 믿고 거르는 불신의 아이콘이 된다. 괴벨스가 거머쥔 영광의 타이틀들은 정보원 효과가 설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도 에토스가 설득의 토대라고 주장했고 높은 앎과 품성, 선의가 설득의 기반이 된다고 주장했다. 커뮤니케이션심리학은 정보원을 4가지로 나누는데, 기업이나 광고 단체와 같은 market-controlled source, 가족, 친구, 지인과 같이 주변 사람으로 구성된 personal source, receiver가 직접 정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접해지는 experiential source, 공기관이나 학술단체, 언론처럼 중립적으로 정보를 생산하는 neutral source가 있다. 정보원이 설득을 잘하는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4가지고 있는데 매력, 공신력, 유사성, 진정성이 그것이다. 10
매력
매력(attractiveness)은 가장 널리 알려지고 직관적인 요인이다. 이러한 매력은 신체적 매력뿐만 아니라 성격, 태도와 같은 다양한 특성을 포함하지만 신체적 매력의 영향도 크다. 이는 신체적 매력이 여러 좋은 가치들과 연합되기 때문인데, 11사실 어렸을때부터 잘생긴 주인공과 못생긴 악당을 보고 자란 우리는 대체로 잘생겼으면 좋을 것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d=.5) 12즉 외모지상주의는 일정부분 관찰학습이 원인으로, 일찍이 행동학습의 선구자였던 손다이크도 사람들이 잘생긴 사람은 능력과 행복, 사회생활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헤일로 효과(halo effect)를 발견하였다. 실제로 다른 연구에서도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권하면 일단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광고계에서는 광고 효과를 키우는 3B 중 하나로 아름다움(beauty)을 뽑았다. 13
매력이 설득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 이유는 매력이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즉 호감을 주는 사람은 설득이 더 쉽다. 이 말은 외모가 잘생기지 않아도 호감을 주는 사람이면 설득이 더 쉽다는 것이다. 이순재는 잘생긴 연예인으로 뽑히지는 않지만 외모가 정감을 주기 때문에 많은 광고에 출연할 수 있었다. 외모나 다른 매력을 구성하는 요인들(목소리, 화술, 태도 등) 외에도 성격이나 사회적 지위, 평판처럼 호감을 키우는 요인들도 매력에 포함된다. 이러한 매력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지며, 또 매력에 기초한 판단은 대개 휴리스틱으로서 무의식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SAS가 작동하면 효과가 많이 약해진다. 14
공신력
공신력(credibility)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안한 에토스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다. 20세기 초에는 공신력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로 여겨졌지만 hovland와 동료들이 공신력을 수용자가 지각한 정보원의 전문성과 신뢰성으로 정의한 후 공신력은 수용자의 주관에 기초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공신력은 맥락에 많이 의존하며 다차원적이다. 이외에 공신력은 아래 4가지 특징을 가진다. 15
- 공신력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판단된다. 즉 공신력은 주관적이다.
- 공신력은 다차원적이다. 공신력의 하위요인은 아래에서 서술할 것이다.
- 공신력은 맥락에 의존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공신력은 역동적이다. 즉 시간에 따라, 새로 생기는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gass와 seiter는 공신력의 하위요인을 1차적 자원과 2차적 자원으로 나누고 다시 7개 요인으로 나누었다. 1차적 자원은 전문성(expertness), 신뢰성(trustworthness), 선의가 있는데, 전문성은 정보원이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신뢰성은 정보원이 설득하는 내용에 대해 특정한 목적 없이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고 있다는 믿음으로, 약팔이들은 대개 신뢰성이 낮다. 선의(goodwill)는 상대를 염려하고 관심을 보여주는 태도인데, 공감적인 태도가 선의의 지표이며 하술할 진정성과도 겹친다. 16
2차적 자원은 외향성, 침착성, 사회성, 고취성이 있다. 외향성은 정보원이 활기차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정도로, 내향적인 사람도 연습을 하거나 본래 그 주제에 대한 열정이 강한 이유(주로 오타쿠나 학자들에서 보인다)로 공신력에서의 외향성을 높일수 있다. 침착성은 정보원이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정도로, 적절한 침착함은 정보원의 행동이나 말에 신뢰감을 불어넣어 준다. 사회성은 정보원이 친근하고 호감을 주는 정도인데, 사회성이 높으면 설득이 쉬울 뿐만 아니라 인기도 많고 평판도 좋다. 마지막으로 고취성은 정보원이 수용자들을 활기차고 열성적으로 만드는 정도로, 자기혼자 막 나대면 청중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유사성
연애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서로 다른 사람보다는 서로 비슷한 사람이 잘 맺어진다고 한다. 이는 설득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유사성(similarity)은 수용자가 정보원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믿는 정도로, 정보원이 자신과 내집단을 공유한다고 믿는 구성원 유사성과 정보원이 자신과 태도를 공유한다는 태도적 유사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다시 태도, 도덕, 배경, 외모로 분리할 수 있는데 태도적 유사성이 구성원 유사성보다 설득에 좋다고 한다. 이러한 유사성은 수용자가 정보원의 행동을 보고 추론하여 나타난다.
다른 요인과 달리 유사성은 설득 효과와 무조건 정적으로 상관되진 않는다. 먼저 현실자기와 이상자기가 차이나는 경우, 정보원이 이상적 자기와 유사해야 설득 효과가 일어나고 현실자기와 비슷하면 오히려 떨어진다. 한편 태도적 유사성은 수용자의 호감을 증진시켜 설득 효과를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다. 그리고 유사성과 전문성은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데, 메시지와 관련된 태도에서 유사성이 높으면 정보원의 전문성이 높게 지각된다. 그러나 정보원이 수용자와 같은 방식으로 전문성을 쌓았다면 전문성은 낮게 평가되며, 만약 같은 전문성을 쌓았지만 쌓은 방식이 다르다면(치아교정의 경우 치의학을 배우거나 치과교정을 전문으로 배워 전문성을 쌓을수 있다) 수용자가 정보원의 수련방식을 더 높게 평가할때만 전문성이 높아진다.
진정성
매체에서는 주인공의 진심어린 설득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연출이 자주 나타난다. 이것이 완전히 현실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현실을 반영한다. 진정성(authenticity)은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여 거짓없이 말하는 정도이다. 진정성의 효과는 최근에야 연구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진정성의 조작적 정의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수용자는 정보원이 자신의 실제 생각과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고 여길 경우 설득 효과가 높아지는데 이것이 진정성을 반영한다.
진정성은 전문성의 신뢰성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진정성과 신뢰성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신뢰성이 정보원이 객관적이고 믿음직한 정보를 준다는 믿음인데 반해 진정성은 실제 사실과 상관없이 정보원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즉 자신의 태도와 생각에 맞게 말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특성은 진정성을 신뢰성보다 더 설득에 효과적이도록 만들어준다. 17
가장 좋은 모델
가장 좋은 광고모델은 매력과 공신력, 유사성, 진정성을 다 갖춘 인재이다. 그러나 그런 모델을 찾으려면 라프텔까지 가도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 기획자들은 어떤 특성에 강한 모델을 써야할지 고민해왔다. 대표적으로 어떤 광고기획자들은 일반인을 모델로 쓰는데, 일반인은 유사성과 진정성을 보이기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아무래도 스타에 비해 매력이 낮다. 그리고 보통 연기가 어색하기 때문에 일반인을 이용한 광고는 어색한 광고가 되기 쉽다. 연예인은 매력이 커 대중에게 호감을 사기 쉽기 때문에 모델로 많이 기용된다.
연예인은 여러가지 면에서 모델로 사용하기 좋다. 매력이 좋아 호감을 사기 쉽고, 또 일반인은 셀럽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celebritocracy) 셀럽의 행동(광고에서 나오는)을 따라할 확률이 높다. 연예인은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대중의 주목을 끌기 쉬우며, 균형 이론에 따라 대중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쉽다. 그러나 스타를 모델로 삼는데는 몇가지 단점이 있다. 유사성과 진정성이 일반인보다 낮은건 둘째치고, 한번 연예인이 광고에 사용되면 연예인의 이미지가 상품과 연결되기 때문에 만약 연예인이 어떤 사건에 휘말려 이미지가 실추된다면 상품의 매출도 같이 실추된다. 또한 어떤 연예인이 인기를 얻는 경우 연예인 광고는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을수 있는데, 여러 광고에서 한 연예인을 사용하면 사람들은 연예인을 기억하지 광고 내용은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일반인과 연예인의 단점을 보고 아예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다. non-human endorser는 특정 단체에 의해 창작되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모델이다. 회사에서 만드는 캐릭터 모델들이 이것인데, 켈로그 사에서 자사 제품 '콘푸로스트'를 광고하기 위해 만든 호랑이 캐릭터 '토니'가 대표적인 non-human endorser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스캔들로 인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과좋은 모델이지만, 효과좋은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대부업체 산와머니는 콩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광고모델로 삼았지만, 기업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이 캐릭터를 장기매매용 콩팥으로 비하하면서 이미지만 더 나빠졌다.
busler는 match-up hypothesis를 제안했다. match-up hypothesis는 모든 상황에 좋은 모델이 아니라, 각 상황에 알맞는 모델이 있다고 한다. 즉 모델은 광고하고자 하는 것에 적합해야 한다. 토니는 만화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는 잘 어필했지만 그것이 성인에게도 어필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상품이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 한번 사면 계속 그 종류만 사는 종목이라면 연예인을 기용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상품이라면 일반인을 모델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18
그러나 상황에 맞는 모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원의 한계에 대해서도 아는게 중요하다. 이는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를 고려하면 쉽다. 수면자 효과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정보원이 제공한 메시지가 시간이 지나면 설득력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실제로 설득하는 초기에는 좋은 정보원과 안좋은 정보원이 제공한 메시지의 설득력이 크게 차이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는 크게 좁혀진다. 이는 정보원이 설득에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정보원은 잊혀지고 메시지만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사실 정보원의 효과는 무의식 수준에 작용하기 때문에, 감성적 설득이 그렇듯 효과가 빨리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원의 효과는 중요하게 여기더라도 메시지의 구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
2.4.메시지의 구성
위 문단에서 설득 전략과 설득자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전략을 좋은 사람이 사용해도 메시지가 이상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만약 매력적이고 신뢰받는 과학자가 지구가 네모라고 감성적으로 말한다면, 아마 우리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재밌는 농담으로 치부할 것이다. 이렇듯 메시지의 구성도 설득에 중요하다. 이에 학자들은 설득력이 강한 메시지의 내용과 표현방법, 노출의 정도와 receiver에게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메시지에서 내리는 결론은 명시적 결론(closed-ended)과 암시적 결론(open-ended)으로 나눌 수 있다. 명시적 결론은 메시지에서 설득자의 주장을 명확하게 하는 결론으로, 메시지에서 특정 행동을 하라고 명백하게 전달한다. 반면 암시적 결론은 메시지에 주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대신 설득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자료나 수사를 제시한 후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한다. 명시적 결론은 결론을 너무 단정하기 때문에 수용자가 거부감을 가질수도 있지만, 암시적 결론을 담을 경우 수용자에 의해 메시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많은 연구는 명시적 결론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애매한 말 보다는 확실한 말이 더 와닿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암시적 결론이 더 큰 설득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먼저 명시적 결론은 설득자가 공신력이 높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수용자가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기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명시적 결론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역효과는 수용자가 메시지와 관련된 주제에 관심이 많고 결론을 추론하고자 하는 동기가 높을때 더 심해지며, 이 경우 명시적 결론은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을 듣는 사람인 셈이다.
메시지의 길이가 길면 설득에 좋을까? 얼핏 보면 그래 보인다. 실제로 메시지의 내용이 길어지면 메시지에 대한 태도도 호의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관여도가 적은 경우, 즉 수용자가 설득하는 주제에 대해 별 생각을 안하는 경우에만 그렇다. 사람들이 의식적 경로를 활성화하는 경우, 질 낮은 주장이 늘어나면 설득 효과는 오히려 떨어진다. 사실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고 메시지가 이 한계를 넘어가면 수용자가 주의를 꺼버리기 때문에 단순히 긴 메시지는 설득에 좋지 않다. 좋은 설득은 단순히 긴 연설이 아니라, 질이 높은 주장을 많이 포함하는 설득이다.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링컨의 연설은 다른 사람의 연설에 비해 매우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세계를 울리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면 설득 효과가 올라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들은 어떤 주장이든 그것에 10번 이상 노출되면 그것이 신뢰로운 주장이라고 여긴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반복제시 효과(단순노출 효과)라 하는데, 반복적인 노출로 인해 그 주장에 친숙해지면 이 친숙함이 선호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같은 주장을 3번 이상 반복하면 주장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가 낮아지는데, 이는 같은 주장이 반복되는 것에 사람들이 싫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외에 프레이밍(framing)이나 라벨링(labeling, 명명화)도 메시지를 구성하는 좋은 방법이다. 특정 대상을 특정 단어로 표현하는 라벨링은 대상에 대한 인상을 변경시킬수도 있는데, 그래서 스타벅스는 자신들의 점원을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라고 라벨링한다. 비슷하게 완곡어법(euphemism)은 불쾌하거나 안좋게 비칠 수 있는 표현을 부드럽게 바꾸는 것인데, 완곡어법은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제를 다룰때 효과적이지만 현학적 허세로 비칠수도 있고 어떤 대상에 대한 인식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다. 극단적 언어(magic word)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효과는 다른 것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되는 평가를 내리는 단어를 말한다. 어떤 극단적 언어는 신성시되고 좋게 평가되지만(천연, 환경 등), 죄악시되는 단어도 있으며(좌익, 빨갱이) 카리스마적 영향력을 가져 큰 효과를 발휘하는 단어(자유, 진리, 평화)도 있다.
애매한 말(doublespeak)도 상황에 적절하게 사용하면 설득에 좋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욕((비어)은 그다지 설득에 좋지 못하다고 한다. 욕은 비록 대학생 언어의 8.1%, 직장인 언어에서의 3.5%, 여가시간에서 사용하는 말의 12.5%를 차지할 정도로 자주쓰이지만, 욕은 대개 불쾌하게 지각되며 정보원의 신뢰를 저하한다. 비슷하게 '음',이나 '어...'처럼 힘없는 단어(powerless)도 수용자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집중을 방해해 설득에 좋지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정보원을 예의있고 신중하다고 평가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비슷하게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말하는 강한 언어(strong word)는 이미 메시지에 어느 정도 동의하던 사람에게는 믿음을 키워줄 수 있지만, 표현이 강한 만큼 반대측 수용자에게는 강한 거부감을 일으켜 설득 효과가 떨어진다.
좋은 메시지는 자신의 약점도 포옹해야 한다
한편 설득을 할때 메시지에 메시지의 주장과 반대되는 자료를 넣어야 하는지도 논쟁거리다. one-sided message는 메시지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만을 담은 메시지이다. 반면 two-sided message는 메시지에 주장에 반대되는 논거도 담은 메시지이다. one-sided message와 two-sided message 중 어느게 더 설득효과가 좋은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 보인다. one-sided message는 수용자가 이미 메시지의 주장에 호의적일때 좋다. 이 경우 메시지는 수용자의 믿음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학력이 낮은 사람에게도 one-sided message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설득은 메시지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행해지는데, 이 경우에는 two-sided message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two-sided message는 메시지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설득력을 가지며 학력이 높은 사람의 경우에도 two-sided message를 더 신뢰한다. two-sided message를 사용할 경우 사람들은 정보원의 공신력을 더 높게 평가하며 또한 더 정직하다고 여겨 신뢰성도 올라간다.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접종 이론(inoculation theory)에서는 메시지에 담긴 반대 논거가 일종의 백신처럼 작용하여 나중에 반대측의 메시지에 노출될때 설득 효과가 반감되도록 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또한 다른 학자들은 자기 주장의 약점을 명쾌하게 시인하는 것이 신뢰성을 보증한다고 여겨져서 신뢰성이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19
반박 소구(refutational appeal)는 two-sided message의 설득 효과를 높이는 전략이다. 반박 소구를 사용하는 설득자는 메시지에 자기 주장과 반대되는 논거를 넣되 그 논거를 반박하는 논거도 같이 집어넣었다. 즉 만약에 우파를 비난하는 연설을 만들때, 우파에서 자신에게 행하는 공격을 언급하고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부연설명하는 것과 같다. 연구결과 two-sided message는 반박 소구가 포함될때 효과가 제일 뛰어났으며, 반박 소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one-sided message보다 설득 효과가 떨어졌다. 상대방의 논거를 약화시켜 포함한다는 점에서 정말 생물학적 백신과 비슷해 보인다.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
초두 효과는 처음 입력된 정보가 더 잘 기억되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최신 효과는 가장 나중에 입력된 정보가 더 잘 기억되는 현상을 말한다.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는 주로 기억연구나 사회심리학에서 연구되지만 설득 연구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특히 메시지를 전달할때 핵심 메시지를 처음 부분에 두어야 하는지 나중 부분에 두어야 하는지 논쟁이 있을때 중요하다.
초두 효과는 설득하는 주제가 수용자에게 익숙하고 별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때 효과가 좋다. 20즉 초두 효과는 일반적으로 무의식적 경로를 통해 작용하며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수용자의 관심과 주의가 감소한다. 반면 최신 효과는 의식적 경로에 간섭하는데, 수용자에게 주제가 낮설지만 중요한 것으로 여겨질때 효과가 좋으며 이는 수용자가 자신의 결정을 정하기 위해 메시지에 큰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초두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지만 이것은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무엇보다 학자들은 초두 효과건 최신 효과건 핵심 메시지를 제시하는 순서가 별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데 동의한다. 21
사실과 이야기(evidence, narrative)
증거(evidence)는 한 주장을 구축하는 재료이자 근거로서 사용되는 정보들이다. 이러한 증거는 일관되고 안정적인 설득에 중요하다. 이는 증거가 공신력 있는 출처에서 오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기를 추구하는 수용자에게서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지각될때 효과가 크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증거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해왔지만 수용자가 무의식적 정보처리를 하는 경우 증거의 영향력은 약해진다. 이런 경우 증거는 정보처리에 필요한 능력과 동기가 약해지기 때문에 설득 효과가 감소하며 이 경우 증거는 단지 하나의 단서로서만 작용한다.
최근의 연구는 증거보다는 확실히 서사(narrative, 이야기)가 훨씬 설득에 좋음을 보여준다. 서사는 어떤 사건들의 상황, 인물, 갈등에 대한 정보를 기승전결에 대한 핵심적인 스토리로 전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형태의 설득은 활자보다 이미지, 특히 유투브와 같은 동영상을 즐겨보는 현대인들에게 훨씬 효과적이다. 실제로 유투브 영상은 증거보다는 서사에 더 가깝다. 학자들은 서사에서 제시하는 정보가 논리적 반박이 힘들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본다. 비록 스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수용자에게는 증거 기반 설득이 더 좋다는 보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사가 더 큰 효과를 가지며 특히 메시지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할때 이 효과는 강해진다. 22
2.5.청중
위에서 다룬 요소들은 지난 20세기동안 설득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즉 설득연구자들은 어떤 사람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어떤 연구에서건 공통적으로 나온 결론은 수용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전략이라도 어떤 수용자에게는 효과가 강한 반면 어떤 수용자에게는 오히려 반감만 일으킨다. 이런 발견 속에서 설득 연구자들은 마침내 설득에서 청중, 즉 수용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수용자(audience, 소비자, 청중, 피설득자)은 정보원의 메시지와 기타 자극을 받게 되는 개인이나 집단이다. 그러나 수용자는 단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수용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수용자는 메시지를 수용하면서 선택적 지각과 선별적 노출을 보이는데, 선별적 노출은 자신의 태도나 지식에 비추어 특정 정보나 메시지만을 수용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수용자는 설득에서 하나의 중요한 단위로 기능한다. 이렇듯 수용자 메시지 수용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active audience로 행동한다.
active audience는 완고한 수용자(obstinate audience)로도 불리는데, 이에 대한 연구에서 완고한 수용자는 4가지 측면을 가졌다. 먼저 완고한 수용자는 메시지를 굴절하고 왜곡하는 중재자이고, 들어온 정보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처리하는 정보처리자이며, 메시지를 반대하거나 수용하여 자아를 보호하는 자아방어자(ego defender)이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정보추구자 및 문제해결자()problem solver)이다. biocca는 능동적인 수용자의 성격 특성을 연구했는데, 아래와 같은 특질이 active audience에게서 두드러지는 특질이다.
- 선택성(selectivity): 수용자가 매체와 컨텐츠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정도.
- 공리성(utilitarianism): 수용자가 자기중심적인 정도. 즉 수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바가 확고하고 이를 중심으로 매체를 수용하는 정도.
- 의도성(intentionality): 입력된 정보를 수용자가 능동적으로 처리하는 정도.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의식적 경로로 정보를 처리하는 정도이다.
- 저항성(resistence, influence): 자신이 원하지 않은 설득이나 학습에 저항하는 정도.
- 관여성(involvment): 수용자가 매체나 메시지에 개입하거나 몰입하는 정도.
수용자가 설득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학자들은 수용자가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message acceptance process 모델을 고안하고자 하였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모델은 AISAS 모델로, 메시지의 수용이 주목(attention)-흥미(interest)-검색(search)-구매(action)-공유(share)의 순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검색 단계에서 발견된 정보가 공유 단계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반대로 공유 단계에서의 선택이 다른 메시지 수용에서의 검색 단계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
수용자 연구의 역사
수용자에 대한 정의에서 보듯이 수용자는 상당히 수동적인 존재로 간주되었다. audience란 단어는 14세기에 음악연주나 연극을 보러 온 무리를 일컫는 말이 어원인데, 19세기 중반부터 정기적으로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도 audience라 불리면서 외연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받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20세기 이후 티비와 라디오, 신문,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면서 수용잔ㄴ 컨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란 의미가 되었다. 이 당시 설득 연구자들은 수용자는 매우 수동적인 존재로 파악했는데, 당시 연구자들은 수용자가 강력한 매스미디어가 발산한 메시지를 일방적이고 철저하게 수용당하는 존재로 보았다. 이런 주장을 탄환 이론(magic bullet theory), 피하주사 이론(hypodemic theory)이라고 불렀으며, 이러한 주장은 당시 1차대전을 통해 확인된 프로파간다의 강력한 힘과 인문학계를 지배하던 대중사회 담론, 그리고 유기체의 역할을 경시했던 행동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1940년대 이후 연구가 축적되면서 학자들은 점차 수용자가 의외로 능동적이고 안정적이라는 점을 발견하였다. hovland는 설득 전략의 효과에 개인차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함을 발견하였으며 수용자가 특정 정보나 특정 메시지만을 취사선택하는 선별적 노출 경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후 심리학계에서도 행동주의가 몰락하고 인지혁명과 인본주의가 시작되자 설득 연구자들은 수용자를 하나의 문제해결자(problem solver)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용자의 message acceptance process 모델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었고, hovland와 Mcquire 등의 학자들이 모델을 개발하였다. hovland가 개발한 모델은 메시지가 주의(attention)-이해(comprehension)-수용(acceptance)의 과정을 거쳐 수용된다고 주장했고, Mcguire의 모델은 주의(attention)-이해(comprehension)-yielding-retension-행동(behaviour)의 과정을 제안했다. 이후 학자들은 AIDMA 모델을 제안했는데 이 모델은 주목(Attention)-흥미(Interest)-욕구(Desire)-기억(Memory)-구매(Action)의 과정을 제안하였다. 이후 ADIMA 모델이 일부분 수정된 AISAS 모델이 정설로 인정되었다.
수용자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학자들은 피설득성에 주로 관심을 두었다. 초기 연구자들은 피설득성이 개인의 성격이라고 보고 설득과 관련된 성격 특질을 찾으려고 하였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치관 등 성격 이외의 심리적 요인(psychographics)이 피설득성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피설득성
피설득성(persuasibility)은 수용자 연구가 시작되면서 처음 관심이 모아졌던 개념으로, 개인이 설득이 잘되는 정도를 말한다. 일찍이 피설득성의 개념을 제안한 myers와 reynolds는 설득이 잘 되도록 만드는 요인을 심리적 요인과 사회심리적 요인(가정, 준거집단 등), 사회문화적 요인(라이프스타일, SES, 문화 등)의 3가지로 제안했다. cox는 이를 다시 수입이나 연령, 성별처럼 인구통계학적인 생리적/경제적 요인과 성격적 요인, 사회환경적 요인으로 다시 정리하였는데, 이때 성격적 요인은 개인의 피설득 성향과 선별적 노출 성향을 말한다. 수용자 연구 이후 피설득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학자들은 피설득성 요인으로 간주된 것들이 수용자에 따라 다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한 요인이 젊은이에게 설득 효과를 발휘했다 할지라도 이것이 노인에게는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여기서도 맞는 말인 것 같다. 23
피설득성과 관련된 요인 중 하나는 나이다. 나이와 피설득성은 U자형 관계를 가지는데, 피설득성은 나이가 어리거나 많을수록 증가한다. 그래서 어린 아동과 노인은 쉽게 설득되는 반면 일반 성인(가장 광고의 타깃이 되는 부류이다)은 가장 설득하기 어렵다. 아동의 경우 아동은 인지능력이 미발달하여 현실과 광고를 분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광고에 쉽게 설득되는데, 그래서 설득에 대한 취약성은 나이가 아주 어릴때 명확하며 현대처럼 아이들이 일찍 매체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노인은 설득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둘 다 가지는데, 노인은 고정관념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설득이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노인은 지적 능력이 부족하여 메시지의 내용을 간파하는 것이 어렵고, 부족한 사회활동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호의가 증가하며, 동양의 경우 미덕으로 간주되는 공손함이 갖추어져 설득에 대한 저항이 약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노인은 설득이 쉽다.
지능은 피설득성과 관련되어 있는가? 전반적으로는 지능이 낮을수록 쉽게 설득된다. 정확히 말해 지능이 높은 사람은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때문에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지만, 지능이 낮은 사람은 메시지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수동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성별의 경우 이전에는 피설득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져 왔지만, 현대 연구에서 이는 부정되었다. 과거 연구에서는 여성일수록 더 쉽게 설득된다고 했지만, 추후 연구에서 이는 고정관념 위협의 결과로 드러났다. 다만 여성의 경우 최근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집단의 심리적 다양성이 더 크다. 자존감은 피설득성과 역U자형 가질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이를 지지하는 증거는 없다. 한편 불안의 경우 어떤 조건에서 설득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피설득성과 다른 관계를 가진다. 불안이 강한 사람은 메시지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확률은 높지만, 메시지를 수용할 경우 발생할 부정적인 결과에 민감하기 때문에 설득 자체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이 높은 사람을 설득할 경우 메시지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의 위험과 수용했을 때의 이득을 강조해야 한다.
문화와 사회
위에서 다룬 요인들은 피설득성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켰지만, 어떤 요인들은 설득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도록 한다. 문화는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는 설득을 잘 받아들이고 어떤 경우는 설득에 저항하도록 만든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보면 개인주의자는 직접적이고 강한 표현을 선호하며, 개인적인 이익이나 성공과 관련된 메시지에 더 잘 설득된다. 이들은 개인의 독특함이나 그에 대한 매력을 강조한 메시지에 더 잘 설득된다. 반면 집단주의자는 간접적이고 협력적인 표현을 선호하며, 집단의 이익과 조화를 강조한 메시지를 선호한다. 이들은 메시지가 화합에 대한 내용을 담을때 잘 설득된다. 이외에 가족 요인이나 사회계층, 준거집단도 설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사회계층은 정보원 효과의 작용을 크게 좌우하며 준거집단의 영향력은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더 커진다.
2.7.심리적 저항
처음 유럽인에게 감자가 전해졌을때, 프로이센의 군주 프리드리히는 자국에 감자를 널리 보급하려고 했다. 척박한 환경에도 잘 자라서 구황작물로 알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들어온 낮선 작물을 사람들은 무서워했고 곧 악마의 식물이니 뭐니 하며 모두들 기피하였다. 그러자 프리드리히는 꾀를 내었다. 국왕 직영지에 울타리를 치고 감자를 심은 후 경비가 번갈아가며 감시하도록 한 후 국민의 감자 재배를 금지한 것이다. 국민들은 처음에는 감자를 회피했지만, 왕이 감자를 독점하려고 하자 국민들은 시샘이 났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미 허술하게 서도록 지침을 받은 경비를 뚫고 감자를 가져가 심었고, 프로이센에 감자가 널리 정착되었다. 이러한 청개구리 본능은 동화에도 나와있듯이 모든 인류에게 퍼져있고, 설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리적 저항(psychological reactance, 저항)은 외부에서 자신에게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설득)에 대한 무의식적 반작용이다. 심리적 저항 이론(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에 따르면 모든 설득은 결국 상대방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모든 설득은 저항을 불러일으키며 설득의 힘이 이 저항을 넘어서야만 설득이 성공한다. 그래서 비록 지금까지는 설득 효과를 높이는 알파 전략을 주로 다뤄왔지만, 저항을 낮춰서 설득에 성공하는 오메가 전략도 연구되어 왔다. 왜 이런 청개구리 본능이 진화했는지 의문이지만 사실 저항은 나름의 적응적 기능을 한다. 인간은 어릴때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부족한 지식을 채워야 하지만, 어른이 되면 다르다. 어른은 나름 세상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수렵채집사회 기준) 어릴때 처럼 세상에 대한 관점이 끊임없이 바뀌면 일관된 생각과 행동(보통 적응적인)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새로운 정보를 적당히 수용하면서도 대부분은 거르는 장치가 필요했고 이것이 심리적 저항이다.
저항은 4가지 측면에서 정의된다. 먼저 저항은 태도 변화에 실패하거나 반대방향으로 태도가 변화한 상황으로 부메랑 효과라고도 한다. 그리고 저항은 과정으로, 자신의 태도를 고수하기 위한 반론, 전략 등 인지기제의 작용이다. 또한 저항은 동기로, 자신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동기이다. 마지막으로 저항은 하나의 도구로, 학자들이 특별히 설득이 잘 안먹히는 사람들을 설명하기 위해 부여하는 특질이다. 이러한 저항은 외부 설득에 대한 심리적 반발(reactance)로 나타나고, 정보원의 동기와 설득의 메시지에 대한 불신(distrust)으로 나타나며, 자신이 설득의 대상임이 감지되었을때 주위 상황과 상대방의 논리 및 근거에 대한 예의주시(scrutiny)로 나타나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자신의 태도를 고수하는 현상유지(inertia)로 나타난다.
저항은 7가지 전략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24이중 반론제기와 태도강화 전략이 제일 선호되는 반면 정보원 폄하 전략은 제일 기피된다.
- 반론 제기(counterarguing): 설득 메시지에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논리를 제시하는 전략이다. 제일 선호되지만 제일 힘들다.
- 태도 강화(attitude bolstering): 자신의 태도를 지지하는 생각과 논거들을 추가로 동원하여 자신의 태도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 사회적 증거 제시(social validation): 자신과 태도가 비슷한 다수를 끌어오는 전략이다. 흡연이 몸에 나쁘다는 말을 듣고 흡연을 해도 안죽은 사람의 예를 꺼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 부정적 정서(negative affect): 설득 메시지에 그냥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하는 전략이다. 그냥 싫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 아예 설득을 당할 상황을 피하는 전략이다. 홈쇼핑 광고에 속지 않는 방법은 아예 티비를 안보는 것이다.
- 자신감 공표(assertion, confidence): 누가 뭐래든 자신이 자신만만하며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 일관성 동기까지 작용하여 효과가 더 증가한다.
- 정보원 폄하(source delegation): 정보원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폄하하는 전략이다. 2020년 한국 정치에서 자주 보인다.
저항의 크기는 상황적 요인과 기질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저항의 크기는 설득에 저항하는 동기와 이를 위한 인지적 능력에 좌우되는데, 아래 요인은 동기와 관련된 요인들이다. 상황적 요인은 메시지의 위협 강도와 위협받는 자유(설득되는 대상)의 중요도, 위협받는 자유의 범위(메시지가 설득하려는 것의 범위)이다. 기질적인 요인은 저항을 크게 하는 개인적 요인으로 아래 세 유형이 있다.
- 자기결단력이 강한 사람. 강한 자존심과 권위의식으로 대표된다.
- 자신이 스스로 의사결정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청소년이 있다.
- 사회적 소수자. 자신의 집단이 의도적으로 공격받는다고 생각하는 집단이 저항이 크다.
그리고 독단주의적(dogmatism)인 성격, 즉 자신의 신념체계가 개방적이라거나 폐쇄적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처음에 벽을 세운 주장에 대해서는 저항이 큰데, 정보원이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우에는 약하다. 지능의 경우에는 메시지를 이해할 가능성이 증가해 저항이 약해지지만, 반론 제기를 할 능력도 높아져서 저항이 강해진다. 또한 메타인지의 경우도 복잡한 영향을 끼치는데, 자신이 설득에 저항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정도에 따라 저항이 증가한다. 이는 설득에 저항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저항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는데, 실제로 자신의 현재 결정이 후회되는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설득에 적게 저항한다.(이것은 무의식에 대한 의식의 승리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요인은 많은 설득 상황에서 나타나지만, 정작 매우 흔한 상황과는 관련이 적다. 우리가 매일 보는 쏟아지는 광고들은 위의 요인을 별로 충족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광고라 하면 삐딱한 시선을 가진다. 왜 사람들은 광고에 저항감을 가질까? 이는 부당한 조작 의도와 관련있다. 부당한 조작 의도(undue manipulative intent)는 상대방이 나를 부당하게 조작하려 한다는 믿음으로, 누군가 부당한 조작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저항을 형성한다. 모두가 광고업체가 우리를 속여서 제품을 팔고 환불을 거절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결국 광고는 대부분 부당한 조작 의도를 가진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
저항은 보통 설득의 실패라는 결과를 낳는다. 저항이 성공하면 메시지는 휴지통에 버려지고, 정보원은 폄하되며 부정적 프레임이 씌워진다. 어떤 사람들은 정보원이 설득하고자 했던 행동을 의도적으로 억제하고 다른 행동을 하며, 심한 경우에는 부메랑 효과가 나타난다. 앞서 말했듯 부메랑 효과는 메시지의 반대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잘 관찰되지 않는다.
저항을 줄이려면 상대방에게 자유가 제한당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결국 저항이 일어나는 이유는 자유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이 위협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이 설득이 많은 범위에서 자유를 위협한다고 여길시 저항은 더욱 커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설득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그것 외에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한계선언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시점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시점에 변화할 것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저항이 약한데, 이는 해석수준 이론과 관련되어 있다. 해석수준 이론에 따르면 미래의 사건일수록 낙관적인 프레임이 씌워지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 시점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자신의 자유가 덜 침해당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저항이 약해진다.
반심리학(접종이론)
청개구리는 자기가 절대 설득당할 일이 없다고 자만하겠지만, 뛰는 개구리 위에 나는 솔개 있는 법이다. 몇몇 사람들은 설득에 대한 저항을 역이용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반심리학(reverse psychology)은 바로 그런 기법으로, 어떤 행동에 대한 저항을 유발해서 반대행동, 즉 원래 자신이 원하던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기법이다. 이것은 엄마 청개구리가 시도했던 기법이기도 한데, 즉 청개구리가 자신을 물가에 묻어달라는 말에 저항할 것을 기대하고 일부러 그렇게 말하여 반대행동(산에다 묻기)을 실천하게 한 것이다. 접종 이론도 이와 비슷한데, 접종 이론은 우리의 메시지보다 반대되는, 그러나 약한 메시지를 투여하여 반대 메시지에 대한 저항을 생성하는 기법이다. 접종을 효과적으로 놓기 위해서는 먼저 반대메시지가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위협을 일으켜야 하고, 이에 대항할 수 있도록 반대메시지에 대한 논박적 선제공격을 같이 주어야 한다.
사전경고(forwarning)는 또다른 반심리학 기법으로, 수용자에게 상대방의 설득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기법이다. 이 기법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태도에 대한 설득이 들어올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 사람들은 저항을 생성해낸다. 이때 저항은 의식적 경로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다른 인지적 과제를 하고 있으면 사전경고는 효과를 잃는다. 또한 설득이 상대방의 정체성을 건드린다는 암시를 주면 오히려 거기에 설득당하는 부작용이 일어나는데, 이는 앞에서 보듯 저항이 무의미하다고 여겨져 스스로 저항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또한 설득의 대상이 되는 태도가 자신과 큰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면(당신에게 부룬디 내전에서 누가 정당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역시 효과가 없다. 25
접종은 메시지의 형식에 상관없이 성공하면 다른 형식의 반대메시지에도 저항을 가지도록 만든다. 또한 낙태, GMO 등 논쟁의 소지가 있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접종을 놓기 전에 몇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만약 반대메시지의 논거가 너무 강하거나, 위협이 너무 강해서 반대메시지에 저항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면 접종은 오히려 반대메시지에 설득당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한 접종을 비롯한 반심리학 기법은 기법을 사용했을때 상대방이 분명히 저항을 일으킬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위의 엄마 청개구리도 자식이 저항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청개구리는 마지막 순간에 효자로 돌아섰다. 엄마 청개구리는 유언을 남기기 전에 자기 아들이 정말로 끝까지 후레자식으로 남을 것인지 생각해 봤어야 했다. 26
2.8.상황의 중요성
지금까지 설명을 들으면서 알수 있듯이 설득에는 여러 요인이 중요하지만, 이것이 상황과 맞물리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 그렇다. 사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일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설득은 상황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장소, 분위기, 타인, 플랫폼 등 시시각각 변하는 수많은 상황적 요인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설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연구는 다른 모든 요소들에 대한 연구보다 설득에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상황은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적/환경적 요인을 통칭하는 말로,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설득 상황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behavioral, surrounding)이고, 다른 하나는 설득을 당하는 수용자의 순간적인 심리적 상황(perceptual)이다. 이 두가지 요소가 상황에 대한 수용자의 인식을 결정하며, 이 인식은 설득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한다.
물리적 환경
물리적 환경은 주로 무의식적 경로를 통해 메시지의 해석이나 정보원의 매력에 대한 평가에 관여한다. 물리적 환경에 속하는 요인으로는 음악(매장음악)과 시각적 자극, 향, 온도, 그리고 수용자와 같이 있는 타인의 존재와 군중의 밀집도 등이 있다. 이중 음악(sound)은 수용자의 느낌과 정서에 영향을 주는데, 27실제로 빠른 음악은 수용자를 빠르게 만들고 느린 음악은 수용자를 느리게 만든다. 또한 즐거운 음악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설득이 더 잘 되도록 만들 수 있다. 색채도 수용자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이는 문화와 본성 둘다 영향을 끼친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는 파란색으로 칠해진 방이나 빨간색으로 칠해진 방에 들어갔는데, 방에 칠해진 색깔에 따라 피험자의 시간지각이 달라졌다. 28
한 연구 29에서는 로맨틱한 노래를 들은 남성들이 꽃집에서 더 많은 돈을 사용하였는데, 이 경우 여성은 그러지 않았다. 이와 거의 제목이 유사한 다른 연구에서도 로맨틱한 노래가 사람들의 소비에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하였는데, 이 연구에서는 사회과학이나 경영과학을 전공하는 여대생 18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하였다. 이때 인구학적 정보를 수집하면서 피험자의 연애 경험도 조사하였으며, 전체 피험자 중 87명이 현재 연애하는 상대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실험에 사용될 노래는 48명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추출하였는데, 이들에게 가장 로맨틱하거나 중립적 정서를 일으키는 노래를 말해달라고 하여 각각 3개의 노래를 선정하였다. 이후 22명의 다른 피험자가 노래가 로맨틱한지, 그리고 듣기 좋은지 9점 척도로 평정하여 노래를 선정했다. 로맨틱한 노래는 프란시스 카브렐(Francis Cabrel)의 <Je L'aime a mourir 30#>이었고, 중립 자극은 Vincent Delerm의 <L'heure du the#>이었다.
본 실험은 파일럿 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피험자들은 여성 실험자 한명에게 연구의 목적이 유기농 식품에 관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두번째 피험자가 오지 않았다는 핑계로 대기실에서 3분간 기다렸는데, 이때 자극이 가해졌다. 이후 피험자는 피험자로 가장한 실험 보조자와 함께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보조자는 12명의 젊은 남성들 중에서 18세 여성들의 사진 평정을 통해 평가된 가장 매력이 평균에 근접하고 편차가 작은 사람이었다. 실험 보조자는 실험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 알지 못했다.
피험자들은 두 제품을 비교하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먼저 혼자서 과제를 시행하고 두번째에는 실험 보조자와 함께 실시하였다. 이때 실험 보조자는 피험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전화번호를 달라고 요청했다. 요청하는 대사와 수락시/거절시 대사도 사전에 설정되었다. 제품에 대한 평가는 보조자에게 헌팅을 당한 후에 실시되었고, 모든 실험이 끝난 후 실험자가 들어와 디브리핑을 실시했다. 실험결과 피험자들은 로맨틱한 노래를 들은 경우 실험 보조자의 요청을 더 많이 수락하였다. 대조군에서는 27.9%만이 보조자에게 번호를 준 반면, 로맨틱한 노래를 들은 피험자는 52.2%가 번호를 주었다.(r=.24) 이 결과는 로맨틱한 음악이 점화를 일으켰거나 음악이 발생시킨 긍정적 정서 때문일 수 있다. 31
한편 향(scent)도 특히 정서를 자극하는데, 사실 후각은 편도체와 가장 긴밀히 연결된 감각 중 하나이다. 냄새에 대한 첫경험과 느낌은 후각기억으로 저장되어 무의식적 경로를 통해 정서에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러한 냄새는 과장하여 사용할 경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허쉬 키세스는 매장에 초콜릿 향을 분사하며 웨스턴 호텔은 화이트 티 향을 분무한다. 한때 스타벅스도 원두의 신선함과 바리스타의 편의를 위해 미리 간 원두를 포장해서 체인점에 보급하였지만, 매장에 커피향이 나지 않자 곧 실수를 깨닫고 다시 매장에서 원두를 갈게 했다. 또한 baron의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좋은 냄새가 난 곳을 지나친 후에 더 이타적인 행동을 하였다.
왜 좋은 향이 설득에 효과적일까? 첫번째 설명은 기분 가설이다. 이 가설은 baron의 연구에서 비롯되었는데, 좋은 냄새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이렇게 생성된 좋은 기분이 타인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를 촉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baron의 연구에서 피험자를 인터뷰한 결과 좋은 냄새를 맡았던 피험자는 아닌 사람들보다 더 즐거워했다. 그러나 무작정 좋은 냄새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데, 한 실험에서 고객들은 향이 제품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제품을 구매하였다. 또한 spangenberg의 연구에서 의류 매장에 향수를 뿌린 결과, 바닐라 향을 뿌릴 때는 여성복의 판매는 늘어난 반면 남성복은 감소하였고 반대 향(로즈 로므코)을 뿌린 경우 반대 패턴이 나타났다. 32
물리적 환경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까? 학자들은 기분일치 효과(mood congruent effect)로 이를 설명한다. 기분일치효과는 사람이 특정 기분상태에 있을때 그 기분과 부합하는 정보가 더 잘 회상되는 경향으로, 즉 좋은 기분일때 좋을때의 기억이나 긍정적인 기억이 잘 회상되는 경향이다. 기분일치 효과는 긍정적인 정서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부정적인 정서에서는 mood incongruent effect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때 회상되는 기억을 기분-상태 의존 기억(mood-state dependent memory)이라 한다. 설득에 도움이 되는 물리적 환경은 대개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는데, 이것이 기분일치 효과를 일으키면 이 과정에서 노출된 메시지에 대한 기억이 기분일치 효과로 나중에 긍정적인 정서가 일어날때 또다시 회상된다. 긍정적인 정서는 대개 무의식적 정보처리를 활성화하기 때문에(mood-state bias), 긍정적 정서에 노출된 메시지는 쉽게 설득될 수 있으며 이런 효과는 다음 기회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
타인
타인(other)도 중요한 상황적 요인으로, 타인은 존재만으로도 수용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회촉진효과는 타인이 개인에게 주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데, 사회촉진효과는 사람이 혼자 있을때보다 다수일때 수행 능력과 속도, 구매량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이는 사회충격이론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은 타인의 존재와 행동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타인은 수용자의 상황해석에 영향을 주는데, 매장 밀집도(store density)와 군중(crowd)이 더욱 그러하다. 이중 군중의 존재는 수용자의 각성 수준을 높여 경험하는 정서의 강도를 높인다. 그리고 단골의 존재도 수용자에 영향을 미치는데, 고객은 보통 단골이 많이 보이는 가게를 더 찾는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생겨나는 체면도 상황요인의 하나로 체면은 충동구매를 자극한다. 이러한 효과들은 인간이 끊임없이 자기검색을 수행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33
그러한 측면은 동조 효과에서 잘 드러난다. 동조 효과는 개인이 타인에게 맞추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측면은 집단의 압력이 실제로 가해지는게 아니라 단지 가해진다는 암시만 주더라도 동조 효과가 일어난다는 점이 잘 보여준다. 또한 사람들은 매장의 고객이 자신의 준거집단에 가까울수록 그 매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타인의 표정, 말투, 자세 등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다. 결국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의 존재가 중요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상황의 작용
위에서 보았듯이 상황요인은 개인이 상품을 찾고 메시지를 평가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이런 경우에 상황요인은 하나의 맥락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맥락이 인간의 정보처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context dependent preference는 맥락에 따라 선호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처럼 맥락의 형태는 메시지에 대한 선호와 수용에 영향을 끼친다. 타협 효과(compromise effect)는 양 극단이 제시되었을때 중간에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고, 유인 효과(attraction effect)는 열등한 대안이 추가되면 이전의 안이 고평가받는 현상이다. 이것들에 점화 효과까지 포함해서 많은 효과들이 맥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문전박대 기법(door-in-the-face technique)
door in the face 기법은 사회심라학의 상호성 법칙을 사용하는 설득 전략으로, 상호성 법칙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남에게 받은만큼 남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규범을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의도되지 않았더라도, 고객들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준 판매자에게 보답을 해야 할 압력을 경험할 수 있다. door in the face 기법은 이를 활용하는 기법인데, 이 기법은 상대방에게 커다란 무언가를 요구한 후 상대방이 거절하면 그보다 작은 것을 요구하는 기법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자신의 거절에 대한 상대방의 양보(커다란 목표에서 작은 목표로의 전향)에 보답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 우리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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