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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어떻게 전능해지는가

과학주의자 2022. 5. 23. 13:25

돈은 이 시대의 권력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가지고 싶은 것을 얻으려면 돈이 필요하고, 살고 싶은 집에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으면 초호화 저택에서도 살수 있고, 몇억짜리 슈퍼카도 쇼핑하듯 고를수 있고, 심지어는 화성으로 로켓을 보낼수도 있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인 지금, 돈은 만능의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과연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수 있을까? 혹시 이건 자본주의 사회가 지어낸 허상이 아닐까?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옹호하는 사람들도, 이를 체계적으로 다룬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대신 이들은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자신의 가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옹호했고, 돈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뒷전이 되었다.

 

 

돈의 힘은 어디까지인가

물질만능주의 가치관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으로 보인다. 돈으로 차도 살수 있고 집도 살수 있다면, 세상에 돈으로 살수 없는게 무엇이 있는가? 부자들은 법망도 빠져나가고, 감옥에 들어가도 금방 나온다. 진행이 안되던 일도 예산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진행된다. 돈이 있다면 이 세상에 안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정치제도도, 신념있는 사람도, 종교적 가치도 많은 돈 앞에선 무력하다. 이 세상의 전부는 돈이다.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신적 가치는 돈으로 살수 없다고 반박한다. 돈이 많아도 저 사람의 사랑을 얻을수는 없다. 또한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을 얻을 수도 없다. 많은 부를 쌓아놓고도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여 세상을 뜬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졸부들은 그렇게 돈이 많고도 교양이나 덕목은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신실하지도 않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신의 만족은 충족시킬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많은 여성들은 지위가 높은 남성을 선호하며, 현대사회에서 많은 돈은 높은 지위를 의미한다. 돈이 많으면 교양을 쌓을 기회도 많아지고, 마음에 여유도 생긴다. 많은 돈이 행복을 의미하진 않지만, 돈이 없으면 확실히 불행하다. 비도덕적인 행동과 불행은 모두 가난에서 나온다. 결국 돈이 있어야 우리는 정신적 만족도 가질수 있다.

 

그러나 섣불리 물질만능주의를 옹호하기 전에, 우리는 물질만능주의가 가능한 조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대의 파라오는 엄청난 돈을 가졌음에도 에어컨 하나 달지 못했다. 푸거 가문은 엄청난 자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실에 돈을 떼여 파산하였다. 왜 과거에는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했을까? 무엇이 돈을 만능으로 만들었을까? 물질만능주의가 가능하려면 무엇이 갖춰져야 할까?

 

1.과학기술

현재까지 존재한 모든 부자중 가장 부자로 꼽히는 사람은 19세기의 록펠러이다. 그의 재산은 2020년 기준 4090억달러로,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인 제프 베조스보다 4배나 재산이 많다. 석유왕이라고 불렸던 그의 별명에 걸맞게 그는 엄청난 부자였고, 필자와의 재산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필자가 그보다 나은 점이 있는데, 필자는 휴대폰 하나로 길을 찾을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할수 있는 일 중 어떤 것은 그가 하기 힘들거나, 하는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가 모르는 길 한복판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려면 그는 수행원 한명을 고용해야 한다. 필자는 터치 한번으로 찾아갈수 있다. 19세기에 록펠러가 지구를 한바퀴 돌려면 80일 정도 걸렸고,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그 이상의 속도는 내지 못했다. 반면에 필자는 비행기 몇번 타면 늦어도 일주일 안에 지구를 한바퀴 돌수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45분에 한바퀴씩 돌수 있는데, 아마 이들의 재산을 다 합쳐도 록펠러에 못 미칠 것이다.

 

록펠러는 세게 최고의 부자였고, 그의 재산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그의 집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왜 록펠러가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할수 있을까? 이는 과학기술의 차이 때문이다. 록펠러와 필자 사이의 100년동안 과학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비행기가 개발되고, 우주에 정거장을 띄웠으며, 스마트폰이 전세계에 보급되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옛날 사람들은 시도도 못했을 일들을 아주 쉽게, 싼 값으로 할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현재의 부자들은 현재의 일반인보다 더 많은 일을 할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의 대다수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면 할수 없는 것들이고, 아마 미래의 일반인들은 더 싼 값에 더 손쉽게 할것이다.

 

부자들의 능력은 과학기술을 벗어날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중 그 누구도 과학기술의 한계를 벗어날수 없기 때문이다. 아라비아의 석유 부자들도 빙하기의 얼음을 먹을 수는 없다. 진시황은 그 많은 돈을 가지고도 불로불사를 얻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막대한 돈으로 화성을 탐사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는 꿈을 이뤄내지 못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과학기술을 넘어서는 행위는 할수 없다.

 

2.사회구조

알리바바의 회장이었던 마윈은 한때 620억달러에 달하는 개인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중국 최고의 부자였고, 세계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2020년 10월 24일 그가 반정부적 발언을 한 이후, 그의 자산은 493억달러로 폭락했다. 그는 중국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그의 친한 기업가는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그의 앤트그룹은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탄압을 당했고 알리바바의 주가는 폭락하였다. 후에 그는 '국가봉사'와 '공동체 번영'을 언급하며 중국 공산당에 꼬리를 내려야 했다.

 

기업가가 정부에 의해 탄압당하는 일은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실 비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가의 위치는 항상 위태로웠다. 러시아혁명 직후 러시아에 남아있던 수많은 자본가들은 정부에 의해 재산을 압류당했다. 그리고 소련붕괴 이후에는 푸틴에 의해 올리가르히들이 숙청당했다. 중세유럽의 부호였던 푸거 가문은 에스파냐 왕실이 전비로 빌려간 거액의 돈을 갚지 않아 파산하였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록펠러도 미국 정부의 독점금지법에 의해 기업이 7개로 쪼개졌다.

 

비자본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들은 사회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사회구조는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협력하며, 무엇을 중요시할지를 결정한다. 원시사회에서 협력은 비슷한 위치의 개인들이 족장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전통과 신앙, 의식주가 중요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협력은 주로 돈을 통한 계약관계로 이뤄지고, 돈이 제일 중요하다. 전근대 중국에서 협력은 주로 가부장제와 신분제, 유교의 틀 안에서 이뤄졌고, 유교적 명분과 정치적 권력(사실 이쪽이 더 실질적이다)이 중요시되었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사회에 따라 왕권, 종교, 웅변술 등 다양하게 달라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힘이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돈을 통해 협력을 하기 때문이다. 부자가 막대한 돈으로 요트를 살수 있는 이유는, 요트 제조업자가 돈을 받는 대가로 부자의 요트 소유에 협력하기 때문이다. 제봉사와 빵집 주인은 서로 돈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서로에게 옷과 빵을 공급하여 협력한다. 만약 사회구조가 돈보다 다른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돈의 힘은 더 약화될수 있다. 만약 정치적 의사결정이 웅변을 잘하는 정도로 결정되거나, 돈이 아니라 육체적 힘으로 타인의 협력을 강제할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에서는 웅변술이나 힘이 돈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돈의 한계

현대에 부자들이 막강한 힘을 휘두를수 있는 이유는 과학기술과 사회구조가 이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덕택에 부자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불치병도 치료받으면서, 마음만 먹으면 우주에도 가볼수 있다. 이들의 재산은 국민국가의 헌법질서에 의해 보호되고, 많은 돈은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칭송받는다.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힘으로 협박하거나 정치권력을 내세워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돈을 주기 때문에 그에게 뭔가를 주거나 그의 밑에서 일한다.

 

과학기술과 사회구조가 물질만능주의를 가능하게 해준다면, 역으로 과학기술과 사회구조는 돈의 힘을 제약할 수도 있다. 현재 그 어느 부자도 화성으로 갈수 없다. 불로불사도 불가능하고, 루게릭병에 걸리면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도 이들은 사회적 제약을 받는다. 이재용은 문재인 정부에 의해 감옥에 갔다. 유럽은 IT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제러미 코빈을 중심으로 노동당에서 반자본가 바람이 불었다.

 

돈의 힘이 과학기술과 사회구조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물질만능주의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나쁜 일에 쓰일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억제한다면, 부자들은 나쁜 일을 할때 그러한 기술을 쓰지 못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돈만큼이나 다른 것을 중요시한다면, 그만큼 부자들은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물질만능주의도 돈의 힘을 키우는 도구일수 있다. 돈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은 정말로 돈을 준다면 뭐든 할수 있기 때문이다.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돈의 힘은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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