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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해설 - 동물의 모습을 한 상징들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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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해설 - 동물의 모습을 한 상징들2

과학주의자 2022. 6. 29. 15:57

일반적인 동물 이미지의 특징은 구도와 관련되어 있다. 먼저 동물은 빠르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재빠르고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듯이, 동물의 특징적인 구도는 재빠르고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인 운동이다. 송어 낚시꾼은 매우 급작스럽게 행동해야 물고기가 자신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고 믿는다. 로르샤흐 검사에서도 동물의 움직임이 내용해석에 중요한데, 이처럼 재빠른 움직임과 동물은 서로 대체재이다. 그리고 이 둘이 같이 높아지면 인간은 가장 거친 욕망들이 자신의 정신을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지만, 어른들에게 그것은 사회적 부적응과 가장 오래된 고대의 충동들로 향하는 퇴행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러한 동물성은 억압되어야 한다.

 

동물화(animalisation)의 가장 전형적인 보기들 중 하나는 우글거림(fourmillement)이다. 이는 덧없이 사라지지만 가장 원초적인 이미지 중 하나인데,[각주:1] 또한 '동요'와 '득실거림'과 동의어이다. 살바도르 달리는 그의 <안달루시아의 개>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서 개미의 우글거림을 애벌레들의 우글거림으로 직접 연결지었다. 상상력에서 단번에 동물성을 드러내고, 동요하는 다양성을 경멸적인 시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이 우글거리는 운동이다. 이는 실제로 애벌레의 우글거림과도 연결되어 있다.[각주:2] 슐레겔[각주:3]은 우글거리는 메뚜기 떼에서 위고를 해석했는데, 그에 따르면 빅토르 위고의 묵시록에 나타난 우글거리는 메뚜기 떼와 개구리 떼는 심연의 천사이자 파괴자인 아바돈의 지휘[각주:4]를 받으면서 악을 행한다. 또한 위고의 작품에서 벌레는 보통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동반한다. 비슷하게 뱀 또한, 꿈틀거리는 움직임과 역동성으로만 여겨질 때 쥐들과 함께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가진다.[각주:5]

 

재빠른 움직임에 대한 혐오는 우글거림 이외에 혼돈 자체와도 연관되어 있다. 사실 17세기에 혼돈(chaos)은 우리가 앞서 얘기했던 동요(cahot)로 표기되었다.[각주:6]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 속에 나타나는 지옥들, 그리고 브뤼헐의 <뒬레 그릿(Dulle Griet)>에서 보여지듯이 지옥은 항상 혼돈스러운 장소로 묘사되었다. 게다가 보스에게 동요는 동물로의 변신과 짝을 이룬다. 전반적으로 우글거리고, 득실거리면서 혼돈스러운 동요는 변화를 앞에 두고 고뇌하는 인간의 고뇌가 투사된 것으로 보인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에서 악은 보통 '즈왕(zwang)'이라고 명명되었는데, 즈왕은 재빠른 탈출이나 치명적인 추격, 추방당한 카인이나 패주하는 나폴레옹 또는 영원한 도망자인 장발장의 맹목적인 유랑에서 나타나는 과격함이다.[각주:7] 이처럼 운명에서 도피하는 구도는 정신분석가들이 오이디푸스적인 것으로 자주 해석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이전의 고대에 뿌리를 가진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보두앵은 유랑하는 유대인이나 저주받은 방랑자 주제를 말(馬)의 상징과 연결시켰다.[각주:8] 도덕적 측면에서의 도피의 구도를 만들고, 위고뿐만 아니라 바이런이나 괴테에서도 나타나는 재앙적인 분위기의 부여는 합쳐져서 행렬, 장례식 행렬과 지옥으로 가는 기마 행렬을 만든다. 말은 어둠과 지옥을 의미한다. 그것은 어둠의 마차를 끄는 검은 말들이다.

  1. Bachelard.'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정영란 역,문학동네,2002,p56,60 [본문으로]
  2. Bachelard.'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정영란 역,문학동네,2002,p77 [본문으로]
  3. 슐레겔.'삶의 철학1',p206 [본문으로]
  4. langton.'귀신학',p216;요한계시록 9:13 [본문으로]
  5. Bachelard.'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정영란 역,문학동네,2002,p270 [본문으로]
  6. Bachelard.'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정영란 역,문학동네,2002,p270;Ricoeur.'악의 상징',양명수 역,문학과지성사,1999,p167;Ricoeur, P. (1988). Finitude et culpabilité (Vol. 2). Editions Aubier. [본문으로]
  7. 보두앵.'빅토르 위고의 정신분석'.pp198-199 [본문으로]
  8. 보두앵.'빅토르 위고의 정신분석'.p113;Jung.'리비도의 변형과 상징'.p18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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