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저장고

법정심리학 개론 본문

지식사전/응용심리학

법정심리학 개론

과학주의자 2020. 5. 20. 22:45

법정심리학은 순수심리학적 지식을 응용하는 응용심리 분야이다. 법정심리학은 법률제도와 관련된 심리학적 지식을 연구하고 적용한다. 이들은 법적 과정에 연관된 인간 행동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법률제도 내에서 전문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을 자문한다.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등 기초심리학이 밝혀낸 많은 지식들이 법정심리학에 적용된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법정심리학은 태생상 법학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런 측면에서 법정심리학은 일종의 학제간 과학이라 할 수 있겠다.

 

법정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법정심리학의 두 아버지인 법학과 심리학을 알 필요가 있다. 심리학은 범죄행동이 특정 원인에서 발생했다고 보며, 원인을 수정하여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반면 법은 행위자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가정하고 범죄의 처벌을 우선한다. 심리학이 학문적 특성상 과학적 회의주의를 고수하고 잠정적 결론을 내리는 일이 잦은 반면 법은 제정된 법을 중심으로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를 추구한다. 심리학의 분석수준이 단일 세포에서 국가까지 다양한 데 비해 법의 분석수준은 행위자 개인에게 맞춰져 있어서, 개인을 연구하는데 전문성을 보이는 임상심리학자들이 법정심리학에서 활약한다. 이러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법정심리학에서 법학과 심리학의 충돌이 있어왔으며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소하고 있다.

 

법정심리학은 다양한 사법절차에 개입한다. 판결단계 이전에 법정심리학자들은 목격자 진술이 정확한지 평가하는데 관여한다. 인지면담기법을 통한 인터뷰도 심리학이 처음 제안했고 허위자백이나 강압에 의한 자백도 법정심리학이 비판해왔다. 판결단계에서 법정심리학자들은 피고의 책임능력이나 위험성을 평가하고 전문가로서 증언한다. 범죄의 동기와 원인도 이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판결단계 이후에는 범죄자의 재범위험을 예측하고 이들을 교화하거나 분류하는게 이들의 일인데 판결단계 이후의 개입은 한국에서는 드문 편이다.

 

과거 한국은 사회심리학자를 주축으로 범죄심리학을 연구했고 지금도 약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법정심리학은 범죄심리학과 마찬가지로 임상가들이 주를 이룬다. 현재 법원은 법적 효력이 있는 심리학적 증언을 하기 위해선 정신보건 임상심리사 1급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임상심리사가 동일하지는 않다. 가장 낮은 1수준은 법적지식을 갖춘 임상가로, 법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고 비밀보장에 관한 정보, 면책, 임상기록의 공개에 대한 처리방법을 숙지한다. 2수준은 숙달된 임상가로, 전문적인 교육과 감독 하에 법정심리학 훈련을 받았으며 법정심리학에 적용되는 법, 절차, 윤리를 숙지하고 있다. 3수준은 전문 임상가로,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를 통해 공식적인 법정심리학 훈련을 거친 임상가이다.

 

이 분야의 주요 학술지로는 <Law and Human Behavior>가 있다.

 

 

1.법정심리학의 분과

법정심리학은 많은 아이들을 두고 있다. 범죄심리학과 법심리학(law & psychology)은 법정심리학의 친한 자매들이다. 임상법정심리학은 법정심리학의 적자로, 판결 전후의 피고 평가 및 예측에 공헌한다. 수사심리학(investigative psychology)은 프로파일링 기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현재는 시대의 추세에 맞춰 법정신경심리학도 나타났다.  

 

경찰 심리학은 경찰의 선발과정과 업무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한다. 연쇄범죄자의 프로파일을 작성하는 실무적인 문제도 다루지만, 경찰 업무를 편하게 하려면 근무 시간이 어떻게 짜여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좀더 좋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경찰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위험한 사건을 대한 경찰의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지도 이들의 주요 연구과제이다.  

 

교정심리학(correctional psychology)은 감옥에 수감된 범죄자를 교화하고, 가석방이나 형 정지처분을 심사하는데 조언을 제공한다. 이들은 교정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좋은 심사과정을 개발하고, 건강교육 프로그램이나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이 범죄자 교화에 주는 효과를 평가한다. 교도소 근무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교도소 내 범죄자 배치에 대해 조언하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2019년 기준 서구에선 매우 일반화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아직 매우 미비하다.

 

범죄 및 비행심리학은 어른보다는 아이에 초점을 맞춘다. 대개 흉악범죄자는 떡잎부터 남다른 법이다. 이들 연구자들은 청소년기 공격행동 에방을 위한 학령전기의 개입이 효과적인지 평가하고, 잠재적 비행청소년을 식별하는 방법을 교사에게 조언한다. 스토킹 예방을 위해 상담하거나 정신장애자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하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특히 법정학교심리학은 아동의 퇴학 우려, 기숙사 프로그램이 아동의 학업에 주는 영향, 기타 법률적 문제 등 학교와 관련된 많은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법률심리학은 법정심리학 중에서도 법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이들은 양육권 문제나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또 피고의 조각성을 심사하고 설문조사를 벗어난 변호사의 배심원 선택에 도움을 준다. 이런 연구들을 가지고 변호사 및 법원과 상의하여 갈등 해결, 심리상태 평가에 대해 조언한다. 가족법정심리학과 법정신경심리학은 법률심리학의 하위 분야이다.

 

시대가 지나면서 사람들은 점차 피해자에게도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피해자학은 범죄피해자나 목격자를 평가하고 치료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는 의료사고, 성범죄, 교통 사고는 물론이고 PTSD도 포괄한다. 이들은 범죄피해자나 목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이들을 케어하는 의료인, 사회복지사, 사법 관계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고자 한다. 

 

2.경찰심리학(police psychology)

경찰심리학은 공공의 안전과 법 집행을 위해 심리학적 지식과 치료 기술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법정심리학의 분과이다. 2012년~2016년 동안 한국에서 순직한 경찰은 69명인데 반해 자살한 경찰은 93명이 넘는다. 이는 가장 강인한 사람 중 하나인 경찰도 높은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 위험성이 높으며, 심리학적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경찰을 보조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경찰심리학자들은 경찰 업무를 편하게 하려면 근무 시간이 어떻게 짜여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좀더 좋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경찰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위험한 사건을 대한 경찰의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한다.  

 

보통의 임상심리사는 극단적인 범죄에 노출되는 경찰을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경찰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찰심리학자가 따로 존재하며, 경찰심리학자는 임상심리사가 가지는 지식 이외에도 법률적 지식과 위기 개입능력을 별도로 갖추어야 한다. 이들은 경찰 업무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경찰이 혼란스런 사건에 노출된 후 격렬한 감정이나 심리적 반발을 보일때 경찰이 업무수행에 적합한 심리적 안정성으로 가지는지 평가(업무수행 적합성 평가.Fitness for duty evaluations)한다. 이외에도 경찰심리학자는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 경찰 및 그 가족에 대한 심리서비스 제공
  • 인사선발, 임무할당, 근무환경조정, 승진심사 등
  • 유괴/위기 협상팀
  • 연쇄살인마 프로파일링
  • 정신장애자 대처에 대해 교육

 

경찰심리학은 1919년 독일에서 수사영역에 심리학자를 활용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68년 교육심리학자 Martin Reiser가 로스엔젤레스 경찰(LAPD)에 고용되면서 경찰심리학의 초석을 닦았다. Reiser는 많은 경찰이 심리치료 경험을 세뇌당하거나 굴욕적인 경험이라고 느낀다고 지적하고, 그렇기 때문에 경찰심리학자들은 관료 조직의 느린 변화를 숙지하고 포용력, 예민함, 겸손, 경청하는 의지가 필요하며, 경찰 시설 밖에서 상담실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똑똑한 경찰이 일을 더 잘하는가

과거 경찰심리학자들은 경찰에게 필요한 지적 능력을 알아내서 경찰을 선발하는데 사용하려고 하였다. 이들은 지능검사같은 도구가 좋은 경찰을 알려줄 거라고 믿었다. 비슷한 목적 하에 루이스 서스턴(Louis Thurstone)이 1922년 Army Intelligence Examination을 개발했고 현재도 경찰이 되려면 최소 아이큐가 80 이상이어야 좋다고 한다. 또한 대학교육을 받은 경찰은 의사소통 기술이 더 좋다. 그러나 연구가 지속되면서 경찰심리학자들은 대다수의 경찰이 낮은 교육과 낮은 지능을 가지며 특히 경험이 많은 경찰이 더 지능이 낮음을 발견했다. 똑똑한 사람들은 경찰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지능이 경찰의 업무능력과 연결되지도 않았다. 최근에는 경찰의 전문성이 증가하고 동시에 보상과 승진도 늘어나 고학력 경찰도 늘고 있지만, 결국 경찰의 지능은 평범하지만 우둔한(dull normal) 범위에서도 괜찮다. 다만 오코너 손재주 검사와 같은 신체능력검사의 점수가 높으면 실제로도 일을 잘하는데, 물론 이 검사는 지능이랑은 관련없는 검사이다.

 

좋은 경찰의 조건

어떤 경찰심리학자들은 경찰에게 걸맞는 성격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경찰 일을 잘 해내는 성격이나 경찰 일에 매력을 느끼는 성격을 알아내 성격검사를 만들어 선발 절차에 반영한다면 경찰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경찰심리학자들은 경찰에 적합한 성격을 연구했고 몇가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경찰심리학에 따르면 성공적인 경찰은 대인관계 기술과 의사결정 기술, 의사소통 기술이 좋고,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다. 상식 수준도 높고 판단력도 뛰어나며 타인에게 진실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받는다. 이 중 의사소통 기술이 특히 경찰 업무에 중요하며 이는 여경의 존재를 옹호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성공적인 경찰과 반대로 업무를 소홀히 하고 부패와 범죄를 조장하는 '타락한 경찰', 소위 견찰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왔다. 타락한 경찰은 성공적인 경찰과 반대로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하다. 심리적 미성숙함과 책임감 부재 그리고 낮은 신뢰감이 이들의 특징이다. 또한 보통 과거에 직무태만이나 비행 경력이 있다. 경찰이 채용된 후 얼마나 직권 남용을 행사하는지가 타락한 경찰을 예측하는 가장 강한 지표이며, 이들의 행동은 범죄자를 자극해서 오히려 범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의사소통 기술을 훈련시키거나 스트레스 상황을 최소화하도록 가르치는 일이 타락한 경찰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경찰의 스트레스

수많은 경찰관들은 주기적으로 사회구성원 중 가장 폭력적이고, 충동적이며, 공격적인 사람을 상대하고, 그들의 삶은 죽음과의 경계에 놓여 있으며, 신문이나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안나오는 비참하고 혐오스러운 장면에 직면한다. 이는 앞에서 말한 93명이 자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은 조직적, 대외적, 업무적, 개인적 측면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고, 스트레스 관리에 실패할 시 심리/신체적 문제는 물론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실제로 경찰은 자살율 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 이혼, 우울증, PTSD 비율도 높게 나타난다.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경찰은 업무 특성상 상해나 사망에 자주 노출되어 그에 대한 공포도 상당하다. 또한 잦은 교대근무나 초과근무로 힘든데다 대다수가 감정 표현이 부족하고 통제감 욕구가 강해 가정에서 문제를 야기한다. 과거 조폭 영화가 유행했던 시기에는 부모가 경찰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던 자녀가 경찰의 스트레스인이 되었고, 집에 총기류가 비치된 경우 그로 인한 불안도 상당하다.

 

총격 후 외상반응(PostShooting Traumatic Reactions, PSTR)

PSTR은 경찰이 총으로 사람을 쏜 후 나타날 수 있는 정서적, 심리적 반응이다. 이는 특히 사격당한 사람이 사망할 떄 더 일어나기 쉽다. 일반인도 총격을 경험한 경우 이를 겪을 수 있는데 총격을 경험한 인구 중 3분의 2가 PSTR을 경험하며 이 중 70%는 PSTR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다. PSTR 경험자는 총격을 당하거나 총으로 위협을 당했을때 시간 감각,시청각 왜곡을 포함한 지각 왜곡을 보고하고 일부는 터널 시야(tunner vision)를 경험한다. tunnel effect로도 불리는 터널 시야는 말 그대로 시야가 터널처럼 변하는 현상으로, 경험자는 주변시가 극도로 저하되어 총이나 다른 위협적인 물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보지 못하며, 극도로 손상된 주변시에 단기 기억상실이 더해져 목격자 증언에 심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PSTR 경험자는 사건 후에도 분노, 불면, 철수반응, 높은 위험지각 등 PTSD 증상을 보이며 특히 범죄 현장에 많이 노출되는 경찰들이 PSTR에 더 취약하다. 총기규제가 강한 한국은 PSTR이 보고된 적은 없으나 대신 칼을 이용한 범죄에서 PSTR과 비슷한 증상이 일어난 적이 있다. 대개 30cm 이상의 날이 잘 든 단날검이 이런 현상을 일으키기 쉽다.

 

여경의 효과(여경)

2019년 대림동 여경 사건 이후 여경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여경에 대한 문제는 경찰심리학에서만 다루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며, 사회학, 정치학, 윤리학, 경찰학 등 다양한 관점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심리학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여경이 가지는 이점은 무시할 수 없다. 영미권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여경은 남자 경찰에 비해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적 기술이 우수하여 시민을 더 잘 진정시키고, 잠재적인 폭력 상황을 완화시키기 쉬우며, 지역 경비 업무에서도 우수하다. 특히 성범죄는 여경이 가장 활약하는 분야로,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사람은 여경이기보다는 남경이다. 

 

필자는 여경이 쓸모있는지 없는지를 떠나서, 여경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가 국내를 기반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여경은 대체로 일반경찰과 동일한 체력을 갖추거나 그에 준하는 체력을 갖춘다. 이는 초등학생도 통과가능한 체력기준으로 선발되는 한국 여경과 다르다. 이러한 무력의 차이는 업무수행에서도 차이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한국 여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과잉 진압(excessive force)

과잉진압은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수준 이상의 강압을 행사하는 경우다. 로드니 킹 사건이 대표적인 과잉진압으로, 폭동적 시위진압(police riot)도 과잉진압의 일부로 여겨진다. 과잉진압은 법집행 기관에 만연한 악습에 의해 생겨날 수도 있지만 경찰심리학자들은 과잉진압을 유발하는 경찰 개인의 특성에 주목한다. 과잉진압을 일으키는 경찰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이며 인내력이 부족하다. 자기애성이나 반사회성을 보이는 경우도 존재하며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욕설을 자주 한다. 또한 이들은 지배추구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타인의 도전에 민감하다. 이외에 최근에 별거나 이혼, 직위 상실 등으로 인해 불안이 야기된 경찰도 과잉진압을 일으킬 수 있다.

 

인질사건 대처

인질납치는 대부분 물리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벌어지는 인질 사건도 존재한다. 인질 사건은 납치, 유괴, 차량 탈취(하이잭 포함), 테러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인질 사건은 대개 정상인이 수행하고 동기 수준도 높아 대처하기 힘들지만 대부분의 인질 사건은 범죄자의 50% 이상이 정신질환자이고 동기 수준도 낮기 때문에 약한 강도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인질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에 파견된 경찰심리학자는 범죄자의 동기, 위험성, 취약점을 프로파일링하고 이에 기반해 경찰에 조언해야 한다. 경찰심리학자들은 대개 인질 사건을 협상된 항복으로 종결지으며 심각한 부상의 위험을 낮춘다.

 

 

3.수사심리학

수사심리학은 심리학적 연구와 지식을 범죄행동 수사에 적용하는 응용심리학이다. 과학수사는 DNA 등 물적 증거를 조사하는 대물적 수사와 사람을 심문하고 목격자에게 증언을 듣는 대인적 수사로 나눌수 있는데 수사심리학은 대인적 수사에 기여한다. 유전학, 법의학의 발전으로 대물적 수사는 큰 폭의 진보를 이룩하고 있으나 대인적 수사는 기본 원리가 20세기 후반에 정립되어 지금은 거의 정체되어 있다.

 

수사심리학은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거나 성공적으로 기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범죄행동의 주요 특성이나, 범죄자의 행동을 추론할 만한 단서, 동일인이 저지르는 범죄 등에 관심이 많다. 이를 통해 범인을 확인하고 확보가능한 증거를 모아 보전 및 분석하는게 이들의 일이다. 이들의 대표적인 업적이 프로파일링이다.

 

최면수사

최면수사는 최면을 사용하여 수사하는 수사기법의 하나이다. 최면수사의 목적은 범인에 대한 단서를 획득하여 수사를 진척시키는데 있다. 가령 2003년 서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경우, 범인을 본 것 같다고 증언한 식당 주인에게 최면을 걸어 얻어낸 정보로 몽타주를 작성했고 이를 통해 용의자를 100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현재 한국에서 최면수사는 매우 일반적인 수사심리학적 기법이며, 각 지방경찰청마다 법최면 수사관이 근무하고 있다.

 

20세기 말 최면의 법적 효과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당사자는 법최면 수사관이 아니라 민간의 심리치료자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심리치료, 주로 최면을 이용한 심리치료 기법을 통해 억압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들에게 상담을 받은 내담자들은 자신이 어릴때 아버지나 가까운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기억을 되살려 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한때 2000명이 넘는 아버지들이 구속되었다. 그러나 로프터스를 필두로 한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없는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고, 특히 최면이 피암시성을 통해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광풍은 잠잠해졌고 많은 무고한 아버지들이 풀려날 수 있었다.

 

여기서 쟁점이 된 억압된 기억은 아직도 논쟁의 대상이다. 지금까지 억압된 기억이 실제하는지, 최면이나 다른 심리치료 기법으로 이를 되살릴 수 있는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가능은 하나, 이것이 얼마나 일반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각주:1] 그러나 현재의 학자들은 두가지에서 합의를 보았다. 여러 증거를 보아 억압된 기억은 실제로 존재하며 최면이나 다른 심리치료를 통해 되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억들은 오류에 상당히 취약하고 매스미디어를 비롯한 다른 매체를 통해 매우 쉽게 왜곡된다. 또한 되살아난 기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실제로 되살아난 기억인지 아니면 단순한 환상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되살아난 기억이 맞다고 해도 그 기억이 현실과 부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는 최면수사가 완전한 법적 증거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폴리그래프(거짓말 탐지기)

미국인의 90%는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고 보고한다. 또한 일주일동안 한 대화 중 3분의 1이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선량한 시민들도 이러한데 범죄자가 더 많이 거짓말하리란 예상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폴리그래프(polygraph)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때 나타나는 행동적 반응을 통해 거짓말을 탐지하는 기계이다. 꽤 좋은 정확도를 보여주지만 아직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한국의 경우 법정증거로는 쓸수 없지만 정황증거로 쓰이거나 수사에 도움을 줄 순 있다.

 

거짓말은 여러 행동적, 생리적 증거를 남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짓말은 남을 속이는 행위로서 죄책감과 두려움을 유발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이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심장 박동수와 혈압, 호흡량, 얼굴 홍조(blushing), 땀, 동공 확장, 창백한 얼굴(blanching), GSR의 증가를 가져온다. 또한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얼굴, 그 중에서도 인중을 연하는 세로선 부근의 열이 오르는데 이는 적외선 카메라로 측정가능하다. 이외에 거짓을 꾸며내는 과정에서 죄책감과 두려움을 억누르므로 부자연스러운 표정(squelched expression)과 특정 미세표정(micro-expression)이 나타난다. 최근 뇌과학 연구들은 거짓말에 반응하는 특정 뇌부위를 발견하고 있는데, 아직 불명확하지만 PFC와 anterior cingulate cortex의 활성화가 거짓말과 연관되어 있다. 폴리그래프는 이러한 행동적 단서들을 측정하여 용의자가 거짓을 말하는지 가려낸다.

 

거짓말을 가려내려는 노력은 역사가 오래되었다. 중세 유럽의 시죄법은 아마 가장 미신적이고 무식한 방법이다. 대신 다른 나라에서 시행한 방법은 오늘날의 거짓말 탐지법과 비슷하다. 바빌로니아에선 거짓말을 판단하는 6가지 행동징후를 쐐기문자로 기록해 사용하였는데 이는 현대의 행동측정과 유사하다. BC 1000년경 주나라에선 쌀을 통해 거짓말을 감지했는데, 용의자의 입에 쌀을 물리고 심문을 했다. 정상적인 경우 입에 있는 침에 의해 쌀이 흥건히 젖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긴장하여 입의 침이 마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젖는다. 주나라 관리는 이를 이용하여 거짓말하는 범인을 잡았다. 비슷하게 BC 600년경의 인도에서는 신성한 당나귀를 사용했는데, 이름과 달리 이 방법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당시 인도에서는 용의자를 심문할때 거짓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용의자가 신성한 당나귀의 꼬리를 잡고 와야 했다. 수사자는 만약 심문에서 거짓을 고했다면 당나귀가 울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어두운 암실에 용의자를 들여보내고 당나귀 꼬리를 만지고 오게 하는데, 이때 용의자의 손을 본다. 만약 용의자가 거짓을 고했다면, 당시 인도인의 특성상 당나귀가 자신의 거짓을 까발릴거라 믿었을테고,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당나귀의 꼬리를 만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당나귀의 꼬리에는 숯검댕이 묻어있기 때문에 실제로 꼬리를 만졌는지는 손을 보고 알 수 있다. 이것은 마법도 기술도 아닌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다.

 

이러한 기법들이 현대의 심리학을 통해 재탄생한 결과가 폴리그래프이다. 폴리그래프는 대부분의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때 발각에 대한 두려움과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며, 거짓말을 성공적으로 한 경우 약간의 흥분과 성취감을 느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런 심리적 상태가 유발하는 행동적 단서를 측정하는게 폴리그래프의 일이다. 얼굴의 열을 감지하거나[각주:2] 뇌영상 기술을 사용한 뇌지문 거짓말탐지기도 있지만[각주:3] 기본적인 폴리그래프는 호흡 기록장치(pueumo-turbe), 맥파 측정장치(blood pressure cuff), 그리고 GSR(Galvanic Skin Response, 피부전도반응) 장치로 구성된다. 보통 폴리그래프는 수사관이 용의자에게 폴리그래프를 부착하고 사전질문을 한 뒤 사건과 연관된 질문을 하며 폴리그래프의 반응을 측정한다.

 

폴리그래프를 사용하려면 폴리그래프의 질문기법도 알아야 한다. 적절한 사전질문이 거짓을 진실에서 가려낼 수 있게 도와준다. 1932년 즈음에는 R/I 절차(Relevant/Irrelevant procedure) 가 주로 사용되었다. 이 절차를 따르면 용의자에게 사건과 직접 관련된 직설적인 질문과 아무 상관없는 질문을 번갈아 제시하여 둘의 차이를 본다. 그러나 이 절차는 거짓말의 반응을 다른 반응과 적절히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폐기되었다. 현재 주로 쓰이는 절차는 통제질문기법(control Question Technique, QOT)으로 이 기법은 거짓말의 대조군을 두어 거짓말 반응을 좀더 쉽게 탐지하게 해준다. QOT를 시행하는 수사관은 용의자에게 사건관련 질문(relevant question)과 통제질문(control question)을 제시하는데, 통제질문은 대부분의 사람이 한두번씩은 범하는 사소한 잘못에 대해 질문한다. 당신이 아무리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라도 무단횡단 한번은 했을 것이다. 이 질문에 거짓으로 답하는지를 통해 거짓말 반응을 알수 있다. 한편 유죄지식검사(Guilty Knowledge Test, GKT)는 심리학 연구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이 기법은 용의자가 범행 당사자나 수사인력이 아니면 알수 없는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여 용의자가 범인인지 포착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프로파일링이 필요한 사건들은 대개 미디어로 인해 정보가 새어나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GKT는 주로 연구에서 사용된다.

 

폴리그래프의 역사는 거의 193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폴리그래프를 속이려는 노력도 그쯤 될것이다. 거짓말에 죄책감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정신이상자들도 있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폴리그래프를 속이려고 시도해왔다. 신체적 대응책은 자기 신체에 고통을 유발하여 GSR을 교란시키는 방법이다. 자기 허벅지살을 꼬집으면 확실한 GSR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정신적 대응책은 정신적 차원의 대응으로, 다른 감정을 유발하는 장면을 상상하거나 양을 세는 등 주의를 딴데로 돌려 거짓말에 의해 심리상태를 없애는게 정신적 대응책이다. 그러나 둘다 실제로는 취약하다. 먼저 심박수는 폴리그래프로 측정해야 하지만 허벅지를 꼬집는 당신의 손은 맨눈으로도 측정할 수 있다. 주의를 딴데로 돌린다고 멍때리고 있는 용의자도 수사관에겐 매우 잘 보인다. 범인이 사전계획이나 훈련 없이 시도한 대응책은 거의 항상 실패한다.

 

폴리그래프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는가? 2019년 기준 미국 28개주에선 폴리그래프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여전히 존재하는 오류율과 대응책의 존재 때문이다.[각주:4] 하지만 폴리그래프는 다른 전문가 증언보다 타당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가 실시했다는 가정 하에 신뢰성있는 전문가 의견으로서 법정에 보조자료로 제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폴리그래프를 실시하고 해석하는 전문가의 전문성이 폴리그래프의 법적 효력에 영향을 준다. 한국의 경우 2003년 안모씨가 자기 딸에게 청산가리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처음으로 폴리그래프 결과를 전문가 의견으로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각주:5] 당시 폴리그래프 검사관은 자기 딸을 잃었음에도 거짓말탐지 과정에서 분노나 슬픔이 나타나지 않고, 계속해서 신체의 일부를 만지고 입술에 주기적으로 침을 바르며, 말을 더듬고 속도도 다르다는 행동분석 소견을 첨부하여 폴리그래프 결과를 제출했다.

 

프로파일링(profiling)

프로파일링은 범행 현장에서 범죄자가 보인 행동의 분석, 유무형의 증거 등을 통해 범죄자의 나이, 교육수준, 전과, 성격 등 범죄자의 배경특성을 추론하여 검거를 돕는 방법이다. 프로파일링은 전문적인 프로파일러에 의해 실시되며 몇가지 단계를 거쳐 실행된다.

 

범죄자 프로파일링은 용의자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를 판별하고 묘사하는 활동으로, 용의자 후보군을 축소하고 용의자에 대해 예견하는게 목적이다. 그러나 프로파일링은 이게 다가 아니다. 심리부검, 범죄현장 분석, 인종적 프로파일링도 프로파일링에 해당한다. 범죄현장 분석은 말 그대로 범죄 현장에서 나온 단서로 범죄자의 개략적인 행동이나 심리를 스케치하는 활동이다. 여기서 모인 정보가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편 인종적 프로파일링은 단서를 통해 범인의 인종을 추리하는 분석으로, 과거에 특정 인종이 마약 운반책이나 테러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기반하여 행해졌는데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다.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은 사건 현장에서 사망자의 성격과 인지적 특징(의도)을 재구성하는 활동이다. 대개 자살 상황처럼 사람의 상황원인이 불확실한 경우 이를 돕기 위해 시행된다. 프로파일러들은 사망자의 지인을 면담하거나 개인적으로 관련 문서를 조사하고, 또는 부검보고서나 관련 경찰보고서를 분석하여 사후분석적 심리분석을 실시하고, 재구성적 심리평가를 실시하여 사망원인을 유추하는데 자살 원인과 자살사고가 지속된 이유, 최근 정신적 환경, 각종 보호체계가 작동했는지 여부가 주요 평가대상이다. 이 중 불확실한 사망 심리부검(Equivocal Death Psychological Autopsy, EDPA)이 불확실한 사망원인을 규명할때 사용되며, 살인 사건 외에도 해외에서는 자살자가 실제로 자살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살 심리부검(Suicide psychological autopsy, SPA)을 실시한다. 자살은 초봄이나 환절기에 주로 일어나고 우울감이 낮아졌을때 일어나기 쉬우며 자살 신호와 자살시도를 보이기 때문에 자살자와 자살로 위장된 살인을 구별할 수 있다.

 

심리부검은 보통 유족 2명 이상을 대상으로 3시간 가량 면담을 진행하여 실시되며, 사망자의 유서와 가족/동료와의 면담을 통해 사망자의 직업, 경제상황, 가족/부부관계, 대인관계, 성격 및 스트레스 관리, 건강상태 등이 평가된다. 또한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의 작용, 생물학적 측정치와의 교차 여부, 특정 자살 인구집단에 대한 역학조사 및 원인 분석도 이루어지며, 임상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효과적인 자살방지대책을 강구한다. 핀란드에서 자살에 대해 심리부검을 실시한 이후 자살이 매우 감소했으며, 한국의 경우 광주항쟁 유족에 대해 심리부검을 실시하거나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다수의 임상가가 심리부검을 실시하였다. 현재는 중앙심리부검위원회가 발족되어 심리부검을 의뢰받고 있다.[각주:6]

 

한편 지리적 프로파일링(geographical profiling)도 엄연히 프로파일링의 하나이다. 지리적 프로파일링은 범죄자가 특정 구역이나 장소에서 범죄를 자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단독 연쇄범죄자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범죄의 지리적 분석을 시한다. 지리적 프로파일링의 일종인 지리적 매핑은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의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의 공간적 패턴을 분석하여 범죄가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는지, 범죄의 핫스팟이 있는지 분석한다.

 

프로파일링의 신뢰성

프로파일링은 D.B 쿠퍼(Cooper) 사건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쿠퍼는 하이재킹을 일삼는 스카이재커로, 항공기에 탄 후 승객을 협박하여 돈과 낙하산을 챙기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게 그의 주 수법이었다. 신출귀몰한 행태로 검거가 어려운데다 쿠퍼를 본 사람들이 모방범죄를 저지르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던 무렵 미 연방항공청의 어느 심리학자가 스카이재커들이 보통 실패한 사회 구성원이고, 사회적으로 무능하고 돈이 없으며 심한 절망과 무력감, 높은 자살가능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들은 보통 세상에 대한 지배력과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 하이재킹을 하는데, 이들은 비행기를 편도만 끊거나 최근 경제적 고난을 겪었을 확률이 높기에 주장대로라면 이를 미리 관찰하여 하이재킹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주장이 인기를 끌면서 더불어 프로파일링이 세간에 알려졌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우리는 심리학자가 틀렸던 사건을 기억한다. 2001년 9월 11일 비행기를 납치당한 승객들은 돈만 주면 안전할 것이라며 자신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비행기는 그대로 빌딩에 충돌했다. 스카이재커에 대한 프로파일은 이슬람을 믿는 광신도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프로파일링이 가지는 두가지 가정에 있다. 프로파일링은 1)인간이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행동한다는 가정과, 2)범죄행동이나 어떤 증거가 특정 심리특성과 관련된다는 가정이다. 보통 맞다고도 할 수 있지만 1)의 경우 인간의 행동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논의가 일찍이 있어왔다. 실제로 절도는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다를수 있고(루팡은 고지식하지 않다) 첫번째 범죄가 특정 맥락에서 일어난다면 다음 범죄도 해당 맥락에서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 2)는 연결관계가 여럿일 수 있는데, 911 테러는 하이재킹이 테러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우리가 고려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피해자도 범죄의 상황적 요인으로서, 피해자의 행동이 범죄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프로파일러도 인간인지라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 경찰은 프로파일에 명시된 모호한 정보를 그들이 가진 편견에 끼워맞춰서 사건이나 용의자를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확증 편향의 특성상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얘기하기 때문에 배심원이 잘못된 유죄 판결을 가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약점때문에 경찰심리학자의 70%는 프로파일링의 타당성과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프로파일링은 가학적 성폭행, 사체 절단 및 시간, 동기없는 방화, 치정살인 또는 원한 살인,[각주:7] 아동 성범죄, 은행 강도, 외설 및 테러목적의 편지, 미제 사건 등 이상행동과 결부된 사건의 해결에 탁월하고 프로파일링에 대한 신뢰도 늘고 있다. 하지만 프로파일링의 타당성과 신뢰성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훈련된 프로파일러, 그리고 프로파일러의 상호비판이 있을때에만 보장된다. 프로파일링에서 소파에서 생각만 하는 에르퀼 푸아로같은 천재는 필요없다. 그 대신 묵묵히 정보를 모아 추리하는 셜록 홈즈와 그를 도와줄 왓슨이 필요하다.

 

 

4.피해자학

법정심리학은 최근까지 범죄자의 특성, 수사 등 많은 연구를 범죄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했다. 그러나 범죄는 항상 피해자와 피해자의 고통을 남긴다. 아무리 범죄자를 잘 다루더라도 뒤에 남겨진 피해자를 방치한다면 임상심리학자의 존재 이유가 있는가? 이렇게 생각한 학자들에 의해 21세기 초반부터 피해자의 고통과 해소에 초점을 둔 피해자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범죄 중에서도 특히 강력범죄가 보통 가장 큰 고통을 초래한다. 강력범죄를 경험한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와 불안, 공포, 분노, 장기간의 우울 등을 경험하며, 이러한 폭력상해는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목격자나 피해자의 가족에서도 나타난다. 폭력상해는 피해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심한 경우 PTSD로 이어진다. 폭력상해가 가장 큰 범죄는 강간으로 이는 여성의 PTSD 발병률이 남성의 2배인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강간 피해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강간 피해자의 32%는 6개월 이내에 PTSD가 발생하고 16%가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44%가 자살사고를 가지고 19%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

 

피해자학자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크고 빠르게 해소하는데 역점을 둔다. 연구에 따르면 3가지 요인이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및 회복 여부와 연관된다. 하나는 피해자가 원래 가진 피해자 특성으로, 문화적 배경이나 종교, 성별, 나이, SES, 사회적 관계의 질 등은 피해자 고통의 지속과 해소에 큰 영향을 준다. 피해를 당한 후의 대처능력도 중요한데 범죄사건에 대한 대처전략이나 가용한 사회적 자원은 물론 범죄 발생에 대한 심적인 책임분배, 범죄 이후의 삶에 대한 통제력 등이 여기 속한다. 범죄사건 요인은 다른 두 요인과 달리 피해자 외부에 있는 요인으로, 범죄 도중에 경험한 폭력의 정도나 범죄발생 지역이 범죄사건 요인에 속한다. 범죄가 일어난 지역이 평소에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졌을수록 피해자의 고통은 더 커진다.

 

피해자학이 다루는 대상은 직접적인 범죄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인도 포함한다. 이러한 공동 피해자들은 비록 직접 범죄를 겪진 않았지만 실제로 범죄를 당한 피해자만큼 큰 고통을 호소한다. 특히 범죄가 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질 경우 공동 피해자, 특히 가족의 고통은 더 커진다. 이 고통은 슬픔, 분노와 같은 정서의 복잡하고 깊은 경험, 복수심, 지속적 불안과 혐오증을 낳으며 희생자 가족의 75%는 PTSD를 겪는다. 그러한 고통은 피해자가 고문이나 성폭력처럼 끔찍한 폭력을 당하며 죽은 것이 알려졌을 경우에 더하다. 따라서 살인이나 과실치사 사건에서 수사관은 가족들에게 범죄 사실을 전달할때 피해자가 최대한 덜 고통을 겪고 죽었다고 설명해야 한다. 이외에도 살인 피해자의 가족에게 피해자의 사망을 통지할때 사망통보인은 세심하고 긍정적이며 정숙하고 심리적으로 성숙한 사람이어야 하고, 사망 사실을 진심을 다해 통지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또한 가족의 사망을 맞이하는 공동피해자들은 감정 환기의 기회를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거쳐 자기조절능력을 회복한 후 다음에 필요한 일을 준비하여야 한다. 

 

 

목격자 진술(eyewitness testimony)

예나 지금이나 누군가의 증언은 범죄를 입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다.[각주:8] 지금은 비록 덜하지만 목격자 증언은 아직도 법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 영향이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만들수도 있다. 배심원들은 보통 목격자가 자기 증언에 대해 보이는 자신감이 높을수록 증언이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하는데 실제 목격자의 자신감과 진술의 정확함은 관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배심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미국 사법제도의 경우 잘못된 판단을 내릴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목격자 진술을 연구하여 오류 가능성을 알아내고 예방하는 일은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중요하다.

 

목격자 진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 중 하나는 얼굴 재인이다. 목격자가 범인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느냐가 한 사람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낯선 얼굴을 정확히 재인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독특하거나 뚜렷이 구분되는 얼굴, 또는 오래본 얼굴이 잘 기억된다. 그래서 목격자가 범죄자나 사건현장을 얼마나 오래, 잘 관찰했는지가 목격자 진술에 영향을 준다. 범인이 낯선 얼굴이라면 4-12초 정도 보았을때 가장 잘 기억하나, 불행히도 실제 범죄현장에서 얼굴을 보는 시간은 이보다 짧다. 이외에도 사람이 여럿이어서 상황이 복잡하거나 특정 자극이 목격자의 주의를 혼란시키면 재인의 정확성이 떨어지는데, 얼굴 재인의 정확성을 떨어트리는 대표적인 현상이 밑에서 다룰 무기초점 효과이다.

 

무기초점 효과(weapon focus effect)는 범인이 살상무기로 사람들을 위협할때 사람들의 시선이 무기에만 집중되어 범인의 얼굴이나 범죄현장에 대한 관찰을 방해하는 현상이다.[각주:9] 기본적으로 무기, 특히 총은 사람들의 긴장을 극도로 올리고, 위험한 물체는 그만큼 강한 주의집중을 유발하기 때문에 무기초점 효과가 일어난다. 실제로 어느 실험에서 한 집단에는 권총으로 점원을 위협하는 사람을, 다른 집단에는 수표로 점원을 위협하는 사람을 보여준후 위협하는 사람의 얼굴을 재인하게 하자, 수표를 본 집단에서 얼굴을 더 잘 재인했고 시선도 사람에게 더 자주 고정되었다. 이런 현상은 경찰보다는 MP40(2차대전기 총)을 든 신부처럼 총이 어색한 사람이 총을 드는 경우 더 강하게 일어나며, 화승총을 든 강도처럼 총이 특이한 경우에도 강하게 일어나는데 이는 어색한 상황이나 이상한 총이 주의집중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무기초점 효과에서 보듯이 목격자의 정서가 진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asterbrook의 단서활용 가설에 따르면 사람의 불안이 너무 크면 주의력이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각성은 인지에 도움이 되지만 인간이 너무 각성되면 주의력 범위가 너무 커져 정보처리의 효율성이 저하되거나, 범위가 너무 작아져 정보수집이 줄어들고 따라서 정보처리의 정확성과 효율성이 저하된다. 어느쪽이든 기억에는 악영향을 끼치며 목격자 진술에 좋지 않다. 후속 연구에서는 각성이 높을수록 정확성이 증가하는 핵심단서와 반대로 가는 주변단서를 구분했지만, 핵심단서와 구분단서를 어떻게 사전에 구분하는지는 미지수이다.

 

사건에서의 기억의 왜곡도 문제지만 사건 이전의 왜곡도 목격자 진술에 큰 문제가 된다. 기대(expectation) 효과는 목격자가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한 기대를 기준으로 하여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판단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기대 효과의 예가 고정관념이다. 목격자 진술에 고정관념이 나타나면 특정 인종이나 계층이 무고하게 범인으로 지목당할 수 있다. 자기인종편향이 한 예인데, 목격자의 인종이 범인과 다르면 얼굴 재인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는 경험차이 가설에 의해 설명되는데, 경험차이 가설에 따르면 다른 인종과의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접촉이 자기인종편향을 줄일 수 있다.

 

노인이 제대로 된 목격자 진술을 할 수 있는지는 연구대상이다. 물론 대부분의 노인들은 남들만큼이나 정확한 목격자 진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얼굴 재인으로 넘어가면 그렇지가 않다. 대다수의 노인들은 기억력이 쇠퇴하여 젊은이에 비해 한번 본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사건에 대한 단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번 보면 이런 차이가 사라지지만 불행하게도 범죄현장은 대부분 단기간에 나타나고 범인의 얼굴은 운좋아야 한두번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의 목격자 진술보다 더 큰 관심을 모으고 더 큰 논쟁거리가 되는 분야가 있으니, 아동의 목격자 진술은 지금까지도 법정심리학의 뜨거운 감자이다.

 

MPI

기억연구자 로프터스는 거짓기억 연구를 통해 단어선택이나 숫자 왜곡같은 사소한 변화도 목격자 증언의 내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연구를 기초로 로프터스는 법정에서 목격자의 능력과 목격자 진술의 신뢰도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MPI(Misleading Postevent Information)는 기억의 인출방식이나 목격자의 묘사 과정에서 왜곡된 기억을 이르는 말로, 이로 인해 기억의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를 misinformation effect라 한다. misinformation effect는 목격자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각주:10] 일상에서 격리된 상황에서[각주:11] 진술을 할수록 더 커지며, 학자들은 MPI가 언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각주:12]

 

실제로도 범죄 기소동안 목격자의 진술은 많은 정보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한 연구에서 목격자들은 단순히 수사관에게 암시만 받은 사항을 실제 목격한 것으로 착각했다.[각주:13] 비슷하게 용의자 여러명을 가로로 세워놓고 반투명 거울 뒤에 있는 목격자에게 범인을 찾게 하는 정렬검사(lineup)의 경우 검사 이전에 보여준 용의자 사진을 목격자가 실제 범인으로 지목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lineup 상황에서 목격자가 용의자들 중에 가장 친숙한 얼굴을 찾으려 하기 때문인데,[각주:14] 가장 친숙한 얼굴을 용의자의 얼굴로 오귀인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목격자의 기억 왜곡은 사건의 목격과 증언 시점이 가까울수록 일어나기 쉬운데,[각주:15] 이는 증언 자체가 기억을 일부 왜곡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기억 왜곡을 막기 위해 개방형 질문을 하여,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전반적 상황까지 모든 것을 상세히 회상(recall)하도록 질문해야 하고(cognitive interview),[각주:16] 정렬검사를 실시할때는 용의자 가운데 진범이 없을수도 있다고 귀띔해서 무조건 범인을 하나 찾아내려는 압박감을 감소시켜주며, 정렬검사보다는 한번에 하나의 용의자만 보여줘야 한다고 권고한다. 용의자의 얼굴을 볼때 범인인지 아닌지 바로 판단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각주:17] 질문을 던지고 예/아니오로만 대답하게 하는 confirming feedback은 지양되어야 한다. 목격자가 용의자의 사진을 보고 판단하게 하는 포토스프레드나 용의자를 한명씩 보여주는 쇼업(show-up) 기법도 좋은 대안인데, 목격자에게 사건의 배경도 같이 물어보면 진술의 질이 올라간다. 아직까지 기억 왜곡을 줄이는 가장 좋은 절차가 무엇인지는 논쟁이 있다.[각주:18] 

 

한편 목격자 진술과 비슷하게 알리바이도 상당부분 부정확하다. 알리바이(alibi)는 범죄가 발생한 시점에 용의자가 범죄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증언인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만약 용의자가 정말로 무고하다면 알리바이가 일관되며[각주:19] 정확할 것이라고 믿는다.[각주:20] 그러나 실제 연구에서 피험자는 자신이 진짜로 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48시간 후 이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36%나 실수를 범하였으며, 여기서 테스트한 알리바이의 항목은 4개에 불과했다.[각주:21] 다른 연구에서도 알리바이의 일관성은 그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2주가 지나자 상당히 비일관적이었다.[각주:22]

 

알리바이는 목격자 진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 과정에 의해 불완전하며,[각주:23] 심지어 범죄와 같이 일상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사건은 알리바이가 더욱 부정확해지며 스키마에 따라 왜곡되기 쉽다.[각주:24] 사실 사람들은, 심지어 경험많은 경찰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알리바이가 진실한지 아닌지를 알아채지 못하며,[각주:25] 진위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동기가 강한 사람의 알리바이가 더 자주 진실로 여겨진다.[각주:26]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 로프터스(loftus)가 있다. 로프터스는 기억연구자로 목격자 진술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하였다. 무기초점 효과와 거짓기억에 대해 연구했으며, 20세기 말 비과학적인 심리치료의 유행으로 인해 무고한 아버지들을 성범죄로 고발하는 관행이 미국을 휩쓸때 기억연구를 통해 대중과 법원과 소통하여 수많은 아버지들을 구해냈다.

 

아동의 목격자 진술

1989년 코넬대학에서 APA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합했다. 그러나 학회는 의견충돌로 막을 내렸다. 코넬대학에서 합의를 보려 했던 문제는 아동의 증언이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한 문제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동의 증언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는 학계의 관심거리이며, 학자들 뿐만 아니라 인권운동가들, 사법당국 관계자들, 관련 정부인원, 국회의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동의 기억은 믿을만한게 못된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 증거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은 피암시성이 높아 유도질문이나 암시에 의해 왜곡되기 쉽다. 하지만 아동은 소풍처럼 비일상적인 사건은 오랫동안 정확하게 기억하고 특히 자신이 행위자로 참가한 행위 기억은 미취학 아동들도 매우 오래 기억한다. 이는 인화기억효과에 의한 것으로, 인화기억효과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가하는 각성호르몬에 의해 어떤 기억의 정확성이 증가하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범죄현장도 매우 정확하게 기억하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적 학대는 장기간 일상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성적 학대에 대한 기억은 부정확하기 쉽다. 그러나 Ceci와 Bruck의 연구는 아동에게 생소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기억의 정확도가 감소함을 지적한다. 실제 어떤 연구에서도 스트레스 상황보다 평범한 상황일때 아동의 기억이 더 우수했다. 또한 기억을 제대로 하더라도 어른에게 동조하여 실제 증언이 아니라 질문에 맞는 대답만 할 수도 있다. 

 

위의 분석들 모두 어느정도 이견이 있다. 어떤 연구자는 동조 가능성을 배제하고 거짓기억 실험을 설계하여 아동을 실험하였다. 이 실험에서 연구자는 아이들에게 토끼인형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영상을 보여주고 한 집단에는 "아이가 가지고 놀던 강아지인형이 무슨 색이었니?"처럼 거짓전제를 포함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집단에는 아이의 인형이 토끼인지 강아지인지 질문했고, 다른 집단에는 인형이 토끼인지 곰인지 물었다. 만약 동조 가설이 맞다면 실제 기억은 보존되었기 때문에 아동들이 토끼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연구결과는 토끼와 곰이 엇비슷했다. 이는 동조가 일어나든 말든 유도질문이나 암시가 실제로 아동의 기억을 왜곡함을 보여준다.

 

 

배심원 제도의 부작용

배심원 제도는 서구권에서 많이 쓰이고 있으며 2012년부터 한국에도 도입되었다. 배심원 제도는 기존의 판사 중심 재판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고, 특히 국민에 의한 사법권 견제가 실현되기 때문에 매우 의미있는 제도지만 결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배심원 제도의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심원 제도를 수정하여 더 나은 배심원 제도를 목표로 해야 한다.

 

배심원 제도의 부작용 중 예상할 수 있는 하나는 동조 현상이다. 동조는 개인의 결정이 다수의 결정에 무작정 따라가는 현상으로 보통 결정해야 하는 사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집단을 매우 신뢰하거나 반대로 자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 또는 다른 의견에 배타적인 집단 응집성과 일탈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경우 잘 나타난다. 배심원 제도는 특성상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동조가 일어날 여지가 크며 배심원 집단의 크기와 사회문화적 배경도 동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배심원을 대상으로 동조 현상을 연구한 결과 집단의 크기는 실제 판결에 영향을 주었다.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평결에서 7인 이상이 유죄를 선고한 경우 90%의 사건이 유죄로 판결되었다. 반대로 7인 이상이 무죄를 선고한 경우에는 단지 14%만 유죄로 판결되었다. 연구는 다른 사회심리학 연구가 보여주듯이 4-5명의 반대자가 있어야 동조를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배심원의 규모가 작을수록 집단극화가 일어나기 쉬웠는데, 배심원이 6명인 경우 12명인 경우보다 토론이 짧고 만장일치가 많이 나왔다. 이런 집단에서 토론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한다기 보다는 다수의 판단을 극화시켰는데 책임감의 분산과 그로 인한 극단적 주장의 출현이 원인으로 보인다. SES도 판결에 영향을 주는데, 노동자 출신 배심원의 의견은 실제 판결에 미미한 영향(r=.02)만을 주었지만 자영업자 출신인 경우 25%의 영향을 주었다. 

 

연구에 따르면 모두진술(opening statement)이 배심원의 판결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진술은 재판 시작시에 피고의 죄를 고발하는 검사와 변호하는 변호인의 발언인데, 검사의 모두진술은 증거보다 설득력이 더 컸다. 특히 검사의 모두진술이 세련되고 상세한 경우 검사측 모두진술의 영향은 더욱 컸다. 반면에 변호인의 모두진술은 검사의 모두진술이 불충분하고 간략할때만 효과가 있었다. 이는 검사의 모두진술이 배심원이 앞으로의 증거나 논의를 받아들이는 스키마의 토대가 되어 일어나는 일로, 실제로 변호인이 먼저 모두진술을 하게 한 실험에선 변호인의 모두진술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모두진술은 재판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제공하여 배심원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만, 검사가 발언을 먼저 시작하게 하는 현행 모두진술 제도는 필연적으로 변호인에게 약간 불리하다.

 

동조만큼 배심원에게 영향을 주는 게 재판전 언론보도이다. 언론 보도에서 사건에 관한 내용을 들은 사람은 피고를 유죄로 볼 확률이 높은데, 실제로 피고의 과거 전과와 자백 번복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은 60명을 조사한 결과 47명이 피고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숫자는 기사에서 편파성을 제거하자 33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법정에서도 인지하고 있고, 재판 기일을 속행해서 추가 정보유출을 막거나, 배심원간 집중토론을 시켜 명확한 사실과 합리적인 주장만이 생존하게 하거나, 판사가 직접 언론 보도를 무시하라고 경고하여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가 매우 선정적인 경우 이런 전략을 잘 통하지 않는다. 간혹 배심원이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통찰하는 경우 효과는 사라지지만, 스튜어트 홀의 기대와 달리 그러한 경우는 소수이다. 

 

외모지상주의는 어떤 윤리학자의 주장과 다르게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치는데, 그 중 하나가 배심원 제도이다. 피고의 신체적 매력은 배심원의 판결에 영향을 준다. Michael Efran의 연구에서 배심원은 잘생긴 피고에 대한 죄의 확신이 낮았고 처벌도 더 약했다. 비슷하게 Alexis Scangas의 연구에서도 배심원들은 못생긴 피고에게 더 많이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efran의 연구에서 신체적 매력의 영향은 남자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여성 피고를 판결할때 제일 컸기 때문에 아직도 여성이 외모로 평가받는다는 페미니스트의 가설을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scangas의 연구에서도 배심원은 피고가 예쁜 여자이거나 못생긴 남자일때 가장 판결을 확신했다. 반면 사기 사건의 경우에는 잘생긴 피고, 특히 예쁜 여성 피고인 경우 더 크게 처벌하여 일종의 역차별 현상도 보여주었다.

 

외모지상주의는 시민의 건강 악화와 여성에 대한 차별 강화 등의 이유를 고려할 때 빨리 사라져야 마땅하다. 이는 배심원 제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바우마이스터(baumeister)와 darley에 따르면 사건에 대한 사실적인 자료를 증가시키면 신체적 매력의 영향은 감소했다. 이는 사건에 대한 정보량이 증가하면, 무의식중에 피고의 얼굴에 가있던 배심원들의 주의를 쌓여있는 정보와 관련된 피고의 죄로 이동시키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외에 사회적 태만은 배심원 간에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다. 사회적 태만은 개인의 성과가 집단 속에 묻혀서 잘 드러나지 않거나 서로 연고도 없고 동기도 부족한 사람이 모여있을때 잘 나타나는데, 이 모든 요인은 배심원 제도가 가지고 있다. 한편 정서적 요인도 배심원 제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 눈물을 동반한 피고의 심리적 호소나 법정 자체가 주는 긴장이 평결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슬픔이나 연민은 약한 처벌을 초래하고, 두려움은 소극적인 결정을 유발하며, 불안이나 긴장은 위험부담이 낮은 평결을 채택하게 만든다. 반면 분노는 즉각적인 충동 반응을 일으켜 강한 처벌을 일으킨다.

 

 

위험성 평가

많은 나라에서 보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돈이 많은 사람은 언제든 감옥을 나올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모두가 보석을 낼 수 있는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피고를 풀어줬을때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보석을 거부한다. 가정폭력으로 잡혀온 범죄자를 돈받고 풀어주는 일은 정상적인 국가에선 해선 안되는 일이다. 여기서 관건은 범죄자의 위험성이다. 법률심리학자들은 범죄자의 위험성을 평가하여 보석 허용여부에 관해 법정에 조언한다.

 

위험성 평가는 특정 인물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나 재범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자는 평가하는 대상이 범죄 당사자나 사회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지 예측한다. 위험성 평가는 사용하는 데이터에 따라 정신의학적(임상적) 위험성 평가와 통계적 위험성 평가로 나뉜다. 임상적 평가는 평가자의 전문성과 직관에 의존하는데 타당성과 신뢰성이 불안정하다. 통계적 평가는 범죄 관련 데이터를 토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타당성과 신뢰성이 준수하고[각주:27] 훈련도 쉽지만, 통계적 결론은 다수 인간을 상대로 한 일반화된 결과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인 범죄자에게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비판자들은 위험성 평가가 예측이 부정확하고, 범죄자의 자유의지를 침해하며, 개인의 복지를 중시하는 임상가의 윤리에 대치된다고 주장한다.

 

위험성 평가 결과는 구체적으로 명시된 위험성 요인 밎 개입 방법과 함께 제출되어야 한다. 퍼센테이지처럼 수치화된 표현은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피된다. 심리학자는 보통 위험수준의 고,중,저를 예측하는데 중점을 두는 데 반해 정신과 의사는 기술적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둘 다 독단적이고 확정적인 진술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재범 위험성 평가는 위험성 평가의 일부로, 한번 죄를 지은 자가 앞으로 해로운 행동이나 사건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는지 계산하는 과정이다. 성범죄자나 연쇄살인마처럼 재범률이 높은 재범 고위험군이나 성인기 범죄의 우려가 있는 청소년 범죄자에게 주로 실시된다. 재범 위험성 평가는 재범률 계산외에도 잠재적 범죄자 식별, 판결에서의 처우 계획 수립, 수형자 분류, 가석방 등 다양한 법적 절차에 유용하다. 한국은 한국 위험성 평가 시스템(Korean Risk Assessment System,KORAS-G)과 사이코패시 체크리스트 개정판(Psychopathy CheckList-Revise, PCL-R)을 재범 위험성 평가에 사용하는데, PCL-R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진단하는 도구지만 KORAS-G보다 재범 위험성을 더 잘 예측하여 특히 청소년에게 많이 사용된다.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 척도(Korean Sex Offender Risk Assessment Scale,KSORAS)는 범죄자 중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는 도구로 성인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며, 검사결과는 전자발찌 필요여부를 평가한다.

 

 

재판상담

재판상담(재판 컨설팅)은 심리학적 지식을 응용해 재판에 도움을 주고 변호사를 보조하는 기술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재판 컨설턴트들이 재판상담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로펌과 계약하여 배심원 선정 절차나 증인 교육 등에 관여하여 변호사를 보조한다. 재판상담은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나 현재 미국에서는 많은 로펌이 재판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있다.

 

재판 컨설턴트들이 일하는 분야 중 하나는 배심원 선발이다. 재판에서 양 당사자들은 되도록이면 배심원을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사람으로 채우고자 한다. 컨설턴트들은 이를 위해 배심원이 선발되는 지역에서 구성원 면담을 실시하거나 설문조사를 하여 지역 사람들이 자기측에 유리한 배심원이 될 수 있는지 평가한다. 그림자 배심원(shadow injury) 제도는 이럴때 쓰이는 방법인데, 이 방법을 사용하는 컨설턴트들은 실제 배심원과 인구통계적으로 유사한 사람들을 모아 자기들의 증거와 변호사 전술 및 전략을 테스트한다. 이를 통해 배심원이 자기들에게 유리할지 판단하고 자기들의 전략도 수정한다. 배심원의 선발 지역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변호사를 통해 재판 장소 변경을 신청하기도 한다. OJ 심슨이 이 제도의 혜택을 얻었다.

 

예비심문 절차는 배심원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컨설턴트들은 이 절차에서 배심원 후보가 사건에 대해 자기측에 불리한 선입견이 있는지 알아본다. 컨설턴트들은 배심원 후보에게 사전 심리조사를 실시하여 호의적인 배심원만을 선택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배심원은 제거한다. 미국은 일정 비율의 배심원을 맘대로 거절할 수 있는 쿼터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보통 컨설턴트들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배심원을 내칠때 사용된다.

 

배심원만큼 중요한게 증인이다. 증인이 처신하는 바에 따라 자기측이 타격을 입거나 상대측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재판 컨설턴트는 변호사가 증인을 준비하거나 증거를 제시할 때, 혹은 배심원을 설득할 때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법정에서 유리하기 위해 증인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증언의 검토와 토의, 증언 내용이나 태도의 조정이 포함된다. 법원에 적합한 옷차림이나 화법, 판사나 상대측 변호사에게 반응하는 방법 등의 증언전달 수정도 증인 교육의 일환이다. 동시에 증언의 특징이나 내용에 변호사가 익숙해지도록 변호사 교육도 실시한다. 

 

 

책임능력 평가

2010년대 초반까지 음주로 인한 감형은 큰 논란이 되었다. 국민들은 범행 전 마신 술 한잔으로 감옥에 있을 년수가 한자리로 줄어드는 현상을 보며 분개했다. 당시 법원은 술을 마신 사람이 심신미약의 상태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덜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어떤 사람들은 심신미약으로 인해 법정에 설 수 있는 능력(competency to stand a trial)이나 판결을 받을 수 있는 능력(adjudicative competence)이 없다고 판단되어 한정책임능력자로 분류되고 처벌이 감경되거나 면제된다. 이처럼 피고가 형사적 책임 수행이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일도 법정심리학자의 일로, 피고가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체포시 자살시도나 이상행동을 보인 경우 주로 실시된다.

 

한정책임능력자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절차를 밣을 능력(competency to proceed)과 결정할 능력(decisional copetency), 즉 그 사람이 사법절차의 의미를 이해하고 타당한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지적 능력이 있는지 평가한다. 보통 Dusky 기준이 이를 평가하는데 반영된다. Dusky 기준은 피고가 1)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지,(즉 법적 절차에 대해 이해하는지) 2)자신의 변호를 위해 변호사와 협력할 능력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피고가 법정에 설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Dusky 기준은 십대 강간범 2명의 범죄를 도운 33세 남성 밀턴 더스키(Milton Dusky)의 재판에서 성립되었는데 당시 더스키는 조현병을 앓고 있어 책임능력의 여부가 의심되었다. 판례를 확립한 미국 대법원은 정신병 여부와 상관없이, 피고가 합리적 수준의 이해를 가지고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법정에 설 능력이 있다고 간주한다고 판단하여 더스키에게 45년형을 선고하였다. 

 

제임스 설리번(James Sullivan)도 더스키 기준에 따라 유죄가 선고되었다. 정신지체였던 설리번은 켄터키 식품점에서 일하던 당시 경비원을 위협해 800달러를 강탈하고, 경비원을 감금한 후 가게에 불을 질렀다. 체포될 당시 설리번은 중학교 중퇴에 낮은 지능으로 인해 군입대도 거부당했고 아이큐는 65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배심원과 변호사, 판사의 역할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었고 법정심리학자와 판사는 그가 법정에 설 능력이 있다고 판정하여 실형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Dusky 기준은 법적 절차를 이해하는 능력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막말로 약식 기소같은 경우 일반인도 겪는 일이지만 사기죄나 복잡한 형사소송 절차는 정상인이라도 대다수 시민에겐 매우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 형법에서는 책임능력을 '행위의 불법을 통찰하고, 이에 따라 행위를 조정할 수 있는 행위자의 능력, 법규범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판사의 결정으로 심신장애자로 분류되고, 심신장애를 가진 사람은 형법 제 10조 1항에 의거해 벌하지 않는다. 심신장애자는 아니지만 심신장애로 인해 저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는 형법 10조 제 2항에 의거해 형을 감하고, 이외에 농아나 14세 미만인 아동은 각각 형법 제 11,9조에 의해 형을 감하거나 벌하지 않는다. 14세 미만의 경우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강력범죄로 인해 조항이 문제시되고 있으며 기준나이를 낮추라는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 통계를 보면 정신감정과 그에 대한 법정의 인식이 60% 일치하고, 주로 정동장애,조현병,망상,비정형 정신병,해리성 장애,충동조절장애,꾀병,성도착증에서 법정이 전문가의 증언을 자주 수용한다. 반면 기질성 정신장애나 정신지체, 중독, PTSD에서는 증언이 잘 수용되지 않아 일치율이 20% 이하인데 이는 법정에서 감정결과뿐만 아니라 언행이나 과거 상태, 재범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심신미약의 경우 일치율이 73%이고, 최근 법정에서 증언하는 전문가가 한국심리학회에서 공인된 전문가들로 엄선되면서 일치율이 90%로 올라갔다.

 

정신이상 평가

정신이상 평가는 피고가 정신이상으로 인해 책임능력이 없는지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평가를 통해 피고가 책임능력이 없다는게 드러난다면 피고에게 책임이 면제되는데 이를 정신장애 항변이라 한다. 이 개념이 법정에 도입되던 초창기에는 범죄의도의 유무가 중요했다. 1843년에 정립된 McNaughten 원칙은 범죄자의 인지적 요소와 범죄 의도를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는 범죄자가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을 인식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인지적 요소와 행동 통제 실패를 중요하게 본다. 즉 실제 범죄의도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범인이 진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어 범죄 당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행동적 통제의 실패로 인정되어 책임능력이 없다고 평가된다. 20세기 중반에는 Durham 원칙에 따라 정신질환이 있으면 무조건 정신장애 항변이 인정되었지만 현재는 Brawner 원칙에 의거해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인지적 요소 결여와 행동 통제 실패가 성립해야 정신장애 항변이 인정된다. 여기서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정신이상이 법정에 설 당시의 정신상태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신이상 평가가 무엇을 평가하는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신이상 평가에서 고려할 사항 중 하나는 꾀병(malingering)이다. 꾀병은 없는 정신이상을 만들어내어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로 평균 이상의 지능과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시행한다. 꾀병부리는 사람들은 보통 의도적으로 없는 증상을 만들어내거나 있는 증상을 극도로 과장하는데, 주로 보험이나 감형이 목적이고 한국의 경우 낮은 등급의 병역판정이 목적이 되기도 한다. 꾀병을 부리는 사람들은 자기 행동에 확신을 가지고 있겠지만 실제로는 이들의 과장된 응답(이러한 응답은 심한 가정폭력이나 PTSD에서만 나타난다)으로 인해 평가결과가 실제 정신질환자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와 쉽게 걸린다. 평가에 쓰이는 많은 도구들은 허위응답을 잡아내는 척도가 있기 때문에 꾀병은 거의 실패한다. 비슷하게 심리전문가를 매수하여 자신의 정신질환을 조작하려 드는 부자들이 매체에 자주 묘사되지만 통계분석 결과 이는 근거가 없다.

 

정신장애로 인한 무죄(Not Guilty of a crime by Reason of Insanity, NGRI)는 많은 사람이 시도하지만 실제로는 드물다. 전체 형사재판 중 1-3%에서만 피고가 NGRI를 선고받는다. 또한 NGRI를 선고받은 범죄자도 치료감호소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후에야 나갈수 있다. 1975년부터 일부 법조계에선 정신적으로 병이 있지만 유죄(Guilty But Mentally Ill, GBMI) 개념이 증가하고 있는데, GBMI를 선고받은 범죄자는 다른 범죄자와 마찬가지로 형을 살지만 대신 심리치료가 끝난 후에 형을 산다. GBMI를 선고받은 범죄자는 먼저 치료감호소로 후송되어 정신질환을 치료받고, 질환이 치료되면 다시 교도소로 이송되어 남은 형을 산다. 그러나 NGRI든 GBMI든 판결이 정신과 전문가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게 되고 상습적인 재범자를 병원으로 보내어 자유롭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비판자들은 어떤 정신질환이 정신장애 항변을 인정받는지, 정신장애 항변을 하지 않은 정신질환 범죄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NGRI가 선고되든 GBMI가 선고되든 범죄자는 치료감호소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게 된다. 문제는 NGRI의 경우 치료기간이 끝나면 범죄자가 자유의 몸이 되지만 실제로는 계속 치료기관에 남는 경우가 많다. 박스트롬(Baxtrom) 환자라 불리는 이들은 치료기간이 지났음에도 치료가 끝나지 않아 계속 치료기관에 머물게 되며 보통 구금기간보다 8년을 더 머문다. 이들이 연장되어 치료받는 동안 드는 세금과, 연장된 치료기간 동안 같이 연장된 인권 억압으로 인해 박스트롬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자백과 허위자백(false confession)

자백은 형사소송법상 자기 범죄사실의 일부나 전부를 시인하고 이에 대한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것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든 성립한다. 자백은 다른 어떤 증거보다 배심원들의 결정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각주:28] 신속한 사건해결과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타국보다 중시하는 한국에서 자백의 영향은 더욱 크다.[각주:29]

 

범죄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자백을 한다. 자신의 범죄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범죄자는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백을 하기도 하며,[각주:30] 반대로 자신의 범죄가 스트레스나 정신적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고 믿는 범죄자도 자백할 가능성이 있다.[각주:31] 또한 조사과정에서 느끼는 공포와 압박감에서 해방되기 위해 자백을 하기도 하고,[각주:32]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자백하기도 한다.[각주:33] 이중 후자의 3개는 허위자백을 일으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반면 범죄를 숨기기 위해, 처벌이 두려워서, 혹은 자존감 상실이 걱정되서 범죄자가 자백을 안할수도 있다.[각주:34]

 

허위자백은 경찰의 강압을 비롯한 기타 요인으로 인해 피의자가 거짓을 자백하는 경우를 말한다. ofshe[각주:35]는 허위자백을 자백을 바라는 요구에 응한 용의자가 고의적으로 위조되거나 실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진술을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앞서 말했듯이 자백의 증거능력은 매우 크고, 많은 사람들이 자백은 정확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16시간 이상 심문(일반적인 2시간을 초과)을 지속하면 허위자백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단순한 반복질문도 허위자백을 일으킬 수 있다.[각주:36]

 

허위자백은 3개 유형으로 나뉘는데 대개의 허위자백은 내재화된 허위자백(coerced-internalized false confession)로, 장기간 심문으로 피의자가 극도로 혼란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암시적 유도심문을 실시할 때 나타난다. 이외에 다른 유형의 허위자백을 보면, 강요된 복종적 허위자백(coerced-compliant false confession)[각주:37]은 외부에서 공포와 압력이 가해지고 자백할 시 이득이 있다고 여겨질 때 나타나는 허위자백으로, 아마 마녀사냥때나 독재국가의 조작된 사건에서 흔하게 나타났을 것이라 짐작한다. 내재화된 허위자백과 강요된 복종적 허위자백은 심문 이후 용의자가 노출되는 사회적 영향력의 차이로 갈라진다.[각주:38] 또한 강요된 복종적 허위자백과 내재화된 허위자백은 진술의 불안정성과 신문의 특성, 조사 당시의 심리적 취약성에서 차이가 나며,[각주:39] 보통 내재화된 허위자백을 한 피의자가 더 지능이 높다.[각주:40] 한편 위의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허위자백(coerced false confession)과 달리 자발적인 허위자백은 허영심이나 정신질환에 의해 유발되는데, 잭 더 리퍼 사건 당시 자신이 잭 더 리퍼라고 주장했던 수십명의 가짜 잭 더 리퍼들이 여기 해당한다.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는 gudjonsson과 simon이 있다.

 

내재화된 허위자백(coerced-internalized false confession)

내재화된 허위자백은 기간 심문으로 피의자가 극도로 혼란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암시적 유도심문을 실시할 때 나타나는 허위자백으로, 가장 흔한 유형의 허위자백이다.[각주:41]  이는 특히 범죄 상황이 복잡하고 기억이 희미할 때 더 자주 일어난다. 내재화된 허위자백은 외부에서 암시된 내용이 피의자의 피암시성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인데(suggested confession), 법정심리학에서 피암시성은 격리된 사회적 상호작용 안에 있는 사람들이 딱딱한 질문절차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를 받아들여서 행동반응에 잠재적 영향을 받는 것이다.[각주:42] 연구자들은 주로 피의자의 피암시성[각주:43]과 조사관의 질문유형(interrogative questioning)에 초점을 두어 연구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관의 질문유형은 피의자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끼치며, 피의자의 피암시 가능성에도 영향을 끼친다.[각주:44] 이중 허위자백을 유발하는 질문으로는 유도질문이나 부정적 피드백, 반복질문(repeated question)[각주:45]으로, 이러한 질문유형은 기억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생성하면서 이를 피의자에게 내재화할 수 있다.[각주:46] 사실 유도심문을 비롯한 이러한 질문유형은 MPI를 일으키는 탁월한 방법중 하나이다. 유도질문에 비해 반복질문은 허위자백을 일으키는 효과가 떨어지지만, 이는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이지 효과 자체가 약한 것은 아니다.[각주:47]

 

백승경과 김재휘[각주:48]는 한국 대학교에서 50명을 대상으로 반복질문이 허위자백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폐쇄적인 취조실과 유사한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실험은 대학 건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심리학 실험실에서 실시되었으며, 피험자들은 심리학 교양과목을 수강하던 이공계 학생들이었다. 연구자는 피험자에게 본 실험이 인지과학 관련 연구라고 속이고(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분당 120타 정도의 속도로 특정 글자를 타이핑하도록 지시했다. 이때 연구자는 숫자 키를 누르면 연구데이터가 삭제되기 때문에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이후 실험이 시작되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과제가 실시되는 컴퓨터가 정지하였다. 이는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것으로, 컴퓨터는 에러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모든 프로그램을 멈추었다. 이때 연구자는 피험자에게 '숫자 키 누르셨어요?'라는 질문을 최대 4회 실시하고 피험자의 응답을 기록하였다. 과제는 피험자가 숫자 키를 누르지 않도록 설계되었으며, 실험 시작 이후 연구자는 피험자와 등을 맞댄 자리에 앉아서 연구자가 피험자의 행동을 관찰했을(그래서 결백을 알아줄)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또한 피험자의 응답은 3명의 독립된 관찰자에 의해 측정되었으며 관찰자간 일치도는 유의했다.

 

실험 결과, 첫번째 질문에서는 피험자의 84%가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오직 1명의 피험자만이 자신의 잘못을 주장했다. 그러나 질문을 반복할수록 자신의 잘못이라고 허위자백한 피험자가 늘어났으며, 4회째에 들어서는 전체의 24%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허위자백했다. 또한 전체 피험자의 32%는 실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연구자의 반복질문에 자신이 잘못한게 아닌지 의심해 보았다고 응답했다.

 

 

형벌의 효과(deterrence)

범죄를 저지르고 검거된 사람은 일반적으로 재판을 받은 후 형벌에 처하게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형벌을 부과하거나 형벌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은 실제 범죄의 억제에 기여한다. 이는 형벌의 확실성과 강도에 따르는 것이라고 여겨는데,[각주:49] 여기서 확실성은 범죄자가 확실하게 검거되어 처벌을 받는 정도를 의미하고, 강도는 범죄자에게 가해지는 형벌의 강력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여러 실험연구는 형벌의 확실성과 강도가 범죄를 억제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령 한 현장실험[각주:50]에서 사람들은 불법 영상시청이 범죄라는 경고문을 읽자 3분의 2가 불법 영상시청을 중단하거나 불법 영상시청을 위한 장치를 제거하였다. 나이가 적거나 돈이 많은 경우 시청을 그만두는 경우가 더 적긴 했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가정폭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각주:51]에서 단순히 가해자에게 경고를 주는 것은 어떠한 억제효과도 없었지만, 가해자를 체포하거나 피해자와 격리시킨 경우에는 효과적으로 범죄를 억제할 수 있었다. 한편 한 실험연구[각주:52]에서는 위하력의 조건에 대한 체계적인 실험이 이뤄졌는데, 그 결과 처벌의 확실성과 강도가 범죄를 억제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단순히 처벌을 할 수 있다고 위협만 한 경우에는 처벌의 확실성만이 효과가 있었다. 최근의 실험[각주:53]에서도 처벌의 강도는 범죄를 억제했지만, 동시에 처벌의 확실성을 낮추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러한 실험연구의 결과는 광범위한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에서도 재현되었다. 플로리다를 대상으로 한 연구[각주:54]에서 체포율은 범죄를 상당히 억제하였으며, 특히 체포율이 30%를 넘는 경우 범죄율이 대략 20% 이하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체포율 30%를 기준으로 집단을 나누어 분석한 결과, 오직 체포율이 30%를 넘는 경우에만 체포율이 범죄율을 상당히 낮추었다(r=-.48~-.58). 형량의 정도도 범죄 억제에 기여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각주:55]에서 징역형의 확실성은 모든 강력범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였다. 그러나 징역 형량은 살인(-.45)은 낮췄지만 오히려 성범죄의 형량을 높였으며(.26), 처벌의 확실성이 높을때만 범죄를 낮추는 듯한 경향만을 보였다. 이는 형벌의 강도가 강할수록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즉 형벌의 확실성이 낮아지기 때문)으로 보이며, 확실성을 통제하는 경우 형량도 범죄를 억제한다(-.29).[각주:56] 한편 형벌을 부과하면 범죄가 더 는다는 낙인 이론의 주장은 실제와는 달라보인다.[각주:57]

 

위와 같은 조사연구는 공식 통계를 활용하기에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70년대를 지나면서 횡단적 조사연구보다는 종단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늘었다.[각주:58] 강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각주:59]에서 형벌의 강화는 실제 성범죄를 낮추지 못했다. 반면 형벌의 확실성은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는데, 실제로 형벌의 확실성이 증가하자 음주운전의 비율이 낮아졌지만[각주:60]  그 효과가 장기간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연구[각주:61]도 있다. 재범율의 경우 처벌의 경험이 기업범죄의 재범률을 억제했다는 연구[각주:62]가 있지만, 투옥기간이 재범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통계가 있고, 지각된 보상은 마약사용 재범율에 영향을 끼쳤으나 지각된 비용은 그렇지 않았다는 연구가 있다.[각주:63](다만 이 연구는 후속 실험연구에서 재현되지 않았다[각주:64]) 게다가 최근의 연구는 감옥에 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재범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각주:65] 국내연구[각주:66]의 경우 형벌의 확실성은 재범가능성을 낮추었지만 형량은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들은 수감률이 범죄율을 낮춘다는 선행연구와 일관되지 않아보인다. 어저면 감옥의 억제 효과와는 별개로, 감옥이 재범율을 낮추는 정도는 감옥 내의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는지도 모른다. 가령 한 메타분석[각주:67]에서 형량이 길수록 재범율이 5% 가량 낮아졌는데, 감옥의 시설이 열악할수록 오히려 재범률이 15% 증가하였다. 다른 연구[각주:68]에서는 감옥에서 절차적 정의가 충족되었다고 느끼는 수감자의 재범률이 더 낮았다(OR=.81). 어쩌면 80년대 이후 감옥의 무효성을 관찰한 연구들은 당대 미국의 사회적 특성(사립교도소의 난립으로 인한 교도소 시설 악화)과 결부해서 봐야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교정환경이 훨씬 좋은 네덜란드의 경우 재범률은 낮추기 위해 감옥에 보내는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 조치가 재범률을 낮추긴 커녕 오히려 높였다.[각주:69]

 

한편 여러 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조사[각주:70]에서 연구자는 사람들에게 어떤 제재를 당할 때 더 부정직하고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을 것인지 질문하였다. 그 결과 사람들은 법적이나 사회적인 제재보다는 죄책감이 느껴질 때 더 그러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법적 제재의 심리적 효과는 이러한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가장 강했다. 어쩌면 사람에 따라 형벌에 대응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다.

 

종합적으로 형벌은 실제로 범죄를 억제한다. 범죄자를 체포하고(-.11) 감옥에 수감하는 것(-.32)은 범죄를 억제며,[각주:71] 형벌의 확실성과 강도의 효과는 실험에서도 반복적으로 재현되었다. 다만 이러한 억제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으며, 개개의 형벌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각주:72] 또한 형벌의 강도보다는 형벌의 확실성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보았듯이 형벌 자체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모든 형벌이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록 감옥은 실제 범죄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사형이 그러한지는 미지수이다. 2012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사형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 모두가 어떤 주장을 지지하건 하나같이 결함이 있으며, 현재의 지식 수준으로 사형제의 효과를 알기는 힘들다고 결론내렸다.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는 nagin과 tittle이 있다. nagin은 형벌의 효과에 대한 AAAS의 보고서 제작에 참여하였다. tittle은 주로 공식 통계를 통해 형벌과 범죄율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필자는 형벌이 규범의 형태로 작용하면서 위하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행위에 형벌이 부과된다는 점은 그 행위가 규범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의미이다. 동시에 형벌은 규범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처벌이다. 이는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할 능력과 동기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배우지 못했거나 규범을 거부하는 등 규범을 내면화하지 않는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것이고, 재범률도 높을 것이다. 특히 충동성이 강해 규범의 내면화가 힘든 사람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일반인을 한 실험에서 형벌이 큰 위하력을 보여주었다는 점,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률이 높은 사람이 사회적 관계망에 잘 포섭되지 않은 사람이나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점, 감옥의 절차적 공정성에 동의하는 사람의 재범률이 낮다는 점을 설명한다.

 

만약 이 가설이 타당하다면 앞으로 교정환경을 설계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범죄와 재범은 윤리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무능력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재소자들을 교육할 때 정상적인 대인관계 능력을 교육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도록 교육하며 출소 후 사회적 관계망에 포섭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촉법소년의 경우 규범화가 덜 되어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소년원 교육도 합법적인 사회생활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1. Gleaves, D. H., Smith, S. M., Butler, L. D., & Spiegel, D. (2004). False and recovered memories in the laboratory and clinic: A review of experimental and clinical evidence. Clinical Psychology: Science and Practice, 11(1), 3-28. [본문으로]
  2. Pavlidis, I., Eberhardt, N. L., & Levine, J. A. (2002). Seeing through the face of deception. Nature, 415(6867), 35-35. [본문으로]
  3. Langleben, D. D., Loughead, J. W., Bilker, W. B., Ruparel, K., Childress, A. R., Busch, S. I., & Gur, R. C. (2005). Telling truth from lie in individual subjects with fast event‐related fMRI. Human brain mapping, 26(4), 262-272 [본문으로]
  4. National Research Council. (2003). The polygraph and lie detection. National Academies Press. [본문으로]
  5. 대법원2007도748 [본문으로]
  6. 이상 김청송,'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2)',싸이앤북스,2020,p229 [본문으로]
  7. 다만 이런 사건은 대개 프로파일링 없이도 쉽게 해결되어 실질적인 쓸모가 없다. [본문으로]
  8. Ross, D. R., Ceci, S. J., Dunning, D., & Toglia, M. P. (1994). Unconscious transference and mistaken identity: When a witness misidentifies a familiar but innocent pers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79(6), 918. [본문으로]
  9. Stanny, C. J., & Johnson, T. C. (2000). Effects of stress induced by a simulated shooting on recall by police and citizen witnesses. The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 113(3), 359. [본문으로]
  10. Gelman, R., Meck, E., & Merkin, S. (1986). Young children's numerical competence. Cognitive development, 1(1), 1-29;McGarrigle, J., & Donaldson, M. (1974). Conservation accidents. Cognition, 3(4), 341-350;Poole, D. A., & White, L. T. (1991). Effects of question repetition on the eyewitness testimony of children and adults. Developmental Psychology, 27(6), 975. [본문으로]
  11. Gudjonsson, G. H. (2003). The psychology of interrogations and confessions: A handbook. John Wiley & Sons. [본문으로]
  12. Gudjonsson, G. H. (2003). The psychology of interrogations and confessions: A handbook. John Wiley & Sons. [본문으로]
  13. Wells, G. L., & Bradfield, A. L. (1998). " Good, you identified the suspect": Feedback to eyewitnesses distorts their reports of the witnessing experienc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3(3), 360. [본문으로]
  14. Wells, G. L., Malpass, R. S., Lindsay, R. C., Fisher, R. P., Turtle, J. W., & Fulero, S. M. (2000). From the lab to the police station: A successful application of eyewitness research. American Psychologist, 55(6), 581;Wells, G. L., Small, M., Penrod, S., Malpass, R. S., Fulero, S. M., & Brimacombe, C. E. (1998). Eyewitness identification procedures: Recommendations for lineups and photospreads. Law and Human behavior, 22(6), 603. [본문으로]
  15. Lindsay, D. S. (1990). Misleading suggestions can impair eyewitnesses' ability to remember event detail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16(6), 1077. [본문으로]
  16. MacLeod, M. D., & Saunders, J. (2008). Retrieval inhibition and memory distortion: Negative consequences of an adaptive proces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7(1), 26-30. [본문으로]
  17. Wells, G. L., Malpass, R. S., Lindsay, R. C., Fisher, R. P., Turtle, J. W., & Fulero, S. M. (2000). From the lab to the police station: A successful application of eyewitness research. American Psychologist, 55(6), 581;Wells, G. L., Small, M., Penrod, S., Malpass, R. S., Fulero, S. M., & Brimacombe, C. E. (1998). Eyewitness identification procedures: Recommendations for lineups and photospreads. Law and Human behavior, 22(6), 603;Gronlund, S. D., Carlson, C. A., Dailey, S. B., & Goodsell, C. A. (2009). Robustness of the sequential lineup advantag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Applied, 15(2), 140. [본문으로]
  18. Gronlund, S. D., Carlson, C. A., Dailey, S. B., & Goodsell, C. A. (2009). Robustness of the sequential lineup advantag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Applied, 15(2), 140;Mecklenburg, S. H., Bailey, P. J., & Larson, M. R. (2008). The Illinois field study: A significant contribution to understanding real world eyewitness identification issues. Law and Human Behavior, 32(1), 22-27;Schacter, D. L., Dawes, R., Jacoby, L. L., Kahneman, D., Lempert, R., Roediger, H. L., & Rosenthal, R. (2008). Policy forum: Studying eyewitness investigations in the field. Law and Human Behavior, 32(1), 3-5. [본문으로]
  19. Culhane, S. E., & Hosch, H. M. (2012). Changed alibis: Current law enforcement, future law enforcement, and layperson reactions. Criminal Justice and Behavior, 39(7), 958-977;Dysart, J. E., & Strange, D. (2016). Beliefs about alibis and alibi investigations: A survey of law enforcement. In Beliefs and Expectancies in Legal Decision Making (pp. 11-25). Routledge. [본문으로]
  20. Warren, K., Snow, M., & Abbott, H. (2022). Alibi corroboration: an examination of laypersons’ expectations. Journal of Criminal Psychology, 12(3), 33-45. [본문으로]
  21. Olson, E. A., & Charman, S. D. (2012). ‘But can you prove it?’–examining the quality of innocent suspects' alibis. Psychology, Crime & Law, 18(5), 453-471. [본문으로]
  22. Strange, D., Dysart, J., & Loftus, E. F. (2015). Why errors in alibis are not necessarily evidence of guilt. Zeitschrift für Psychologie. [본문으로]
  23. Crozier, W. E., Strange, D., & Loftus, E. F. (2017). Memory errors in alibi generation: How an alibi can turn against us. Behavioral sciences & the law, 35(1), 6-17. [본문으로]
  24. Leins, D. A., & Charman, S. D. (2016). Schema reliance and innocent alibi generation. Legal and Criminological Psychology, 21(1), 111-126. [본문으로]
  25. Nieuwkamp, R., Horselenberg, R., & van Koppen, P. (2018). True and false alibis among prisoners and their detection by police detectives. Psychiatry, Psychology and Law, 25(6), 902-921. [본문으로]
  26. Culhane, S. E., Kehn, A., Horgan, A. J., Meissner, C. A., Hosch, H. M., & Wodahl, E. J. (2013). Generation and detection of true and false alibi statements. Psychiatry, Psychology and Law, 20(4), 619-638. [본문으로]
  27. Singh, J. P., Grann, M., & Fazel, S. (2011). A comparative study of violence risk assessment tool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regression analysis of 68 studies involving 25,980 participants. Clinical psychology review, 31(3), 499-513;Yang, M., Wong, S. C., & Coid, J. (2010). The efficacy of violence prediction: a meta-analytic comparison of nine risk assessment tools. Psychological bulletin, 136(5), 740;Wong, S. C., & Gordon, A. (2006). The validity and reliability of the Violence Risk Scale: A treatment-friendly violence risk assessment tool. Psychology, Public Policy, and Law, 12(3), 279. [본문으로]
  28. Kassin, S. M., Goldstein, C. C., & Savitsky, K. (2003). Behavioral confirmation in the interrogation room: On the dangers of presuming guilt. Law and human behavior, 27(2), 187-203. [본문으로]
  29.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자들의 범행 자백 이유에 관한 연구.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1995. [본문으로]
  30. Gudjonsson, G. H., & Bownes, I. (1992). The reasons why suspects confess during custodial interrogation: Data for Northern Ireland. Medicine, Science and the Law, 32(3), 204-212. [본문으로]
  31. 백승경, & 김재휘. (2005). 반복질문이 허위자백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3), 23-36. [본문으로]
  32. Gudjonsson, G. H., & Petursson, H. (1991). Custodial interrogation: Why do suspects confess and how does it relate to their crime, attitude and personalit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2(3), 295-306. [본문으로]
  33. Bordens, K. S., & Bassett, J. (1985). The plea bargaining process from the defendant's perspective: A field investigation. Basic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 6(2), 93-110 [본문으로]
  34. 백승경, & 김재휘. (2005). 반복질문이 허위자백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3), 23-36. [본문으로]
  35. Ofshe, R. (1989). Coerced confessions: The logic of seemingly irrational action. Cultic Studies Journal. [본문으로]
  36. 백승경, & 김재휘. (2005). 반복질문이 허위자백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3), 23-36. [본문으로]
  37. 백승경, & 김재휘. (2005). 반복질문이 허위자백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3), 23-36. [본문으로]
  38. Kassin, S., & Wrightsman, L. S. (Eds.). (1985). The psychology of evidence and trial procedure. SAGE Publications, Incorporated. [본문으로]
  39. Gudjonsson, G. H. (2003). The psychology of interrogations and confessions: A handbook. John Wiley & Sons. [본문으로]
  40. 백승경, & 김재휘. (2005). 반복질문이 허위자백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3), 23-36. [본문으로]
  41. Gudjonsson, G. H. (1991). Suggestibility and compliance among alleged false confessors and resisters in criminal trials. Medicine, Science and the Law, 31(2), 147-151. [본문으로]
  42. Gudjonsson, G. H., & Clark, N. K. (1986). Suggestibility in police interrogation: A social psychological model. Social Behaviour. [본문으로]
  43. Gudjonsson, G. H. (1983). Suggestibility, intelligence, memory recall and personality: An experimental study. 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142(1), 35-37. [본문으로]
  44. Taylor, S. E., Peplau, L. A., & Sears, D. O. (2006). Social psychology. New Jersey: Pearson Prentice Hall. [본문으로]
  45. Register, P. A., & Kihlstrom, J. F. (1988). Hypnosis and interrogative suggestibilit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9(3), 549-558;백승경, & 김재휘. (2005). 반복질문이 허위자백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3), 23-36. [본문으로]
  46. Register, P. A., & Kihlstrom, J. F. (1988). Hypnosis and interrogative suggestibilit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9(3), 549-558. [본문으로]
  47. 사실 유도심문을 비롯한 이러한 질문유형은 MPI를 일으키는 탁월한 방법중 하나이다. 유도질문에 비해 반복질문은 허위자백을 일으키는 효과가 떨어지지만, 이는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이지 효과 자체가 약한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48. 백승경, & 김재휘. (2005). 반복질문이 허위자백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3), 23-36 [본문으로]
  49. 최인섭, & 박철현. (1993). 강력범죄에 대한 선고형량이 재범방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총서, 11-130. [본문으로]
  50. Green, G. S. (1985). General deterrence and television cable crime: A field experiment in social control. Criminology, 23(4), 629-645. [본문으로]
  51. Sherman, L. W., & Berk, R. A. (1984). The Minneapolis domestic violence experiment (Vol. 1). Washington, DC: Police Foundation. [본문으로]
  52. Miranne III, A. C., & Gray, L. N. (1987). Deterrence: A laboratory experiment. Deviant Behavior, 8(2), 191-203. [본문으로]
  53. Rauhut, H. (2009). Higher punishment, less control? Experimental evidence on the inspection game. Rationality and Society, 21(3), 359-392. [본문으로]
  54. Tittle, C. R., & Rowe, A. R. (1974). Certainty of arrest and crime rates: A further test of the deterrence hypothesis. Social Forces, 52(4), 455-462. [본문으로]
  55. Tittle, C. R. (1969). Crime rates and legal sanctions. Social problems, 16(4), 409-423. [본문으로]
  56. Logan, C. H. (1972). General deterrent effects of imprisonment. Social Forces, 51(1), 64-73. [본문으로]
  57. Tittle, C. R. (1975). Deterrents or labeling?. Social Forces, 53(3), 399-410. [본문으로]
  58. 최인섭, & 박철현. (1993). 강력범죄에 대한 선고형량이 재범방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총서, 11-130. [본문으로]
  59. Schwartz, B. (1968). Effect in Philadelphia of Pennsylvania's Increased Penalties for Rape and Attempted Rape. J. Crim. L. Criminology & Police Sci., 59, 509. [본문으로]
  60. Nienstedt, B. C. (1985). Testing deterrence: The effects of a DWI law and publicity campaigns. Arizona State University. [본문으로]
  61. Ross, H. L., McCleary, R., & Epperlein, T. (1981). Deterrence of drinking and driving in France: An evaluation of the law of July 12, 1978. LAW & Soc'y REv., 16, 345. [본문으로]
  62. Simpson, S. S., & Koper, C. S. (1992). Deterring corporate crime. Criminology, 30(3), 347-376. [본문으로]
  63. Piliavin, I., Gartner, R., Thornton, C., & Matsueda, R. L. (1986). Crime, deterrence, and rational choice.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101-119. [본문으로]
  64. Schildberg-Hörisch, H., & Strassmair, C. (2012). An experimental test of the deterrence hypothesis. The Journal of Law, Economics, & Organization, 28(3), 447-459. [본문으로]
  65. Bales, W. D., & Piquero, A. R. (2012). Assessing the impact of imprisonment on recidivism. Journal of Experimental Criminology, 8, 71-101;Jonson, C. L. (2010). The impact of imprisonment on reoffending: A meta-analysis (Doctoral dissertation, University of Cincinnati). [본문으로]
  66. 최인섭, & 박철현. (1993). 강력범죄에 대한 선고형량이 재범방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총서, 11-130. [본문으로]
  67. Jonson, C. L. (2010). The impact of imprisonment on reoffending: A meta-analysis (Doctoral dissertation, University of Cincinnati). [본문으로]
  68. Beijersbergen, K. A., Dirkzwager, A. J., & Nieuwbeerta, P. (2016). Reoffending after release: Does procedural justice during imprisonment matter?. Criminal Justice and Behavior, 43(1), 63-82. [본문으로]
  69. Aarten, P. G., Denkers, A., Borgers, M. J., & van der Laan, P. H. (2014). Suspending re-offending? Comparing the effects of suspended prison sentences and short-term imprisonment on recidivism in the Netherlands. European Journal of Criminology, 11(6), 702-722. [본문으로]
  70. Mann, H., Garcia-Rada, X., Hornuf, L., & Tafurt, J. (2016). What deters crime? Comparing the effectiveness of legal, social, and internal sanctions across countries. Frontiers in psychology, 7, 159643. [본문으로]
  71. Pratt, T. C., & Cullen, F. T. (2005). Assessing macro-level predictors and theories of crime: A meta-analysis. Crime and justice, 32, 373-450. [본문으로]
  72. Nagin, D. S. (1998). Criminal deterrence research at the outset of the twenty-first century. Crime and justice, 23, 1-42. [본문으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