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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 개론

과학주의자 2022. 9. 14. 19:23

범죄심리학(criminal psychology)은 개인의 내적 특성에 주목하여 범죄의 원인을 조사하고, 범죄자의 인지적, 성격적 특성이나 범죄 행동의 개인차, 범죄자의 교화 및 범죄의 예방을 연구하는 심리학이다. 그 특성 때문에 법정심리학과 협력하여 형법 분야에서 피고의 유무죄를 판단하는데도 관여하며, 법정심리학과 마찬가지로 강한 응용적 성격을 가진다.

 

범죄심리학을 법정심리학 장면에 응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인간이 전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범죄심리학은 주로 인간의 일반적인 모습을 기술하지만, 심리학적 지식을 적용해야 하는 당사자는 일반적인 모습의 예외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심리학 이론을 통해 범죄자를 해석할 때는 신중해야 하며, 이론적 지식 외에도 범죄자 개인에 대한 임상적 지식과 상황적 이해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 이것은 법정심리학 분야에서 임상심리학자들이 활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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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는 여타 강력범죄 중에서도 특이한 범죄로,  그 어느 강력범죄보다 물적 피해가 적지만 동시에 심적 피해가 크고, 누구나 범죄의 결과를 끔찍하게 여기지만 동시에 그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린다. 이러한 성범죄를 분석하고 예방하기 위해 많은 범죄심리학자들과 경찰 인력들이 노력해 왔다.

 

 

1.범죄심리학의 역사

범죄심리학도 인간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에서 태어났다. 1872년 에빙(Ebing)의 저서 <Outline of Criminal Psychology>에서 처음 범죄심리학이란 용어가 언급된 이후 Gross는 범죄수사의 기법이나 증거, 목격자 증언의 신뢰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심리학자 에빙하우스(Ebbinghaus)와 뮈테버그(Munsterberg)는 범죄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데, 에빙하우스는 목격자 증언의 신뢰성 연구에 공헌했고 뮈테버그는 사법분야에 심리학을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법정심리학의 초석을 마련했다. 또한 그는 생리적 변화를 거짓말 탐지에 응용하자고 제안했는데, 약 100년 뒤 이 발상은 거짓말 탐지기로 실현되었다. 이러한 시도들은 양차 대전기간에는 쇠약했지만 세계대전이 끝나자 다시 고개를 들어 사회학적 관점과 함께 성장해 갔다.

 

범죄심리학이 발전하면서 심리학적 지식을 법정에 응용하는 법정심리학도 발달하기 시작했다. 뮈테버그 이후 1919년 독일은 처음으로 수사영역에서 심리학자를 활용했고 이어 1968년 로스엔젤레스 경찰(LAPD)은 교육심리학자 Martin Reiser를 전일제 심리학자로 고용하였다. 이처럼 경찰을 보조하는 경찰심리학은 초기엔 유능한 경찰을 만드는 지적 능력을 알아내려고 노력했지만, 경찰 대부분이 지능이 낮다는 사실이 보고된 이후 지적 능력보다는 경찰에 적합한 성격에 관심을 가져 성격검사를 통해 '경찰 성격'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이후 업무 수행으로 스트레스를 겪는 경찰을 위한 심리치료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가 대두되었고 현재는 선발에서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일반인이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프로파일링도 범죄심리학과 동시기에 시작되었다. 1888년 영국은 악명높은 잭 더 리퍼 사건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잭 더 리퍼가 누구인지, 모든 범죄가 그의 소행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이 미궁에 빠져있던 그때 스코틀랜드 야드 소속 의사 bond는 잭 더 리퍼의 범행 방식에 근거하여 범죄자의 상세한 특징을 기술하고 추론했다. 이것이 법 전문가에 의해 실시된 첫번째 프로파일링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1950년 일명 mad bomber 사건이라 불리는 연쇄 폭파 사건이 미국을 뒤흔들었다. 16년동안 폭파가 끊이지 않았건만 수사는 진전도 못하고 있었다. 이때 경찰이 1968년 의학자 브루셀(brussel)에게 자문을 요청하자, 브루셀은 범죄 현장 사진, 예고편지, 실제 사용된 폭탄 등을 분석하여 범인의 성격, 생활방식, 거주지, 패션을 추론하였다. 이는 경찰에 큰 도움이 되었고 폭파범이 잡혔을때 프로파일의 상당 부분이 맞아떨어졌다. 

 

이 시기까지 프로파일링은 개인이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여 행했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했지만 70년대 이후 FBI가 산하에 행동과학부(Behavioral Science Unit)를 설치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프로파일링의 효과성을 느낀 FBI는 행동과학부를 통해 미제 사건 데이터베이스(violent criminal apprehension program,ViCAP)를 구축하고 앞으로의 범죄 가능성을 추론하기 시작했다. 1985년 영국 리버풀 대학에서도 비슷하게 범죄수사 심리학 센터를 열어 수사심리학 연구를 시작했고 A-C 등식을 정립했다.

 

초창기 범죄심리학자들은 주로 범죄자의 유형분류에 관심이 많았다. 범죄자의 유형을 알면 그에 맞는 사람을 추려내어 용의자 폭을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FBI 행동과학부에서 이분법적 유형론을 개발했고 이어 Holmes가 110명의 연쇄살인범의 범행동기, 범죄현장의 증거, 피해자 특징, 살해방법, 범인의 공간적 특성 등을 분석해 4가지 유형을 추려냈다. Holmes는 자료를 통해 범죄자가 환성에 의한 연쇄살인범, 사명감에 의한 연쇄살인범, 쾌락에 의한 연쇄살인범, 권력적-통제적 연쇄살인범으로 나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에 Canter와 Wentink가 다차원 척도법(MDS)으로 검증한 결과 Holmes의 이론은 폐기되었다. 현재는 이분법적 유형론이 가장 기초적인 유형분류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여기에  mott가 수행한 미제사건 연구를 통해 몇가지를 더 분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나 유영철 살인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프로파일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2000년 2월 서울지방경찰청에 범죄분석실이 설치되고, 2004년 경찰청이 현장감식요원, 법최면 수사관, 거짓말탐지기 검사관, 범죄심리 관련 자격증 소지자, 지문 감식요원(대표적으로 권일용) 등 각계의 인물을 모아 범죄분석팀을 설치하면서 국내 1호 프로파일러가 탄생했다. 2005년부터는 심리학, 사회학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사람들을 범죄분석요원으로 선발해 3-40명 정도를 각 지방경찰청에 배치했고, 2012년 1월 과학수사센터 내에도 범죄행동과학계 행동분석팀이 신설되었다. 지금은 한국도 프로파일러를 수사에 활용하고 있으며 강남역 살인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 재수사 등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회인지 이론

범죄심리학에서 사회인지 이론은 범죄자의 인지상태를 통해 범죄행동을 설명하고자 한다. 인간은 같은 자극을 받아도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데, 인간마다 자극을 해석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인지 이론은 이러한 정보처리 시스템을 인지도식라 부르고, 어떤 인지도식이 범죄행동을 낳는지 연구한다. 많은 연구들은 범죄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왜곡된 인지도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개 범죄자의 인지도식에서는 적대적 귀인(hostile attribution bias)이나 왜곡, 편향, 인지적 오류가 많이 관찰된다. 특히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zero state에 있는 사람들 중 이로 인한 두려움을 방어하려는 과정에서 왜곡된 인지도식이 출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zero state가 범죄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인지 이론은 비록 왜곡된 인지도식이 출현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적 설명에 불과하지만, 현재 그 어느 이론보다 강력한 설명력을 제공한다.

 

 

이분법적 유형론

범죄자를 분류하려는 욕구는 범죄심리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78년 FBI가 행동과학부를 창설한 이래 수많은 범죄자 분류 기준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가장 유용한 기준은 FBI에서 연쇄살인범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든 이분법적 유형론이다. 이분법적 유형론은 현대 프로파일링이 가지는 가정을 정립하고 거기에 기초한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범죄자는 체계적인 범주와 비체계적인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체계적인 범주의 범죄자는 범죄를 말그대로 체계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자로,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범행 전에 계획을 한다. 성도착범죄자는 전형적인 체계적인 범주의 범죄자이다. 반대로 비체계적인 범주는 무질서하게 저지르는 범죄자를 포함한다. 정신이상에 의한 범죄가 여기 들어가며, 비체계적인 범죄자들은 체력이 약하고 내향적이며, 혼자 하는 취미와 상상속 친구를 가진다. 대개 사회적 활동이 전무하고 지리적으로 함정꾼 유형의 범죄자가 여기 속한다. 이들의 범죄는 대개 우연히 일어나거나 일어나도 매우 무질서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이코패스 유영철은 체계적인 범주에,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인 김모씨는 비체계적인 범주에 속한다.

 

 

2.정신질환과 범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 점점 많은 일반인들이 정신질환자를 언제 살인마로 돌변할지 모르는 위험인자로 보고 있다. 네이버 뉴스 댓글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사람을 죽이기 전에 먼저 죽여야 한다는(다소 망상장애가 의심되는) 주장도 나타난다. 정신질환이 범죄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둘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며, 대다수의 정신질환자는 일반인보다 안전하다.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정신장애 범죄자라 부른다. 통계를 보면 2014년 한국에서 살인의 7.9%, 아동성범죄의 8.1%, 미성년자 성폭력의 2.8%가 정신장애 범죄자에 의해 일어났다. 참고로 서울시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11%에 달한다. 비슷하게 이미 형을 살고 출소한 정신장애 범죄자의 경우 14.5%가 재범을 저지르는데 이는 정상적인 초범자보다 낮은 수치다. 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 보면 조현병 환자 10만명당 40명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데, 일반인은 10만명당 155명이 강력범죄를 저지른다. 이러한 통계 결과는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통념을 확실하게 부정한다. 한편 많은 범죄자들이 자신이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호소하는데, '산비탈의 교살자'라고도 불리는 유명한 경우도 있지만 저 범죄자 대다수는 단지 형을 감면받으려고 하는 정상적인 거짓말쟁이일 뿐이다.

 

그러나 조현병을 가진 정신장애 범죄자는 정상적인 범죄자가 평균 2.3명을 살해할때 13명을 살해했다. 이는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낮지만 정신장애 범죄자가 일으키는 범죄의 심각도는 더 크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알코올 중독 환자의 경우 음주운전을 제외하면 범죄율이 높진 않지만 난폭 범죄와는 50%의 관련을 가진다. 우울증을 가진 정신장애 범죄자는 조증에 비해 범죄율이 높은데, 대개 가정내 살인후 자살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정신질환자는 범죄 위험성은 낮지만 치명도는 크다.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정말 중요한 정신질환은 정신질환으로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망상장애는 많은 범죄의 원인이 되지만 실제로 망상장애가 정신건강기관에 포착되거나 주변에 정신질환으로 인식되는 일은 적다. 

 

더 심각한 사례는 속칭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이다. 이들은 전 인구의 1%에 지나지 않지만 범법자의 60%, 교도소 수감자의 76%가 반사회적 성격장애다. 또한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은 알코올 중독을 앓는 경우가 많아 폭력범죄와도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할 대상은 죄없는 조현병 환자가 아니라 반사회적 성격장애이다. 다행히도 이들은 이런저런 범죄로 감옥이나 치료감호소에 갇히는 일이 많아 대다수가 사회에서 격리되어 있다.

 

2.1.사이코패스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는 선량한 시민이지만, 단 하나 예외가 있다. 이들은 오히려 진정한 악이라고 부르는게 마땅할지도 모른다. 전설적인 일화로, 어떤 과학자들이 사이코패스의 뇌영상을 촬영하여 학술지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그 논문은 반려되었다. 편집자에 따르면, 그 뇌사진은 절대 인간의 뇌에서 관찰될 리가 없는 사진이기 때문에 오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더 소름끼치는 법이다.

 

사이코패스(psychopathy, 정신병질자)는 1920년 정신과 의사 슈나이더(schneider)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슈나이더는 자신, 타인이나 자기가 속한 사회를 괴롭히는 성격을 정신병질이라 정의내렸고, 이후 1976년에 cleckley가 이를 정리하여 학계에 보고하였다. 사이코패스는 '외관상 매우 정상으로 보이고 지능도 보통 수준이나, 극단적으로 이기적이고 타인을 수단으로만 보며, 무책임하고 냉담하며 쉽게 거짓말하는 사람'이다. 사이코패스는 전체 인구의 1%나 되지만, 대부분 교도소에 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감자의 15-25%는 사이코패스고, 연쇄살인마의 90% 이상이 사이코패스다. 현재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검사는 PCL-R(Psychopathy ChckList-Revised)로, 이 검사는 사이코패스의 자기보고나 지인의 증언, 수사기록 및 법정기록, 행동 관찰 등 다양한 출처로부터 수집한 증거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이 검사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꽤 높고 특히 PCL-R이 원래 대상으로 했던 북미 백인 남성의 경우 가장 타당도가 좋다.

 

사이코패스와 정상인의 차이는 남녀나 문화간, 인종간 차이보다 훨씬 크다. 사이코패스는 정상인과 사회적, 신경생리적 부분에서 차이가 큰데, 연구[각주:1]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공포나 두려움에 무감각하다. 또한 많은 사이코패스가 습관적 범죄행동을 일으키고, 거의 모든 연쇄살인마가 사이코패스다. 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자는 아니지만, 많은 사이코패스가 범죄자이며, 이들은 충동적이고 위험한 반사회적 생활방식을 보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희생자를 만들며 스릴을 추구한다. 사이코패스를 학계에 소개한 cleckley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자기중심성(이기성): 이는 다른 정신질환에서도 나타난다.
  •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거나 애정을 갖지 못함: 이는 자기중심성이 원인이다.
  • 빈번한 거짓말, 신뢰성 결여
  • 죄책감과 후회 결여
  • 공감 결여, 무감각
  • 낮은 불안: 만약 당신이 사이코패스일지 모른다고 불안하다면, 당신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그런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 경험을 통한 학습의 어려움과 판단력 부족: 판단력 부족은 지극히 높은 충동성에 의한 결과이다.
  • 피상적인 매력: 대표적인 사이코패스인 유영철과 테드 번디는 단기간에는 피해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 삶의 계획 부재
  • 병리적인 자극 추구 경향: 자극 추구 경향이 높은 사람은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스카이다이빙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탄다. 사이코패스는 더하다. 이러한 성질은 신경과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자극추구성은 불안과 반대되기 때문에, 자극추구 경향은 사이코패스가 불안을 안 느끼는 이유이다.

 

이러한 특성은 요인분석을 통해 3가지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 요인은 다음과 같다.

 

  • 오만하고 기만적인 대인관계: 이들은 말주변이 좋고 겉보기 매력은 좋지만 막상 다가가면 신뢰성이 없고 거짓말뿐인 껍데기이다.
  • 충동적이고 책임감이 결여된 행동: 이들은 매사가 충동적이고 불안이 낮다.
  • 감정적 경험 부족: 이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은 물론 어떠한 긍정적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타인에게 냉담하다. 

 

사이코패스는 거의 모두가 반사회적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의 요건을 훌륭하게 충족한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성격장애로, 매우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며 치료가 불가능하다. 다만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DSM-5에 기반한 분류체계이기 때문에 사이코패스와 같다고 보기엔 어렵다. 교도소 재소자의 50-80%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인데, 사이코패스는 전체의 11-25%이다. 다만 사이코패스의 수감률은 지역, 문화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르다. 미국 사이코패스의 대다수는 백인인데, 이는 미국 흑인의 높은 범죄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이다. 어쩌면 PCL-R이 백인에게 불리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윤리 및 도덕이 결여되어 있고, 자신의 규칙에 따라 살며, 냉혈하고 위협적인 도구를 사용하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며,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권리를 무시한다. 이들은 정상인보다 더 공격적이고, 사이코패스 성범죄자는 비교적 더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가학적 성향을 보인다. 성범죄자 중 성욕이 동기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적은데(이도 완전한 성욕의 영향은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특히 분노, 복수나 가학성 등 성적이지 않은 동기로 성범죄를 저지른다. 이들은 감옥에 갇혀도 일단 풀려나면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재범을 저지른다. 

 

사이코패스의 원인

누가 사이코패스가 될지 잘 예측하는 요인 하나가 ADHD다. ADHD가 낫지 않으면 사이코패스로 발전할 수 있으며, 특히 품행장애와 결합될 경우 가능성은 더욱 올라간다. ADHD는 출생시 산소결핍이나 감염, 사회적인 어려움이나 부모의 학대, 유기, 가정불화에 영향을 받는데, 사이코패스도 이런 요소들에 영향을 받는다. 이외에 불안정한 입양 상태나 양부모의 정신질환, 도시나 고아원에서의 생활이 사이코패스에 영향을 주는데, 아이보다 아이에게 딸려오는 보조금을 더 중요시하는 입양가정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이코패스가 될 확률이 더 크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누군가 '악의 피'라고 표현했듯이 유전적 요인이 매우 크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각주:2] 사이코패스에 주는 환경의 영향은 20%인 반면, 유전자의 영향은 54%에 달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사이코패스의 충동적이고 착취적인 행동이 생존이 불투명한 환경에서는 이득이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의 본능이 살아남았다고 주장한다.[각주:3] 하지만 학자들은 사이코패스가 환경이 깨워낸 유전자의 영향이라고 본다. 

 

특히 환경 중에서도 가정환경이 사이코패스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 중에서도 부모상실은 여성 사이코패스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남자든 여자든 부모가 자녀와 거리감을 두고 냉정하거나, 강화와 처벌에서 일관성이 없거나 지나치게 방임적인 경우 자녀의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변덕스러운 부모는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도덕적 사고와 행동을 가르치지 못하고, 아이들은 비일관적인 부모에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발달시키게 된다. 반면 지나치게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는 방임적인 부모의 아이는 잘못할 때마다 아양을 부려 위기를 모면함으로써 당장은 혼이 안나지만, 결국 양심을 발달시키는데 실패한다.

 

이외에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스코틀랜드의 사이코패스는 미국보다 9배나 적다. 이러한 차이는 다른 국가에서도 나타나며, 미국 내에서도 사이코패스의 대다수는 백인이다. 백인이 사이코패스의 본능을 타고난다고 말하기에는 인종간 유전적 차이가 너무 적음을 인지하자. 아마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문화적 원인이 사이코패스의 출현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짐작되며, 유력한 가설은 공격성의 표출을 허용하는 문화가 사이코패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3.살인의 심리학

살인(murder)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행위로, 범죄심리학에서 살인은 악의적 계획에 기반하여 한 사람을 비합법적으로 죽이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과실치사(manslaughter)와 다르다. 살인은 여러 유형과 동기가 복잡하게 개입되는 범죄로, 살인자는 말그대로 순간의 실수로 인해 나락에 빠진 사람에서 살인을 쾌락으로 즐기는 미친 놈까지 다양한 사람을 포함한다. 대부분의 살인자는 20대 미혼 남성으로, 가정 내 싸움이나 술자리 언쟁에서 1번의 살인을 저지른다. 정신질환과 살인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증거는 이를 부정한다.

 

살인사건에서 피해자의 50%는 살인자의 지인이다. 즉 대부분의 살인자는 자기 이웃이나 가족을 죽인다. 이들 중 살인 후에 절망, 무기력, 우울을 경험하거나, 친인척을 살해한 경우에는 살인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살인에서는 성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대부분의 살인은 남자가 일으키며, 여성이 살인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벌어진다. 또한 남성이 칼과 같은 물리적 흉기를 사용하는 반면 여성은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끈(넥타이)이나 독극물을 사용하여 살인을 저지른다. 이러한 이유는 양육투자이론이 잘 설명한다. 보통 낮은 SES와 높은 약물사용에 처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며, SES의 경우 적은 수입 그 자체보다는 교육, 주거, 가정환경의 열악함이 살인에 영향을 준다. 망상장애 환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꽤 있는데, 대부분의 망상장애 환자들은 살인을 저지를 지적 능력과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살인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살인을 저지르는 나이는 주로 20대로,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정점을 찍고 이후에 계속 감소하나 한국에서는 30대 이상의 살인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종간 살인률 차이는 잘 조사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가해자의 56%, 피해자의 51%가 흑인이었다. <Mankind Quartery>를 중심으로 한 우생학자들은 이를 흑인의 열등함의 증거로 해석하지만, 실제 살인과 긴밀하게 연관된 성격 특성인 충동성(성실성)은 흑인에게서 두드러지지 않는다. 아마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낮은 SES가 가장 유력한 흑인 살인률의 원인이며, 특히 흑인 대부분이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러스트벨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지지한다.

 

살인의 유형

FBI 행동과학부는 2006년 그동안의 데이터를 종합하여 동기를 중심으로 살인범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류했다. 그 유형은 아래와 같다. 연쇄살인은 보통 성적 살인이며, 일부가 개인적 원인에 의한 살인이다.

 

  • 이윤추구적 살인(criminal enterprise): 말 그대로 이윤을 위한 살인이다. 강도, 유괴살인, 보험사기, 그리고 청부살인이 여기에 들어간다. 아래의 개인적 원인에 따른 살인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 개인적 원인에 의한 살인(personal cause): 개인적 동기에 의한 살인이다. 주로 복수나 원한에 의해 살인이 벌어지며, 가족간 다툼끝에 벌어진 살인이나 언쟁에서 이어진 살인도 여기 들어간다. 대부분의 살인은 여기 해당한다.
  • 성적 살인(sexual): 성적인 쾌락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이다. 대개 가학적 성향을 띈다.
  • 집단 살인(group cause): 종교나 극단적 사상에 의해 일어나는 살인으로, 특정 이념으로 뭉친 여러 명에 의해 일어난다. 인민사원 사건이 가장 유명하지만 911 테러도 집단 살인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살인 사건 중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하지만, 한번 발생하면 학살 수준의 참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각별한 감시가 요구된다.

보통 심리학자들은 살인을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하나는 표현적 살인으로, 부정적 감정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우발적인 살인이다. 대개 피해자는 살인범의 지인이고  다양한 신체 부위에 여러 상처를 입는데, 이는 살인범이 살인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마구 표출하기 때문이다. 살인범은 충동성 문제로 다른 전과를 가진 경우가 많다. 반면 도구적 살인은 특정 이득을 위한 계획적 살인으로, 살인범은 주로 물질이나 성적 이득을 목적으로 사람을 죽인다. 보통 강도, 절도, 성폭행 전과를 가지고 있으며 범행 후에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한다. 표현적 살인과 도구적 살인은 각각 이분법적 유형론에서 비체계적인 범주와 체계적인 범주에 대응되며, 이 기준은 다른 범죄 분류에서도 받아들여진다.

 

슐레진저(Schlesinger)는 2가지 유형을 좀더 세분화하여 살인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그는 살인을 내적 요인에 의한 살인과 외적 요인에 의한 살인으로 나누었는데, 내적 요인에 의한 살인은 안정적인 성격 특성에 기초하여 반복적인 살인을 유발하는 한편, 외적 요인에 의한 살인은 환경적, 감정적 요인에 의해 우발적으로 일어나며 살인범은 살인 후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슐레진저는 서로 대비되는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축으로 하여 살인을 요인의 영향에 따라 5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이는 아래와 같다.

 

  • 환경적 살인: 외적 요인에 의한 살인이다. 집단의 압력이나 사회상황에 의해 생겨나며 주로 전쟁터에서 많이 목격된다. 상황이 어쩔수 없이 흘러간다면 당신도, 나도 환경적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 경찰과 국가가 무너진 상황에서 자기 아이한테 다가오는 괴한에게 총을 쏘지 않을 부모가 누가 있을까?
  • 상황적 살인: 보통 말다툼에 의해 일어나는 살인이며 70%는 단기간의 스트레스에 의해 일어난다. 격한 감정이 원인이며 살인범은 살인 후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
  • 충동적 살인: 이 유형의 살인범은 평소에도 열등감과 적대감에 차 적대적 귀인 편향을 보이고, 충동성이 심해 장기간 삶의 목표가 없으며 무분별하게 행동한다. 사회적 상황에 자주 반사회적으로 반응하며 이들은 특정 상황(외적 요인)에 대한 잘못된 대응(내적 요인)으로 인하여 살인을 일으킨다.
  • 감정적 살인: 여기서부터는 내적 요인이 외적 요인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이들은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내적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이들의 살인은 급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억압된 갈등이 살인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살인은 잠복기-폭력행동-안도감의 3단계를 거친다.
  • 강박적 살인: 이 살인은 오로지 내적 요인으로 일어난다. 이들은 범죄를 일으키고자 하는 강렬한 내적 충동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가 성적 살인 유형에 속한다. 범행 중에 범죄자의 심리적 단서를 드러내고 자주 살인을 일으킨다. 연쇄살인은 강박적 살인에 해당한다.

 

한편 다른 학자들은 살인을 피해자 수와 공간적 특성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살인을 피해자 수에 따라 단일 살인이중 살인다중 살인으로 분류하고, 다중 살인은 다시 특정 기간 동안 연속적으로 3-4명을 살해하는 고전적 다중 살인(mass murder, 대량살인, 무차별 살인), 연쇄살인마나 치정에 의해 3-4명 이상의 가족을 살해하는 가정 다중 살인, 죄책감이나 묻지마 범죄에서의 분노 표출로 인해 살인범의 자살로 끝나는 다중 살인/자살로 나뉜다. 한편 다중 살인은 공간적 특성에 따라 연속 살인과 연쇄 살인으로 나뉘는데, 살인 도중에 도망친 피해자가 다른 장소에서 살해당하는 경우를 연속 살인, 서로 다른 피해자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해당하는 경우를 연쇄 살인이라고 한다. 연속 살인에는 심리적 냉각기가 없는데, 이는 연속 살인과 연쇄살인을 구분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다중 살인은 매스컴에 보도는 많이 되지만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성적 살인

성적 살인(sexual murder)은 살인의 일종으로, 살인범의 성적인 쾌락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살인을 말한다. 성적 살인범은 살인에서 성적 쾌락을 느끼며 보통 내면의 성적 갈등에 의해 살인을 저지른다. 성범죄자 중 일부는 성폭행 후 발각을 우려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의 저항에 격분하여 살해하는 경우도 있으며(일반적이지 않다) 집단강간에서는 증거인멸을 위해 피해자를 살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 사례들에서 살인은 부수적인 반면 성적 살인은 살인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이것들과 다르다. 성적 살인은 권력감과 성적,잔인함의 맥락에서 일어나고 살인범은 살인 순간의 통제감과 피해자의 고통, 굴욕감을 통해 성적으로 흥분한다.

 

성적 살인범들은 병리적으로 거짓말을 해대는데 이는 거짓말을 통해 타인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범행에서 도구와 증거를 은폐하는 체계적 범주에 속한다. 역시 타인을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방화를 저지르기도 하고, 성도착증을 가져 새디즘 성향과 관음증, 노출증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가학적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많은 성적 살인범들이 가학적인 음란물에 집착하고 범행 시에 의식행위를 통해 환상을 표현한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주는 모욕에서 쾌락을 얻기 때문에 상대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교살을 선호하고, 피해자가 저항하면 더 흥분하고 잔인하게 대처한다. 성적 살인의 피해자는 보통 오랜 시간의 고문끝에 살해당한다.

 

성적 살인범들은 다른 범죄자처럼 어린 시절에 학대를 경험했고, 어머니와의 관계에 문제가 많아 여성에 대해 혐오와 분노, 폭력성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동물학대를 통해 자신의 분노와 적대감을 표출하며 자라서는 정상적인 성행위에서 성적 만족을 얻지 못한다. 성적 살인은 일종의 반동형성의 결과로, 성적 살인범들은 자신들의 낮은 자존감과 성적 정체성 혼란을 살인을 통해 해소한다.

 

연쇄살인마

연쇄살인범은 모든 강력범 중에서 가장 예측 불허하고,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인성을 가졌다. 

 

-존 더글러스, FBI 최고의 프로파일러-

 

연쇄살인범은 연쇄살인을 벌이는 살인범을 말한다. 이들은 강박적 살인범이고 도구적 살인범이며, 대부분 성적 살인을 벌이고 사이코패스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수많은 연쇄살인마들이 잔혹하고 끔찍한 범행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역사에 피로 새겨넣었다. 

 

겉으로 보기에 연쇄살인범은 지능이나 외모가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 유영철도 말끔히 씻겨놓으면 일반인과 구분하기 힘들다. 충동적 살인범이나 정신이상에 의한 살인범과 달리 이들은 행동과 결과를 잘 이해하고 옳고 그름도 수월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증거 인멸도 더 잘한다. 그러나 내면을 보면 이들은 높은 사이코패스 성향과 반사회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잔혹한 성격 특성과 낮은 사회적 기술로 인해 일반적인 지능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업이나 직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인 판단력과 잔혹한 성정이 더해져 이들은 신체적, 환경적, 정서적 접근이 용이한 피해자를 선별하여 살해한다.

 

연쇄살인범은 많은 사이코패스나 공격성의 발달에서 보이듯 학대를 받으며 자라난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이들은 학대를 당하면서 비인격화를 당했고, 이것이 미숙한 애착발달과 낮은 사회적 기술,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특히 입양아의 경우, 생부모에게 거절되었다는 데서 오는 분노와 원망이 양부모의 학대에 의해 촉발되면 연쇄살인범으로 자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어린 시절 학대를 받으면서 겪게 되는 분노와 비인격화를 살인을 통해 상대에게 투사한다.

 

연쇄살인범은 공통적으로 깊은 생각 없이 자기 행동에 대한 보상만 추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왜곡된 사고방식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범죄자나 정신질환자와 같지만 연쇄살인범은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고 왜곡된 사고방식이 뒤틀린 판타지(후술)로 표출된다. 이들의 내면에는 타인에 대한 독단성과 우월성이 들어있고, 이러한 성격은 행동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채 표출된다. 이들은 저하된 심리상태에 살인의 형태로 반응하며, 살인이 끝나면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자기중심적인 패턴을 보인다.

 

연쇄살인의 7단계

연쇄살인범은 7단계의 사이클을 거치며 살인을 반복한다. 이 사이클은 성욕처럼 다른 욕구의 사이클과 매우 유사한데, 이 사이클은 연쇄살인범의 뒤틀린 통제 욕구와 살인 욕구를 충족하는 역할을 한다. 7단계의 사이클은 연쇄살인범이 가지는 환상을 충족하는 기능을 하며, 살인 횟수가 많아질수록 사이클이 빨라지고 살인 욕구가 더 커져간다. 보통 사이클이 빨라질수록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연쇄살인범이 잡히게 된다.

 

연쇄살인의 1단계는 몽상기(the aura phase)이다. 몽상기에 연쇄살인범은 일종의 환상(판타지)를 키우게 되는데, 이 판타지는 이상적인 살인에 대한 상상으로 자세한 살인 과정과 피해자를 포함한다. 연쇄살인범은 판타지를 통해 피해자에게 분노와 보복을 표출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통제 욕구를 해소하는데, 판타지는 보통 성적 동기와 결합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주로 여성이다. 판타지는 살인 욕구를 대리 해소하지만, 다른 환상이 그러하듯이 판타지도 완전한 욕구 해소에 실패하고 연쇄살인범은 판타지를 실행함으로써 살인 욕구를 해소하고자 한다. 이때부터 연쇄살인범은 피해자의 탐색에서 살인에 이르는 향후 단계를 계획하며, 연쇄살인범의 목적은 살인을 통한 통제감의 획득이기 때문에 높은 이상과 강한 행동력을 가진 여성보다는 사회적/정서적으로 취약하여 통제가 쉬운 여성을 피해자로 선정한다.

 

연쇄살인범은 판타지를 실행하기 위해 피해자를 찾는 탐색기(the trolling phase)로 이행하고, 피해자를 찾기 용이한 대도시에서 생활하면서 학교, 이웃, 직장에서 피해자를 찾는다. 탐색기는 피해자를 찾을 때까지 계속되며, 탐색기가 오래 길어질수록 피해자에 대한 기준은 낮아지는 반면 피해자에 대한 공격성과 가학성은 높아진다. 탐색기를 거쳐 자신의 판타지에 부합하는 피해자를 찾아내면 연쇄살인범은 구애기로 넘어간다.

 

구애기(the wooing phase)는 피해자를 유인하는 단계로, 이 단계에서 연쇄살인범은 피해자와 안면을 트기 시작하며 가까워 진다. 주로 우연히 만난 것으로 가장하면서 피해자와 자주 접촉하여 유대관계를 쌓고 경계심을 약화시킨다. 동시에 스토킹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범행의 때를 노린다. 상황이 급박하면 구애기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애기를 생략하면 피해자를 공격하는데 있어 강한 물리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쇄살인범들은 구애기를 거치는 것을 선호한다.

 

피해자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쌓이면 연쇄살인범은 피해자를 납치(the capture)한다. 이때 연쇄살인범은 피해자를 납치하여 구속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피해자를 통제하고 있다는 1차적 절정감을 경험하고, 납치한 피해자를 학대하고 고문하여 비인격화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간적 측면을 말살하여 죄책감을 감소시킨다. 살인이 없더라도 납치가 가져오는 1차적 절정감이 큰 통제감을 안겨주기 때문에 연쇄살인범들은 납치를 매우 선호하며, 단순히 납치만을 경험하기 위해 최대 4명까지 납치만 벌인 사례도 있다. 같은 이유로 연쇄살인범은 납치없이 피해자를 바로 죽이는 것을 기피하며 오직 급박한 경우에만 피해자를 살해한다. 납치된 피해자는 생존에 필요한 음식만을 제공받으며(이것도 연쇄살인범의 통제감을 충족한다) 노리개, 소유물로 전락하고 연쇄살인범은 지속적인 통제감을 위해 피해자를 자주 고문한다.

 

피해자에 대한 통제감이 절정에 이르면 연쇄살인범은 이름에 걸맞게 살인(the murder)으로 이행한다. 살인은 판타지에서 상상해왔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 실행되며, 상상이 가학적일수록,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이 두드러질수록 끔찍하게 진행된다. 살인은 피해자가 무기력해질때 실행되며, 연쇄살인범의 기대와는 반대로 피해자의 반응이 무반응에 가까우면 살인 욕구가 감퇴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쇄살인범의 대응은 사례마다 다르다.

 

살인이 끝나면 찾아오는 회상기(the tetem phase)에서 연쇄살인범들은 살인 경험을 반추하면서 통제감과 승리감을 느낀다. 이런 행동은 의식 행위로 나타나기도 하며 살인 당시의 쾌감을 오래 반추하기 위해 시신에 방부처리를 하기도 한다. 자신감이 넘치는 연쇄살인범은 시신을 외부에 전시하여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연쇄살인범은 회상기에 살인이 끝난데서 오는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허탈감은 후에 침체기로 이어진다.

 

회상이 끝나고 침체기(the depression phase)가 오면 연쇄살인범은 비로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보통 심리적 냉각기라 불리는 이 시기에 연쇄살인범들은 더러는 약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대개 허탈감으로 인해 절망과 우울을 경험한다. 일부는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죄책감을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침체기에 경험하는 심리적 저하는 다시 살인 욕구를 점화시키고 연쇄살인범은 다시 판타지를 생성하는데, 새로 생성되는 판타지는 실제 살인 경험과 결부되어 더 가학적으로 변한다. 침체기는 사이클을 반복할수록 크게 감소한다. 여기서 연쇄살인범이 양심을 가진다는 증거로 침체기를 들수 있는데, 침체기는 허탈감과 동시에 들킬 확률을 줄여서 개인적 안전을 보장하고자 하는 욕구도 동시에 작용하며, 연쇄살인범의 뉘우치는 행동은 대개 피상적이고 '가식적'인 면에서 그친다.

 

연쇄살인범의 유형

연쇄살인범은 아래처럼 4유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머릿수 순으로 나열하였다. 공통적으로 모든 연쇄살인범들은 연쇄살인의 심리적 기제와 사이클을 따르며 시그니처를 가진다. 또한 피해자의 옷감이나 살인 당시의 녹음, 녹화 테이프, 혹은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기념품으로써 수집한다. 이는 살인 이후에 살인 당시의 기분을 회상하고 살인 판타지를 심화시키기 위함이다. 연쇄살인범의 유형은 성범죄자의 유형과 일부 겹치는데, 실제로 대다수 연쇄살인범은 살인에서 성욕을 동시에 추구하고 많은 특질을 성범죄자와 공유한다.

 

쾌락형(hedonistic)은 연쇄살인범 중에서 가장 많은 유형이다. 이들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부류로, 보통 비교적 강한 힘과 많은 노력, 신중함을 발휘하여 살인을 저지른다. 이들은 어떤 쾌락을 추구하는지에 따라서 욕정형(lust), 자극추구형(thrill), 위안형(comfort)로 나뉘는데, 가장 많은 유형은 욕정형이다. 욕정형은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부류로, 보통 성적 살인을 목표로 하며 살해 후에 시신을 강간한다. 이들은 자신의 성적 쾌락을 위해 보통 자신의 성적 이상형에 가까운 피해자를 원하며, 피해자를 살해하는데 더 큰 노력을 들인다. 자극추구형은 상대방의 고통과 공포에서 쾌락을 얻는 부류로, 피해자의 고통스럽고 겁에 질린 반응에서 스릴을 느낀다. 자극추구형은 욕정형과 달리 피해자를 선별하는데 있어 개인적 기준이 사용되지 않으며 자신의 살인 판타지를 충족하는데 더 몰두한다. 위안형은 편안함과 사치스러운 삶의 방식을 살인을 통해 얻고자 하는 부류로, 이들은 반드시 피해자에게 특정한 무언가를 요구한다. 대개 그것은 돈이나 특정 활동이지만, 피해자에게 모성애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 쾌락형은 어느 유형이던지 다른 유형에 비해 살인에 더 큰 노력을 들이며, 자신의 욕구에 맞는 피해자를 고르기 때문에 권력형에 비해 더 강한 피해자를 원한다.

 

권력형(powerful, control)은 통제감을 얻기 위해 살인을 행하는 연쇄살인범으로, 동기가 권력형 성범죄자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들은 살인을 통해 피해자의 삶과 죽음을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한다는 데서 희열을 느끼며, 이를 위해 다른 집단에 비해 더 연약하고 희생되기 쉬운 피해자를 찾는다. 이들은 힘과 체격이 정상인에 가까우며, 연쇄살인범 중에 2번째로 많은 유형이다. 

 

사명감형(missonary)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파괴하거나 제거해야 한다는 믿음에 기반한 연쇄살인범으로, 유명한 잭 더 리퍼도 여기 속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집단은 노숙자, 매춘부, 동성애자, 유대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며, 의외로 정신질환은 없다. 이들의 살인이 혐오범죄의 결과로 보일수도 있지만, 기억하자. 이들은 혐오할 집단이 사라지면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 살인을 지속한다. 여성혐오를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리더라도, 여성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마는 변함없이 다른 대상을 찾아 살인을 저지를 것이다.

 

망상형(visionary)은 주로 특정 집단의 개인을 죽이라는 망상이나 환각이 살인의 주요 동기이다. 이 유형의 연쇄살인범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고 현실과 지각의 괴리로 인해 고통받지만 의외로 지능은 정상이라 수월한 범죄가 가능하다. 이들이 선별하는 피해자는 공통적인 특징이 없으며 대개 우연히 연쇄살인범에게 눈에 띄어 살해당하고, 이들의 살인은 무계획적으로 일어나 무질서하고 신체적 증거가 다분한 범죄현장을 남긴다. 동기에 따라 악마에 의해 위임된 집단과 신에 의해 위임된 집단으로 나뉘며 어느 쪽이든 범죄현장에 남겨진 넘치는 증거들로 인해 쉽게 검거된다.

 

살인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4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우리는 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 많은 살인이 잘못된 정서 표현으로 인한 표현적 살인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적절한 감정 발산법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도록 인내심을 기르게 하고, 삶의 보람을 일깨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건전한 가정환경 속에서 적절한 사회화를 통해 살인으로 이어질 병리적 요소를 제거하고 개개인을 사회와 연대시키는게 살인에 대한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그러나 예방만 한다고 살인범을 다 풀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채찍과 당근이 다 필요하다. 형사정책은 훌륭한 채찍이 되어야 한다. 살인에 대한 처벌은 엄격해지면서 동시에 많은 범죄자를 검거해야 하고, 살인에 쓰이는 총기, 도검, 독극물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여 살인 자체를 힘들게 해야 한다. 또한 폭력적인 매체를 통제하여 폭력성의 학습을 방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의 총기 자유주의자들은 총기규제가 살인에 대한 임기응변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임기응변은 매우 효과가 좋다. 미국 내 살인의 67.8%는 총기에 의해 일어났으며 이중 56%는 컨실드 캐리를 통한 엄격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권총으로 이뤄졌다. 총기 강도는 칼을 사용했을 때보다 3배 더 많이 죽이고, 다른 무기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치명적이다. 통계는 총기를 규제할 경우 살인률이 57% 이하로 떨어짐을 보여준다.

 

총기 자유주의자들이 총기규제는 반대하면서 사형은 찬성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사형은 총기규제보다 살인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형 제도는 보통 사람들에게 겁을 줘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게 만드는데, 이런 대처는 도구적 살인에서는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살인이 삶의 일부인 강박적 살인범이나, 행동 통제의 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표현적 살인에는 사형 제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살인의 대부분은 표현적 살인임을 기억하라. 총기 자유주의자들은 사실 살인 자유주의자가 아닐까?

 

한국의 살인

2000에서 2012년까지의 범죄통계를 보면 매년 약 1000건의 살인이 발생했으며, 이중 98.5%는 검거되었다. 살인 사건은 보통 봄(27.7%)과 여름(27.5%)에 많이 발생했고, 밤(8시-4시)에 많이 일어났다.(37.6%) 살인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주로 노상이 아니라 주택이었으며(34.7%) 특히 CCTV가 없는 주택가가 더 위험했다. 살인 사건의 64.9%는 사건발생 1일 안에 검거되었다. 가해자는 보통 고졸에 무직인 40대 남성으로, 대부분 전과가 있으며 기혼이었다. 마약과 관련된 통계는 조사되지 않았다.

 

가해자의 배경특성을 더 자세하게 보면, 가해자의 대부분은 40대였고(30.4%) 70%가 살인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40.7%가 무직이었고 40%가 고졸이었으며 82.9%가 남성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살인을 저지를 당시에는 대개 기혼(33.2%)인 경우가 미혼(28.9%)인 경우보다 많았고 모르는 사람을 살인한 경우는 22.7%밖에 되지 않았다. 범행을 저지를때 술에 취한 사람도 있었지만(38.7%) 대부분의 가해자는 범행 당시 정상(41.3%)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20대 미혼 남성의 살인률이 높게 나오는 외국의 경우와 매우 다르다. 

 

2009년 경찰청은 범행 동기와 현장 특성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종합하여 살인을 3개 유형으로 나누었다. 유형은 아래와 같다.

 

  • 원한/치정 살인: 피해자에 대한 원한이나 치정 관계로 일어나는 살인으로, 피해자에 대한 무차별적 구타가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분노의 증거이다. 개인적 원인에 의한 살인과 유사하며 원한 살인에서 살인범은 보통 피해자의 얼굴을 가려 죄책감을 줄이려고 시도한다.
  • 경합적 발생 살인: 다른 범죄와 결합된 살인이다. 강도나 강간 사건에서 자주 나타나고, 살인범은 범행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 또는 검거 위험을 없애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 무동기 살인: 동기가 불분명한 살인을 말한다. 연쇄살인이나 묻지마 범죄를 포함한다.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

가정폭력은 부모,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 친척,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 등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남성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 연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비율은 거의 동일하다. 이에 대한 메타분석[각주:4]에서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의 가해자 비율은 남녀의 차이가 없었으며, 여성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될 확률은 남성에 비해 4.6% 높아 유의했지만 신뢰구간에 0을 포함하였다. 이는 장기적인 연애관계에서의 폭력에서도 비슷했으며, 반면 짧은 연애관계에서는 오히려 남성이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았다(이 경우는 신뢰구간에 0이 없음). 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남성이 가해자라고 보고하지만 이는 수사기관에 입건된 기록만으로 판단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세부적으로 여성 범죄자의 경우 흉기를 더 많이 사용한다.[각주:5]

 

가정폭력 가해자의 유형

가정폭력을 행하는 남성 가해자는 총 3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주로 나타나는 유형은 가족에게만 국한된 학대자 유형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하며 나머지 두 유형이 각각 전체 가정폭력이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사회적인 면에선 일반적 폭력성 및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학대자가 제일 위험하다.

 

  • 가족에게만 국한된 학대자: 가장 일반적인 가정폭력범으로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배우자에게만 폭력을 행사한다. 다른 유형에 비해 이 유형의 학대자는 폭력성이 비교적 낮고 폭력은 일시적으로 벌어진다. 이들은 빈번한 폭력 후에 빈번하게 사과하며 배우자와의 관계를 폭력적으로 해결하려고 든다. 대체로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사회적 단서를 잘 해석하지 못한다.
  • 정신불안 및 경계선 장애를 가진 학대자: 이 유형에서 가정폭력의 원인은 정신질환과 심리적 동요이다. 이들은 감정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욕구불만 시에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며 가족외 타인에게도 폭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대부분 심각한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약물의 남용은 가정폭력을 악화한다.
  • 일반적 폭력성 및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학대자: 이들은 학대자 중에서도 반사회적 성향이 두드러진 학대자이다. 이들은 흉기를 사용해 배우자나 다른 가족을 공격하며 때로는 공격이 타인을 향할수도 있다. 매우 충동적이고 폭발적인 행동 경향이 있으며, 전과가 풍부하고 약물/알코올 중독을 하나씩 달고 있다. 대체적으로 정신병리적 특성을 보이며 이는 치료하기 힘들다.

 

가정폭력의 9단계

가정폭력은 작은 단서로부터 시작되어 점점 악화되어가며, 주변인과 가해자,피해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meuer는 가정폭력이 거치는 변화과정을 분석하여 9단계로 정리하였다.

 

1단계는 통제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폭력이 나타나지 않지만 단서는 드러난다. 1단계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도와준다. 또한 피해자와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며 즐겁게 해주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은 사실 학대를 위한 전조증상에 불과하다. 이런 위장된 헌신은 실제 부부가 서로에게 하는 헌신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통제단계에서 가정폭력을 예측하는 단서를 찾는 일은 어렵다.

 

2단계는 충성요구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가해자의 학대 신호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대신 자신이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항상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그런 일환에서 둘 사이에 규칙을 정하고 따르라고 요구하며 피해자를 대신하여 의사결정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런 행동은 피해자를 통제하려는 가해자의 통제욕구에서 나온 것으로,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기에 쉽게 적응한다.

 

3단계는 동조단계이다. 이 단계가 되면 가해자의 통제는 더욱 심해진다. 가해자는 점점 피해자에게 집착하고 강한 질투를 보이며 타인과의 교류를 통제하려 든다. 동시에 피해자는 가해자의 통제에 적응하면서 '그이가 자신에게 이토록 신경을 써주니 나는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망상하기 시작한다. 대다수의 야노마미족 여성이 이런 망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망상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학대를 용인하게 만들고 가정폭력의 단계를 진행시킨다.

 

4단계는 정신적 학대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드디어 가해자의 학대가 시작된다. 아직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폭력을 휘두르진 않지만 과도한 통제를 통해 피해자를 정신적, 정서적으로 학대한다. 이 단계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의상, 헤어스타일, 행동방식 등 피해자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려 들며 피해자가 저항하면 거센 분노로 응답한다. 이 단계에 가해자에게서 빠져나오면 가정폭력은 제자리를 잃고 사라지는데, 여성성이 강할수록 성적 고정관념에 대한 수용이 커져 이 단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5단계는 신체적 학대 개시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처음으로 가해자의 폭력이 시작된다. 가해자는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피해자에게 폭력을 가하는데, 이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정폭력이 악화되기 전에 빠져나온다. 그러나 가해자는 폭력을 행사한 직후에 바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여러 자원을 동원하여 변명하고 사과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어떤 사례에서는 가해자 스스로 시댁에 자신의 폭행을 고백하고 다시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그래서 많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약속을 믿고 가정을 유지하는데, 모두가 알겠지만 이것은 거짓이다. 5단계에서 가해자에게 벗어나거나 가해자가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 다른 단계에 비해 가정폭력이 해소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이 단계를 지나쳐버릴 경우 가정폭력은 돌이킬 수 없게 치닫는다.

 

6단계는 학대 재발단계이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서약했던 가해자는 이제 맹수로 돌변한다. 피해자를 향한 폭력은 점점 빈번해지고 심해진다. 하지만 가해자는 동시에 피해자의 나쁜 행동이 폭력을 불렀으며 모든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피해자를 비난한다. 폭력과 비난이 지속되면 피해자는 폭력이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가해자의 주장을 내면화하게 된다. 이는 피해자의 무기력과 가해자에 대한 순종을 부르며, 이러한 내면화가 시작된 피해자는 치료가 많이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 심리치료는 피해자의 자립심을 다시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두어 이뤄진다.

 

7단계는 고립화단계이다. 6단계에서 피해자를 장악한 가해자는 이제 피해자의 사회적 관계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피해자가 타인(누구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관찰되면 극도의 의심과 강한 정서를 표출한다. 7단계는 시기상 6단계와 겹쳐 일어나며, 사회적 관계를 통제하는 동시에 폭력이 일상화되기 때문에 역으로 가장 타인에게 들키기 쉽다. 한국에서 신고되는 가정폭력의 상당수는 7단계에서 가정폭력을 알아차린 지인,친척이 피해자를 강제로 격리시키고 가해자를 고발하면서 일어난다. 그러나 경제적 자립 문제나 자녀 문제로 인해 다시 가해자 곁으로 돌아가는 피해자도 있는데, 이 경우 가정폭력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간다. 7단계에서 가장 좋은 해법은 이혼이다. 무조건 이혼이 정답이다. 물론 사례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겠지만 절대다수의 상황에서 이혼해야 한다. 

 

8단계는 감정적 혼란단계이다. 피해자는 이미 내면화되어 폭력과 학대에 익숙해졌지만 갈수록 폭력이 심해져가면서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한다. 피해자는 폭력의 원인을 자신에게 찾겠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자신이 폭력을 당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채 걷잡을수 없는 감정적 혼란과 심적 갈등을 경험한다. 이는 MMPI 척도에서 갈매기 모양의 지표로 나타나는데, 남성성/여성성 지표를 제외하면 조현병 환자의 지표와 매우 유사하다.

 

마지막 단계는 강압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가정폭력은 완성되고 피해자가 빠져나올 가능성은 한없이 추락한다. 가해자는 통제감과 지배력을 위해 끊임없이 피해자를 신체적/심리적으로 학대한다. 이 단계에서 피해자가 이별이나 탈출을 시도하면 극도로 강한 폭력과 감정을 표출한다. 대개 9단계에 이르면 피해자는 탈출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과 계속되는 학대로 인해 현재의 뒤틀린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믿게 된다. 이러한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가정폭력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동시에 자녀가 있을 경우 자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학습하게 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잘못이 있다고 여기게 된다. 심한 부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정상적인 부부관계라고 잘못 학습하여, 성인이 된 후 가정폭력의 가해자에게 순응하여 살거나 아예 직접 가정폭력을 행사한다.

 

 

동적/정적 위험요소

범죄심리학에서는 범죄에 관여하는 요인들을 동적 요인과 정적 요인으로 나눈다.[각주:6] 이 요소들이 어떻게 조합되는지에 따라 다른 범죄가 나타나며 요소들을 확인해서 범죄를 예측할 수 있다. 정적 요인은 시간과 상황에 변하지 않는 요인들로 성별, 가정환경, 유전, 문화적 배경 등이 있다. 동적 요인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안정적 동적 요인과 급성적 동적 요인으로 나뉘는데, 안정적 동적 요인은 태도, 가치, 범죄수법, 시그니처 등 일반적으로 변하지 않으나 낮은 확률로 변할 수 있는 요인이다. 범죄수법은 범죄경력이 쌓이면서 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급성적 동적 요소는 평시에도 수시로 변하는 요소들로 기분, 정서, 알코올과 같은 약물의 영향이 포함된다. 범죄에 이들이 주는 영향은 범죄마다 다른데, 일례로 성범죄는 안정적 동적 요인이 주 원인이고 그 중에서도 급성적 동적 요소가 더 강하다.

 

 

묻지마 범죄(무차별 범죄)

묻지마 범죄(random crime)는 정상적으로 예상되는 특정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로 2003년 한 언론에서 명명한 뒤 사회 전반에 받아들여졌다. 심리학자들은 이 표현이 묻지마 범죄에 대한 본질을 가린다고 생각하여 무동기 범죄, 이상동기 범죄 등의 대체 용어를 내놓았으며 현재는 '무동기 범죄'가 가장 널리 인정받는다. 2013년 대검찰청은 무동기 범죄를 "가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불특정 피해자에 대해서 가해자의 일방적 의사로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폭행, 손괴 등 유형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생명, 신체,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라고 정의하였다. 

 

무동기 범죄는 보통 동기가 불분명하거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범죄자와 관련 없는 1인 이상의 피해자가 생성되며, 흉기를 이용한 폭력이나 살인의 형태로 나타난다. 보통 범죄자들은 분노, 불안 등의 표출적 폭력을 저지른다. 2014년 대검찰청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무동기 범죄자는 대개 30-40대의 전과가 있는 무직 미혼 남성이고, 8월 밤에 수도권 지역에서 칼을 가지고 범행을 저지르는데, 칼이 가지는 특성상 대량살상이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총기난사보다는 확연히 피해가 적다. 범죄자는 대개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범죄자의 심리적 특징을 분석해보면 이들은 충동 조절이 어렵고 사회에 적대적 귀인을 하며,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 경력이 있고 망상도 가지고 있다. 또한 매우 자존감이 낮으며 최근에 반복적으로 사회에서 실패를 경험하였다. 몇몇은 음주를 하나 음주와 무동기 범죄는 큰 상관이 없고, 대부분 취약한 정신상태로 인하여 범행 계획시에 치밀한 계획이나 증거 인멸 시도를 잘 못하고 할 마음도 없다.

 

 

미제 사건

미제 사건(cold case)은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채로 남아있는 사건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을 뒤흔들었던 블랙 달리아 사건이 대표적인 미제 사건이고, 화성 연쇄살인사건도 최근까지 미제 사건이었으나 2019년 중반 범인이 잡히면서 미제 사건에서 벗어났다. 미제 사건을 일으키는 범죄자는 보통 심리적 냉각기가 길고 시체를 야외에 유기하여 은닉을 쉽게 한다. 여기서 심리적 냉각기는 연쇄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른 후 겪는 피로함, 죄책감 등의 요소로 인해 당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휴식기간을 말한다. mott의 연구에 따르면 범죄자를 포함하여, 어떤 사건이 미제 사건으로 전환되는지는 다음 4가지 변인에 따라 결정된다.

 

  • 범죄자의 이동성: 보통 사냥꾼보다는 침입자 유형의 범죄자가 더 잡히기 쉽다. 이는 범죄자가 낯선 곳을 돌아다니면 그만큼 지역주민에 의해 목격되기 쉽기 때문이다. 
  • 피해자의 취약성: 피해자가 범죄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사건이 미제 사건이 될 확률이 높다.
  • 다양한 범죄현장: 범죄현장이 다양하면 미제 사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 야외 시체유기: 야외에 시체를 유기한 범인은 잡기 힘들다. 실내에 시체를 유기하면 썩는 악취 등으로 인해 쉽게 발각되는 반면, 야외에 유기하면 흔적이 덜해 발각이 어렵고 발각되더라도 단서가 이미 없어져버린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이상 4가지 변인을 통해 접수된 어떤 사건이 미제 사건으로 전환될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예상할 수 있다. 경찰은 접수한 사건이 미제 사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면, 장기전에 대비해 수사인력을 축소하고 공개수사를 통해 최대한 많은 증언을 확보해야 한다.

 

 

범죄자의 심리적 단서

셜록 홈즈 말마따나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에는 심리적 흔적도 있다. 프로파일러들은 이 흔적을 찾아 범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프로파일러들이 궁금해하는 범죄자의 심리적 흔적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범행수법(Modus Operandi, MO)은 범인이 범죄시에 보이는 범죄자만의 독특한 행동양식이다. 연쇄살인마가 사람을 죽이는 주 무기나 도둑이 주로 노리는 집 유형 등이 범행수법에 속한다. 범죄경력이 되는 사람은 새로운 범행수법을 재형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범행수법은 안정적이다. 시그니처(signature, 인증)는 범죄자가 범죄현장에 일부러 남기는 흔적이다. 살인 피해자의 몸에 의식을 행하는 연쇄살인마나 피해자의 몸에 v자를 새기는 조로의 행동이 시그니처에 해당한다. 시그니처는 범인이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음을 공권력에 대놓고 보여주는 것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러한 범죄자들은 시그니처를 남겨 과시욕을 충족하고자 하며, 공권력을 경시하고 도전한다는 의미인만큼 자신감이 높고 그래서 수사도 심각하게 해야한다. 

 

 

범죄현장

아마 셜록홈즈라면 머리 속에 들어있었겠지만 범죄현장도 유형이 있다. 범죄심리학자들은 범죄자의 행동결과에 따라 범죄현장을 체계적인 범죄현장과 비체계적인 범죄현장을 비롯한 6가지로 나눈다. 체계적인 범죄현장은 범인의 흔적이 잘 남지 않은 현장으로, 범죄자가 사전 준비와 계획을 철저히 했다는 증거이다. 이 경우 범죄자는 체포당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고, 자신과 희생자를 통제하려고 하며 그래서 시그니처가 나타나는 현장도 체계적인 범죄현장이다. 편견과 달리 정신질환자도 체계적인 범죄가 가능하다. 비체계적인 범죄현장은 체계적인 범죄현장의 반대로, 이 경우 범인은 매우 쉽게 잡힌다. 이런 범인은 대개 철저한 계획없이 엉성한 판단 하에서 또는 욱하는 감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희생자도 지인이나 그냥 지나가던 사람처럼 우연하게 선택된다. 이는 취약한 피해자를 선별하는 체계적인 범죄자와 대비된다. 

 

혼합된 범죄현장은 둘의 중간에 해당한다. 체계적인 범죄자가 범행 중에 역동을 자극받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닥치는 경우 나타날 수 있다. 원상복구는 범인이 현장을 범행 전으로 일부 복구하는 경우로, 살인자가 시체를 침대에 올려놓고 이불을 덮어주는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대개 비체계적인 범행 이후 범인이 죄책감을 느낄때 발생한다. 전리품 획득(tropy taking)은 시그니처와 유사한 경우로, 체계적인 범죄자가 사건 현장의 물품이나 희생자의 신체 일부를 가져가는 경우다. 시그니처와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범죄자가 범행을 추억하거나 심리적으로 희생자를 통제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상연(staging, 연출)은 경찰이 오기 전 범죄현장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경우로, 희생자를 자살로 위장하거나 다른 인물의 소지품을 두는 행위가 여기 해당한다. 대개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행해지며 체계적인 범죄자 외에도 비체계적인 범죄자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행하기도 한다.

 

 

범죄에 대한 사회학적 관점

어떤 사회학자들은 사회학습이론에 깊은 영향을 받아 그와 비슷한 범죄이론을 만들었다. 이 중 하나는 차별적 접촉이론(differential association theory)이다. 이 이론에서는 범죄가 친밀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친밀한 사람의 범죄를 모방하면서 발생한다고 본다. 비슷하게 차별적 동일시(differential identification)는 친밀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의 범죄를 모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차별적 강화이론(differential reinforcement theory)는 반두라보다는 스키너에 가까운데, 이 이론에서는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른 후 자신들 집단에서 이에 대해 강화를 받으면서 범죄가 더 늘어난다고 본다. 우연히 다른 사람을 때려눕힌 후 친구들에게 남자답다는 칭찬을 들은 청소년은 폭력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증가한다.

 

 

스토킹

스토킹(stalking)은 매우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경원시되는 폭력 범죄이다. 스토킹은 특정인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도록 하는 반복적인 신체적/사회적 접근으로, 강요되는 대화나 서면 등으로 암시되는 위협 등이 동반된다. 스토킹은 최악의 경우 살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토킹은 동물학대와 마찬가지로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경범죄이다. 스토킹을 행하는 범죄자(스토커)는 5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유형은 단순집착형 스토커이다.

 

단순집착형(simple obsession stalkers, 거부당한 스토커)은 전체 스토커의 60%를 차지하는 스토커로, 과거에 친밀한 관계였던 사람을 스토킹한다. 대부분 스토커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예전 배우자이다. 과거 배우자가 스토킹 대상인 경우 이들의 예전 가정 생활에서 학대와 가정폭력이 빈번하게 관찰되며, 애초에 이들이 결혼한 목적이 배우자를 비하하고 사기를 꺾어 반대급부로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다. 이들은 피해자가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할 때 가장 위험해지며, 스토커 중 가장 살인과 가까운 부류이다. 필자는 이들을 막기 위해 스토킹으로 신고된 사람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부여하고, 어길 시 살인미수로 처벌하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집착형이 거부당한 잠재적 살인마인데 비해, 덜 위험한 스토커도 있다. 연애집착형(love odsession stalkers)은 아는 사람뿐만 아니라 완전히 낮선 사람, 즉 특정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스토킹한다. 이들은 특히 그러한 유명한 피해자와 개인적 관계를 형성하려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피해자의 펜클럽에서 활동하면서 그러한 욕망을 표출하는데, 이는 그들이 가진 낮은 자존감을 특출한 사람과 소통함으로써 벌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애집착형 스토커는 '친밀함을 추구하는 스토커'이지만 이들도 피해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폭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해자와 부정적/파괴적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보통 피해자에 대한 이상화가 해체되면 연애집착형 스토킹은 사라진다.

 

연애집착형도 위험하지만 이들은 귀여운 수준이다. 연애망상형(erotomania stalkers)은 유명한 피해자가 처음부터 자신과 모종의 관계에 있다고 믿는데, 이들의 행동이 제일 무서워 보인다. 이들은 보통 피해자와 관련된 망상을 가지고 있으며 아마 스토커가 가진 조현병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들은 조현병 환자인 특성상 실제 범행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무능력한 스토커'라고도 불리지만, 역시 조현병 범죄자인 특성상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향후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복수형 스토커와 정치적 스토커도 스토커의 일부이다. 복수형(vengeance stalkers)은 일명 '분개하는 스토커'로, 이들은 복수를 위해 피해자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발하며 개인적인 관계 욕구는 없다. 비슷하게 정치적 스토킹(political stalking)은 특정인의 행동을 막거나 정치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어나는 스토킹으로, 이런 경우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의 행동을 제한하기 위해 스토킹을 한다. 두 경우 모두 위의 스토킹과 달리 스토킹이 특정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써 사용된다.

 

스토킹 중에는 이전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스토킹이 가장 폭력이 발현될 위험이 높으며, 이런 경우 스토커들은 폭력을 통해 피해자의 자존감과 사회적 능력을 저하시켜 취약하게 만드는게 목적이다. 이외에도 약물 남용이 스토킹에서 나타나는 폭력을 예측한다. 대부분의 스토킹은 스토커가 대상을 바꾸면서 종결되지만 그것만 바라고 기다릴수는 없다. 18% 정도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되면 사라지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스토커와 멀리 떨어지는 것이다. 아쉽게도 경찰에 의한 스토킹의 종결은 전체 종결의 15%밖에 안되며, 체포나 유죄판결, 접근금지명령은 큰 효과가 없다. 공권력의 영향을 강화하기 위해선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법제가 필요하다.

 

 

습관적 범죄행동

범죄는 방어의 목적이나 이유없이 타인에게 위법적인 해악을 가하는 행위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소한 범죄는 저지르고 살지만 보통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평소에는 착한 사람으로 산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심각한 범죄를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이런 사람들을 속어로 상습범이라 하는데, 범죄심리학자들은 이중 생애지속형 범죄자(Life Course-Persistent, LCPs)에 관심을 기울인다. 생애지속형 범죄자는 전생애에 걸쳐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로, 발달적 요인이 원인이 된다.

 

moffit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2가지 발달 경로를 거치게 된다. '청소년기에 국한된 범죄자'로 발달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생애지속형 범죄자로 발달하면 큰 문제가 된다. 생애지속형 범죄자는 보통 만 3세나 그 이전부터 공격성이나 폭력 등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고 까다로운 기질을 가지며, 자라나 학교에 입학하면 ADHD나 각종 학습장애를 겪는다. 이로인해 각 발달단계에서 적절한 사회적 기술을 익히지 못하면 이들은 생애지속형 범죄자로 성장하며 가난이나 폭력적인 이웃, 질 떨어지는 학교가 이를 조장한다. 성인이 된 생애지속형 범죄자를 조사해보면 이들은 낮은 판단력과 문제해결력을 보이는데 이는 신경과학적 기반을 가진듯 하다. 또한 어린 시절에 또래로부터 거부당하고 부모나 타인의 기대감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 이들의 주요 인지적 특징으로는 낮은 성실성과 주의력 및 과잉행동 문제, 부족한 사회기술, 품행 문제, 낮은 인지적 능력이 있다.

 

 

지리적 특성에 따른 범행유형

지리적 프로파일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심리학자들은 범죄자가 공간적 움직임에 있어서 차이를 보임을 발견했다. 어떤 범죄자는 남의 동네에 가서 범죄를 저지르는 반면 어떤 범죄자는 친절한 이웃인 것처럼 꾸며 피해자를 유인한다. 심리학자들은 범죄자의 활동성이 그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보고, 이러한 범죄자의 지리적 특성을 연구하여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 사냥꾼(hunter): 거의 대부분의 범죄자는 사냥꾼이다. 이들은 자기 거주지 근처에서 범행대상을 찾고, 범죄에 좋은 장소를 물색한다. 보통 지역 주민들처럼 평범한 차림이며 슬리퍼를 신고 행동하는 범죄자도 많다. 다른 지역으로 가서 범죄를 저지르면 지리적 조건도 낯설고, 주민들에게 낯선 사람으로 보여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냥꾼 전략은 가장 안정적인 범죄 전략이다.
  • 침입자(poacher): 침입자는 사냥꾼과 반대로 자기 집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른다. 이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신체능력도 우수하며 고로 육체적 자신감도 높다. 이들은 범죄시에 경찰이나 주민의 추격, 저항을 받아도 이겨낼 수 있다고 여기며 보통 운동화를 신고 돌아다닌다. 
  • 낚시꾼(troller): 이들은 따로 범죄 전략이랄게 없다. 이들은 무슨 노자마냥 물흐르는대로 평상시의 활동을 하다가 아무나 골라서 범죄를 저지른다. 이들은 침입자보다는 덜 활동적이지만 대부분의 범죄자보다는 약간 활동적이다.
  • 함정꾼(trapper): 함정꾼은 4가지 범죄자 중 가장 활동성이 적다. 이들은 체력이 약하고 실제로 자신감도 적다. 이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위장해 피해자가 자신의 집이나 범행장소로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든다.
 

 

CPTED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범죄를 줄이는 방법을 말한다. CPTED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범죄를 직접 잡기보다는 생활환경을 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하여 범죄를 막고자 한다. CPTED의 가장 유명한 사례가 뉴욕의 사례인데, 20세기 말 뉴욕시장은 길거리를 청소하고 그래피티를 지우는 등의 조치를 통해 우범지대였던 뉴옥의 범죄율을 크게 감소시켰다. 이처럼 CPTED는 범죄를 막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 효과가 명확한지는 논쟁이 있다.[각주:7]

 

범죄를 법, 가해자, 피해자, 장소의 차원에서 볼때, CPTED는 장소에 초점을 둔다.[각주:8] 위에서도 다뤘지만, 범죄가 잘 발생하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19세기부터 알려졌다.[각주:9]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은 9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CPTED에 대한 관심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CPTED의 효과를 검증하는 일은 대개 아주 어려운 일로 간주되고 있다.[각주:10]

  1. Deeley, Q., Daly, E., Surguladze, S., Tunstall, N., Mezey, G., Beer, D., ... & Clarke, A. (2006). Facial emotion processing in criminal psychopathy: Preliminary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study. 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189(6), 533-539;Kiehl, K. A., Smith, A. M., Hare, R. D., Mendrek, A., Forster, B. B., Brink, J., & Liddle, P. F. (2001). Limbic abnormalities in affective processing by criminal psychopaths as revealed by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Biological psychiatry, 50(9), 677-684;Patrick, C. J., Cuthbert, B. N., & Lang, P. J. (1994). Emotion in the criminal psychopath: fear image processing.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103(3), 523. [본문으로]
  2. Cloninger, C. R., & Gottesman, I. I. (1987). Genetic and environmental factors in antisocial behavior disorders. The causes of crime: New biological approaches, 92-109 [본문으로]
  3. Buss,'진화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이충호 역,웅진지식하우스,2012 [본문으로]
  4. Rozmann, N., & Ariel, B. (2018). The Extent and Gender Directionality of Intimate Partner Violence in Different Relationship Typ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artner Abuse, 9(4). [본문으로]
  5. Kernsmith, P., & Craun, S. W. (2008). Predictors of weapon use in domestic violence incidents reported to law enforcement. Journal of Family Violence, 23, 589-596. [본문으로]
  6. Douglas, K. S., & Skeem, J. L. (2005). Violence risk assessment: getting specific about being dynamic. Psychology, Public Policy, and Law, 11(3), 347. [본문으로]
  7. Cozens, P. M., Saville, G., & Hillier, D. (2005).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 a review and modern bibliography. Property management. [본문으로]
  8. Brantingham, P. J., & Brantingham, P. L. (Eds.). (1981). Environmental criminology (pp. 27-54). Beverly Hills, CA: Sage Publications. [본문으로]
  9. Guerry, A. M. (1833). Essai sur la statistique morale de la France. Crochard;Fletcher, J. (1849). Moral statistics of England and Wales. Journal of Royal Statistical Society of London, 12(3), 151-81;Mayhew, H. (2010). London labour and the London poor. OUP Oxford. [본문으로]
  10. Cozens, P. M., Saville, G., & Hillier, D. (2005).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 a review and modern bibliography. Property management.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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