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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 렉스 4장 리뷰

과학주의자 2022. 5. 21. 00:35

내용요약

남녀는 보통 큰 심리적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남성은 화성에서 오고 여성은 금성에서 왔다는 서술이 대표적이다. 비록 심리학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지만, 최근까지 뇌과학자들은 남녀의 뇌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상하부의 차이는 남녀 사이에서 극명하며,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의 연구에서도 잘 관찰된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자들이 떠벌리는 것과 달리 남녀간의 심리적 차이는 매우 적다. 이를 지지하는 심리학 문헌이 방대하지만, 신경과학적 배경에서 수련한 저자는 주로 뇌의 관점에서 이를 다뤘다.

 

먼저 고려할 사실은 남/녀 구분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은 유전자(genetic)-생식선(gonadal)-생식기(genital)의 차원(3G)으로 분석되는데, 대부분의 인구에서는 세가지 차원 모두 일치한다. 그러나 100명 중 1-2명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소위 인터섹스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들로, SRY 유전자의 작동불능으로 여성으로 발달하는 유전적 남성이나 두 성기가 모두 발달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남녀 구분의 모호성이 아직까지 남녀의 성차에 대한 논의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고려할만한 사항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3G 성이 형성된 남녀를 비교해도, 둘의 차이는 크지 않다. 먼저 남성적/여성적 뇌의 특징 자체가 애매하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해마 상단의 가지돌기가 암컷에서 더 빽빽한데,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오히려 수컷에게서 더 빽빽해지고 암컷에게서는 밀도가 감소했다. 이는 뇌의 성차가 매우 상황의존적일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 남녀의 뇌를 비교해보면, 뇌 크기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물론 d가 0.5를 넘기 때문에 심리학적 기준에서는 꽤 큰 차이지만, 다른 신체적 차이와 비교하면 놀랍도록 작은 차이다. 게다가 남녀의 뇌는 서로 상당부분 겹쳤다. 즉 뇌에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의 남녀는 서로 차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남녀간 차이가 뇌의 곳곳에서 나타났지만, 이들간에 상관이 없었다. 즉 A영역에서 남자다운 특성이 나타나도 B영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며, 이들은 하나의 척도로 묶이는 대신 서로 완벽히 다른 차원에 속했다. 완벽한 남자뇌나 완벽한 여자뇌를 가진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신경과학자 조엘은 이를 모자이크 뇌라고 표현했는데, 모자이크 뇌가 의미하는 바는 남녀가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으며 남성적이면서 여성적인 남녀가 이 사회의 주류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론은 행동에서의 성차가 매우 작다는 최신 연구결과를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뇌에서의 성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여자는 전두엽이 더 두꺼운데, 전두엽은 지능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여자가 더 지능이 높은가? 하지만 실제 측정치는 그런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진화심리학 측에서도 하는 말이지만, 뇌크기의 차이가 뇌의 차이를 반영하진 않을 수 있다. 또한 뇌의 차이가 선천적 본능보다는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생겨났을 수도 있으며, 혹은 뇌의 차이가 남녀간의 행동차이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즉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야기된 강력한 성차를 억제하기 위해 남녀의 뇌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뇌가소성의 개념은 뇌의 차이가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충분히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뇌가소성이 없어도 환경이 뇌의 차이를 낳는다는 증거는 존재한다. 쥐의 경우 어미쥐는 수컷 새끼의 항문을 암컷보다 더 격렬하게 핥는데, 수컷 새끼가 내뿜는 테스토스테론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핥기 행동은 다시 수컷 새끼를 자극하여 뇌가 남성적으로 자라도록 촉진한다.

 

물론 어떤 특성은 분명한 남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사물/사람에 대한 관심 정도나 신체적 공격성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해석할때는 신중해야 한다. 먼저 남성이 신체적 공격성은 여성보다 훨씬 크지만, 언어적 공격성은 그렇지 않다. 즉 남성의 큰 신체적 공격성은 남성호르몬의 영향보다는 강력한 신체에 의해 나타나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사물과 사람에 대한 관심은 기준이 모호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가령 사물에 대한 관심을 측정할때 '드레스를 해체하고 재조립하기'나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 재현하기'와 같은 특성은 사물에 대한 관심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반면 '상대방과의 경쟁'이나 '아랫사람을 통제하기'도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을 척도에서 제외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한편 MMPI-2를 만들면서 도입된 개념 중 하나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분리된다는 점이다. 남성성/여성성은 한 척도의 양극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값을 가지는 척도이다. 그렇다면 남성적인 여자도 충분히 가능하고, 여성적인 남자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뇌성(brain sex)의 개념은 충분히 정립된 개념이고, 이를 무시하는 것은 의학적 위험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뇌의 차이를 과장하여 남녀의 차이를 과장하는 것은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남녀의 뇌 차이를 이해하는 동시에 거기에 쓸데없는 과장을 덧붙이지 않는 일이다.

 

서평

남성성이 여성성과 같은 차원이 아니라는 얘기는 정확히 필자에게 해당한다. 최근에 MMPI-2를 실시한 결과 필자의 남성성은 69, 여성성은 66으로 나왔다. 물론 남성성이 약간 더 높았지만, 둘다 정상범위(65)를 넘어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필자는 남성적이고 여성적인 남자인 셈이다. 아마 기존의 진화심리학적 틀은 필자를 아웃라이어 취급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사물과 사람에 대한 관심의 차이에 대해서는,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남녀간에 태도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MMPI-2의 Mf 척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학자들은 남성적인 특성과 여성적인 특성을 골라냈는데, 남성은 과학적 관심사에서 여성보다 더 높은 점수를 취득했다. 그러니 부분적으로는 남성이 사람과의 상호작용보다는 사물 탐구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남성은 동시에 힘 추구에서도 여성보다 더 높은 점수를 취득했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도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연구를 참조한 결과 남녀의 차이는 d=.7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남녀의 뇌는 48%정도만 겹쳤지만, 전체 뇌 크기를 통제하면(보통 체격이 더 큰 남자가 더 크다) 72%로 증가했다.

 

참고문헌

쥐 뇌의 가지돌기 변화

Shors, T. J., Chua, C., & Falduto, J. (2001). Sex differences and opposite effects of stress on dendritic spine density in the male versus female hippocampus. Journal of Neuroscience21(16), 6292-6297.

 

모자이크 뇌

Joel, D., Berman, Z., Tavor, I., Wexler, N., Gaber, O., Stein, Y., ... & Liem, F. (2015). Sex beyond the genitalia: The human brain mosaic.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112(50), 15468-15473.

작은 행동차이

Zell, E., Krizan, Z., & Teeter, S. R. (2015). Evaluating gender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using metasynthesis. American Psychologist, 70(1)

뇌차이를 통한 행동차이 최소화의 예

Fausto-Sterling, A. (2012). Sex/gender: Biology in a social world. Routledge.

핡기와 성차

Moore, C. L. (1984). Maternal contributions to the development of masculine sexual behavior in laboratory rats. Developmental Psychobiology: The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Developmental Psychobiology17(4), 347-356.

Moore, C. L., Dou, H., & Juraska, J. M. (1992). Maternal stimulation affects the number of motor neurons in a sexually dimorphic nucleus of the lumbar spinal cord. Brain research572(1-2), 52-56.

다른 연구에서 제시한 뇌 차이

Ritchie, S. J., Cox, S. R., Shen, X., Lombardo, M. V., Reus, L. M., Alloza, C., ... & Liewald, D. C. (2018). Sex differences in the adult human brain: evidence from 5216 UK Biobank participants. Cerebral Cortex28(8), 2959-2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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