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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저장고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바위 이호우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 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금이 갑니다
별따기 류안진 까치발을 딛고서도 내 키는 고작 160센티 아무리 발돋움을 한들 네게 닿을 수 있을까 보냐만 도무지 포기할 수 없음이여 잠재울 수도 없음이여
황혼 이육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더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
기도 구상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닮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들꽃에게 서정윤 어디에서 피어 언제 지든지 너는 들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그리움은 오히려 너를 시들게 할 뿐, 나는 그저 논두렁 길가에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인간이 살아, 살면서 맺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이제는 풀면서 살아야겠다. 들꽃처럼 소리 소문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한 하늘 아래 너와 나는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직 살 수 있고 나에게 허여된 시간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냥 피었다 지면 그만일 들꽃이지만 홑씨들 날릴 강한 바람을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
나의 9월은 서정윤 나무들의 하늘이, 하늘로 하늘로만 뻗어가고 반백의 노을을 보며 나의 9월은 하늘 가슴 깊숙이 젊은 사랑을 갈무리한다 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 아직 지쳐 쓰러지지 못하는 9월 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할 때 자신의 뒷모습을 정리하며 오랜 바람 알알이 영글어 뒤돌아보아도, 보기 좋은 계절까지. 내 영혼은 어떤 모습으로 영그나? 순간 변하는 조화롭지 못한 얼굴이지만 하늘 열매를 달고 보듬으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들꽃 방석을 깔고 앉아 이기철 누가 산과 들에 저절로 피는 꽃을 그만 피어라 했느냐 누가 마음과 마음에 피는 시를 그마 피라 하겠느냐 누가 산과 들에 핀 꽃 이름을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부를 수 있겠느냐 누가 시지와 문예지에 실린 시의 이름을 낱낱이 부를 수 있겠느냐 누가 산과 들에 핀 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꽃을 만질 수 있겠느냐 누가 문예지와 시지에 실린 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시를 고를 수 있겠느냐 누가 산과 들에 핀 꽃 가운데 가장 향기로운 꽃을 딸 수 있겠느냐 누가 잡지와 시집에 실린 시 가운데 가장 향기로운 시를 택할 수 있겠느냐 오늘도 나는 몇 편의 시를 잡지에 보내면서 저 많은 시 가운데 내 시가 어떤 빛깔을 발할 것인가를 저 숱한 시 가운데 내 시가 어떤 향기로 스밀 것인가를 두릅나..
비 이영도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밴냥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