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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자료실/상상계의 인류학 (15)
지식저장고
머리도 왕의 상징이다. 인도 오컬트에서 눈은 별에 해당하고, 베다와 불교에서는 척추를 메루 산과 동일시한다. 원시인에게 머리는 생명과 체력, 정신력의 중심이자 정신의 그릇이다.이때문에 안다만 제도와 파푸아, 볼리비아에서는 친족의 두개골을 경건하게 보존했고, 에콰도르의 지바로인과 보르네오의 다야크인, 브라질의 문두루쿠인은 적의 머리를 잘라 보존하였다. 많은 문화권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두개골을 숭배했고, 특히 사슴의 뿔이 그러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오세아니아나 필리핀에서 머리 사냥꾼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였으며, 근대인의 머리가죽 벗기기나 머리사냥 관습과도 관련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프랑스 인류학자들은 남근도 머리와 같다고 주장한다. 뿔은 지배의 상징이자 남근의 대응물이다. 히브리어로 '쿠에렌'은..
가장 가치가 높은 곳은 말 그대로 가장 위치가 높은 곳이다. 엘리아데가 말했듯이 높은 곳은 그 자체로서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고, 초인적인 존재들이 거주한다. 또한 신들은 높은 곳에 있는 동시에 크기도 커진다. 비잔틴의 거대한 성상이나 금과 상아로 된 거대한 아테나상처럼 신은 큰 존재로 여겨지며, 이는 사회의 위인들에도 적용된다. 유럽 역사에서는 신성한 거인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가르강튀아가 대표적인 예이고 의 주인공이자 관련된 솥단지, 사발들이 유럽 각지에서 출토되는 북유럽의 가이안트들과 레우제들도 그러하다. 이들은 오베르뉴와 페이 드 젝스에서 성 상송이라는 이름으로 성인이 되었고, 태양 행로의 보호자였다가 물에 위협받는 육로의 보호자인 거인 성 크리스토프가 되었다. 조현병 환자들은 자기 ..
날개는 사다리나 계단보다 더 상승의 상징에 부합한다. 그래서 날개는 정화의 상징으로 사용되며, 새는 역설적으로 날개의 부속품으로 간주된다. 이는 로르샤흐 검사에서 새나 나비가 짐승과 다르게 해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새의 해부학적 구조는 실제 날개 상징과 부합하지 않는데, 가령 실제 날개는 옆구리에 달려 있는데 반해 티베트 신비주의에서 날개는 발뒤꿈치에 달려있다. 날개로 인해 대부분의 새는 상승과 승화를 상징하며, 특히 매우 높고 빠르게 날아서 눈으로 보기 어려운 종달새는 '하늘에서 사는' 전형적인 우라노스의 새다. 비슷하게 화살도 날개를 상징하며, 날개와 화살, 비상, 새, 순수성, 빛은 날개를 중심으로 동일시된다. 새의 날개뿐만 아니라 풍뎅이의 날개나 비행기의 날개도 마찬가지로 상..
낭만주의 철학자 셸링은 위쪽으로 향하는 방향이 유일하게 활기차고 영적인 의미가 있는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드조유도 환자들이 상승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심리치료를 하고자 시도한다. 상승하는 것은 도덕적 이상이나 형이상학적 완전성과 동일한 것이다. 심리학자 코프카도 인간의 시각에서 수직방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렇듯 상승과 수직 방향은 인간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이면서, 온갖 긍정적인 의미가 부여된다. 상승은 하늘의 높은 곳으로 탈주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다. 이는 수많은 실제 신화들에서도 확인가능하다. 힘겨운 언덕길이라는 뜻인 베다의 두로하나, 미트라 교의 입문 등급인 '절정', 트라키아의 의식용 계단, 사자의 서에 나온 신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사다리, 시베리아 샤먼..
앞에서 우리는 어둠의 상징들을 보았다. 그렇다면 반대로 빛의 상징을 상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사실 상상력의 기능 중 하나는 어둠과 죽음을 이미지로 만든 후에, 이를 상상력 속에서 이겨냄으로서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다. 빛의 상징들은 추락이 아니라 상승을 표현하고, 동물적이고 육욕적인 것에서의 탈출을 지향한다. 어둠의 극복은 죽음을 포용하는 식으로도 가능하지만, 이번에 다룰 상징들은 죽음을 포용하는 대신 죽음을 쓰러트려서 이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동물의 살을 먹는 행위는 언제나 죄악과 연결된다. 레위기에서는 월경혈에 대한 금기를 언급한 후, 피를 먹는 것에 대한 금지도 언급한다. 왜냐하면 육체의 영혼은 피 속에 있기 때문이다. 에서는 살을 먹는 행위가 성과 이상한 신화로 묶여 있다. 악의 상징인 아리만은 조하크(zohak) 왕의 요리사인데, 최초의 인간 부부에게 고기를 먹임으로써 그들을 유혹한다. 바로 거기에서 사냥이 탄생했고, 알몸의 남녀가 짐승의 가죽을 덮으면서 의복이 생겨났다. 마고 신화에서도 인간은 고기를 먹으면서 타락한다. 채식주의는 순결과 연결되어 있고, 인간은 동물을 죽이면서 타락한다. 이것은 일종의 추락으로, 우리의 배를 향한 정신적 추락이다. 배는 심연이다. 바슐라르는 셰익스피어의 저작에서 배가 '악덕의 부대자루'라고 표현되고 있..
많은 신화와 전설들이 추락과 현기증, 무게, 으스러짐의 끔찍함을 표현하고 있다. 이카루스는 태양에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바다로 추락한다. 이것은 끈적끈적한 물로 추락하는 악몽의 신화적 표현이다. 탄탈로스는 자기 아들의 살을 올림포스 신들에게 먹이려 한 후 타르타로스에게 삼켜졌다. 파이톤도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땅 위로 추락했다. 익시온(ixion)과 벨레로폰도 추락으로 사망했다. 미크틀란테쿠틀리는 개의 날의 주인이자 죽음의 날의 주인인데, 그가 머무는 북쪽은 추위와 겨울의 검은 나라이면서도 동시에 떨어진 태양이 머무는 북쪽이다. 추락은 처벌이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뿐만 아니라 유대 신화에서도 그렇다. 즉 아담의 추방은 타천사들의 추락과 마찬가지로 추락이다. 에녹서에서는 타천사들이 땅으로 추락한 이후 여자..
물은 여성성도 상징하는데, 이 2가지 요소는 월경혈로 연결된다. 그리고 물과 달의 연결도 이를 강화한다. 엘리아데는 물이 월경과 연합하는 동시에, 발아력 있는 물이 달과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제안한다. 신화학에서 물은 달과 동일하다. 이로쿼이나 멕시코인들, 바빌로니아, 또는 이란의 아르드비수라 샘(ardvisura)과 아나히타 여신(anahita)이 그러하다. 멕시코에서도 달은 물의 신인 틀랄록(tlaloc)의 아들이다. 마오리와 에스키모들도 옛 켈트 족처럼 달과 조류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리그베다에서도 달과 물을 연결한다. 그래서 달의 재앙은 홍수였으며, 홍수는 개구리와 같은 달의 동물이 토해낸 물에 의해 일어났다. 달은 물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사실 시간의 상징이다. 왜냐하면 태양과 달리 달은 차고, ..
바슐라르도 그랬듯이, 어둠은 물의 상징과도 연결된다. 바슐라르와 마리 보나파르트는 에드거 포의 에서 둘의 관계를 처음 발견하였다. 이 시에서 잉크의 색은 밤의 공포에 젖어 있고, 여러 민담들 속에 나오는 죽음의 물과 연결되어 있다. 스피틀러(spitteler)에서도 늪지와 시궁창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물은 '오필리어화'되면서 죽음을 부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두운 물은 곧 물의 미래이다. 흐르는 물은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향한 쓰디쓴 초대이다. 동일한 물의 강은 두번 다시 없고, 한번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흐르는 물은 비가역성의 상징이다. 바슐라르에 따르면 물은 시간의 불행을 상징하고, 물의 미래는 두려움을 담고 있다. 그것은 두려움 자체에 대한 표현이다. 살바도르..
독일의 시인 티크(tieck)는 우리에게 동물이나 어두움, 소음에 대해 잘 얘기하고 있다. '나는 내 방이 나와 함께 거대하고, 검고, 두려움을 주는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인상을 받았고, 나의 모든 생각은 서로 충돌했다.... 높은 장벽이 큰 소리를 내면서 무녀졌다. 그러자 내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건조한 평원이 놓여 있었다. 고삐가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고, 말들이 미친 듯한 속도로 마차를 끌고 나갔다. 나는 말들이 내 머리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고, 소리를 지르면서 내 방으로 도망쳤다.' 우리가 앞서 보았던 상징들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아주 좋은 악몽의 표본이다. '검은 충격'은 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로르샤흐 검사 중 검은색을 본 피검자들이 충격을 받고 짓눌리는 인상을 받는 현상이다. 피검..